도시는 왜 사라졌는가 - 도시 멸망 탐사 르포르타주
애널리 뉴위츠 지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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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한 지역에서 조선 시대때 만들어진 금속 활자가 무더기로 발견된 적이 있다. 그 밖에도 천문 기계 부품들도 출토가 되었다고 한다. 이 유물들이 발견된 곳은 종로 일대인데 여기는 조선 시대 육조 거리였다고 한다. 육조 거리는 여러 관청들이 있던 곳인데 유물과 관련된 건물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왜 유물들이 나온 것일까. 서울은 조선 건국 이래로 지금까지 우리 나라 최고의 도시로 이어져 왔는데 허물어진 유적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유는 당시의 공사 기법이 오늘날과 달랐기 때문이란다. 보통은 새롭게 건물을 올리려면 다 허물고 짓는데 그때는 흙으로 덮어 묻고 그 위에 새로운 건물을 올렸다고 한다. 그러니 수 백년의 세월이 흐르면 여러 시대의 유물이 출토될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순간적으로 보고 신기해하지만 그 속에는 오랜 시간의 흐름이 쌓여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에서의 예와 같이 도시는 오랜 시간 성장하고 쇠퇴하고 소멸하면서 언제 있었느냐는 듯이 잊혀지기도 하고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책은 과거에 번성했던 도시가 왜 사라졌는지 왜 후대 사람들이 몰랐는지를 섬세하게 풀어주는 내용이다. 사실 인구 감소로 번성했던 동네가 유령 마을이 되는 경우를 우리는 주위에서 본다. 사람들이 도시로 떠난 농촌의 모습에서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이 준다고 해서 건물을 평탄하게 하고 가는 경우는 없는 것이다. 살던 집들이 그대로 폐가가 되고 그 마을 전체가 아무도 살지 않게 될 때 나중에는 흔적 조차 알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책에서는 4개의 도시를 이야기하면서 그 명멸의 과정을 이야기 한다. 책에 나온 큰 도시도 결국 그런 과정을 통해서 사라진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첫번째는 터키 중부 신석기 유적지인 '차탈회웍'을 보여준다. 여기는 이미 9000년 전에 건설된 도시인데 인구는 최대 2만에 달했다. 여기는 특이하게 통로나 길이 없고 집의 지붕에 뚫은 구멍을 통해서 사다리를 타고 집을 드나들었다고 한다. 이런 구조의 집들은 어떤 위계를 느낄 수 없는 평등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책은 이 도시가 어떻게 번성했고 사람들은 어떻게 도시에서 살았는가를 실제 본 듯이 설명한다. 신석기라는 고대 시대의 사람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신선했다.


미국 미시시피 강변의 카호키아는 유럽인들이 미국에 오기 전 가장 큰 도시였다고 한다. 일단 북미대륙이 유럽 사람들에게 '발견'되었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의 무식을 깨게 한다. 여기도 사람이 살고 있었고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카호키아 사람들은 흙으로 피라미드를 쌓았고 여러 시설을 건설해서 나름의 사회를 만들어 살고 있었다. 책은 카호키아 사람들이 어떻게 도시를 만들고 부흥하고 결국 쇠락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앙코르와 폼페이는 많이 들어보고 아는 도시다. 수세기 동안 유적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앙코르는 사실 버려진 다음에 다시 수도의 기능을 하기도 했고 거기 살던 사람들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주위에 그대로 살고 있었다. 이 경우 도시가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도 싶다. 

