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한다는 착각 - 나는 왜 어떤 것은 기억하고 어떤 것은 잊어버릴까
차란 란가나스 지음, 김승욱 옮김 / 김영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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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초점은 어떻게 하면 기억력을 좋게 하는 것이다. 살면서 기억이 흐릿하거나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곤란한 상황에 빠진 적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기억력이 좋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사실 기억력이 좋으면 공부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분명히 좋은 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기억을 좋게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왜 기억하는가' 에 대한 생각은 잘 안 하는 것 같다. 이것은 이 책의 지은이가 주장하는 핵심인데 '왜 기억하는가'를 생각한다면 기억에 관한 제대로 된 개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살면서 왜 기억하는지에 대한 개념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기억력이 나빠지지 않을까 고민 했지 기억하는 기본 개념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왜 기억하는가' 에 대한 지은이의 말은 발상의 전환을 하게 하는 좋은 질문 같다.


책에서도 나오듯이 어떤 기억은 오래 지속되고 어떤 기억은 금방 잊어 버린다. 잊어 버린 기억이 더 중요하게 여겨질 때도 있고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고만 좀 잊어버렸으면 할 때가 있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잊었으면 하는 기억을 떠올리면 너무 선명하게 떠올라서 괴로울 지경이다. 그렇다면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기억은 기본적으로 선택적이라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우리가 태어나서 보고 겪은 모든 일들을 하나 하나 다 기억할 수는 없다. 그 만큼의 뇌 용량이 안 되어서 그럴 것이다. 이때 선택과 집중을 하는데 그 선택의 근거가 되는 것이 '맥락'과 '도식' 이라는 틀이라고 한다.


우리는 어떤 상황의 기억을 '덩어리 째'로 한다고 한다. 말하자면 공감각 적으로 하는데 예를 들어 경찰에서 수면 요법으로 기억을 불러오려고 할 때 주위 환경을 상세하게 묻는 경우가 있다. 이때 어떤 사물까지 구체적으로 떠올리는데 이것은 우리가 상황을 덩어리로 기억하기에 그 공간을 다 기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필요에 의해 기억할 뿐 늘 우리가 기억하지는 않는다.


요컨데 우리의 뇌는 기억을 하는 것이 1차 목적이 아니라 버리는 것이 1차 목적이다. 수 많은 정보가 들어오는데 그것을 다 기억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뇌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기억할 것은 기억하는데 뇌의 작용이 우리의 의지와는 또 다르기 때문에 기억의 부재로 불편할 때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사람들이 같은 장면을 봐도 똑 같이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눈에 보이는 같은 상황을 보는데 어떻게 기억이 다를 수 있을까. 그 이유는 우리의 뇌가 각각 갖고 있는 경험과 기억에 따라서 매번 정보를 새롭게 재구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상상을 할 때와 기억을 할 때 활성화 되는 뇌 부위가 거의 일치한다고 한다. 말하자면 기억 속에 상상이 섞여 들어가서 비슷하지만 다른 기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같은 장면을 보고도 사람마다 기억이 다르게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 기억 자체도 왜곡되고 거짓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기억을 다 믿으면 안 된다. 


사실 과거의 내 기억 중에서 안 좋은 기억을 나중에는 좋게 포장해서 기억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이것은 좋은 것일 수 있는 게 그 기억으로 내가 삶을 괴로워하기 보다 좋은 쪽으로 왜곡해서 기억한다면 삶을 더 긍정적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는 이것이 인류가 살아 남기 위해 진화

시킨 적극적인 생존 방식이라고 하는데 설득력이 있다. 세상은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에 과거의 기억을 적절하게 변형 시키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한 면이 있다. 


그러나 아무튼 기억력이 좋은 것은 살면서 좋은 점이 많다. 시시콜콜 기억하는 것이 어떤 작업을 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고 내가 살아가는데 이익이 된다. 그렇다면 더 기억을 잘 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지은이는 '호기심'을 가진 인간이 살아남는다고 한다. 사실 인류가 문명을 발달 시키고 지금까지 더 나은 삶을 살게 된 것은 호기심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더 좋은 것 인가에 대한 호기심, 더 잘 살기 위한 호기심 등등 더 많이 머리를 쓰는 행위 자체가 기억을 좋게 한다는 것이다. 사실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것도 더 많은 시간을 머리 쓰는 행위에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자꾸 보고 또 보고 하니까 기억을 하게 되는 것이고 그 와중에 문제를 풀면서 답을 맞춰가는 그 행위 자체가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다. 


