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자기 여행 : 규슈의 8대 조선 가마 - 개정증보판 일본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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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첨단 하이테크 산업이라면 반도체를 들 수 있다. 산업의 쌀이며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분야다. 우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반도체 강국인데 지난 조선 시대의 반도체 같은 하이테크 산업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도자기다. 우리 도자기의 명성이야 고려 시대부터 자자했었고 고려를 이은 조선의 도자기도 다른 나라보다 훨씬 앞선 기술력을 자랑했었다.


그런데 그런 도자기 강국이었던 우리가 지금도 강국인가? 세계에서 알아주는 도자기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뭐 나름 고급 도자기를 생산하긴 하지만 세계적인 도자기 생산 국가라고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수 백 년을 이어온 그 전통은 어디 가고 이렇게 평범한 도자기 국가가 되어 버렸을까. 그것은 조선의 도자기 근간을 훔쳐간 일본 때문이다.


고려 중기 화려했던 고려 청자는 고려 말의 혼란스러운 정국으로 더 이상 발전 하지 못하고 퇴보했는데 조선 시대에 들어와서 조선 백자를 비롯하여 분청 사기 등으로 도자기 강국으로의 능력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도자기 산업이 통째로 흔들리게 된 것은 임진왜란 때문이다. 그때 왜군이 조선에게 뺏어간 것이 하나 둘이 아니지만 특히 도자기 쪽은 싹쓸이를 했다. 이미 조선의 도자기는 그 용도가 무엇이던 인기가 있었던 터라 침략군이 눈에 보이는 대로 강탈해 갔던 것이다.


가장 큰 피해는 바로 도자기를 만드는 도공을 납치해간 것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서 실력 있는 도공을 파악하고 그들을 일본으로 강제로 데리고 갔는데 이들이 오늘날의 일본 도자기 산업의 밑바탕을 이루게 된다. 이 책은 한반도와 가까운 규슈 지역에 끌려간 조선 도공들이 어떻게 일본 도자기의 부흥을 이끌게 되는지 대표적인 8개의 조선 가마를 통해서 상세히 설명하는 책이다.


우선 아리타 자기 이야기가 눈에 뜨인다. 아리타 자기는 일본을 대표하는 아주 유명한 자기다. 그런데 이 아리타 자기가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도공에서 창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름이 이삼평이다. 처음에는 근처의 흙으로 자기를 만들었지만 조선의 것과 같은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흙을 찾아서 결국 아리타에서 백자광을 발견해서 일본 최초로 백자를 만들어낸다. 이후 아리타에서 본격적으로 가마를 열고 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많은 사기장들이 집결하고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해 나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중국의 도자기 기술을 접목해서 색채 있는 독특하면서 아름다운 도자기를 만들게 되었다.


임진왜란 이후에 조선은 도자기 기술자들이 없어서 산업 자체가 무너졌지만 일본은 조선 도공들에 의해 새롭게 도자기 산업이 발달했고 외부 기술을 받아들이고 노력한 결과 유럽에 수출까지 할 정도로 고급 생산국이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아리타가 있었던 것이다. 이 곳은 일본 최고의 부가가치를 만들었고 그 이후로도 많은 부를 축적하게 되었다. 그것이 나중에 메이지 유신을 통해서 일본 근대화를 이룩하는데 큰 힘이 되었고 결국 조선을 침략하게 되는 것이다. 임진왜란때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도공들이 일본의 도자기 산업을 일으켜서 부를 쌓게 하고 그렇게 쌓인 부로 다시 조선을 침략하게 되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일본이 비록 조선인 도공을 납치해서 강압적으로 조선 도자 기술력을 이식시키려고 했지만 그 자체에 머물러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 각지의 풍토를 반영해서 개성 있는 자기를 만들어냈고 중국의 기술도 받아들여서 오늘날까지 이름 높은 극상품의 도자기를 만들어 냈다. 책은 규슈 지방의 8대 조선 가마를 들여다보면서 각 가마에서 생산된 도자기들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여러 도자기들의 연원을 밝혀내고 어떻게 발전하게 되었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할 뿐만 아니라 풍부한 사진을 싣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도자기는 말만 들어서는 진가를 느끼지 못한다. 실물을 못 보는 대신에 어디에서도 보지 못하는 풍부한 사진을 통해서 간접적이나마 실체를 이해하게 한다. 사진 뿐만 아니라 지도나 도표 등 시각적으로 내용에 도움 될만한 자료를 많이 실어서 이해하기 쉽게 하고 있다.