폼페이는 사실 화산 폭발로 도시 전체가 순식간에 사라진 경우긴 하다. 하지만 주민들을 응징하기 위해서 갑자기 화산이 폭발한 것이 아니라 그전부터 징조는 계속 있어왔고 그 규모를 짐작하지 못했을 뿐이다. 도시가 그렇게 되고 난 뒤에 생존자들은 도시 근처에서 그대로 살았다고 하니 이 역시 폼페이가 사라졌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대로 옮긴거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책 제목은 사라짐에 대한 이야기지만 깊숙히 들어가면 사라지지 않은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버려지고 사라졌다는 개념은 외부자들의 시선이었고 거기 살던 사람들은 그대로 살았고 다만 오랜 시간에 걸쳐 도시의 모습이 바뀌었을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이 좋다. 네 도시의 모습에서 각 도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고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갔는지 또 어떻게 쇠락했는지 등을 실제로 보는 듯이 잘 그려내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다. 도시의 흥망성쇠는 비단 옛 도시들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게 한다. 고급스런 르포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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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과 문명의 경계에서 바라본 세계사
에발트 프리 지음, 소피아 마르티네크 그림, 손희주 옮김 / 동아엠앤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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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은 동양과 서양 모두에서 발달했지만 대중적으로 많은 저술이 이루어진 곳은 상대적으로 서양이었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로 서양이 동양을 압도하게 되면서 '인류의 역사'는 서양부터 시작되는 것이 당연한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사실 역사는 지구 곳곳에서 만들어졌고 어느 역사가 우위에 있다고 할수는 없다. 그런데도 세계사라고 하면 서양사 위주로 이야기하다가 뒤에 가서 동양사 조금 넣는 식이었다. 이제는 그렇게 노골적인 책은 잘 없다고 하지만 아직도 많은 책들이 서양사 위주인 것이 많아서 균형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데 불편함을 준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편향된 것이 아니라 비교적 균형적으로 역사를 바라보게 하고 서술 자체가 기존의 통사식이 아닌 도시와 관련된 역사를 통해서 세계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 신선한 느낌을 준다. 책을 펼치면 공간과 시간을 통해서 역사를 보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시간 표기법이 어떻게 통일이 되는지 그것을 바탕으로 어떻게 역사를 이해하는지 등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색다르게 기준을 정한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본격적인 역사 이야기는 아프리카에서부터 시작된다. 사실 인류 원인은 아프리카에서 출현해서 전 세계로 퍼졌다는 것이 정설이긴한데 이것을 가볍게 넘어가는 경우가 제법 있는데 여기에서는 중하게 잘 서술하고 있다. 3장 바빌론에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다룬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라는 지역의 특성과 함께 여기에 왜 인류가 살게 되는지를 설명해준다. 비옥한 땅이면서 교통하기가 쉽고 또 재해가 있기에 많은 역사가 이루어졌다. 그래서 여러 문명과 문화가 발달하고 중첩되고 경쟁했던 것이다. 책은 그런 과정을 쉽고 어렵지 않게 잘 설명하고 있다.


책은 아직 서양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이어서 인도양의 바리가자를 소개한다. 열차 이전의 세계의 주 교통로는 물길이었는데 다양한 물길을 통해서 물건을 싣고 나르면서 교역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책은 서기 1세기 인도양의 교역망을 설명하면서 왜 인도양에서 이른 시기에 거대한 물길이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6세기 인도양 지도를 보면 인도양의 물길이 얼마나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 확연하게 이해가 된다. 인도양은 인도와 함께 거대한 제국인 중국 사이의 교역로가 되었다. 물론 이 두 나라 사이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여러 물건들이 빠짐없이 이 교역로를 통해서 교환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기 2000년의 인더스 문명은 갠지스강을 통해서 펼쳐진다. 인더스강의 하류에 모헨조다로 왕국이 번성했다는 것을 비롯해서 이 지역에 문명이 발달하고 또 멸망한 것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여러 왕조들을 통해서 인도의 역사를 알아가게 한다.


인도에 이어서 또 다른 동양의 큰 문명인 중국을 소개한다. 장안은 7-8세기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 당시의 왕조 당은 막강 국력을 가졌고 장안의 인구는 1백만이 넘었다. 세계 유일의 도시였다. 이 장안에는 세계에서 모인 각양 각생의 사람들이 살았던 초국제도시였다. 이 도시가 다른 나라 특히 동아시아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책은 7세기 100만 도시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있다.


이제 본격적인 서양사가 전개가 된다. 그 유명한 로마 제국. 책은 서양의 중국이라고 표현하는데 우리에게는 쉬우면서도 신선한 비유법이다. 지중해를 두고 여러 나라가 패권을 겨뤘고 결국 로마가 승리하면서 수백년 제국의 기반을 쌓게 된다. 책은 로마의 시초부터 최전성기, 그리고 비잔티움제국으로 이어지는 로마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로마가 서양의 원류를 이루는 제국이기에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책은 그 뒤로 중앙아시아 유목 민족을 소개하면서 징기스칸을 보여주고 이어서 아메리카 대륙의 모습도 살핀다. 아프리카 왕국과 인도 무굴 제국을 통과하면서 중세와 근세의 역사를 이해하게 하고 있고 베를린과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통해서 독일 제국과 사회주의 공화국의 도시 모습을 이야기 한다. 훗카이도를 통해서 일본이 제국으로 나아가면서 그 지역의 지배자가 어떻게 바뀌는가를 알아가는 것도 흥미로왔다. 책은 현대의 도시까지 보여주면서 전체적인 역사의 발전상을 보여주고 있다.