어렸을 때는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 기억이 좋아야 하고 어른이 되어 살면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기억이 좋아야 한다면 노인이 되어서는 치매나 뇌질환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기억이 필요하다. 나이 들어서 치매가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호기심을 가지고 무엇인가에 관심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에 관한 생각은 어떻게 하면 더 기억력 좋게 하는가에 대해서 이 책은 '왜 기억하는가' 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기억하는 행위 자체가 우리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평소에 생각하지 못한 방향의 전개라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제목처럼 내가 기억한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겠다.

책은 사실 쉽지 않다. 초반부의 과학적인 설명이 조금 어려운데 그 부분을 지나면 지은이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방향을 느낄 수가 있다. 조금 천천히 되새기면서 읽어야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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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일기장 - 백문백답으로 읽는 인간 다산과 천주교에 얽힌 속내
정민 지음 / 김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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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다산 정약용은 정조 대왕과 더불어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큰 위인이다. 그의 호인 '다산'은 여러 지역이나 단체에서 쓰일 정도로 정약용이라는 인물은 많이 알려져 있다. 진정한 천재급 위인으로 여러 분야에 걸쳐서 수준급 이상의 능력을 가졌었다. 저작물도 많은데 '목민심서' 가 대표적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알려진 명저인데 그만큼 속의 내용이 시대를 관통하는 진정한 뜻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쉬운 것은 다산이 태어나서 자랐던 시기가 조선의 국운이 서서히 지고 있었던 때라는 것이다. 조선의 문물이 흥성 했던 세종 때라면 더 큰 활약을 했을 것이나 그가 전성기였던 정조 시기는 흔히 조선의 르네상스라고는 하나 왕조의 모순이 점점 극대화되는 시기였고 영-정조 개인의 능력으로 왕조의 수명을 늘여 놓은 것에 불과했다. 그런 시기에는 한번 실수하면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정조의 신임을 받던 그가 하나의 문제로 큰 위기를 맞게 된다. 바로 천주교 문제다.


우리나라의 천주교는 특이하게도 실학자들에 의해 종교가 아니라 학문의 대상으로 연구되면서 도입이 되어 신자가 되는 구조였는데 그것이 주로 남인 학자들에게 일어났다. 다만 천주교는 당시 조선에서 금기시되는 사상이었고 비교적 온건적으로 대했던 정조 시대라고 해도 천주교를 믿는 다는 것 자체는 위험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그런 천주교를 정약용이 믿었던 것이다. 잘나가던 젊은 신료에게 공개적으로 천주교를 믿는 다는 것은 단순히 벼슬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정도가 아니라 목숨까지 걸 사안이었다. 


이 책은 천주교를 믿는 문제로 위기에 봉착한 다산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그의 진면목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제목처럼 다산이 쓴 일기에서 속 마음을 낚아 채어 당대의 시대적 상황과 결부시켜 해석을 하고 있는데 상당히 내용이 깊다. 일단 다산이 쓴 일기는 사실을 위주로 적어서 직접적인 감상을 나타내는 부분이 적다. 즉 자신의 속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다산의 일기는 혼자만 보기 위해서 쓴 것이 아니라 남에게 보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쓴 것 같다. 단순한 사실의 나열처럼 보이지만 그 행간에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넌지시 알리는 식이다. 그래서 객관적인 글에서 주관적인 내용을 찾아야 하는데 지은이가 그 세밀한 작업을 통해서 다산의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다.


이 책에서는 다산의 일기 중 '금정일록', '죽란일기', '규영일기', '함주일록' 부분에서 당시 다산의 상황과 시대상을 해석하고 있다. 시대상으로는 정조 후반기 1795년에 해당된다. 이때 천주교 즉 서학을 믿는다는 이유로 금정찰방으로 좌천되면서 쓴 것이 금정일록이다. 사실 아무리 정조라고 해도 나라가 엄금하는 서학을 신봉하는 다산을 두둔하기는 어려웠다. 대신 완전히 내치지는 않고 작은 외직에 두면서 공을 세우면 중앙으로 불러들이려고 한 것이다.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금정일록인데 여기 일기에서 단순하게 찰방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님을 이야기 한다. 