책은 참 좋다. 이미 나온 책을 내용을 보강해서 개정 증보판으로 나왔지만 처음 나왔던 2016년 이래로 이 책을 능가하는 일본 도자기 소개 책이 없다. 이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은이가 수없이 실제 도자기 생산지를 방문해서 발로 뛴 결과물이라서 더 생생하면서 실제감이 있다. 일본과 우리의 근대 역사를 조금 알아야 완전한 이해가 되긴 하지만 많이 모른다고 해도 읽는데 큰 지장이 없게 쉽게 잘 썼다. 도자기가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이다. 참고로 일본 도자기 시리즈는 총 3권이고 그 밖에 유럽 도자기 시리즈도 있다.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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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히브리스 - 인류, 그 거침없고 오만한 존재의 짧은 역사
요하네스 크라우제.토마스 트라페 지음, 강영옥 옮김 / 책과함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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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탄생하고 수 많은 동물들이 살아가고 죽었지만 인간만큼 큰 영향을 끼친 동물은 없을 것이다. 공룡은 수 천 년도 아닌 수 천 만년 이상 지구를 지배했지만 인간은 고작 만 년도 안된다. 하지만 그 어떤 시대보다 지구의 환경을 어지럽히고 황폐화 시키고 있다. 그 어떤 동물보다도 고등 생물인 인류가 왜 이렇게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 이 책은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호모 히브리스' 라는 학명을 이야기한다.


히브리스는 그리스어로 '지나친 오만과 자신에 대한 맹목적 과신'을 뜻한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오만함을 가졌다는 뜻이다.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에서 비롯된 인류가 시간이 지나면서 지구의 어떤 생물도 이룩하지 못한 진화를 만들어 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똑똑한 인류도 대자연의 위력 앞에서는 힘없는 존재일 것인데 어느 순간 스스로의 능력에 도취되어 지구를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인류의 진화 역사를 살펴보면서 이 지적이면서도 어리석은 동물이 지구의 역사에서 멸망의 길을 가게 될지 아니면 새로운 상생의 길을 가게 될지 그 실마리를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책은 1장부터 여러 고인류의 이야기를 하면서 진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우리 인류는 여러 종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네안데르탈인을 설명한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보다 작은 키에 단단한 체격을 갖고 있어서 조금 더 북쪽에서도 살 수 있을 정도였다. 동굴에서 살았는데 발견된 뼈를 연구한 결과 식인의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다만 같은 부족이 아니라 다른 부족의 네안데르탈인을 먹었고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 극한의 상황에서 일어난 일로 추정이 된다고 한다. 


현생 인류와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은 현생 인류보다 더 강인했으나 결국 지구를 지배하게 된 것은 현생 인류였는데 이들은 다른 고인류와 접촉하면서 그들의 유전자도 함께 가지게 되었고 계속해서 진화를 거듭하여 유일종이 되었다. 책은 아프리카를 벗어난 여러 종들이 어떻게 지구의 여러 지역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는지를 지도를 통해서 잘 알려주고 있고 수렵이나 채집을 하면서 살아가던 인류가 정착 생활을 하면서 농경을 도입하는 과정까지 이야기 하고 있다.


지구의 역사에서 인류의 역사는 짦은 순간이지만 그 짦은 시간동안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성장했다. 대자연의 위력 앞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존재였지만 차츰 환경에 적응하고 헤쳐나가게 된다. 특히 빙하기라는 절멸의 시대에서 많은 동물들이 멸종했지만 결국 살아남게 되는 것을 보면 인류의 생명력에 새삼 놀라게 된다. 단순히 강한 몸을 가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엄청난 자연 앞에서 그 상황에 견디기 위한 여러 생각을 해 내었고 그 중에 하나가 사냥이다. 수월한 사냥을 위해서 도구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차츰 발달하면서 문명을 이룩하게 된 것이다.


