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 - 역사를 뒤집은 게임 체인저
폴 록하트 지음, 이수영 옮김 / 레드리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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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때 우리가 전쟁 초반에 크게 밀리게 된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겪어보지 못한 무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임진왜란 때는 왜군의 조총, 그리고 한국전쟁 때는 북한군의 탱크가 전쟁 분위기를 압도했다. 조선은 총이라는 존재를 알고 있긴 했으나 그렇게 위력이 클 줄 몰라서 엄청난 공포심을 갖게 되었다. 전쟁이 끝난 후 조총에 대한 연구를 하고 관련한 포수들을 양성한 결과 나선 정벌에서 나름 효과를 보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한국전쟁에서 탱크의 위력에 놀란 우리 나라는 그 후로 꾸준히 포와 관련한 능력을 키워서 자주포나 탱크는 북한을 넘어서는 전력을 갖추게 되었다. 


전쟁에 이기는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일단 강력한 전투력으로 상대방을 괴멸시켜야 한다. 그렇게 굴복시켜야 전쟁 자체를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력한 전투력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이 강해야 하나. 바로 화력이다. 여기에는 잘 단련된 군인이나 정신력 등도 포함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무기의 힘이다. 임진왜란이나 한국전쟁 때 적과 비슷한 무기가 우리에게도 있었다면 초반에 그렇게 허무하게 밀리지 않았을 것이다. 구한말 일제의 침략 때도 근본적인 국방력의 한계가 있었지만 당시 일제의 무기에 조선의 무기가 형편 없이 초라했기에 결국 국권을 잃게 되었다.


이 책은 그만큼 중요한 무기의 힘, 화력에 대한 역사다. 주로 서양의 무기를 이야기하고 있기에 서양 화력의 역사라고 하겠다. 책은 화력이 전투나 전쟁의 향방을 바꾸는 계기가 되는 시기부터 설명하고 있다. 단순히 군사의 숫자가 많은 편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적은 군사라도 우월한 무기로 상대를 이기는 것이 진정한 화력이라는 점에서 책은 1300년대부터 시작한다. 전체를 네개의 시기로 나누어서 각 시기별로 어떤 화력이 발전하고 그것이 역사에 어떻게 적용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중국에서 발명한 화약이 유럽에 전해졌지만 화약을 이용한 무기가 전투의 향방을 바꿀 만한 시기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이 화약 무기가 큰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봄바드' 라고 알려진 거대한 공성포의 등장이었다. 1377년 프랑스의 필리프 2세가 오드루이크의 잉글랜드령 성을 공략하면서 이 대포를 사용했는데 그전까지 미미했던 공성포의 효용이 이 승리에서 전쟁의향방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해졌다. 우수한 공성포를 사용했느냐에 따라서 지상전의 승자가 결정된 것이다. 


하지만 이 강력한 대포를 제작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했고 이것은 결국 강력한 왕권을 가진 국가만이 만들 수 있었기에 점점 중앙 집권적 통일 국가가 등장했고 이후 근대 국가로 발전하게 된다. 1부에서는 이렇듯 전투를 승리로 이끌기 위한 화약 무기의 위력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각종 무기들이 발달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1부에서 300년 간의 상대적으로 느린 화력의 발달을 다루었는데 2부 1800년대부터 4부 1945년까지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대였다. 여러 세력으로 분열되었던 각 지역이 통일 국가가 되고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화력은 급격하게 발전하게 되었다. 화력 자체가 강력한 경제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관련한 산업이 발달하고 부강한 국가는 더욱 강해졌다. 게다가 민족주의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화력과 더불어 사회적인 변화를 이끌게 되었다. 이런 분위기는 결과적으로 팽창 정책으로 이어지고 대외 침략과 더불어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게 된다.


1870년부터 1980년까지 유럽의 대규모 군비 경쟁은 서구 역사상 어느 시대보다 더 치열했고 더 위험했다. 더 치명적이고 더 살상적인 무기가 개발되고 있었고 포퓰리즘적 열정인 민족주의와 결부가 되어서 두려움은 더욱 늘어났다. 변화하는 전쟁의 성격에서 이미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전에 육해군의 역할이 변하고 있었고 일반 군인들의 모습도 달라졌다. 산업화 시대는 더 많은 장비와 보급품을 공급하면서 전 시대의 군인과 달라진 것이다.


제1차 세계 대전은 그전에 일어난 모든 전쟁과 다른 새로운 차원의 전쟁이었다. 동원된 인원의 숫자도 수 만이나 수 십만이 아니라 수 백만에 달했고 그만큼 사상자도 컸다. 그리고 그 여파는 제2차 세계 대전을 낳았고 이 대전은 인류 전쟁사의 총합이라고 할 만큼 엄청난 대재앙이었고 궁극의 무기인 핵폭탄의 등장은 인류 멸망의 공포로 이어졌다.


책은 서구 화력의 역사라는 큰 틀에서 전쟁이 어떤 무기와 화력으로 전개가 되는지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대포가 중요성을 이야기 했지만 개인 소화기도 자세히 이야기 하고 있다. 머스킷, 총검, 야포로 시작해서 고체탄과 폭발탄으로 이어지는 여러 무기도 소개하고 있고 전차, 전함, 항공기 등 쉽게 들을 수 없었던 여러 화력들을 시대별로 잘 소개하고 그 의미도 잘 연결해서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욕심의 동물이고 그것은 결국 전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인류의 역사는 곧 전쟁사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전쟁의 승리 요인인 화력의 역사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하고 있는데 상당히 고급스런 저작물이다. 많지는 않지만 적절하게 자료도 제시되고 있고 이 정도 내용이면 서양 화력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체계적으로 잘 쓰여 졌다. 전쟁사는 물론 무기사에 관심 있는 사람,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만한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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