사실 찰방은 역참을 관리 감독하는 임무지 누구를 쫓고 하는 관리는 아니다. 그런데 다산은 금정에서 오랫동안 잡히지 않았다는 천주교 지도자 이존창을 검거하고 중간 리더인 김복성까지 검거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다산이 서학을 버리고 정학(성리학) 으로 돌아섰다는 명분을 줄려고 정조가 기획한 것이고 다산은 잘 따랐던 것이다. 책에서는 여러 상황을 통해서 이런 것이 잘 흘러갔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이 정도로 무마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다산은 성호 이익이 남긴 저서를 정리하는 강학회를 열기도 했고 퇴계 이황의 편지를 읽고 감상문을 쓴 '도산사숙록' 까지 썼다. 이 모든 것은 다산을 중앙으로 불러들이려는 정조의 배려이기도 했지만 실제 다산의 의지가 있었다고 생각이 든다. 사실 다산이 천주교를 믿었지만 배교했다고 하긴 어렵다. 이제 서학을 버리고 정학으로 돌아왔다는 모습을 보이긴 했고 그 뒤로 천주교와 관련된 행동이나 말은 없었다곤 하지만 속까지 믿음을 저버렸진 않았을 것 같다. 다산은 중앙 정치계에서 자신의 포부를 펼치고자 한 야망을 버릴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드러내 놓고 배교자의 모습을 보인 것도 아니다. 그저 겉으로 다시 서학 추종의 모습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관직 생활을 이어가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 


책은 여러 일기를 통해서 당시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고 다산 자신의 마음이 어떠했는가를 잘 알려주고 있다. 책이나 드라마 등 많은 매체에서 다산을 은근히 다정하고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서 사실 그의 진면목을 모르고 있었는데 확실한 것은 그가 여러 분야에서 상당히 박식하고 똑똑하고 활동력도 있었지만 성격 자체는 직선적이면서 강팍한 면도 있었고 일기의 내용과 배치를 봤을 때 교활한 면도 있었다는 것이다. 작은 것에 원한을 두고 오랫동안 남을 비판한 것도 있는 것을 보면 대인의 면모가 있는 것은 아니란 생각도 들었다. 단순히 위대한 정약용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와 똑 같은 면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에서는 그런 다산의 다양한 모습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능력 있는 신하를 잘 쓰고자 여러모로 안배를 했던 정조와 그런 정조 곁에서 자신의 뜻을 펼치고자 했던 다산과의 인연은 1800년을 끝으로 끝나고 만다. 1795년 금정찰방으로 내렸다가 금방 조정으로 복귀할 것 같았던 다산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몇 년 후에나 정조의 가까이에 안착하게 되지만 정조의 갑작스런 승하로 끝내 다시 복귀하지 못한다. 정조 승하 몇 년 전 그 중요한 시기에 다산 정약용이라는 출중한 능력의 인물이 잘 쓰이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 만일 다산이 일찍 중앙으로 복귀했다면 정조 사후 조선이 급격히 무너지는 일은 없었을 수도 있다. 


책은 참 잘 쓰였다. 정약용 연구의 전문가인 정민 교수가 딱딱하고 객관적인 일기를 여러 기록과 대조하고 당시 시대적인 상황을 비교 분석해서 그때의 모습을 잘 복원하고 있다. 다산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그리고 정조와 그 시대가 어떠했는가를 잘 설명하고 있는 역작이다. 이 책을 통해 다산 정약용의 진면목을 입체적으로 잘 이해할 수 있기에 정약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서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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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 세상의 모든 전략과 전술
임용한 지음, 손무 원작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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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역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손자병법' 이라는 책을 들어 봤을 것이다. 이 책은 전쟁사에 관한 최고의 바이블이라고 할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다. 수 많은 병법서들이 나왔지만 이 책을 능가하는 책은 없었다. 전쟁에 대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담고 있어서 책이 나온 지 수 천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책이 나온 것은 기원전 6세기 중국의 춘추 시대 끝 무렵이다. 이때는 시기적으로 '청동기 시대' 다. 우리 역사로 봐도 상당히 오래 전의 시대인데 이때 벌써 인류의 자산이라고 할 책이 나온 것이다.


