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자기 여행 : 규슈의 8대 조선 가마 - 개정증보판 일본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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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첨단 하이테크 산업이라면 반도체를 들 수 있다. 산업의 쌀이며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분야다. 우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반도체 강국인데 지난 조선 시대의 반도체 같은 하이테크 산업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도자기다. 우리 도자기의 명성이야 고려 시대부터 자자했었고 고려를 이은 조선의 도자기도 다른 나라보다 훨씬 앞선 기술력을 자랑했었다.


그런데 그런 도자기 강국이었던 우리가 지금도 강국인가? 세계에서 알아주는 도자기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뭐 나름 고급 도자기를 생산하긴 하지만 세계적인 도자기 생산 국가라고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수 백 년을 이어온 그 전통은 어디 가고 이렇게 평범한 도자기 국가가 되어 버렸을까. 그것은 조선의 도자기 근간을 훔쳐간 일본 때문이다.


고려 중기 화려했던 고려 청자는 고려 말의 혼란스러운 정국으로 더 이상 발전 하지 못하고 퇴보했는데 조선 시대에 들어와서 조선 백자를 비롯하여 분청 사기 등으로 도자기 강국으로의 능력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도자기 산업이 통째로 흔들리게 된 것은 임진왜란 때문이다. 그때 왜군이 조선에게 뺏어간 것이 하나 둘이 아니지만 특히 도자기 쪽은 싹쓸이를 했다. 이미 조선의 도자기는 그 용도가 무엇이던 인기가 있었던 터라 침략군이 눈에 보이는 대로 강탈해 갔던 것이다.


가장 큰 피해는 바로 도자기를 만드는 도공을 납치해간 것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서 실력 있는 도공을 파악하고 그들을 일본으로 강제로 데리고 갔는데 이들이 오늘날의 일본 도자기 산업의 밑바탕을 이루게 된다. 이 책은 한반도와 가까운 규슈 지역에 끌려간 조선 도공들이 어떻게 일본 도자기의 부흥을 이끌게 되는지 대표적인 8개의 조선 가마를 통해서 상세히 설명하는 책이다.


우선 아리타 자기 이야기가 눈에 뜨인다. 아리타 자기는 일본을 대표하는 아주 유명한 자기다. 그런데 이 아리타 자기가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도공에서 창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름이 이삼평이다. 처음에는 근처의 흙으로 자기를 만들었지만 조선의 것과 같은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흙을 찾아서 결국 아리타에서 백자광을 발견해서 일본 최초로 백자를 만들어낸다. 이후 아리타에서 본격적으로 가마를 열고 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많은 사기장들이 집결하고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해 나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중국의 도자기 기술을 접목해서 색채 있는 독특하면서 아름다운 도자기를 만들게 되었다.


임진왜란 이후에 조선은 도자기 기술자들이 없어서 산업 자체가 무너졌지만 일본은 조선 도공들에 의해 새롭게 도자기 산업이 발달했고 외부 기술을 받아들이고 노력한 결과 유럽에 수출까지 할 정도로 고급 생산국이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아리타가 있었던 것이다. 이 곳은 일본 최고의 부가가치를 만들었고 그 이후로도 많은 부를 축적하게 되었다. 그것이 나중에 메이지 유신을 통해서 일본 근대화를 이룩하는데 큰 힘이 되었고 결국 조선을 침략하게 되는 것이다. 임진왜란때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도공들이 일본의 도자기 산업을 일으켜서 부를 쌓게 하고 그렇게 쌓인 부로 다시 조선을 침략하게 되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일본이 비록 조선인 도공을 납치해서 강압적으로 조선 도자 기술력을 이식시키려고 했지만 그 자체에 머물러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 각지의 풍토를 반영해서 개성 있는 자기를 만들어냈고 중국의 기술도 받아들여서 오늘날까지 이름 높은 극상품의 도자기를 만들어 냈다. 책은 규슈 지방의 8대 조선 가마를 들여다보면서 각 가마에서 생산된 도자기들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여러 도자기들의 연원을 밝혀내고 어떻게 발전하게 되었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할 뿐만 아니라 풍부한 사진을 싣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도자기는 말만 들어서는 진가를 느끼지 못한다. 실물을 못 보는 대신에 어디에서도 보지 못하는 풍부한 사진을 통해서 간접적이나마 실체를 이해하게 한다. 사진 뿐만 아니라 지도나 도표 등 시각적으로 내용에 도움 될만한 자료를 많이 실어서 이해하기 쉽게 하고 있다.


책은 참 좋다. 이미 나온 책을 내용을 보강해서 개정 증보판으로 나왔지만 처음 나왔던 2016년 이래로 이 책을 능가하는 일본 도자기 소개 책이 없다. 이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은이가 수없이 실제 도자기 생산지를 방문해서 발로 뛴 결과물이라서 더 생생하면서 실제감이 있다. 일본과 우리의 근대 역사를 조금 알아야 완전한 이해가 되긴 하지만 많이 모른다고 해도 읽는데 큰 지장이 없게 쉽게 잘 썼다. 도자기가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이다. 참고로 일본 도자기 시리즈는 총 3권이고 그 밖에 유럽 도자기 시리즈도 있다.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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