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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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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집은 아주 오랫동안 우리 가족이 삶을 영위한 곳이다. 사실 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건물 자체는 초등학교 저학년때 새로 신축을 했다. 1층짜리 기왓집에서 2층짜리 양옥으로. 그렇게 새로 지은 건물에서 산 지가 벌써 수 십 년. 외관도 그대로고 건물안도 그리 많이 바뀌지 않았다. 세간살이가 많아졌고 관리 부실로 낡아보이는 점이 다를 뿐 옛 모습 그대로다. 학교때문에 직장때문에 수 년간 나가 살았지만 집에 오면 늘 푸근하다. 내 방은 언제라도 내가 돌아올 수 있게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기에 다시 살려고 들어왔을때도 그대로였다.


집은 그대로이지만 주위는 많이 달라졌다. 허허벌판 이다시피 했던 주위는 고층 아파트도 들어서고 다른 큰 건물도 들어섰다. 맛집도 생겨나고 촌동네같은 모습에서 뭔가 있어 보이는 동네로 바뀌고 있다. 그래도 우리집은 우리집이고 늘 같은 감정이다. 이 집에서 수십년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주위가 바뀐다고 달라지겠는가. 그런데 최근에 재개발 바람이 불어서 우리집도 재개발 범위에 들어간단다. 아파트를 지으면 수 억의 보상금이 나온다는데 그 돈으로 새 아파트를 살 수 있으려나. 무엇보다 아늑하고 정겨운 우리 집이 이제 흔적도 없어지는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수십년의 역사가 쌓인 곳인데 그 추억의 집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니 느낌이 이상했다.


이 책의 주인공이 느끼는 상실감이 어쩌면 내가 느낀 것과 비슷하겠다란 생각이 든다. 주인공도 비슷하게 익숙한 집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세탁 회사에서 일하며 오랫동안 한 집에서 삶을 살았던 '바튼 도스'는 고속 도로 확장 계획에 따라서 집도 옮기고 회사도 옮겨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물론 그냥 옮기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보상도 있고 회사도 적당한 곳으로 보장되고 조건은 나쁘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좋다고 할 확률이 높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도스는 이 집을 떠나기 싫었다. 이집은 자신에게 너무 중요한 추억이 많은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열심히 살아가던, 그의 인생의 절정기를 보낸 곳이었다.


무엇보다 이 집은 사랑하던 아들과 함께 살던 곳이었다. 그 아들은 몇년전에 병으로 세상을 떴기에 그를 추억하는 마지막 장소가 집이었다. 도스는 이런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집에서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최대한 연기하고 버틴다. 그러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된 부인과 별거도 하고 이판사판이 된 도스는 더욱더 분노로 상황을 악화시킨다.


책은 추억이 깃든 집에 애착이 강한 한 남자가 그 집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집을 지키기 위해서 세상에 저항을 하는 이야기를 밀도 있게 그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고 그렇게까지 해야하는가하는 생각도 든다. 글 처음에 썼다시피 익숙하고 소중한 기억이 있는 터전을 잃는다는게 그리 유쾌한 것은 아니란 것에 공감을 한다. 그런데 주인공은 그 상실감이 다른 사람과 다른 것이었다. 그에게는 목숨을 걸 만큼 중요한 것이었고 그것은 옳다 그르다 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애당초 고속 도로 공사가 꼭 있어야 했던가 하는 의문에도 이르게 된다. 


이 책은 스티브 킹이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가명으로 발표한 소설이다. 기존의 장르 소설에 능했던 그가 기름기 쫙 빼고 건조하면서도 담백하고 무거운 내용의 책을 썼는데 완전 다른 사람이 썼는것 같이 색다른 느낌을 준다. 굳이 스티브 킹이 썼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작가가 쓴 책이라고 여기는게 더 나을 정도다. 역시 글쟁이는 글쟁이인가 싶다. 리처드 바크만의 또 다른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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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 전집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2
이솝 지음, 아서 래컴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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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때 쉽게 접하는 이야기였는데 이미 그 이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 책이다. 어렸을때는 그냥 어린이를 위한 동화인지 알았는데 커서 보니 어린이를 위한다기 보다는 어른을 위한 뼈있는 우화였다. 그런데 그 내용이 쉽고 짧으면서도 은근하게 주는 교훈이 있어서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원전에서 번역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판에서 중역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은 그리스 원작에서 번역을 했기에 그 가치가 더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유명 삽화가들의 삽화를 같이 수록을 해서 이야기의 의미를 더 쉽게 파악하게 하고 있다.