손자병법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쓰여진 책이지만 그 내용이 인간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책의 내용이 사회에서도 통용이 된다. 그래서 처세나 기업 운용 등과 관련해서 해석한 많은 책들이 있다. 그런데 사실 손자병법은 기본적으로 전쟁을 위해서 만든 책인 만큼 전쟁 측면에서 해설하는 책이 많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나온 이 책이 그런 아쉬움을 상당히 메꿔준다. 책의 지은이인 임용한 작가는 전쟁사에서 우리나라의 손꼽히는 역사가인데 서양과 동양의 수 많은 전쟁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잘 소개한다. 이 책에서도 각 장에 관련 있는 실제 전쟁의 예를 적절하게 전개 시키고 있어서 손자병법을 좀 더 쉽게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손자병법은 총 13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계 , 작전 , 모공 , 군형 , 병세 , 허실 , 군쟁 , 구변 , 행군 , 지형, 화공 , 용간 순으로 쓰여져 있는데 사실은 이것보다 내용이 더 많다고 한다. 다만 시대에 따라서 지금까지도 그 뜻이 사용될 수 있을 정도로 잘 쓰여진 것이 13편이기에 보통은 이것만 소개한다고 한다. 물론 중간에 소실되어 알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13편의 내용은 전쟁의 근본적인 속성을 잘 나타내고 있기에 아마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계속해서 읽힐 것이다.


책을 펼치면 우선 1편 시계부터 나온다. 이 부분은 처음의 계획이라는 뜻인데 손자가 생각하는 전쟁에 대한 개념을 이야기한다. 전쟁이라는 것은 패하면 엄청난 고난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기에 신중해야 함을 말한다. 승리한다고 해도 나름의 피해가 있기에 전쟁이란 것은 없어야만 하지만 일단 전쟁을 한다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나라의 생사가 걸린 일이기에 여러 가지 검토할 것을 이야기한다. 즉 '실상'을 잘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국지 조조의 예를 통해서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잘 파악해야 제대로 승리할 수 있다고 한다. 2차 세계 대전의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군은 전력을 다 해야 할 때 다하지 않고 괜한 양동 작전으로 힘을 분산시켜서 결국 본 전투에서 지고 말았다. 이때 전력을 다 했다면 일본군이 이겼을 것이다. 


이 밖에도 여러 편에서 전쟁을 할 때 생각해야 할 여러 가지를 이야기 하는데 많은 적절한 예를 들고 있어서 병법의 내용을 쉽게 파악하게 한다. 마지막 편인 용간은 간자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간자는 지금 말로 스파이 간첩을 말하는데 전쟁에서 아주 중요하다. 이미 그 당시에 간자를 이용한 첩보전이 활발했다. 간자를 이용하면 그 만큼 전투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아지고 더 크게 보면 전쟁 자체를 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그 중요성은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1차 세계 대전의 '타겐베르크 전투' 에서 열세의 독일군이 이길 수 있었던 배경은 암호를 해독해서 적절한 공격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독일군이 2차 세계 대전에서 절대로 해독 할 수 없다는 '이니그마' 에 대한 지나친 자만심으로 결국 패하고 만다는 것은 역사를 뒤돌아 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책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지만 손자는 근본적으로 전쟁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미 1편에서도 전쟁으로 인한 손실이 많음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애초에 전쟁을 하지 않은 방향으로 만드는 것이 최선이고 어쩔 수 없이 전쟁을 한다면 무조건 이기는 상황을 만들라고 한다. 말하자면 '이기는 싸움만 해라' 인데 우리 이순신 장군의 전투 상황과 똑같다. 이순신 장군은 23번 싸워서 23번 이긴 최고의 명장인데 이 23번은 이길 싸움을 철저히 준비해서 이긴 것이다. 질만한 상황은 절대 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계속해서 승기를 가지고 상대를 압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원칙이다.


