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디츠 - 나치 포로수용소를 뒤흔든 집요한 탈출과 생존의 기록
벤 매킨타이어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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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이 책을 읽기로 한 것은 지은이 때문이다. 실제 이야기를 마치 만들어 낸 마냥 극적으로 재미있게 쓰는 지은이 '벤 매킨타이어' 를 믿었기에 이 책도 그럴 것 같아서다. 전작인 '스파이와 배신자'에서 느꼈던 그 글쓰기의 역량이 기대됐는데 책을 읽어 보니 역시나 였다. 글 쓰는 솜씨는 어디 가지 않았다. 사실을 아주 극대화해서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흡입력 있게 잘 썼다. 


이번 책의 무대는 제 2차 세계 대전 중에 독일이 운영한 포로수 용소 '콜디츠'다. 사실 독일 포로 수용소는 유태인 학살과 관련한 것들을 주로 기억하고 있다. 그 유명한 폴란드 '아우슈비츠' 포로 수용소 같은 곳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독일이 유태인 포로 수용소만 운영 했을 리가 없다. 여러 나라와 전쟁을 했기에 유태인이 아닌 일반 포로들을 수용한 시설도 있었을 것이다. 워낙 유태인 관련한 학살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그렇지 일반 수용소도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이 '콜디츠' 인데 이 곳은 일반 수용소 중에서도 가장 다루기 어려운 포로들을 가둬 둔 시설이었다고 한다. 


일단 외관상 상당히 폐쇄적이다. 산 위에 성이 있는데 이것을 개조해서 포로 수용소로 쓴 것이었다. 주위는 절벽이고 이 성 외에는 다른 건물이 없다. 그야말로 포로 수용소로 쓰기에는 딱 맞는 곳이었다. 원래 1043년 경 지어졌다고 하는데 그때부터 주위를 압도하고 무언가 강력함을 나타내는 분위기였는데 거의 천 년이 지나서 포로 수용소로 사용이 된다니 뭔가 아이러니한 느낌도 든다.


아무튼 구조적으로 탈출하기는 불가능한 곳이었지만 다른 포로 수용소와 마찬가지로 여기도 수 없이 많은 탈출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경비가 아주 삼엄하기도 했고 천혜의 요새라서 구조적으로 상당히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 없으면 만들어내고 뭔가 기회를 엿보는 존재 아닌가. 그들은 곧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땅굴을 파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여러 포로들에게 비슷하게 든 생각이고 곧 여러 곳에서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그것은 서로 알고 한 것이 아니라 각각 따로 시도한 작업이었다. 나중에 서로 협력하기도 했지만 견제하기도 했고 배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역경을 뚫고 결국 성공에 이르게 된다.


사실 이 책은 수 많은 예술 작품에 나온 탈옥이야기를 중점적으로 그린 것이 아니다. 감옥을 탈출하는 이야기도 잘 전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이 '감옥'의 주된 인물들인 독일군과 포로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독일군 포로 수용소에 대해서 대충 알고 있는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이미지와는 반대로 콜디츠에서는 상당히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이른바 '제네바 협정'에 의해서 포로들에게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여러 복지 혜택도 제공하고 있었다는 것이 이채롭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럭저럭 살 만 했던 것이다. 탈옥만 시도 안 한다면.


책은 그런 안정된 상태의 이면에 도사린 여러 인간 군상들을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국, 프랑스, 폴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필연적으로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원래 부터 군인이었던 것이 아니라 여러 직업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었는데 공산주의자, 과학자, 동성애자, 여자, 탐미주의자, 속물, 귀족, 스파이, 시인, 배신자들 각양각색이었다. 그야말로 포로 수용소가 하나의 작은 사회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갈등과 불화 그리고 협력 등 또 다른 전장의 복잡한 모습을 잘 그리고 있다.


2차 세계 대전이 막바지에 그것도 독일의 패배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은 아마 독일군이나 포로들이나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탈출을 시도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자유 의지가 작동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은 나름 복잡한 상황에 있던 포로 수용소에서 보이는 여러 인물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감옥 탈출이라는 피 말리는 시도를 흥미롭게 잘 보여주는 수작이다. 소설이 아니라 논픽션이라는 점에서 현실이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피 튀기는 전장이 아닌 포로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긴장감 있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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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대동여지도 - 한글로 쉽게 읽고 활용하는 <대동여지도> (최신 개정판)
김정호 지도, 최선웅 도편, 민병준 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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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여지도는 웬만한 한국 사람이라면 이름을 들어본 지도다. 어떤 지도인지는 몰라도 이름 정도는 들어본 사람이 많다. 과거 위인전에 빠짐없이 등장했고 지도의 우수성에 비해 운명이 조금 슬펐기 때문에 아마 사람들이 많이 분개하기도 했을 것이다.


