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인류 - 인류의 위대한 여정, 글로벌 해양사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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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드넓은 우주에서 생명이 있을까 하는 물음은 전문 과학자가 아닌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갖게 되는 의문이다. 그리고 그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물이 있나 없나 에 따라서 정해진다. 생명은 물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은 확고한 전제 조건이다. 그만큼 생명체에게는 물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물이 인류에게는 어떠한 의미인가. 일단 눈앞에 보이는 물만 장악해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으니 절대적인 존재다. 그런데 그런 물이 모여서 만든 바다는 인류에게 공포와 경외의 대상이자 기회였다. 바다를 어떻게 지배 하는가에 따라서 엄청난 결과가 있었던 것이다.


역사를 봐도 바다를 극복해서 지리상의 발견을 한 나라들은 큰 식민지와 많은 부를 축적했고 오늘날까지도 그 유산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세계 최강의 해군을 갖고 있던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의 제국으로 성장했고 그 뒤를 이어서 바다를 제패한 미국은 아직까지도 세계 최강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단순히 군사적인것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많은 먹을꺼리를 제공하는 것이 바다다. 과거 바다를 적극적으로 경영할 기술이 없던 시대에 비해서 오늘날에는 바다와 관련된 산업이 발달하고 있기에 바다를 어떻게 이용하느냐는 그 나라의 존망과도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바다는 그냥 물고기 잡고 해수욕을 즐기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적극적으로 공략 해야 하는 자원의 보고다. 그래서 이 바다를 인류가 어떻게 이용해 왔는지를 안다면 우리의 바다에 대한 인식도 더 넓어질 것인데 거기에 딱 맞는 것이 이 책이다. 지은이는 이미 여러 권의 책을 통해서 바다를 통한 인류 문명사를 살펴왔는데 이번에 나온 책은 그것을 집대성한 책이라고 하겠다.


책은 처음에 인류의 시작과 함께 바다와 관련된 고대 제국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문명은 보통 강에서 시작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티그리스 유프라데스강에서 발원을 했는데 여기서 바다와 연결이 되면서 다른 문명과도 이어지는 것이다. 작은 바다라고 할 '지중해'를 누가 지배하느냐에 따라서 각 나라들이 흥망성쇠를 이루었다. 강력한 페니키아와 로마, 그리고 에게해 문명을 일으켰던 그리스와 그 그리스를 침략했던 페르시아 등 고대 국가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동남아시아의 바다 교류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적극적이었고 또 역사가 오래되었다. 지금의 말레이반도에서 필리핀 그리고 더 동쪽으로 한반도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영역이 바다로 이어졌다. 우리에게는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가 가야의 시조 수로왕과 결혼해서 허황후가 된 사실이 바다를 통한 연결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신라때는 이슬람 상인과의 교류도 빈번했다고 한다. 이 지역에서 중요한 나라는 중국이다. 이미 당나라때 세계 최대의 국가였고 그 번영은 바다를 통한 외국과의 교류를 활발하게 하는 작용을 했다.


송나라와 원나라 시대를 통해서 바닷길을 이용한 무역은 활발해졌다. 그래서 그 뒤를 이은 명은 그 유산을 적절히 이용해서 명나라 초에 정화의 대원정을 일으켰다. 수백척의 대함대가 오늘날의 아프리카까지 갔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고 하겠다. 그런데 명은 그 축적된 해양 교류의 역사를 단절시킨다. 해상을 이용한 이어짐을 포기한 것이다. 물론 그때까지도 명은 세계 최대의 제국이었다. 그러나 바다를 포기하는 순간 중국은 더 크게 될 기회를 잃게 되었다.


서양은 고대 문명 시절부터 강과 바다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있었다. 그것이 15세기 들어서 항해술의 발달로 해상으로 나아가기가 쉽게 되었고 결국 대항해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약탈과 식민지 경영으로 이어지고 그것의 바탕 위에서 산업화 혁명도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세계는 서양이 패권을 쥐게 되고 오늘날까지 그 강세는 이어지게 된다.