책은 두껍다. 하지만 재미있다. 여러 세계사 책을 봤지만 신선하면서 색다른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게 하는 책이라서 좋았다. 책 한권에 인류의 역사를 다 넣은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좀 더 세밀하게 더 많은 나라와 도시를 다루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수십 장의 컬러 도판과 책 곳곳에 적당하게 제시하는 상세한 지도는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리 어렵지 않고 쉽게 재미있게 쓰여졌기에 역사에 관심 있는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추천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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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의 위대한 패배자들 - 한니발부터 닉슨까지, 패배자로 기록된 리더의 이면
장크리스토프 뷔송.에마뉘엘 에슈트 지음, 류재화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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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모든 것이 승자의 위치에서 쓰여지기 때문에 사실이 왜곡되고 진실을 다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의 이면까지 들여다봐야 진실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그런데 사실 패자의 역사를 알기란 쉽지 않다. 패자의 입장에서 쓴 기록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패자라고 해도 '명망'이 있어서 그 흔적을 지우기 힘든 경우는 어느 정도 기록이 남기에 그들을 통해서 실체에 접근할 수가 있다.


이번에 나온 책은 비록 패자라고 해도 드높은 '이름'을 날린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 뒷면에 담겨진 역사적인 일들을 알 수 있게 한다. 첫번째로는 '한니발'을 소개하는데 정말 이름값을 하는 사람이다. 로마가 제국으로 발돋음하기 전 최대의 적이었다. 로마와 지중해를 두고 패권을 다투던 카르타고의 명장이었는데 기발한 전술과 전략으로 로마를 궁지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역사상 최초로 알프스산을 넘었다고도 하는데 그것이 최초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그만큼 생각지도 않은 전술을 구사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의 조국은 이 명장을 뒷바침할 능력이 되지 않았던 것에 있다. 막대한 패배를 당했어도 다시 전력을 충원한 로마에 비해서 한니발의 카르타고는 한번의 승리 이후에 로마를 뿌리뽑을만한 지원을 하지 못했다. 한니발은 자국 영토에서 싸운 것이 아니라 로마의 영토에서 싸웠기에 더욱더 지원이 필요했으나 결국 배신을 당한다. 그러고 여러나라를 전전하면서 도피를 하지만 이 명장의 가치를 알고 있는 것은 카르타고가 아니라 로마였다. 언제 다시 로마의 후환이 될까 싶어서 끝까지 추적해서 죽게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를 패배시켰던 로마의 명장 '스키피오'도 반강제로 은퇴당했다는 것이다. 일생을 배신 당했던 한니발은 과연 누구를 위해서 전쟁을 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클레오파트라는 미녀의 대명사로 독사에 물려 죽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녀가 단순히 미녀라는 것만 알려졌지 자신의 조국을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한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녀는 이집트의 지배자였고 로마의 침략에 맞서서 이집트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서 로마를 이용했던 것이다. 그녀는 안토니우스까지는 성공했지만 훗날 로마의 초대 황제가 되는 옥타비아누스는 실패했다. 그래서 그녀는 저속한 매춘부라는 악명을 얻었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능력있고 가치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미국 남북 전쟁의 남부군 총사령관 로버트 리는 패배자임에도 위대한 미국 장군의 반열에 오른 특이한 사람이다. 사실 그의 성향으로봐서는 노예제를 옹호하는 남부보다는 노예 해방을 주장하는 북부에 더 어울렸던 사람이다. 실제로 북부군 지휘관으로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신념보다도 고향을 더 끔찍하게 여겼던 사람이다. 고향을 위해서 남부군을 맡았고 모든 면에서 열세였던 군대를 잘 지휘해서 북부군을 몰아붙였다. 그는 남부가 북부를 이기기라고 여기진않았다. 그저 승기를 잡아서 북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북부는 결코 질 생각이 없었고 압도적인 능력의 북부군에 결국 패배한다. 하지만 그는 남부군 총사령관으로써 예우를 받았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대학 총장을 하면서 여생을 평화롭게 보낸다. 그 이후에도 미국 최고의 군인의 대우를 받는다. 그가 그의 신념대로 북부를 택했다면, 최소한 남부군을 맡지않고 중립이라도 했다면 전쟁에 희생당한 사람이 적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그의 선택이 아쉽기만 하다.