책은 재미있으면서도 쉽게 읽힌다. 지은이인 임용한 작가는 전쟁의 역사를 쉽게 잘 풀이하기로 유명한데 그 진가가 잘 발휘된 책이다. 손자병법 13편의 내용에 맞는 동서양의 수 많은 전투를 적절하게 제시해서 이 희대의 병법서를 쉽게 접근하게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이 책이 왜 오랫동안 수 많은 사람들에게 애독되었는지 수 많은 위인들이 읽었는지를 그 가치를 느끼게 된다. 꼭 손자병법을 읽는다고 생각 안하고 책에 소개된 수 많은 전투 일화를 읽기만 해도 그 재미를 쏠쏠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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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 - 십자군 전쟁에서 배우는 평화를 위한 지혜
박승찬 지음 / 오르골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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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십자군 전쟁' 이라는 것을 들어 봤을 것이다. 조금 더 아는 사람이라면 이슬람에 점령 당한 '예루살렘'을 구하기 위해 서유럽 기독교 국가들이 전쟁을 벌인 것이라는 정도는 안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다. 십자군 전쟁이 대체 뭐였는지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어느 정도라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서양에서는 역사의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의미 깊은 역사적 사실이었지만 우리에게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기에 그럴 것이다.


사실 영화나 소설 등에 십자군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 다분히 서양의 시각이 들어간 것들이 많은데 보통 서방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 세력간 의 종교 전쟁 정도로 나온다.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내용이다. 분명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 전쟁의 의미도 있지만 내용을 들어가면 같은 기독교끼리 싸우기도 하고 이슬람도 일치된 것이 아닌 서로 분열되어 있어서 딱 잘라서 이쪽 저쪽 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것은 이 전쟁이 사실 상당히 복잡한 원인이 있었고 겉으로 보이는 '성전'의 이미지와는 달리 탐욕이 바닥에 깔려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해야 한다. 예루살렘을 구하기 위한 순수한 신앙의 열정이 있긴 했지만 그게 온전한 목적은 아니었던 것이다.


책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십자군에 관한 잘못된 이야기를 수정하고 진짜 십자군 이야기를 전개한다. 십자군 전쟁의 이면에 가려진 배경을 설명하고 어떻게 전개가 되는지 차근차근 잘 이야기하고 있어서 책을 읽다 보면 십자군이 왜 일어났는지 결말과 의의는 무엇인지 잘 알 수 있게 한다.


우선 십자군이 일어나게 된 것 배경을 알아야 한다. 십자군 전쟁의 주된 목적지인 예루살렘은 원래 동로마 제국의 영토였지만 후에 이슬람 세력의 지배하게 된다. 그런데 당시 중세인들의 큰 소망이 성지 순례였는데 예루살렘이  그 대상이었던 것이다. 동로마 제국의 영토였을 때는 큰 상관이 없었지만 이슬람 왕조의 지배하에 있을 때가 문제였다. 다행히 이슬람 왕조는 몇 가지 조건을 지키면 순례를 막지 않고 보호를 해주었다. 예루살렘은 기독교 뿐만 아니라 이슬람에게도 성지였기에 순례객들을 막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셀주크 투르크의 지배 하에서 순례를 전면 금지하기에 이른다. 강력한 이슬람 왕조를 세우기 위해서 그 전의 평화로운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이것이 기독교 탄압으로 확장되고 퍼지면서 서유럽 기독교 세력들을 자극하게 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당시 동로마 제국 황제가 로마 교황에게 군사적 도움을 요청하고 이것을 교황이 받아들여서 성지 탈환의 목적으로 십자군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책에서는 총 8차까지의 십자군 전쟁을 소개하고 있고 각 차수 별로 역사적 사실이 어떻게 되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종교적인 열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옆 동네도 아니고 수 만 리 떨어진 곳으로 전쟁을 하러 간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다. 내 전쟁도 아니고 남의 전쟁이고 나와는 큰 상관도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 전쟁이 일어나기 위한 여러가지 동기가 있다. 그런 동기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그 머나먼 원정을 떠나게 되는데 책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당시는 중세 봉건 시대인데 11~12세기는 인구가 크게 증가하던 시기고 이때 토지 부족이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상위의 사람들을 빼고는 많은 사람들의 경제 계층이 고정이 되어서 그대로 놔두면 폭발할 수도 있었다. 이런 불만을 가진 사람들을 동방으로 보내서 토지나 부나 명예를 쟁취하게 했고 또 상인들은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한 기회이기도 해서 여러가지 이익이 보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당시 점차 힘을 길러가는 각 국의 왕들을 눌러 놔야 할 필요성을 느꼈던 당시 교황의 정치적인 입장도 한 원인이 되었다. 결국 당시의 전쟁은 단순한 종교적인 것이 아니라 그것을 표면으로 삼아서 각 위치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참여한 것이었다.