사실 우리는 로마 제국의 이탈리아와 비슷한 반도 국가다. 해양으로 뻗어나가기에 좋은 위치에 있었다. 백제가 대륙으로 진출하게 된 것도 결국 서해를 통한 해양 경영을 잘 한 탓이다. 신라는 이미 장보고때 동아시아 바다를 지배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바다를 통제하고 이용하는 것이 이어지지 않았고 그때 그때 잠시 활기를 띄었을 뿐이다. 중국 세력의 침략을 막기에 급급해서였을까. 좀 더 바다를 경략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특히 조선은 처음부터 개항 할때까지 쇄국으로만 일관해서 바다를 통한 교류를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있은 결과 망국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이제 우리의 입장에서 분단으로 대륙이 막혀있는 상태인데 오히려 더 해양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경제도 강국이 되었고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실력도 있다. 통일이 되어서 대륙으로도 진출해야 하겠지만 거대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존재를 생각한다면 더 크고 웅대한 바다로 나아가는 것이 맞다.


책은 제목 처럼 바다 인류의 흥망사에 관한 내용이다. 인류가 바다를 어떻게 이용했고 그 결과로 어떠한 나라를 이루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거의 10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이지만 어렵지 않게 쓰여졌고 특히 여러 지도와 그림, 사진이 풍부하게 실려있어서 이해를 쉽게 한다. 세계사는 결국 바다를 통해서 큰 진보를 이루게 되었고 여러가지 문제점과 한계에 다다른 이때 바다야말로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해양의 역사에 대해서 눈을 띄게 하는 결정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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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왕릉실록
이규원 지음 / 글로세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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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현대 한국의 전 시대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록 문화가 풍부한 나라였다. 그래서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서 교차 검증이 가능할 정도로 기록이 많다. 그래서 역사학에서도 관련한 공부가 제일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조선을 거슬러 올라가면 기록이 뚝 떨어진다. 조선의 바로 위 시대인 고려만 해도 고려 시대 당대에 저술된 여러 역사서들이 있었지만 각종 전쟁을 통해서 전해지지 않고 있고 그 위의 삼국 시대는 아예 고려 시대에 편찬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의존하고 있다. 여러 개인의 문집이나 글들을 통해서 당대의 역사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긴 하지만 역사가 위로 올라갈수록 사료는 더 부족해진다.


특히나 우리 고대사인 삼국 시대는 절대적으로 사료가 부족하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통해서 당시를 많이 알 수 있기는 해도 그 오래된 나라들의 역사를 단 두 권의 책으로 가늠하기에는 역시나 부족하다. 교차 검증을 할 수 없어서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서와 비교해야 하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다. 우리 역사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옛 문헌이 어디에 있기는 있을 것 같은데 그것과 별도로 현재 존재하고 있는 왕릉을 통해서 당대의 역사를 복원해보려고 하는 시도가 있으니 바로 이 책 삼국왕릉실록이다. 사실 조선은 왕릉을 잘 조성해서 아직도 보존이 되어서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고려도 상당수가 북한에서 잘 관리되고 있어서 역시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삼국의 왕릉은 거의 없다. 보존되어서 오랫동안 알려진 것은 신라 시대 왕릉이고 고구려나 백제는 나라가 망하면서 많이 멸실이 되었다. 우리는 무령왕릉의 발굴때 얼마나 흥분하고 환호하였는지 기억하고 있다. 왕릉은 그 자체로 수 많은 역사서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존재다. 그래서 왕릉을 순회하면서 거기에 얽힌 여러 역사를 알아간다는 이 책의 형식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책은 우선 삼국의 왕릉 형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고구려나 백제는 그 형식이 도굴 되기 쉽게 만들어졌으나 신라 왕릉은 오늘날 우리가 보듯이 상당히 도굴 하기 어렵게 만들어졌다. 그래서 천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잘 보존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제목은 삼국왕릉이지만 많은 부분 신라왕릉을 중심으로 글을 전개하고 있다.