리처드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재임중 탄핵당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악명을 갖고 있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한 행동은 분명 잘못되었고 불법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빼고 나면 어느 대통령보다 능력있는 사람이었다. 그 이후의 진보적인 대통령보다 더 진보적이었고 베트남 전쟁의 수렁에서 벗어날려고 했으며 중국과 외교 정상화를 하면서 평화를 구축했다. 그 사건이 없었다면 그가 당선이 되었을까. 그리고 미국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고 거기에 우리의 역사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장제스는 수 억의 중국인을 책임진 총통의 자리에 올랐지만 너무 큰 옷을 입은 장군이었다고 평하는데 일견 수긍이 간다. 국민당의 파벌과 부패에 좀 더 집중을 했다면 중국 농민들의 마음이 그렇게 달아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국공합작 후 공산당보다 더 열심히 일제에 항거했던 것을 과소평가한것은 아닌가도 싶다. 


이밖에도 여러 인물들의 알려진 평에 비해서 속에 숨은 능력과 잘못된 사실들에 대해서 잘 이야기해주고 있다. 장단점을 잘 설명하면서 이쪽과 저쪽에서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해서 더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한다. 무엇보다 지은이가 아주 흡입력있게 글을 잘 쓰고 있다. 사실과 평을 적절하게 잘 섞어서 재미있게 잘 읽을 수 있게 한다. 이 책을 읽는다면 역사는 위대한 승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빛나는 패자'도 있음을 잘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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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의 역사 - 홀연히 사라진 4천 년 역사의 위대한 문명도시를 다시 만나다 더숲히스토리 1
카렌 라드너 지음, 서경의 옮김, 유흥태 감수 / 더숲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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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뭔가 신비스러우면서도 위험한 느낌이 든다. 사실 고대에 큰 나라를 이루었던 지역인데 기독교 성경에서 부정적으로 기술한 것만 기억에 있고 예술의 여러 분야에서 악의 제국으로 묘사한 것도 있고 해서 음험한 기운까지 있었다. 하지만 바빌론은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위대한 곳이다.


바빌론은 오늘날의 이라크 지역에 있었던 고대 왕국이다. 왕국의 수도가 바빌론이었기에 도시 이름이기도 하고 지역 이름이기도 하고 왕국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는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지만 이미 수 천년전에 바빌론이라는 강력한 나라가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서구 문명에 많은 영향을 끼친 지역라고도 볼 수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많이 소개되지가 않았던 것 같다. 단편적인 사실만을 기술했는 것이 전부인데 이제 바빌론이 어떤 곳이고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 개괄적이나마 알 수 있는 책이 발간이 되었다.


책은 바빌론의 시초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그 유명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일어난 유크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근처에서 일어났다. 이 지역은 사람이 살기에 적당하면서 농경하기에 좋았기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여러 나라들이 일어났다. 바빌론은 그 틈바구니에서 큰 나라가 된 것이다. 비옥한 땅과 그 땅의 중요성 때문에 많은 이합집산이 있었고 그 중심에 바빌론이 있었다. 바빌론이 메소포타미아의 패자가 된 것은 함무라비 왕이다. 그 유명한 함무라비 법전을 만든 그 왕. 그는 탁월한 영도력으로 주위를 제압해서 바빌론이 우뚝서게 만들었다.


바빌론의 최고의 영광은 네부카드네자르 2세때였다. 그는 명실상부하게 제국을 만들었고 바빌론의 영향력으로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큰 성장을 했던때였다. 그 이후에 여러 나라들과의 경쟁속에서 때론 패배하고 때론 승리하면서 2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메소포타미아의 중요한 도시로 이어져왔다. 그러다가 알렉산더 대왕때 제국의 수도로 번영할 수 있었지만 그의 급서로 그 지위가 오래가지 못했고 그 후계들에서는 큰 관심을 갖지 못하고 점점 빛을 잃어하게 되었다.


