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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삼킨 세계사 - 12척 난파선에서 발견한 3500년 세계사 대항해
데이비드 기빈스 지음, 이승훈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7월
평점 :

별에서 중요한 것은 물이다. 왜냐하면 물에서 생명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자들이 외계 생명체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물의 존재를 반드시 찾는다. 우리 인간도 수 많은 세월을 거쳐서 오늘날의 인류로 진화했는데 근원을 따지자면 물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의 역사는 물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많은 문명들이 강을 끼고 발달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발달한 문명들은 바다로 나아가려고 했다. 많은 영역의 바다를 지배한 세력이 큰 나라로 성장하게 된다. 그만큼 바다는 역사상에 중요한 공간인 셈인데 다르게 말하면 바다를 통해서 역사를 알게 된다는 말도 되겠다.
그래서 바다와 관련한 역사를 잘 살펴야 역사의 흐름을 잘 알 수 있다. 작은 바다, 큰 바다를 건너기 위해 노력한 나라가 결국 강력한 국가가 되고 인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경우가 많다. 그동안 바다와 관련한 역사 책들은 제법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색다른 방법으로 역사를 복원 시키고 있는데 바로 '수중 고고학'이다. 바다에서의 고고학인데 우리가 보통 고고학이라고 하면 모래 바람을 마시면서 땅을 파고 들어가는 것이 연상이 된다.
그런데 바다를 헤엄치고 들어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이 연구가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서 관련한 장비의 발달로 더 깊은 곳으로 탐험이 가능해지면서 많은 역사적인 배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지은이는 그런 바다 속의 고고학을 평생 연구한 학자고 이 책은 그 발견한 많은 배들 중에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것들을 선별해서 그 속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사실 제대로 연구만 할 수 있다면 수중 고고학만큼 특별한 탐사도 없다. 육지는 한 문명이 일어나서 그냥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위로 많은 문화가 겹겹이 쌓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하나 하나 따져 들어가야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난파선은 침몰 당시에 사용되던 것이라 비교적 정확한 연대 측정을 할 수 있다. 난파선 위에 또 난타선이 있고 그런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난파선을 탐사하는 수중 고고학의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1장에서 청동기 시대의 난파선을 소개한다. 무려 기원전 16세기의 흔적이다. 사실 청동기 시대 하면 감이 잘 안 잡히는데 우리 고조선 건국인 기원전 2333년 전이 청동기 시대다. 그 까마득한 시대에 바다를 건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영국 '도버 보트' 를 이야기한다. 공사 중 발견된 이 배는 여러 조사를 거쳐 기원전 1575~1520년 경 건조 되었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리고 이 배를 복원해서 시험 항해를 해 본 결과 실제로 잘 나아갔다. 이것은 당대에 조수, 해류와 바람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영불 해협은 물론이고 저 멀리 발트해나 비스케이만까지 가는 것도 가능 했을 것이라고 추정이 된다. 영불 해협이 어디 옆 바다인가. 그 옛날 아주 멀리 느껴지는 그 바다를 이미 인간은 건너서 여러 가지 교류를 했다는 것을 이 배를 통해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이다.
2장의 울루부룬 난파선을 통해서는 후기 청동기 시대 에게해의 미케네 문명과 동지중해의 교류의 흔적을 알 수 있고 그 속에서 발달, 쇠퇴의 과정을 겪는 이야기를 엮어낸다. 3장과 4장은 서양 문명의 기둥이라고 할 그리스, 로마 시대의 교류를 통해 바다를 제패해야 결국 제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마지막 12장에서는 비교적 최근의 일인 제 2차 세계 대전에서 활약한 상선 'SS 게어소파호'의 이야기다. 많은 상선들이 전쟁 물자를 싣고 영국 인근 바다를 항해하다가 독일 유보트에 의해서 격침 당했는데 전쟁이 끝날 때까지 거의 3500척 이상의 배들이 가라앉았다고 한다. 책은 게어소파호의 항해를 통해서 교역과 전쟁의 실제적인 모습을 흥미롭게 추적하고 있다. 침몰하는 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증언과 배에 실린 많은 편지를 통해 정말 치열하게 싸웠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상선 선원들의 용기와 분투가 없었다면 전쟁은 더 오래 갔고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이 되었을 것이다.
책은 이런 식으로 각 시대 별로 인상적인 배를 소개하고 그 배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연구가 되었는지 설명하면서 배가 운행되던 당대의 역사를 소개한다. 가까운 곳을 가는 배가 아니라 먼 곳을 가는 배였기에 관련해서 많은 짐을 싣고 있었고 바닷속에서 오랫동안 존재할 수 있는 여러 유물을 통해서 당대를 복원하고 있다. 육지에서 발굴한 여러 유물과 대조해서 그 시대를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지역에서 생산이 안 되는 어떤 유물이 이런 난파선을 통해서 바다를 통한 교류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등 수중 고고학은 육지의 고고학과 상호 보완하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바다는 무섭다. 그래도 인류는 바다로 나아가려고 끊임 없이 노력했고 수 많은 희생을 통해서 결국 대륙과 대륙은 연결이 되었다. 지구의 바다와 호수에는 기록된 것만 25만 척 이상의 배가 가라앉아 있는 것으로 추정이 된다고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치열하게 전투를 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바다로 나아가려는 인류의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 날의 번영은 없었을 수도 있다. 오늘날에도 바다를 통해서 얻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옛날 바다를 제패한 영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했 듯이 바다를 어떻게 경략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이 책은 그런 인간과 바다 그리고 바다와의 격렬한 싸움의 흔적인 난파선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많은 비밀을 알게 한다.
책은 재미있다. 각 시대를 대표해서 12개의 난파선을 소개하지만 그 속의 역사적 사실은 두툼하다. 바다를 통해 사람과 물자가 오고 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발전을 이룩게 했는지 그 인과 과정을 잘 살펴 설명하고 있어서 인류 역사에서 새삼 바다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준다. 난파선이 발견이 되어 어떤 식으로 연구가 되고 결과를 도출해 내는지 수중 고고학의 과정을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책 쪽 수도 많지만 속에 든 내용은 더 많다. 시간을 들여 세심하게 읽어야 지은이가 전하는 내용을 다 흡수할 수 있다. 정성이 깃든 고급스러운 책이다.

[본 서평은 부흥 까페 서평 이벤트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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