대동여지도는 조선 말 당대 지리 지식을 총망라한 그때로서는 최고의 지도였다. 주로 군사적인 면에서 많이 제작됐던 조선 전기에 비해 후기에는 상업적인 면으로도 많이 제작됐는데 그런 시류를 반영해서 대동여지도는 군사는 물론 정치, 행정, 경제 등 여러 방면으로 실 사용 할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하고 과학적으로 제작이 되었다.


이 지도를 만든 사람은 김정호인데 그의 일생에 대해서는 자세히 전해진 바가 없다. 당시의 신분제상 중인 이나 몰락한 양반 정도로 해석을 하기는 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 지도는 당시 지배층의 지원을 받아서 만든 것이라는 거다. 옛날에 최남선이 당시 지배층이 어리석어서 이 지도를 못 알아보고 김정호를 옥살이 시키고 지도는 불태웠니 뭐니 해서 그것이 오랫동안 진실인 양 흘러왔으나 전혀 근거도 없고 실질적으로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대동여지도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고 당시의 수 많은 지도와 지리 서적의 장단점을 고스란히 흡수해서 단점을 줄이고 만든 것인데 핍박을 받았다면 어떻게 지도를 만들었겠는가. 그것은 낭설일 뿐이다. 그저 대동여지도는 김정호라는 뛰어난 지리 학자에 의해 조선의 지도 제작 기술을 총망라해서 최후로 만들어진 가장 과학적인 지도라는 것이다. 


그런 대단한 지도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자로 적혀 있어서 실물로 접하기가 어려웠는데 이번에 나온 한글판은 대동여지도의 본 모습을 충분하게 알아갈 수 있게 한다. 지도를 보면 왜 군사 뿐만 아니라 행정, 상업에도 잘 쓰일 수 있는 가를 알 수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산과 산봉우리, 강, 호수 등 자연 지리가 실려  있지만 항구나 관청, 고을도 상세히 기재되어 있어서 교통을 알기 위한 목적으로도 좋은 지도다. 게다가 토지, 인구, 창고, 군사 조직 등도 있어서 여러 방면에서 실용적인 목적으로 쓰기에 참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조선은 초기에 그 당시로는 최고의 세계 지도라고 할 수 있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제작할 정도로 지리학에 대한 능력이 탁월했다. 대동여지도는 그런 지도 제작의 역량이 이어져서 만들어진 지도인 것이다. 그래서 이 대동여지도를 알아 가는 것은 우리 내면의 지도 제작 능력을 알아가는 면에서 뜻 깊다 할 수 있다.


일단 대동여지도는 가로 세로 수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지도지만 휴대하기 편하게 지도첩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그것을 참조해서 한글판도 첩의 형태인 하나의 책으로 만들었는데 보고 싶은 지역을 손쉽게 찾아서 볼 수가 있다. 각 지역에는 기본적으로 산과 하천을 자세히 그리고 거기에 이어진 여러 길들을 통해서 당시의 지리 정보를 유추할 수 있다. 자신이 태어난 고장과 인근 고을을 비교하면서 오늘 날의 상황에 맞춰 본다면 지리를 보는 눈이 더 넓어질 것 같다.