바빌론에서는 특이한 것이 있는데 바빌론의 주신인 마르두크 신앙이다. 왕은 세습되는 것이 아니라 마르두크 신이 점지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빌론을 얻으려는 자는 꼭 마르두크신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러면 그가 바빌론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신앙은 바빌론와 동일시할만큼 중요했다. 여러 지배자들이 마르두크 신전에 들러서 자신이 마르두크 신에게서 바빌론을 집할 허락을 받았음을 알려야 했다. 수 천 년 전 이런 제의식을 통해서 권위를 확장한 것이다. 


책은 바빌론이 어디에서 일어나서 어떻게 발전을 했고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잘 알려주고 있다. 오늘날 바그다드를 가리켜 바빌론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바빌론은 알렉산더 이후로 사라졌던 것이다. 그 이후에 전설로 남은 바빌론에 대해서 사람들은 관심을 버리지 않았다. 로마 황제 조차도 바빌론을 보고 싶어 했고 근대에 들어와서 고고학의 발달로 활발한 유물 유적의 발굴이 이루어졌다. 아쉽게도 바빌론 당대의 건축물은 남아 있지 않다. 많은 전쟁을 통해서 무너졌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때는 건축 재료가 흙이었기 때문에 오래 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바빌론이 수 천년 동안 이어져 온 것은 단순히 군사적으로 강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문화적 과학적으로 큰 발전이 있었기에 살아남아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메소포타미아는 비옥하지만 홍수가 잘 일어나서 그것을 막기 위한 여러가지 수리 시설이나 건물을 지어야 했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수학이 발달했고 이것이 그리스의 천문학과 결합해서 더 크게 발달했다고 한다. 그밖에도 여러가지 학문과 기술이 발달해서 이것이 결국 서양의 문물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바빌론에 대해서 크게 아는 것이 없었는데 이 책 덕분에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을것 같았다.이 지역은 명성에 비해서 아직도 다 알려지지 않았다. 그 당시를 기록한 것이 쐐기문자인데 이것을 해독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유물 유적도 아직 다 발굴되지 못했다.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지역이라서 갈길이 멀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지역이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고대 중동의 역사에 대해서 그리고 바벨탑으로 상징되는 바빌론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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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히스토리 -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의 대응 방식
세르히 플로히 지음, 허승철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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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 소련의 체르노빌이라는 곳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해서 수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고 방사능에 오염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그때는 나이도 어렸고 방사능이 얼만큼 무서운 것인지를 실감하지 못했다. 그때는 공산국가 소련이라서 그런일이 일어났고 원자력은 원래 안전하다는 정부의 말에 그려려니 하고 살았다. 무신경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이 원자력 발전소가 늘 안전하지는 않다는 것과 이곳에서 사고가 나면 얼마나 큰 일이 일어나는지 이웃 일본에서 일어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붕괴사건에서 뼈져리게 느끼게 되었다.


정확히는 지진으로 인해서 발전소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지만 이미 설계단계에서 그 정도 지진은 견디게 만들어졌고 여러 위험한 상황에도 대처할수 있게 했다고 했지만 그것이 무너진 것이다. 문제는 원자력 발전소가 고장이 나면서 흘러나온 방사능때문에 많은 사상자가 생기고 그 일대는 사람 한 명 살지 못하는 땅이 되었다. 그것이 일어난 후쿠시마는 방사능 오염 지역이라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여기에서 만들어진 모든 식음료는 먹지 못하는 것으로 기피 대상이 되었다. 그 상황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데 사실 언제 자연상태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바로 이웃인 우리에게 크나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오랫동안 선진국인 일본도 그 사고 이후 대처도 제대로 못하고 사실을 정확히 알리지 않았는데 과거 공산국가였던 소련은 말해서 뭐하겠는가. 수십년동안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상황은 어떠했는지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하지만 그 사건은 소련만이 아니라 전유럽 아니 전지구적으로 영향을 끼쳤고 아직도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다니 보통 문제가 아닌 것이다.


책은 스웨덴 스톡홀름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평소와 다름없다고 여겼던 날인데 방사능 수치가 보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방사능 수치가 엄청나게 나왔고 이들은 발전소에 사고가 나거나 원자 폭탄이 폭발했다고 여겼다. 그러나 그런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그런 현상은 스웨덴 뿐만 아니라 노르웨이 핀란드 등 다른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일어났다. 