먼저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를 설명하고 있다. 박혁거세는 알에서 태어났고 작은 도시 국가이던 신라를 강력한 나라로 만들어나갔다. 그런데 이 위대한 시조왕이 나라안의 반란으로 처참하게 죽었다. 한 나라를 세운 왕이 그렇게 죽은 것은 참 이례적이다. 하지만 박혁거세는 이후 천년 왕국의 초석을 쌓았다고 할 수 있다.


고구려 시조인 주몽은 활을 잘 쏘기로 유명했다. 고구려 벽화에 나오는 활 쏘는 기마인의 모습은 바로 이 시조왕 에서부터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주몽도 탄생 설화가 존재하는데 아무튼 성장해서 부여의 핍박을 받아서 오늘날의 졸본에 나라를 세우게 되고 훗날 동아시아 최강의 제국을 만드는 시초를 닦게 된다.


백제 시조인 온조는 원래 고구려에서 갈라져 나온 유민이다. 고구려 시조의 왕후인 소서노는 자신의 아들로 왕권이 이어지지 않자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남하하는데 비류와 온조가 아들이었고 각각 나라를 세우게 되지만 온조의 백제가 살아남아서 큰 나라를 만들게 된다. 이 백제는 훗날 중국과 일본까지 경영하면서 한반도의 영역을 확장한 나라가 된다.


책은 각 시조의 이야기로 시작하면서 그 뒤를 잇는 여러 왕들을 소개하는데 동일 시기에 왕으로 있었던 삼국의 왕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시간적 순서로 역사를 이해하게 한다. 책의 특징은 가야사에 대해서도 소개한다는 것이다. 가야는 삼국 보다도 더 사료가 적지만 엄연히 500년을 넘어서 존속했던 국가였다. 옛날에는 삼국같은 중앙 집권적인 국가가 아니라 그 아래의 연맹체 국가였다고 했는데 오늘날에는 어느 정도 중앙 집권적인 국가가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사실 신라가 강성해지기 전에는 신라를 수시로 괴롭히던 강국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삼국의 역사에 대해서 감이 잡힌다. 동일 시대의 왕들을 수평적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당대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 단순하게 암기만 하던 고대사를 마음으로 느끼게 된다. 왕릉이라는 실존하는 장소를 중심으로 역사적 사실들을 씨줄과 날줄로 잘 이어서 흥미로운 책으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이 어렵지 않고 여러가지 사진이나 자료가 있어서 이해하기에 좋다. 다만 개인적인 감정을 담은 부문이 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서 좀 더 담백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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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역사학 선언 - 근대 동아시아에 나타난 역사적 전환들
강상규 지음 / 에피스테메(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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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역사를 가졌지만 100년전 세상이 바뀌는 것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 우리는 식민지의 굴욕을 겪었다. 일차적으로는 외세의 침략에 대응할 왕조의 능력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크게 봐서는 당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위 나라들은 어떤 상황에 있는지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을 능력이 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일제는 침략이었지만 일본은 어떤 의미로 우리를 대했는지 또 중국은 당시 상황이 어떠해서 일본과 충돌하게 되었는지 당시에는 잘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광복 이후에도 우리 역사만 파고 들었지 주변을 살피지 못했다. 이제 우리도 역사에 대한 자신감도 가지고 일제에 패망할 그 때의 국력이 아니다. 이제는 우리를 포함한 주위 나라들의 상황도 살피면서 전체적인 맥락에서 역사를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수평적으로 여러 나라의 상황을 알려주면서 그 속에서 우리 역사를 살펴보는 책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연장선 속에서 아예 동아시아 역사학을 선언하면서 동아시아 전체의 모습에서 근대 동아시아에 나타난 역사적 전환들을 살펴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동아시아라는 지역은 한국과 중국 일본을 일컫는다. 때로 대만과 오키나와까지 넣기도 하지만 대만은 역사상 중국에 속했고 오키나와는 현재 일본에 속한다. 그래서 한중일을 가리키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한중일은 옛부터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중화 사상과 문물이 한국을 거쳐서 일본으로 전해지고 그것이 공통적인 가치와 문화적 기반으로 작용해왔다. 그러던 것이 일본의 서구화를 통해서 새로운 기준이 생겼고 그 기준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우선 근대 조선의 상황을 보면 이미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통해서 왕조의 기력은 무너지기 시작했는데 그 후 전란이 없는 시대에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하다가 영정조를 지나서 세도 정치기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망국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1800년대는 서양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큰 발전이 일어날 시기였다. 그리고 팽창은 필연적으로 외부에 대한 침략이 동반되었는데 그 여파가 중국과 일본에 영향을 끼친 반면에 조선은 스쳐지나가면서 시대가 바뀌게 될 기회가 늦어지게 되었다. 쇠락하는 왕조에 엄청난 힘으로 침략해올 새로운 세력. 어찌보면 풍전등화의 상황이었지만 세계 정세를 읽지 못하고 있었다.