이솝은 고대 그리스 시대의 우화 작가로 그가 직접 책을 지은 것이 아니라 구전 되어 온 것을 여러 명의 사람들이 엮은 것이다. 생몰 연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이야기가 간결하면서도 교훈적인 내용이 많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았다. 그 유명한 철학자 소크라테스부터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명인들에게 인용되었고 권장 되었다. 이야기가 쉬우면서도 교훈적이기에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읽게 한 것이다.


이솝이 지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어서 이 우화시리즈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엮어졌는데 이 책은 1927년에 에밀 샹브리가 간행한 것인데 이 책에는 그리스어 원문과 프랑스어 번역본이 같이 배열되어 있는데 여기의 이야기는 그동안 전해져온 이야기 중에서 가장 원형이 잘 보존된 이야기라고 한다. 아마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이솝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있다고 볼 수 있겠다.


책은 358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간결한 내용이라서 금방 보게 된다. 어렸을 때 읽었던 내용이 다시 생각나기도 하지만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많았다.

기억나는 몇 편의 이야기중의 하나는 '해와 개구리들' 이라는 내용이다. 해가 결혼을 하게 되자 모두들 기뻐하는데 개구리들이 아무 생각없이 기뻐하자 그것이 왜 기뻐할 일이냐고 힐난하는 내용이다. 해가 결혼을 해서 또 다른 해가 생기면 그만큼 자기들의 고통이 심해질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결코 기뻐할 일이 아닌데 즐거워하는 지각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으로 오늘날에도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


우리가 잘 아는 토끼와 거북이도 짧은 글을 통해서 재능이 아니라 노력이 중요함을 느끼게 한다. 이 우화는 세계 곳곳에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봐서 사람들의 이동에 의해서 여기저기로 퍼졌음을 알 수 있다. 이야기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해서 나오는 이야기가 많은데 당대 그리스 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빗대어 이야기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 생각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수 천년 전의 그 시대 사람들의 행동이 지금에 와서도 통하는 것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책은 쉽게 쉽게 잘 읽힌다. 원래 어른용이긴 해도 아이들이 읽어도 좋을 정도로 쉽게 쓰여진 데다가 각 이야기의 분량도 짧아서 한 권도 금방 다 읽었다. 이아기는 짧지만 그 속의 교훈은 깊은 뜻을 담고 있어서 여운이 남는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그 뜻을 이야기 해 보는 것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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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소녀 화불기 1~2 - 전2권
좡좡 지음, 문현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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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이 들어서의 지식을 가지고 과거의 어린 나이로 돌아가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몸은 아이지만 머리는 어른이니까 상황에 맞게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좀 더 많이 아는 입장에서 더 많이 준비할 수 있을테니 나머지 인생도 더 편안하게 살 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것을 모티브로 삼아서 여러 문학 작품이 나왔는데 그 중에서 중국 '좡좡' 작가의 이 책은 내용이 생각과 다르다. 타임슬립물이긴 하지만 SF 요소는 없고 성장 로맨스 적인 면이 많은데 주인공의 처한 상황이 신선하다. 주인공은 현대에서 한마디로 거지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평법한 가정이 아니라 고아였으며 유청소년기에는 꽃을 팔거나 소매치기를 하며 살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사기 결혼의 희생자가 되었고 도망을 치다가 절벽에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고대 중국으로 타임슬립이 된 것이다. 보통은 그렇게 안 좋은 삶을 살다가 시간이 바뀌면 좋은 신분으로 다시 태어나는데 이번에는 거지로 태어난다. 이 무슨 기구한 운명일까. 그런데 전생의 기억을 갖고 다시 태어나게 되는 주인공은 '화불기'라는 이름을 얻는다. '불기'라는 이름은 모두가 너를 버려도 나는 버리지 않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뭔가 이름에서부터 로맨스의 느낌이 오는거 같다. 성이 화씨인 거지에 의해서 길러진 불기는 그나마 그 시절도 오래가지 못한다. 그를 거둔 거지 아버지가 추운 겨울에 얼어 죽고 만 것이다. 다행히 불기는 살아남게 되고 충실한 개 '아황'과 함께 살아간다.  