책은 천만 년 동안의 인류의 진화사를 이야기 하면서 지구를 멸망 시키는 것은 인간이지만 지구를 살리는 것도 인간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큰 정복욕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수 많은 사람들을 살리려는 선의도 가지고 있음을 이야기하면서 결국 우리가 멸망의 길을 걷게 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역설하고 있다.


책은 인류의 진화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그 진화의 유전자에는 결국 지구를 구할 유전자도 있음을 주장하고 있는데 내용 자체는 그리 쉽게 접근하기는 어렵다. 전문적인 용어나 개념이 나오기 때문에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이해가 간다.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 좀 긍정적으로 책을 마무리하는데 조금 뜬금없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맥락에서 인류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 속에서 인류 생존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것이 생각해 볼 관점이어서 읽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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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동물로 읽는 세계사 - 티라노사우루스부터 북극곰까지 인류와 공생한 동물들의 이야기,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현대지성 테마 세계사
사이먼 반즈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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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방대해서 주로 정치나 경제 문화 분야에서 이야기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나라들이 흥하고 망했는가를 아는 것이 주된 내용인 것이다. 하지만 일정한 주제로 역사를 보는 것도 흥미가 있고 역사를 더 감각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나온 동물로 읽는 세계사는 색다른 시선으로 보는 역사 이야기다. 


사실 인간이 문명을 발달 시키고 지구를 지배하는 거창한 존재가 되기 전에 마주친 목표는 살아 남는 것이었다. 척박하고 무서운 자연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먹고 자고 입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먹을 것인가. 처음에는 다른 초식 동물들처럼 식물을 먹었을 것이다. 그것 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었기에 육식을 하게 되었는데 수 많은 동물을 접하면서 어떤 동물은 사냥해서 먹고 어떤 동물은 피해야 했고 어떤 동물에게는 큰 피해를 입게 되는 등 인간의 능력에 따라서 다양하게 대응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인류가 살아가면서 마주친 수 많은 동물들 중에서 의미가 있으면서 역사에도 연결이 되는 100가지의 동물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설명하고 있는데 참신한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우리 주위에 있는 동물들이 그 옛날부터 어떤 의미로 인간과 접촉했는지 인간은 그 동물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새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다. 


우선 책은 사자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아프리카 대초원에서 최초로 직립보행을 했던 인류에게 가장 큰 적은 사자였다. 초원의 지배자 사자에게는 인간은 한낱 힘없는 음식일 뿐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인류는 사자를 보면 도망가기 바빴다. 19세기까지도 인간은 사자에게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1898~1899년에 케냐와 우간다 철도 건설에 동원된 노동자들은 사자에게 희생당했다. 당시 총기가 보편화되진 않았다고 해도 엄연히 총이 사용되던 시기였는데도 사자를 어떻게 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자의 용맹과 남성성, 왕권과 자연을 지배하는 인간이라는 상징성때문에 사자는 추앙의 대상이 되었고 사자를 완전히 제압한 지금까지도 그 이미지는 이어지고 있다. 


소는 인간이 살아갈 수 있게 힘을 준 동물이다. 인간에게 노동력도 제공했지만 기본적으로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기능을 한다. 소는 인류사 내내 인간의 삶을 형성해왔고 인간이 오늘날 살아가는 지구를 관리하는 방식까지 좌지우지한다. 소를 숭상하고 그래서 식용하지 않는 종교와 지역이 나타났고 소고기 산업이 크게 번성한 지역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좋은 소고기를 먹을 수 있는 사람으로 빈부를 가른다. 인간에게 소고기는 아직도 가장 중요한 고기다. 어느 동물의 고기보다도 소고기를 사랑한다. 한편으로는 여러 심혈관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그리고 소를 대규모로 기르는 것은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소는 아직까지 인간에게 아주 중요한 동물인 것이다. 