일본은 전국 시대를 통합한 막부 시대가 오랫동안 지속되었지만 서양과의 끈이 꾸준히 이어져 왔는데 유명무실하던 왕실(천황가)이 복구되면서 메이지 유신을 통한 부국강병이 우여곡절끝에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게 되었다. 그런데 이들은 곧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고 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은 이웃 조선을 침략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서구 열강으로부터 아시아를 보호한다는 뜻이었지만 그것을 침략 그 이상 그 이하로 아니었다. 여러가지 음모와 계략끝에 조선을 집어삼키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만주로 진출하게 된다. 이때 명목상 작동하던 일본 민주주의는 몰락하게 되고 군부가 정부를 장악, 전쟁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중국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만큼 아무리 서양 세력이 커졌다고 해도 그들의 침략을 단호히 격퇴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당시 중국의 지배가 청왕조의 힘도 떨어지고 있는 시대였고 무엇보다 기존의 중국 중심의 조공 질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서양의 존재도 알았고 그들의 실력이 급성장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서 결국 아편전쟁 이후로 서구 열강의 침략을 당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 조선에 대해서는 종주권을 행사하려다가 일본과의 청일 전쟁에서 패하면서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되고 끝내 민국이 들어선 이후 중일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책은 이렇게 각 나라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 속에서 결국 세 나라가 2차 세계 대전의 대격변속에서 다시 운명이 바뀌게 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우리는 일본 대신에 남북이 분단되고 일본은 패망하게 된다. 중국은 일본을 몰아냈지만 국공내전이 격화되어 결국 공산국가가 된다. 전후 일본은 그야말로 죽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한국 전쟁이 일어나고 거기에서 엄청난 수혜를 입고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식민지가 된 나라는 분단이 되고 남북 전쟁이 일어나서 피폐해졌는데 가해자인 일본은 세계 경제 강국으로 올라서게 된다는 것이 참 어이가 없는 일이긴 하다.


책은 광복 이후 냉전 시대와 그 냉전이 끝났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갈등 양상을 띄고 있는 동아시아의 현재의 모습까지 근데 동아시아의 전체적인 흐름을 각 개별 국가에서 설명하면서 다른 나라의 상황과 엮어서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해 준다. 내용은 어렵지 않게 잘 쓰여졌다. 술술 잘 넘어가게 동아시아 각국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여러가지 자료나 표가 있어서 책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하게 하고 여러 개의 노트를 통해서 좀 더 깊이 있는 설명을 볼 수 있었다. 


동아시아는 유럽처럼 바로 옆에 붙어있는 나라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서로 주고받은 것이 많이 있는 밀접한 국가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불안한 상황은 큰 관점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가는 것을 잘 알려주는 책이다. 책 끝의 참고 도서 소개가 친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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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천재 열전 -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인문적 세계를 설계한 개혁가들
신정일 지음 / 파람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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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500년을 이어온 나라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많은 인재가 나왔다. 하지만 그 인재들이 다 천재는 아니다. 천재는 그 누가봐도 아 하고 감탄을 할 정도로 똑똑한 사람을 말하는데 이 책은 그런 인재중의 인재인 천재들의 이야기이다.