아무리 거지고 혼자 남았다고 해도 전생의 어른 기억을 갖고 있기에 누구보다 민첩하고 영리하면서 세상에 잘 대처한다. 현대보다 사람들의 생각이 그리 복잡하지 않은 옛날 시대에는 더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게 거지로 사는가 했는데 그의 출생이 그렇게 미궁에 있다는 것이 그의 삶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 거지는 거지 아버지가 주워 키워서 생긴 신분이고 사실 그의 신분은 따로 있는 것이었다. 거기에 여러 명의 남자들이 그와 관련을 맺으면서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전개된다.


우선 '막역비. 망경 막부의 작은 아들인데 젊고 잘 생기고 이쁜 여인들보다 더 이쁘다. 거기에 사업 능력도 있다. 불기를 보고서는 어딘지 뭔가 느낌이 다르다고 느끼면서도 잘 대해준다. 인연이 있는 것인지. 불기와 또 다른 인연을 갖게 될 것인지.

운랑은 막역비의 사촌인데 무공이 강하다. 어릴때부터 불기와 친분이 있는데 불기의 가족 같은 개인 아황을 죽인 큰 죄를 저지른다. 그래도 불기와의 인연은 나이 들어서도 이어진다.

그리고 연의객. 신비의 무사. 얼굴에 가면을 쓰고 다녀서 누군지 아무도 모르지만 불기가 위험에 처했을때 바람처럼 나타나서 구해준다. 그러니 불기도 그에게 마음이 간다.


불기는 좋지 않은 신분이었지만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서 노력했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는지 그를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진다. 그런데 그의 신분은 자신의 노력과는 관계없이 왔다갔다 한다. 전생에는 고아였고 다시 태어난 세상에서는 거지로 길러졌지만 명문가의 자식으로 갔다가 칠왕야의 숨겨진 왕녀가 될 뻔도 했다. 그러다가 또 죽을 운명에 처해지기도 하고 끝내 자신의 진짜 신분을 찾게 된다.


이야기는 쉴 새 없이 휘몰아친다. 비록 배경이 고대의 한 나라로 타임 슬립 하긴 했지만 주인공의 속 마음은 현대인이어서 그런지 빠르게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 그리고 주인공의 진짜 신분이 무엇인지 이야기의 전개를 통해서 알아가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약간 미스터리적인 느낌도 나게 한다. 여러 인연들과의 이야기도 나름 양념의 역할을 하면서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단순 로맨스가 아닌 권력과 관련한 여러 음모와 술수가 엮어지면서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인생살이를 더 극적으로 느껴지게 진행된다.