조사끝에 이것은 소련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소련은 자기들에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면서 끝내 입을 닫고 만다. 당시는 냉전이 한창이던 시기여서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어디 한 나라만의 문제인가. 그때의 은폐와 조작은 수십년이 지나도록 진실을 덮었던 것이다. 이 문제가 전 유럽으로 확산되고 나서야 부분적인 사실을 말했지만 그 뿐이었다. 자신도 감당하지 못할 엄청난 일이 일어났는데 그 자체를 숨겼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사실 이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수도 있었다. 천재지변을 제외하고 이런일은 꼭 인간의 부주의로일어나는데 이미 소련에서는 몇번이나 유사한 일들이 있었다고 한다. 1975년 레닌그라드 원전에서 원자로의 결함으로 가동 중지 이후에도 핵분열 반응이 일어난 결과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때 이 결함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고 그 이후 사고에 대한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그냥 쉬쉬하면서 덮었던 것이다. 그것이 11년후 체르노빌 원자로 4호기에서 똑같은 양상으로, 그러나 불행히도 더 엄청난 규모로 일어난 것이었다.


철의 장막에 가려져 있던 소련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이미 전조가 있었던것도 있지만 소련 당국의 무능함으로 더 큰 사건이 되었다. 어쩌면 피해를 줄일 수가 있었는데 인간같지 않았던 그들 때문에 아직도 체르노빌은 죽음의 땅이 된 것이다. 지은이는 당시 원전 근처의 강 중류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그 엄청난 비극의 한 가운데에 있었던 것이다.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얼마나 큰 고통과 혼란을 겪었는지 생생한 증언자라고 할 수 있다. 훗날 비밀 문서가 해제되고 진실에 좀 더 접근할수 있게 되었을때 체르노빌이 어떻게 일어났고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낱낱이 밝히게 된다.


지은이가 진단한 사고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무능한 소련 정부에 있었다. 원전의 관리도 허술했고 사고 이후 수습도 못했으며 심지어 은폐하고 조작까지 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핵과 방사능에 대한 무지와 절대 그럴리 없다는 과학 기술에 대한 맹신도 작용했다. 원자력 발전이 적은 원료로 큰 전기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큰 발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수 많은 기술의 집합체인 원자력 발전이 잘못될리가 없다는 오만이 이 사건을 키운 것이다. 이런 엄청난 일이 일어났는데도 거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은 어찌보면 예견된 일이다. 직접적인 것은 아니라고 해도 그런 의식이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사건까지 이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체르노빌 사태는 이후 소련이 붕괴되는 하나의 매개체가 된다. 수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은폐와 방관만 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은 우크라이나 주민들을 일깨우게 된다. 그들은 관련 정보를 밝히라는 운동을 하게 되고 끝내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하게 된다. 독립 열망은 도미노처럼 번져서 결국 소련이 무너진다. 소련은 이미 체르노빌 사건에서부터 금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책은 불가능한 경제 정책과 거기에 수반되어 결함이 고쳐지지 않은 채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되고 그 과정에 일어난 많은 부조리, 그리고 사건이 일어나고 난 뒤에 소련 당국의 무능과 부패 등이 세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 가운데 재난에서 사람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수없이 희생한 많은 영웅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과학자,소방관,경찰관,광부,노동자들은 어쩌면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방사능이 누출된 체르노빌로 가게 된다. 어찌되었던 고장난 발전소에는 사람이 들어가서 고칠수밖에 없었기에 이들은 그야말로 목숨바쳐 임무를 완수했던 것이다.


책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일어났고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 그 전반에 대해서 생동감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지은이가 직접 겪은 사실에 비밀에서 해제된 기밀 문서를 물 흐르듯 잘 결합해서 역작으로 만들었다. 체르노빌 사건의 전후는 이 책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입체적이고 세밀하게 잘 그려졌다.


핵은 핵폭탄만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같이 살아가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가 잠재적인 무서움이다. 비록 소련과 지금은 다르다고 해도 핵이 붕괴되는 사건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일단 사건이 일어나면 아무리 뛰어난 정부라고 해도 속수무책이다. 사실 어쩌할 도리가 없다. 그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는 것이 원전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원전과 관련해서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찬성파라고 해서 원전의 위험함을 모르지는 않지만 대안이 없는 원전 축소에 반대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 이미 고에너지 소비 사회가 되었는데 원자력을 쓰지 않고 전기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더 있어야 한다. 원자력 자체는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 없어져야 하겠지만 어떻게 없앨것인가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아직도 원전이 위험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도 이 책을 보면 좋겠다. 원전이 잘못 되었을때 어떠한 댓가를 치뤄야 하는지 이 책을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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