우선 매월당 김시습에 대해서 소개한다. 최초의 한문 소설인 '금오신화'를 지은 김시습은 당대 최고의 천재라고 할 만했다. 세종 대왕이 그의 능력을 보고 훗날에 크게 쓰일것이라 칭찬할 정도였다. 그러나 시대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수양 대군의 단종 폐위에 크게 반발해서 그의 치세에서는 절대 벼슬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평생 그 의지를 지킨다. 수양의 정변이 아니었다면 정말 크게 쓰일 천재였는데 참 안타까운 사람이다. 


10만 양병설로 유명한 율곡 이이도 전형적인 천재라 할 수 있다. 당시 한번 붙기도 힘들다는 과거를 9번이나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그는 또한 성리학을 조선만의 성리학의 위치에 올려놓는데 큰 역할을 했다. 퇴계 이황과 동시대에 살면서 치열한 논쟁을 통해서 성리학의 수준을 훌쩍 올려놓았다.하지만 그런 천재도 붕당의 씨앗을 없애지는 못했다. 그 자신이 동인보다는 서인에 가까왔고 그래서 훗날 붕당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누구에게나 충실했고 무엇보다 나라와 백성을 생각했다. 그가 주장한 10만 양병설은 사실 당시의 경제력으로는 이루기 힘든 일이었지만 충분히 경고가 될 수 있었다. 다만 그의 능력을 충분히 펼치기 전에 일찍 죽었고 그의 진가는 임진왜란이 일어나서야 사람들이 알 수 있었다.


이산해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임진왜란의 영웅이라고 할 유성룡과 동시대의 인물인데 그 유명한 토정 이지함의 조카다. 아주 어린 나이때부터 글을 읽고 쓰고 지었고 그 능력을 인정 받아서 일찍 출사했고 늘 공평하면서 청탁을 들어주지 않는 청렴함을 보였다고 한다. 유성룡과는 같은 동인이었고 동인의 영수였지만 서인과도 그리 척을 지지 않는 처세를 보였다. 


조선 후기의 최고 천재라면 당연하게 정약용을 들 수 있다. 한때 지폐에 들어갈 위인으로도 꼽을 정도로 인기있는데 삶 자체가 참 드라마틱하다. 총애하던 정조 대왕 시대에 많은 일들을 했는데 정작 그의 가장 큰 저작물은 오랜 유배 생활을 통해서 생산해냈다. 목민심서를 비롯한 그의 탁월하면서 방대한 글들은 조선 후기의 빛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수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이 천재가 정조의 죽음과 함께 능력이 사장되었다는 사실이다. 정조 사후 유배만 18년. 비록 그 시절 엄청난 저술을 했지만 그 이후에 쓰이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사라져갔다. 정조가 죽음으로써 조선은 망국의 길로 들어갔고 그의 신하였던 정약용도 그 이후 쓰이지를 못했다.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능력을 펼치지 못했으니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책은 전체적으로 편하게 읽을만하다. 각 인물들의 일생을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장단점을 균형있게 서술했고 각 인물 말미에 당대의 평가를 여러 방향에서 조감하고 있어서 인물을 입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한다. 다만 지은이가 말하는 천재의 기준이 무엇인지 몰라서 어떻게 선정이 된 것인지 모르겠고 조선의 천재치고는 수가 적은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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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디락스 : 간격 - 전라남도립국악단 북앨범
전라남도립국악단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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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앨범은 일반적인 책에 음악을 곁들인 형식의 창작물이다. 책이 주가 될 수도 있고 앨범 즉 음악이 주가 될 수도 있는데 서로 밀접하게 내용이 이어져있는 것이 특징이다. 내용을 잘 연결해야 하기에 구성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리 자주 나오는 형식은 아닌데 이번에 전라남도 도립 국악단에서 음악과 여러 글들을 엮은 책을 펴냈다.


제목인 골디락스는 영국의 전래동화 '곰 세 마리'에 나오는 금발머리 소녀 골디락스라는 이름에서 유래했는데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최적의 간격' 이라는 뜻에서 지었다고 한다. 제목이 좀 낯선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책 속에 소개되는 여러 글들이 '적당하게' 소개된다는 점에서 뜻풀이가 이해가기도 한다.