책은 재미있었다. 2권짜리 책인데 보통 책보다 안에 내용이 많아서 한편의 미니시리즈를 읽은 느낌이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매력적이다. 현대에 살 때 기억을 가지고 거지로 다시 태어나서부터 그의 신분과 인연 찾기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찾아가고자 하는 모습이 좋았고 여러 상황에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현대에 살때 성인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오래 산 것은 아닌 터. 다시 태어나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작가는 중국에서 유명한 인터넷 작가라고 한다. 사실 이름만 들어봤지 책은 처음 봤는데 이름값을 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좋아할 여러 요소들을 적절하게 잘 배치를 해서 술술 읽히게 한다. 여러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어서 이야기가 더 다채로와졌다. 이름을 기억해 둘 중국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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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첩보전 2 - 안개에 잠긴 형주
허무 지음, 홍민경 옮김 / 살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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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서 가장 클라이막스는 어디일까. 보통 적벽대전을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일리있는 말이다. 적벽대전을 통해서 위가 대패하면서 오와 촉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고 이야기 자체가 흥미롭고 재미있는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삼국지의 최고 중요한 순간은 바로 관우의 죽음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위촉오 세 나라의 군주는 다들 나름의 이야기가 있고 또 나름 영웅들이긴 한데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유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과적으로 조조를 무너뜨리지도 못하고 결국 조조의 후신에 의해서 촉이 멸망하긴 하지만 유비,관우,장비 이 세 사람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면이 많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형주를 홀로 지키다가 결국 오나라에 의해 죽게 되는 관우 부분이 삼국지 통틀어서 제일 슬프고 중심되는 부분이다. 어떤 사람은 관우의 죽음과 함께 이성을 잃은 장비와 유비의 모습으로 인해서 더 이상 안 읽는다고 하는데 실제로 촉나라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형주를 잃음으로써 촉한은 성장 가능성을 잃어버리고 그저 수성의 위치만 있을수 밖에 없었다. 


형주는 오나라로 진출하기에도 좋았고 위를 공격하기에도 좋았던 지리적으로도 요충지였고 생산물자도 풍부하고 그것을 옮기기에도 좋은 전략지였기에 그것을 잃은 것은 큰 손실이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한날 한시에 죽자고 맹세한 유비,관우,장비 세 사람의 운명이 이것으로 끝나게 되는거나 마찬가지여서 형주 관우의 이야기가 삼국지 최고의 중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1부에서 정군산 전투의 패배로 귀신첩자인 '한선'을 잡기 위해서 전력을 기울인 위. 당시 각국에는 정보기관이 있었으니 위에는 진주조, 촉에는 군의사, 오에는 해번영이라고 불렸다. 이들이 한선의 정체를 밝힐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으나 그 행방을 알 수는 없었다. 그 와중에 위의 진주조에서 활약했던 '가일'은 위나라에서 죽을 운명이었으나 뜻밖에 한선의 도움으로 오나라로 오게 된다. 자신이 잡으려고 했던 상대에게서 구원이라. 그러나 가일은 해번영으로 와서 새로운 삶을 살기로 하지만 적국의 첩보원이었던 가일에게 어딘지 싸늘한 느낌이다.


그러던 와중에 오나라 내부의 암투가 있게 되고 우여곡절끝에 가일은 형주로 가게 된다. 거기에서 오나라 장수 감녕의 암살 사건과 관련해서 조사를 벌이다가 일이 발생하면서 간자로 찍혀서 또 도망자의 신세가 된다. 그리고 형주를 둘러싸는 짙은 암흑의 구름. 오나라 손권의 형주에 대한 야심이 펼쳐지게 되고 관우는 혼자서 대적을 맞이하게 된다. 이 상황의 배후에 한선이 자리잡고 있고...과연 한선은 누구의 편이며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삼국지의 이야기에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접목하고 큰 설명없이 지나갔던 여러 배경들을 상세하고 치밀하게 복원함으로써 삼국지와는 또다른 결의 재미를 주는 책이다. 역사적인 내용이라서 역사 소설이면서 첩보의 이야기를 담아서 첩보 소설이기도 하다. 그리고 궁극적인 주인공인 '한선'을 쫓는 이야기라서 미스터리 소설이기도 하다. 삼국지라는 것과 관련없이 삼국시대가 배경인 미스터리 첩보물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 하다. 


삼국지에서 큰 전투 위주로 넘어가서 상세한 전개 과정이 궁금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런 전투가 어떤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전개가 되는지 잘 알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었다. 아무래도 삼국시대가 배경이고 삼국지 이야기가 주요 내용인 책이라서 삼국지를 아는 사람이 읽으면 더 흥미롭게 읽을 책이다. 삼국지를 이렇게도 해석해서 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재미있게 읽을 새로운 스타일의 삼국지다. 과연 '한선'의 정체는 밝혀질까. 뒷 편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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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첩보전 1 - 정군산 암투
허무 지음, 홍민경 옮김 / 살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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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시대 구분에서 삼국의 쟁패를 다룬 삼국의 역사는 큰 부분이 아니다. 삼국 시대라고 하지도 않고 그냥 위진남북조 시대라고 한다. 그 시기가 짧았고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서 위상면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얼마 안되는 기간 위촉오의 삼국 간의 이야기는 삼국지연의라는 소설을 통해서 수 백년을 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불멸의 이야기가 되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삼국지 바로 그 삼국지다.