책은 필요에 따라 오리고 자르고 붙이고 할 수 있고 각 지역의 지도에 채색도 할 수 있다고 하니 한 권으로 한 반의 아이들이 이어 붙여서 하나의 큰 전도를 만들 수도 있다고 한다. 이미 많은 학교에서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 일반인 독자들이야 그러진 못하고 그저 자주 보면서 여러 지역을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설화 같은 이야기로 우리에게 익숙한 대동여지도가 한글판이 되어서 너무나 가깝게 다가왔다. 비록 현대의 지도 기법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아무런 측정 장비도 없었을 당시에 이렇게나 정확한 지도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 지금 봐도 이상한 점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지도를 한글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마운 일이다. 글은 없고 그림이 대부분이어서 금방 한 권 보게 되지만 자신이 태어나거나 관심 있는 지역 위주로 자세히 보면 대동여지도의 가치를 더 잘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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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를 꿰뚫는 질문 25 - 제국의 문화, 열림과 닫힘 꿰뚫는 질문 1
조영헌 외 지음 / arte(아르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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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34018)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세계 역사에서 바로 이웃한 나라와 역사적으로 좋은 경우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주위에 중국과 일본이 있는데 역사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 많았고 지금도 갈등의 여지가 있는데 앞으로 미래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은 정말 '만고의 진리'다. 그런 의미에서 주위 나라들에 대한 경계와 함께 관련된 지식도 많이 알아야 하는데 그 출발점은 역사가 아닐까 싶다. 그 나라가 왜 그렇게 형성되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등을 알기 위한 실마리는 역사를 보면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으로 대표 되는 대륙 세력은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것이 중국 한족이던 만주의 여러 부족이던 많은 침략을 당했다. 물론 내내 침략을 당한 것은 아니고 중국 왕조에게 선진 문물을 받아서 우리의 문화를 더 융성하게 하기도 했다. 우리의 생활에 알게 모르게 스며 있는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 많을 것이다. 중국 역사 변화에 따라서 우리 나라 역사도 크게 바뀐 적이 많고 또 많은 영향을 받았기에 우리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도 중국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관련되는 책들도 많고 중국 역사를 소개하는 책들도 참 많다. 중국의 전체적인 역사를 소개하는 책들도 많다. 그런데 중국 역사가 워낙 오래되고 또 관련되는 내용이 많아서 어느 정도 알기에도 사실 쉽지 않다. 보통은 우리 역사와 관련되는 부분을 중점으로 보는데 그러다 보면 전체 역사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번에 나온 책은 좀 더 특이한 형식의 내용이다. 책 제목처럼 25가지의 질문을 선정해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서 당대의 이야기를 설명하는 형식이다. 질문들을 보면 역사를 좀 안다면 궁금해 여길만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좀 더 효과적으로 중국의 역사를 전달하려는 지은이들의 고심이 느껴진다. 젊은 세대도 잘 이해할 수 있게 쉽게 풀어서 잘 쓰고 있긴 한데 기본적으로 중국의 역사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아야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질문 자체가 나올 수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초급용이라기 보다는 중급 정도는 돼야 책에 대한 비판적 읽기가 가능할 것 같다.



우선 첫 번째 질문은 중국 최초의 황제 진 시황에 대한 것이다. 중국은 진 시황 이전에도 수 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춘추 전국 시대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 시대이긴 하지만 오늘날의 중국을 만든 원형은 아니다. '중국' 이라는 정체성을 확실하게 만들어 낸 것은 진 시황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진 시황이 어지럽게 분열 되어 있던 중국 대륙을 통일하고 통일된 법과 규칙을 제정하면서 중국이라는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한에 의해서 틀을 완성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가 중요한데 사실 진 시황이 중국 역사에서 큰 일을 한 것이 맞지만 통일 진 나라가 15년 만에 멸망하면서 많은 것이 사라졌다. 특히 진을 멸망 시킨 반진 세력이 의도적으로 진의 역사를 폄하한 흔적이 있다. 


책에서는 진 시황이 어떻게 해서 중국을 통일하면서 어떻게 전국을 통치 했는지 이야기 하고 있는데 흔히 알고 있는 '분서갱유'에 대해서도 부풀려지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뒤에 나오는 항우가 저지른 악행이 더 큰데도 시황이 악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는 것은 어쩌면 억울한 일이다. 여러가지 실책을 저지른 것은 있지만 최초로 중국을 통일하고 중국의 시스템을 만든 시 황제는 영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홉 번째 질문은 흔히 유약한 나라라고 여겼던 송 나라에 대한 이야기다. 송은 건국 당시부터 문에 의한 무의 통제 즉, 문민 통제를 천명했던 나라다. 송 태조 자신이 무인 출신이었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 전의 당과 5대의 역사를 통해 통제되지 않는 군대는 나라를 혼란에 빠지게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대의 통수권은 오직 황제만이 갖고 있어서 각 지역의 절도사들이 독립적으로 군대를 움직일 수 없었다. 어쩌면 좀 비효율적인 면이 있는데 그 결과 요나 금과 같은 북방 민족에 의해 침략을 당해서 이겨 내지를 못했다고 하는 것이 기존의 역사적 해석이다. 