우선 책의 내용부터 보면 시, 산문, 그림 등 여러 형식의 글들이 실려있는데 부담없이 선선하게 읽히는 내용들이다. 그중에서 안도현 시인의 글과 최일도 목사의 글이 눈에 띈다. 안도현 시인은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이 글을 쓸 무렵에 귀향을 했다고 한다. 고향 예천의 산골짜기 외딴 곳에 밭을 매입하고 집 하나 지어서 외로운 귀향인이 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글만 써서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데다가 주위에 도움 줄 사람도 없어서 겪게 되는 작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산골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동식물이 반갑고 생각도 안 한 씨앗이 자라서 제법 있는 테가 나는 식물로 자라는게 대견해 보일 것이다. 봄을 기다리는 시인의 이야기에서 막 겨울로 접어든 지금 나도 봄을 기다려본다.


최일도 목사는 밥퍼 목사로 유명한데 무료 급식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의 말씀을 밥 주는 걸로 실천하는 사람인데 오랫동안 끊어지지 않고 이어왔던 무료 급식이 코로나 사태로 중단되었을때의 아픔과 안타까움을 잘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는 도시락으로 대체했는데 따뜻한 급식과 달리 도시락은 시간이 지나면 식는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따뜻한 식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금방 끓이거나 데운 국을 함께 준다는 자원 봉사자들의 이야기가 참으로 따스하다. 얼른 이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길 같이 빌어본다.


사실 이 책을 보려는 주된 목적은 좋은 글들도 좋지만 음악을 듣고 싶은 것이 우선이었다. 국악의본향인 전남의 도립 국악단은 전부터 충실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앨범으로 나와서 그 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음악 CD가 동봉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서 mp3 음악 파일로 제공되어서 좋았다. 


요즘 국악은 그냥 전통만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변주되어서 여러 장르에서 쓰이고 있는데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음악극이나 뮤직비디오로 발표한 춤곡으로 쓰였고 실내악 연주곡으로 쓰인 것들도 많다고 한다. 음원으로 제공하기에 편리하게 여러 다양한 요즘 기기들로 감상 할수 있고 QR코드를 제공해서 관련해서 동영상도 감상할 수 있게 한 것이 좋다.


음악들은 다 좋다. 피아노나 기타 같은 우리 국악에 잘 어울리는 서양 악기를 곁들여서 더 완성도 있는 음악으로 만든 것 같다. 여러 곡들이 좋은데 '점아 점아 콩점아'가 귀에 쏙 들어온다. 원래 이 곡은 구전으로 전해 온 전래 놀이 노랫 가락인데 적절하게 개사하고 편곡해서 근사하게 재창조했다. 아련하면서 슬픈 목소리의 김근희의 독창이 참 듣기 좋았다.


연주곡 중에서 피리 독주 '나무가 있는 언덕' 이 특히 맘에 들었다. 피리는 값이 싼 악기지만 소리의 풍부함은 어느 악기에 뒤지지 않는다. 부드러움으면서도 포근한 느낌의 연주가 돋보인 곡이었다. 피리 독주자 윤정아의 깊이가 남다르다.


해금 독주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은 이미 알고 있는 해금 연주곡인데 이 앨범에서의 연주도 색달랐다. 김지향 해금 독주자의 연주가 좋았고 기타와 신디로 배경을 이어주니까 더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은근한 김근희의 구음도 잘 어울린다.


이 북앨범의 편집자라고 할 류형선 국악단 예술 감독은 국악단 단원들의 실력을 은근하게 자랑하는 것 같은데 자랑 할만 하다. 곡들도 좋고 연주도 다 좋다. 여러 장르에서 적절하게 잘 쓰이는 음악들이라는 느낌이 든다. 골라서 낸 것이 이 정도고 다른 좋은 곡들도 많다고 하니 그 얼개가 궁금해진다. 북앨범도 좋고 그냥 앨범도 좋고 다음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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