인간 최고의 벗인 개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을 수는 없겠다. 집개는 늑대가 조상인 동물로 오랫동안 인간을 위해서 몸을 희생했는데 이제는 마음을 주고 있다. 소나 돼지 같은 가축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여러 지역에서 식용으로도 사용되었고 지금도 일부 지역에서 개고기를 먹고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단백질을 공급해왔다. 개는 집을 지키고 또 사냥을 위해서 조금씩 길들여져왔다. 그 결과 세계 각지에서 수천 년 동안 인간 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오늘날에 와서는 개는 '가족의 일원' 이자 '벗'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른 동물들보다 똑똑하면서 주인에게는 절대적으로 충성하기에 '반려'견이 되었다. 인간에게 개는 사랑이다.


책 마지막의 동물은 북극곰이다. 북극곰은 지구상 동물 중에서 환경 보전에 대한 생각을 가장 많이 바꾼 동물이다. 북극곰은 인간이 살기 싫어하는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살았다. 이름 그대로 북극권 내에서 살고 있어서 인간에게 빈번하지는 않아도 가죽 때문에 사냥당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너무 두껍다는 이유로 북극여우나 순록보다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북극곰은 그 이미지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다. 여러 상상력을 키우게 한 동물이었다. 그러다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생존이 위협당하는 1차적인 동물이 되었다. 오늘날에는 북극 빙원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로 간주되며 이것은 결국 지구의 건강 상태를 상징하게 되었다. 북극곰은 환경 파괴를 일삼아 기후 변화를 일으킨 인류의 어리석음을 나타내 주는 지표다.


책은 각 동물을 3~4쪽씩 인류와 어떻게 만나서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개념을 잘 정리해서 설명하는데 고화질의 여러 그림과 사진을 싣고 있어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단순히 동물과 인간과의 관계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동물이 주는 인문학적인 의미도 함께 이야기 하고 있어서 더 폭넓게 생각하게 한다. 인류의 역사는 인간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 결국 수 많은 동물이 함께 했고 그 동물들이 결과적으로 세계사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가 있는 잘 만들어진 수작이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20653)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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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티움 해전 - 로마 제국을 만든 전쟁
배리 스트라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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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국은 오랜 역사만큼 이야기도 풍부한데 공화정 시절의 많은 인물들이 나와서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역시 로마를 상징하는 인물은 카이사르다. 이 대단한 인물이 공화국을 제국으로 바꾸면서 황제 자리에 오르기 직전에 암살된 것은 참으로 극적인 장면이다. 카이사르가 죽음으로써 공화국은 이어지나 했지만 그의 아들이 정국을 주도하면서 끝내 제정 시대를 열게 된다.


그의 아들은 바로 옥타비아누스다. 카이사르의 친척으로 양아들로 입적이 되어서 그의 대를 잇게 될 운명이었는데 덜컥 아버지가 죽임을 당했던 것이다. 카이사르의 사후 로마 정국은 혼란스러웠다. 기세를 올린 공화파였지만 카이사르 세력이 가만 있지는 않았고 내전 끝에 로마는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 두 명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었다.


옥타비아누스는 카이사르의 정통성 있는 아들이고 여러 장군들의 지지를 받았고 그 자신이 현명하고 용감했으나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가 살아 있을 때부터 군사적인 재능을 발휘한 장군이었다. 초반에는 안토니우스가 우세했다. 더 막강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었고 명망이나 능력면에서 안토니우스가 더 나아보였다. 옥타비아누스는 로마의 서방을, 안토니우스는 동방을 맡기로 했는데 안토니우스가 동방의 이집트로 가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집트에서 그 유명한 클레오파트라를 만났던 것이다.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 여왕이었다. 저 옛날 알렉산더의 유산인 프톨레마이어스 왕조의 왕이었는데 이때 이집트는 국력이 쇠해서 독립국의 지위가 위태롭던 시절이었다. 그것을 안토니우스와의 연합으로 타개할려고 했는데 결국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와 연합해서 전 로마를 지배하려고 한다. 이 두 사람은 여러 지역에서 맞붙게 되었는데 최후의 전투가 그리스 악티움에서 벌어진다. 이 해전에서 옥타비아누스가 승리함으로써 로마의 제 일인자가 되고 결국 초대 로마 황제가 된다.