그러나 송의 군사력이 무능한 것은 아니었다. 풍부한 재정을 기반으로 잘 조직된 군대가 있었고 그것이 있었기에 요나 금이 침략해왔어도 끝내 망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 나라들이 당대 최고의 군사력을 가졌는데 하필 송 때 전성기여서 송이 이겨 내질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송은 끈질기게 저항을 했고 그래서 그 험악한 나라들이 송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책에서는 무를 천시해서 외침을 당한 송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부정한다. 오히려 송의 군사력은 강했으며 그것은 나중에 몽골의 침략을 수 십 년 버텨낸 것으로 증명이 된다. 몽골은 아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까지 박살 낸 지구 역사상 최강의 나라 아닌가. 그런 몽골을 그만큼 막은 나라는 아마 우리 고려와 더불어 몇 개 없을 것이다. 책은 송에 대한 많이 알려진 것들에 대해서 좀 더 올바른 해석을 하고 있다.


정화의 원정 기록이 태워 없어져 버렸다는 것은 몰랐었는데 처음 알았다. 서양의 대항해시대 이전에 이미 아프리카까지 대선단을 운영했던 명 나라 영락제 시기 정화의 대원정은 인류 역사에서 참으로 특이하다. 1405년에 시작된 이 원정은 그 당시에 이미 세계에 대한 대략적인 지리를 인식하고 있었고 대양으로 나아가기 위한 배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 대단하다. 그로부터 수 십 년 뒤에 이루어질 유럽의 항해는 정화 때 보다 규모나 인원 면에서 훨씬 작았다는 점에서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보 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엄청난 사건이 그냥 묻히고 말았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목적으로 시작된 이 원정은 영락제가 죽자 바로 중단이 되는데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관련된 자료를 다 없앴다는 것이다. 


대원정을 하면서 막대한 재정이 들었고 그것을 주도한 정화가 환관인지라 환관에 대한 반감도 있었고 이런 복합적인 이유에 대외 정책이 폐쇄적으로 되면서 관련 기록이 폐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도 이 원정에 대한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 전체 규모가 어떤지 어떤 것이 오갔는지 여러 물품이나 배에 대한 것들이 사라져버렸다. 이후 오랫동안 멀리 나가는 배를 만드는 기술 자체가 사라졌다고 한다. 먼 바다로 나가는 것을 억제한 명의 정책때문에 그런 배를 만들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원정은 중단되어도 그 정책은 살아있었다면 인류 역사는 달랐을 것인데 생각해보면 참 아쉬운 일이다.


총 25개의 질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25가지 질문이 모두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내용이다. 책은 그 질문이 나오게 되는 전후 사정을 잘 설명하고 있어서 질문과 관련한 시대를 알아갈 수 있었다. 앞에서도 말했 듯이 어느 정도 중국의 역사를 안다면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 없이 잘 쓴 내용이다. 기존의 단순하고도 고정적으로 알려진 사실이 아닌 실제적인 사실이 무엇 인가를 알 수 있게 하고 중국사를 좀 더 폭넓게 보게 한다는 의미에서 중국의 역사를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읽으면 좋을 책이라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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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20 - 1910 망국 본격 한중일 세계사 20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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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는데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역시 욕심이 과하기 때문일 것이다. 안 당해 봤을 때는 몰랐는데 내 입장이 되니까 생각이 달라진다랄까. 많은 역사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고 안 그랬으면 하는 것도 있겠지만 우리 역사에서 절대로 다시 일어나서는 안되는 것 하나만 뽑으라면 바로 일제에 의해 나라가 망한 1910년의 그 경술국치다. 


우리 스스로 반성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계속해서 우리만 반성하고 다시 복기 한다고 해서 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쳐들어온 외적의 상황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다시 똑 같은 상황이 왔을 때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나도 알고 적도 알아야 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진리다.