책은 그렇게 결성된 십자군 전쟁을 1차 때부터 마지막 전쟁까지 순차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1차 때의 원정으로 결국 예루살렘을 탈환하지만 이것을 동로마 제국에 반환하지 않고 그 일대에서 왕국을 건설하게 되는데 그것이 이스라엘 왕국이다. 그 외에도 3개의 다른 기독교 계열 왕국이 건설된다. 사실 동로마 제국의 입장에서는 이 지역의 지배권을 십자군의 힘을 빌어서 가져가려고 했겠지만 그런 순진한 생각이 어디 있겠는가. 피를 본 십자군 입장에서는 순순히 내놓을 수는 없었던 것이고 이들의 인식 차이는 십자군 전쟁 내내 이어졌고 결국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상황이 되면서 결코 화합 할 수 없게 된다. 


십자군 전쟁은 약 200 년 동안 계속되었지만 결국 실패한다. 각 세력 간의 화합도 되지 않았고 서로의 이익 만을 탐했기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내용을 보면 서유럽 십자군과 동로마 제국간에도 협력이 되지 않고 서로 반목했고 이슬람 세력도 계속해서 분열했다. 서로 간에 싸우기도 했고 적의 적은 동지란 의미에서 동로마 제국이 이슬람 왕조와 비밀리에 협정을 맺기도 하는 등 딱 잘라서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 들어 갔다. 


우리는 이 전쟁이 종교 전쟁도 아니고 문명의 충돌도 아니란 것을 알아야 한다. 그저 당대에 각 나라 별로 종교 별로 개인 별로 나름의 이익을 위한 전쟁이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물론 자신의 재산과 생명을 담보로 성전을 탈환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친 사람도 분명히 있었다. 결국 이 전쟁이 한 두 개로 쉽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상당히 복잡한 여러 동기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었고 200년 동안 일어난 일인 만큼 그 해석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은 쉽게 잘 읽힌다. 십자군 전쟁은 중세 유럽에 많은 영향을 끼쳐서 여러 결과를 낳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우선 순위의 전쟁이 아닌지 관련된 책이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십자군 전쟁이 무엇인지 그 개념부터 전개, 결과 , 의미 등을 전체적으로 쉽게 잘 설명했다. 이 전쟁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이 책만 읽어도 충분히 그 시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관련된 지도나 특히 그림이 풍부해서 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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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회에도 쿠데타가 있었는가?
조원진 외 지음 / 틈새의시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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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쿠데타는 보통 정권 탈취의 목적으로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행위라고 알고 있는데 우리 현대사에서 5.16 군사 쿠데타나 12.12 사태 등에 해당된다. 이때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합법 정부를 군대를 이용해서 불법 강압적으로 타파하고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 시키려고 했다. 이때 만들어진 정부를 우리는 군사 정부라고 부르곤 했다. 그렇다면 과거 우리 역사 중에서 고대사에는 어떤 쿠데타가 있었을까. 이 책은 그런 의문을 종합적으로 잘 풀어주는 내용이다.


책은 우선 위만 조선을 설명한다. 위만 조선은 고조선을 이은 나라인데 우리 역사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정변, 즉 쿠데타이다. 위만은 그 정체가 불분명했는데 대략 만주 쪽에 살던 조선계 인물인 것으로 추정한다. 책은 그의 정체성을 설명하면서 당시의 정세와 여러 자료를 종합해서 조선 출신으로 이야기하는데 설득력이 있다. 그가 중국 출신의 외국인이었다면 그렇게 쉽게 정변을 일으키진 못했을 것이다. 