로마의 역사는 재미있는 부분도 많고 굴곡이 있지만 제일 드라마틱한 부분이 카이사르부터 옥타비아누스 사이가 아닌가 싶다. 오랫동안 공화정으로 이어졌던 로마를 제국으로 만들려는 야심을 가진 카이사르가 대업을 눈앞에 두고 암살을 당하고 그 뒤를 이은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의 엎치락뒤치락 반전의 반전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다. 


악티움 해전에서 안토니우스가 재기불능에 빠질 정도로 대패 한 것은 아니었다. 전투에는 졌어도 전쟁은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어쩌면 이길 수도 있었던 최소한 비길 수도 있었던 이 전투에서 졌기에 당대 사람들은 안토니우스가 최후의 결전에서 졌다고 여겼다. 그래서 휘하 군단은 이탈했고 사람들의 민심도 떠나가고 세력은 흩어져서 다시 일어서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책은 그야말로 악티움 해전에 대한 결정판 같다. 로마 제국이 세워지게 되는 중요한 해전임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책들이 많지 않은데 이 책은 그 아쉬움을 싹 없애준다. 단순히 해전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해전의 씨앗이 되는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의 초기 관계부터 설명하면서 당대를 샅샅이 훑어 지나간다.


많은 사람들에게 미인으로만 기억되는 클레오파트라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녀는 기울어져가는 나라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카이사르를, 그 다음에 안토니우스를, 최후에는 옥타비아누스와 연결되려고 했으나 옥타비아누스는 거절하고 결국 이집트는 로마 제국의 한 영역이 된다. 책은 클레오파트라의 여러 모습도 잘 설명하고 있어서 그때 인물들간의 정치적인 관계를 잘 알게 한다.


옥타비아누스가 아무리 카이사르의 후계자였다고 해도 안토니우스가 당시 갖고 있었던 능력이나 군사력 등을 보면 역사는 바뀌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군대를 다루는 군사적인 재능은 안토니우스가 있었지만 전체 판을 쌓는 전략적인 능력은 옥타비아누스가 더 뛰어났다. 카이사르가 괜히 그를 후계자로 찍은 것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민심을 모으는 정치력도 안토니우스가 떨어졌기에 최후의 승자는 옥타비아누스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책은 술술 읽힌다. 고대 전쟁 역사가로 유명한 배리 스트라우스의 저작물이어서 그런지 어렵지 않게 잘 넘어간다. 역사 소설을 읽는 듯하게 잘 읽혀서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환영할 책이다. 로마 제국을 만드는 발판이 된 해전, 악티움 해전을 한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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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 - 역사를 뒤집은 게임 체인저
폴 록하트 지음, 이수영 옮김 / 레드리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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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때 우리가 전쟁 초반에 크게 밀리게 된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겪어보지 못한 무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임진왜란 때는 왜군의 조총, 그리고 한국전쟁 때는 북한군의 탱크가 전쟁 분위기를 압도했다. 조선은 총이라는 존재를 알고 있긴 했으나 그렇게 위력이 클 줄 몰라서 엄청난 공포심을 갖게 되었다. 전쟁이 끝난 후 조총에 대한 연구를 하고 관련한 포수들을 양성한 결과 나선 정벌에서 나름 효과를 보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한국전쟁에서 탱크의 위력에 놀란 우리 나라는 그 후로 꾸준히 포와 관련한 능력을 키워서 자주포나 탱크는 북한을 넘어서는 전력을 갖추게 되었다. 


전쟁에 이기는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일단 강력한 전투력으로 상대방을 괴멸시켜야 한다. 그렇게 굴복시켜야 전쟁 자체를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력한 전투력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이 강해야 하나. 바로 화력이다. 여기에는 잘 단련된 군인이나 정신력 등도 포함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무기의 힘이다. 임진왜란이나 한국전쟁 때 적과 비슷한 무기가 우리에게도 있었다면 초반에 그렇게 허무하게 밀리지 않았을 것이다. 구한말 일제의 침략 때도 근본적인 국방력의 한계가 있었지만 당시 일제의 무기에 조선의 무기가 형편 없이 초라했기에 결국 국권을 잃게 되었다.