조선이 후기에 들어와서 여러가지 요인으로 국력이 쇠하고 세상 물정도 모르다가 결국 일본에 망하게 되었다는 것은 다 알지만 그렇다면 일본은 당시 어떠한 상황이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놈들이 어떤 단계를 거쳐 힘을 키웠고 또 침략의 본성을 드러내게 되었는지 알아야 다음을 대비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일본 못지 않게 당시 우리를 옥죄려 했던 청의 상황도 알아야 당시 조선의 위치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책들이 있겠지만 이 시리즈 좋다. 만화라는 형식으로 보기도 좋지만 안의 내용도 좋다. 많은 역사적 사실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쉽고 어렵지 않게 소개하고 있어서 당시 조선, 청, 일본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이 세 나라 말고도 관련된 다른 나라들도 필요한 만큼 설명하고 있어서 당시의 세계사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처음 출간될 때는 20권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 못 했는데 어느새 20권을 채웠다. 이번 책은 우리도 다 아는 슬픈 결말이다.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은 관련된 책을 읽으면 될 것이지만 보통 사람들이 이 시리즈만 완독 해도 충분할 것 같다. 총 20권인데 안에 내용이 만만찮아서 시간 들여 읽으면 좋다. 만화라서 접근성도 좋으니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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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장소 - 유럽 속 이슬람 유산
박단,이수정 외 지음,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기획 / 틈새의시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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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냉전이 끝나고 세계는 평화가 올 줄 알았다. 그러나 인간은 원래 전쟁의 동물인지 여러 이유로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우리네 삶에 공포를 드리우게 하는 것은 '테러'다. 게다가 그 테러가 특정 건물이나 상대 군대를 겨냥한 것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민간인에 대해 일어나고 있어서 정말 일상이 깨지고 있다. 


테러가 일어나는 이유는 여러가지 있지만 종교와 관련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서구 유럽으로 대표 되는 기독교와 중동의 아랍으로 대표 되는 이슬람이다. 사실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결은 하루 이틀 일어난 것이 아니라 수 백 년에 걸쳐 일어나서 쉽게 손 대기 힘든 상황이다. 증오가 쌓이고 상대를 존중하지 않은 상태에서 평화란 멀기만 한 것 같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없다면 이런 험악한 상태는 언제 끝날 지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 원래 기독교와 이슬람은 적대적이었나. 아니 적대적일 수 밖에 없었나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대체 어떤 사이였길래 서로 화합하고 포옹할 수가 없단 것인가. 과거에 서로 잡아 죽이고 미워하는 상황이 지금까지 계속되어서 그런 것일까. 이 질문에 답을 하자면 '아니오' 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기독교 문화와 이슬람 문화는 서로 따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발전을 했고 서구 유럽 곳곳에 이슬람의 유산이 있다는 것이다. 미워한다면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이 책은 유럽 속에 많은 이슬람 유산을 이야기하면서 결국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면 궁극적으로 갈등을 줄일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상대를 모르니까 전쟁을 하는 것이다.


사실 인류의 발전이라는 것이 따로 따로 진행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서로 서로 좋은 점을 주고 받으면서 발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독창적으로 혼자만 발전하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역사를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유럽의 역사에서 이슬람이 이바지한 것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지금은 서양 유럽이 중동 이슬람보다 여러 면에서 앞서고 있지만 수 백 년 전에는 이슬람이 문명의 중심지였다. 말하자면 이슬람이 선진국이었던 것이다. 서양은 이슬람의 선진 문명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결국 더 큰 문화를 발전시키게 되어 상황을 역전 시켰다. 아직도 유럽 곳곳에는 이슬람의 흔적들이 있다. 이 책에서는 총 4가지 관점에서 유럽 속의 이슬람을 설명하고 있다.


첫 장 '종교의 기억'에서는 우선 헝가리의 이슬람 문화를 이야기 한다. 헝가리는 과거 기독교 국가였지만 이슬람 제국이었던 오스만의 통치를 받았다. 무려 150년에 걸쳐서 오스만이 헝가리를 통치 했는데 당연하게도 사회, 문화 등 전 방면에 큰 영향을 주었다. 책에서는 '가지 카심 모스크' 를 통해 이슬람의 영향을 설명한다. 오스만 제국이 세운 이 건축물은 후에 로마 가톨릭 교회인 성모 마리아 교회로 개조 되었다고 한다. 그런 변화에도 원래의 오스만 건축 요소를 대부분 유지하고 있다. 이 건물을 통해 헝가리와 오스만 제국의 역사적 관계와 두 문화의 융합을 잘 보여주고 있다. 


헝가리는 오랜 역사적인 기간을 통해 서로 합쳐졌다면 영국은 비교적 최근에 이슬람 문화가 많이 들어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샤 자한 모스크' 다. 이 모스크는 과거의 기억을 보존하면서도 다문화 사회를 구성하는 영국 사회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이미 400만명을 넘긴 이슬람 인구는 더 이상 대립의 종교가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화합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2장 '문화의 기억'에서 첫 이야기는 '엘 시드의 노래' 다. 중세 스페인의 서사시인 이 이야기를 통해 아랍의 스페인 통치, 그리고 이슬람을 상대로 한 저항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이때 저항은 과거 전통으로부터의 완전한 단절이 아니라 이베리아 반도에 기독교와 이슬람 공동체가 공존하던 중 발생한 복잡한 문화적인 상호 작용을 말하는 것이다. 7세기에 걸친 아랍의 지배였기에 배타적인 저항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예로 알람브라 궁전을 이야기한다. 13세기 이슬람 나르스조의 수도로 건설되었지만 이후 가톨릭 세력이 궁전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 궁전에서 보여주는 이슬람 문화의 정수는 아직도 많은 관광객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찬란하다. 