당시 고조선의 왕이었던 준왕은 그가 같은 조선계라는 것을 믿고 북방을 지키는 임무를 주면서 받아들였다. 책은 위만이 고조선으로 건너오게 된 여러가지 상황과 그것을 바탕으로 큰 세력을 만들어 결국 정변을 일으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정변이 일어났지만 나라를 교체 한 것이 아니라 왕이 교체된 것이라서 국호도 같고 대내외적인 변동도 적었던 것이다. 아무튼 위만의 집권으로 고조선은 더 팽창하게 되었고 그것은 나중 한 무제에 이르러 당대 최강의 제국과 충돌하게 된다. 


고구려는 수 백 년 역사 중에 대략 16건 정도의 정변이 기록되는데 전기에 11건, 후기에 5건이 확인된다. 전기에 많은 이유는 나라가 정립되어 가면서 왕위 계승에 관한 여러 충돌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형제 상속이었는데 이것이 장자 상속으로 정착되어가는 와중에 일어난 일들이 많다. 후기는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왕권이 안정되어 있어서 주로 귀족 세력들의 정변이 많이 일어났다. 


책에서는 차대왕의 정변을 통해서 초기의 여러 정변의 성격을 설명하고 당시의 왕위 계승의 원칙을 이야기 한다. 고구려 최후의 정변은 연개소문이 영류왕을 시해하고 보장왕을 옹립한 후 정권을 장악한 사건이다. 연개소문의 사실상 독재였는데 이것이 당의 침략을 막는 강력한 힘이 되었지만 그의 사후 권력의 공백기에 일어난 분열은 결국 나라를 망하게 되는 결과를 맺게 된다.


백제는 일본 서기에 교차 검증할 자료가 남아 있어서 그것을 바탕으로 정변을 설명하고 있는데 초기에는 역시 왕위 계승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백제의 초기 왕계는 언뜻 보면 상당히 비합리적이라서 이해하기가 어렵다. 초고계가 몇 대 왕위를 이어가다가 고이계가 이어가고 또 다시 초고계가 이어진다. 이것은 온조와 비류의 두 건국 세력의 상황이 왕위 계승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백제는 역사서가 고구려보다 더 적어서 여러가지로 해석하기가 쉽지가 않다.


신라는 상대와 하대에 정변이 많이 일어났는데 상대는 박,석,김 세 성씨 세력의 교체로 인해 여러 정변이 일어났고 왕위가 어느 정도 확립이 되다가 진지왕의 폐위로 한 차례 고비를 맞게 되지만 이른바 성골 왕위가 끝나고 무열왕의 진골계가 왕위를 잇게 됨으로써 삼국을 통일하고 왕권이 안정되면서 큰 정변은 없었는데 하대로 가면서 쿠데타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것은 그만큼 왕권이 약해지고 왕위 계승에 대한 원칙도 권위도 무너진 탓이다. 누구나 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 자주 정변이 일어난 것이다. 


신라 하대는 155년 동안 13차례의 쿠데타가 일어나고 그 중에서 4건이 성공한다. 그리고 쿠데타에 성공한 세력은 당과의 외교 교섭에 집중하는데 그것은 정권 교체의 국제적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책에서는 당과의 외교가 어떻게 진행되고 당에서는 어떤 식으로 반응 했는지 잘 알려주고 있다. 정변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정권이 불안한 것이고 지방 통제력이 약해지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결국 각 지역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국가들이 나타나게 되고 신라는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밖에 마지막으로 발해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사실 발해는 역사서가 많지 않아서 더 분석하기가 어려웠지만 최근의 고고학적인 성과를 반영해서 여러 번의 정변에 대해서 나름의 해석을 하고 있어서 당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책은 어렵다. 한 명이 쓴 책이 아니라 여러 학자들의 논문을 실은 책이라서 책을 읽기 전부터 짐작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읽기 어렵다. 이 책은 '눈문 모음집' 이지 '역사 교양서'가 아니다. 관련되는 역사적 지식이 많아야 본문 내용을 이해할 수 있기에 보통 사람들이 접근하기에 어렵다. 좋은 주제의 책인데 좀 더 쉽게 쓰고 관련 자료를 많이 넣어서 책을 만들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냥 논문만 모은 수준이라서 상당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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