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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동물로 읽는 세계사 - 티라노사우루스부터 북극곰까지 인류와 공생한 동물들의 이야기,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ㅣ 현대지성 테마 세계사
사이먼 반즈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3월
평점 :
인류의 역사는 방대해서 주로 정치나 경제 문화 분야에서 이야기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나라들이 흥하고 망했는가를 아는 것이 주된 내용인 것이다. 하지만 일정한 주제로 역사를 보는 것도 흥미가 있고 역사를 더 감각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나온 동물로 읽는 세계사는 색다른 시선으로 보는 역사 이야기다.
사실 인간이 문명을 발달 시키고 지구를 지배하는 거창한 존재가 되기 전에 마주친 목표는 살아 남는 것이었다. 척박하고 무서운 자연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먹고 자고 입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먹을 것인가. 처음에는 다른 초식 동물들처럼 식물을 먹었을 것이다. 그것 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었기에 육식을 하게 되었는데 수 많은 동물을 접하면서 어떤 동물은 사냥해서 먹고 어떤 동물은 피해야 했고 어떤 동물에게는 큰 피해를 입게 되는 등 인간의 능력에 따라서 다양하게 대응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인류가 살아가면서 마주친 수 많은 동물들 중에서 의미가 있으면서 역사에도 연결이 되는 100가지의 동물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설명하고 있는데 참신한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우리 주위에 있는 동물들이 그 옛날부터 어떤 의미로 인간과 접촉했는지 인간은 그 동물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새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다.
우선 책은 사자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아프리카 대초원에서 최초로 직립보행을 했던 인류에게 가장 큰 적은 사자였다. 초원의 지배자 사자에게는 인간은 한낱 힘없는 음식일 뿐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인류는 사자를 보면 도망가기 바빴다. 19세기까지도 인간은 사자에게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1898~1899년에 케냐와 우간다 철도 건설에 동원된 노동자들은 사자에게 희생당했다. 당시 총기가 보편화되진 않았다고 해도 엄연히 총이 사용되던 시기였는데도 사자를 어떻게 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자의 용맹과 남성성, 왕권과 자연을 지배하는 인간이라는 상징성때문에 사자는 추앙의 대상이 되었고 사자를 완전히 제압한 지금까지도 그 이미지는 이어지고 있다.
소는 인간이 살아갈 수 있게 힘을 준 동물이다. 인간에게 노동력도 제공했지만 기본적으로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기능을 한다. 소는 인류사 내내 인간의 삶을 형성해왔고 인간이 오늘날 살아가는 지구를 관리하는 방식까지 좌지우지한다. 소를 숭상하고 그래서 식용하지 않는 종교와 지역이 나타났고 소고기 산업이 크게 번성한 지역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좋은 소고기를 먹을 수 있는 사람으로 빈부를 가른다. 인간에게 소고기는 아직도 가장 중요한 고기다. 어느 동물의 고기보다도 소고기를 사랑한다. 한편으로는 여러 심혈관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그리고 소를 대규모로 기르는 것은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소는 아직까지 인간에게 아주 중요한 동물인 것이다.
인간 최고의 벗인 개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을 수는 없겠다. 집개는 늑대가 조상인 동물로 오랫동안 인간을 위해서 몸을 희생했는데 이제는 마음을 주고 있다. 소나 돼지 같은 가축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여러 지역에서 식용으로도 사용되었고 지금도 일부 지역에서 개고기를 먹고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단백질을 공급해왔다. 개는 집을 지키고 또 사냥을 위해서 조금씩 길들여져왔다. 그 결과 세계 각지에서 수천 년 동안 인간 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오늘날에 와서는 개는 '가족의 일원' 이자 '벗'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른 동물들보다 똑똑하면서 주인에게는 절대적으로 충성하기에 '반려'견이 되었다. 인간에게 개는 사랑이다.
책 마지막의 동물은 북극곰이다. 북극곰은 지구상 동물 중에서 환경 보전에 대한 생각을 가장 많이 바꾼 동물이다. 북극곰은 인간이 살기 싫어하는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살았다. 이름 그대로 북극권 내에서 살고 있어서 인간에게 빈번하지는 않아도 가죽 때문에 사냥당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너무 두껍다는 이유로 북극여우나 순록보다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북극곰은 그 이미지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다. 여러 상상력을 키우게 한 동물이었다. 그러다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생존이 위협당하는 1차적인 동물이 되었다. 오늘날에는 북극 빙원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로 간주되며 이것은 결국 지구의 건강 상태를 상징하게 되었다. 북극곰은 환경 파괴를 일삼아 기후 변화를 일으킨 인류의 어리석음을 나타내 주는 지표다.
책은 각 동물을 3~4쪽씩 인류와 어떻게 만나서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개념을 잘 정리해서 설명하는데 고화질의 여러 그림과 사진을 싣고 있어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단순히 동물과 인간과의 관계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동물이 주는 인문학적인 의미도 함께 이야기 하고 있어서 더 폭넓게 생각하게 한다. 인류의 역사는 인간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 결국 수 많은 동물이 함께 했고 그 동물들이 결과적으로 세계사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가 있는 잘 만들어진 수작이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20653)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