이밖에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아 베네치아에서도 이슬람의 흔적은 쉽게 발견이 된다. 이들 지역은 이슬람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또 발전시켜서 기독교- 이슬람교의 융합 적인 문화를 키워냈다. 교역 뿐만 아니라 외교와 순례에서도 서로 간의 교류가 있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종교 문화가 충분히 평화적으로 교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때로 전쟁도 있었지만 평화롭게 접촉한 시간이 더 길 정도로 서로 간에 적대감이 쌓이진 않았다.


3장 '언어의 기억'에서 주목받아야 할 인물은 '이븐 할둔' 이다. 그는 19세기 초에나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역사 서술의 학문화를 이미 14세기 말에 제창했다고 한다. 책에서는 그의 업적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있는데 여러 분야에서 방대한 서술을 했고 여러 사상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그는 실제적으로 유럽의 여러 역사, 사상의 아버지로 봐야 한다는 논의까지 있다. 너무나 뛰어난 인물이어서 지금까지도 연구가 되고 있다고 한다. 


책은 이밖에 좀 더 전문적인 이야기로 독일어나 스페인어 속에서 아랍어의 잔향을 말해 주고 있다. 수 백 년 동안 교류를 했는데 언어에 영향이 없을 리가 없다. 좀 어려운 부분이지만 이들 국가에서 아랍어를 발견하는 것도 흥미롭다.


마지막 4장 '일상의 기억' 편에서 우선 '플라멩코'가 나온다. 음악과 노래, 춤으로 이루어진 스페인의 공연 예술인 플라멩코는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집시에 의해서 탄생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아랍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랍 안달루시아 춤이라고 할 수 있다. 플라멩코라는 단어 자체가 아랍어에서 나왔다고 아랍인들은 주장한다. 이 플라멩코를 탄생시킨 모리스코인들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 세력이 물러난 뒤에도 떠나지 않고 남아 있었다고 한다. 책은 이슬람을 몰아내기 위한 기독교 세력의 투쟁을 이야기하면서 결국 이 춤 자체가 유럽과 이슬람의 융합임을 말하고 있다. 


독일의 국민 거리 음식은 '되너 케밥' 이라고 한다. 케밥은 튀르키예의 유명한 전통 음식 이름인데 이중에 독일에서 널리 퍼지게 된 국민 음식이 되너 케법이라고 한다. 이 음식은 비교적 최근에 독일 음식이 되었는데 2차 대전으로 남성의 노동력이 부족해진 독일에 많은 튀르키예 노동자들이 이주하면서 탄생했다. 튀르키예에서 기원했으나 독일식으로 만들어진 케밥이라고 하겠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튀르키예에는 없는 독일만의 대중 음식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유럽에 만연한 반이슬람 정서와 무슬림 이주민에 대한 편견을 고려할 때 별다른 저항 없이 독일 음식이 된 사례를 통해 일상에서 이슬람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책은 여러 각도에서 유럽과 이슬람이 대립과 배척만 했던 것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다. 때로 전쟁을 하기도 했지만 더 많은 기간 평화롭게 공존했고 서로의 장점을 살려서 더 크게 융합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영향이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고 흔적은 곳곳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잘 살았는데 오늘날의 이런 대립은 결국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서로 싸우는 것은 여러 가지 복잡한 것들이 뭉쳐져서 그렇긴 하다. 그러나 과거에도 잘 협력했고 서로 평화로왔으니 아주 실마리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조금씩 서로 노력한다면 미래의 유럽은 좀 더 달라질 수도 있을 텐데 가능성은 모르겠다.


큰 주제 아래 여러 명의 글쓴이가 있어서 조금 통일성이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책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뜻은 대체로 잘 이야기하는 것 같다. 책을 통해 기독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가 사실은 더 협력하고 평화로왔음을 더 잘 알게 되었다. 문명은 충돌하기만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알려주는 책. 유럽과 이슬람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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