이 책은 그만큼 중요한 무기의 힘, 화력에 대한 역사다. 주로 서양의 무기를 이야기하고 있기에 서양 화력의 역사라고 하겠다. 책은 화력이 전투나 전쟁의 향방을 바꾸는 계기가 되는 시기부터 설명하고 있다. 단순히 군사의 숫자가 많은 편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적은 군사라도 우월한 무기로 상대를 이기는 것이 진정한 화력이라는 점에서 책은 1300년대부터 시작한다. 전체를 네개의 시기로 나누어서 각 시기별로 어떤 화력이 발전하고 그것이 역사에 어떻게 적용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중국에서 발명한 화약이 유럽에 전해졌지만 화약을 이용한 무기가 전투의 향방을 바꿀 만한 시기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이 화약 무기가 큰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봄바드' 라고 알려진 거대한 공성포의 등장이었다. 1377년 프랑스의 필리프 2세가 오드루이크의 잉글랜드령 성을 공략하면서 이 대포를 사용했는데 그전까지 미미했던 공성포의 효용이 이 승리에서 전쟁의향방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해졌다. 우수한 공성포를 사용했느냐에 따라서 지상전의 승자가 결정된 것이다. 


하지만 이 강력한 대포를 제작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했고 이것은 결국 강력한 왕권을 가진 국가만이 만들 수 있었기에 점점 중앙 집권적 통일 국가가 등장했고 이후 근대 국가로 발전하게 된다. 1부에서는 이렇듯 전투를 승리로 이끌기 위한 화약 무기의 위력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각종 무기들이 발달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1부에서 300년 간의 상대적으로 느린 화력의 발달을 다루었는데 2부 1800년대부터 4부 1945년까지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대였다. 여러 세력으로 분열되었던 각 지역이 통일 국가가 되고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화력은 급격하게 발전하게 되었다. 화력 자체가 강력한 경제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관련한 산업이 발달하고 부강한 국가는 더욱 강해졌다. 게다가 민족주의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화력과 더불어 사회적인 변화를 이끌게 되었다. 이런 분위기는 결과적으로 팽창 정책으로 이어지고 대외 침략과 더불어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게 된다.


1870년부터 1980년까지 유럽의 대규모 군비 경쟁은 서구 역사상 어느 시대보다 더 치열했고 더 위험했다. 더 치명적이고 더 살상적인 무기가 개발되고 있었고 포퓰리즘적 열정인 민족주의와 결부가 되어서 두려움은 더욱 늘어났다. 변화하는 전쟁의 성격에서 이미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전에 육해군의 역할이 변하고 있었고 일반 군인들의 모습도 달라졌다. 산업화 시대는 더 많은 장비와 보급품을 공급하면서 전 시대의 군인과 달라진 것이다.


제1차 세계 대전은 그전에 일어난 모든 전쟁과 다른 새로운 차원의 전쟁이었다. 동원된 인원의 숫자도 수 만이나 수 십만이 아니라 수 백만에 달했고 그만큼 사상자도 컸다. 그리고 그 여파는 제2차 세계 대전을 낳았고 이 대전은 인류 전쟁사의 총합이라고 할 만큼 엄청난 대재앙이었고 궁극의 무기인 핵폭탄의 등장은 인류 멸망의 공포로 이어졌다.


책은 서구 화력의 역사라는 큰 틀에서 전쟁이 어떤 무기와 화력으로 전개가 되는지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대포가 중요성을 이야기 했지만 개인 소화기도 자세히 이야기 하고 있다. 머스킷, 총검, 야포로 시작해서 고체탄과 폭발탄으로 이어지는 여러 무기도 소개하고 있고 전차, 전함, 항공기 등 쉽게 들을 수 없었던 여러 화력들을 시대별로 잘 소개하고 그 의미도 잘 연결해서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욕심의 동물이고 그것은 결국 전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인류의 역사는 곧 전쟁사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전쟁의 승리 요인인 화력의 역사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하고 있는데 상당히 고급스런 저작물이다. 많지는 않지만 적절하게 자료도 제시되고 있고 이 정도 내용이면 서양 화력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체계적으로 잘 쓰여 졌다. 전쟁사는 물론 무기사에 관심 있는 사람,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만한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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