이 소설에는 인간의 희노애락이 절절하게 잘 표현되면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재미도 있지만 많은 교훈을 준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삼국지를 분석하는 여러 책들이 있고 이것을 바탕으로 게임이나 만화 등으로 관련된 많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그야말로 콘텐츠의 원천인 셈이다. 이미 삼국지를 여러 각도에서 보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기존의 유비를 중점으로 하는 책과 달리 조조를 정통으로 삼는 책도 나왔고 중요 인물 별로 주인공 삼아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책들도 있다. 이번에 나온 책은 삼국지를 하나의 거대한 책략의 장으로 설정하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첩보전을 그린 소설이다.


제목처럼 삼국간에 서로를 염탐하고 공작을 펼치는 첩보전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는데 신선한 느낌이 든다. 사실 첩보전이라는 것이 오늘날에 발달한 것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 개념이 있었던 것이다. 삼국 시대보다 더 오래전인 춘추 전국 시대에 활약했던 책략가 손무는 그의 유명한 책인 손자병법에서 간자 즉 간첩을 쓰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을 통해서 적의 단점을 간파해서 우월한 지위를 가져서 상대방과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것을 목표로 했다. 적을 알면 언제라도 이길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삼국 시대에도 치열한 첩보전이 벌어졌으리라는 것은 상상 할 수가 있다. 이야기는 그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1권에서는 정군산전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 정군산전투는 삼국시대 초기에 중요한 위치에 있는 전투다. 간신히 촉한을 세웠지만 아직 기반이 튼튼하지 않던 촉에게 이 전투의 승리는 촉이 스스로 일어설 시간을 벌어준 전투였다. 당시 승리의 행방은 위에게 더 있었다. 막강한 국력의 위였고 무엇보다 하우연이라는 맹장이 이끌고 있었기에 아무리 신예의 촉한이라고 해도 하우연의 위군을 이기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그런 하우연이 대패했다. 그것도 하우연이 힘 한번 못써보고 졌고 게다가 그 자신이 죽고 말았다. 이 정도면 위에게는 큰 타격이었다. 그렇다면 촉군이 그렇게나 강했을까. 촉이 약한건 아니었지만 이렇게나 위가 무기력하게 패한 정도는 아니었는데 모든 면에서 완패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위의 전력이 고스란히 노출이 되어서 군사가 어디에 어떻게 배치되고 어느 부분이 약하며 어떻게 군이 전개가 될 것인가를 촉이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손바닥안에 훤히 들여다보고 공격을 하는데 이길 재간이 있을까.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한선'이라는 존재 때문이었다. 그는 삼국 어디에서 속하지 않고 독자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의 촉수가 뻗어있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그는 과연 누구의 편일런지. 삼국 시대의 이야기 전개와 결말을 아는 삼국지팬으로써 정말 그가 어떻게 활동을 하게 되고 또 역사적 사실에 얼마나 부합하게 될지 흥미로왔다. 한선이 삼국을 좌지우지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삼국의 향배를 가로지르는 사건에는 첩보가 있었고 그 첩보를 배경으로 제대로 대응했는 나라가 승리했을 것이다. 그런만큼 한선이 어디까지 침투가 되고 이 비밀에 쌓인 조직을 어떻게 추적하는지가 이야기의 핵심이었다. 


이야기는 재미있다. 방대한 삼국지 이야기 중에서 중요 사건에서 어떤 첩보전이 오갔는지 그것을 바탕으로 사건이 어떻게 전개가 되었는지를 뽑아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속도감도 있고 흡입력있었다. 다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던 삼국지 이야기의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긴박한 상황이 어떻게 전개가 될런지 2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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