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역사학 선언 - 근대 동아시아에 나타난 역사적 전환들
강상규 지음 / 에피스테메(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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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역사를 가졌지만 100년전 세상이 바뀌는 것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 우리는 식민지의 굴욕을 겪었다. 일차적으로는 외세의 침략에 대응할 왕조의 능력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크게 봐서는 당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위 나라들은 어떤 상황에 있는지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을 능력이 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일제는 침략이었지만 일본은 어떤 의미로 우리를 대했는지 또 중국은 당시 상황이 어떠해서 일본과 충돌하게 되었는지 당시에는 잘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광복 이후에도 우리 역사만 파고 들었지 주변을 살피지 못했다. 이제 우리도 역사에 대한 자신감도 가지고 일제에 패망할 그 때의 국력이 아니다. 이제는 우리를 포함한 주위 나라들의 상황도 살피면서 전체적인 맥락에서 역사를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수평적으로 여러 나라의 상황을 알려주면서 그 속에서 우리 역사를 살펴보는 책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연장선 속에서 아예 동아시아 역사학을 선언하면서 동아시아 전체의 모습에서 근대 동아시아에 나타난 역사적 전환들을 살펴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동아시아라는 지역은 한국과 중국 일본을 일컫는다. 때로 대만과 오키나와까지 넣기도 하지만 대만은 역사상 중국에 속했고 오키나와는 현재 일본에 속한다. 그래서 한중일을 가리키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한중일은 옛부터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중화 사상과 문물이 한국을 거쳐서 일본으로 전해지고 그것이 공통적인 가치와 문화적 기반으로 작용해왔다. 그러던 것이 일본의 서구화를 통해서 새로운 기준이 생겼고 그 기준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우선 근대 조선의 상황을 보면 이미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통해서 왕조의 기력은 무너지기 시작했는데 그 후 전란이 없는 시대에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하다가 영정조를 지나서 세도 정치기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망국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1800년대는 서양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큰 발전이 일어날 시기였다. 그리고 팽창은 필연적으로 외부에 대한 침략이 동반되었는데 그 여파가 중국과 일본에 영향을 끼친 반면에 조선은 스쳐지나가면서 시대가 바뀌게 될 기회가 늦어지게 되었다. 쇠락하는 왕조에 엄청난 힘으로 침략해올 새로운 세력. 어찌보면 풍전등화의 상황이었지만 세계 정세를 읽지 못하고 있었다.


일본은 전국 시대를 통합한 막부 시대가 오랫동안 지속되었지만 서양과의 끈이 꾸준히 이어져 왔는데 유명무실하던 왕실(천황가)이 복구되면서 메이지 유신을 통한 부국강병이 우여곡절끝에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게 되었다. 그런데 이들은 곧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고 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은 이웃 조선을 침략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서구 열강으로부터 아시아를 보호한다는 뜻이었지만 그것을 침략 그 이상 그 이하로 아니었다. 여러가지 음모와 계략끝에 조선을 집어삼키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만주로 진출하게 된다. 이때 명목상 작동하던 일본 민주주의는 몰락하게 되고 군부가 정부를 장악, 전쟁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중국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만큼 아무리 서양 세력이 커졌다고 해도 그들의 침략을 단호히 격퇴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당시 중국의 지배가 청왕조의 힘도 떨어지고 있는 시대였고 무엇보다 기존의 중국 중심의 조공 질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서양의 존재도 알았고 그들의 실력이 급성장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서 결국 아편전쟁 이후로 서구 열강의 침략을 당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 조선에 대해서는 종주권을 행사하려다가 일본과의 청일 전쟁에서 패하면서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되고 끝내 민국이 들어선 이후 중일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책은 이렇게 각 나라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 속에서 결국 세 나라가 2차 세계 대전의 대격변속에서 다시 운명이 바뀌게 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우리는 일본 대신에 남북이 분단되고 일본은 패망하게 된다. 중국은 일본을 몰아냈지만 국공내전이 격화되어 결국 공산국가가 된다. 전후 일본은 그야말로 죽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한국 전쟁이 일어나고 거기에서 엄청난 수혜를 입고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식민지가 된 나라는 분단이 되고 남북 전쟁이 일어나서 피폐해졌는데 가해자인 일본은 세계 경제 강국으로 올라서게 된다는 것이 참 어이가 없는 일이긴 하다.


책은 광복 이후 냉전 시대와 그 냉전이 끝났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갈등 양상을 띄고 있는 동아시아의 현재의 모습까지 근데 동아시아의 전체적인 흐름을 각 개별 국가에서 설명하면서 다른 나라의 상황과 엮어서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해 준다. 내용은 어렵지 않게 잘 쓰여졌다. 술술 잘 넘어가게 동아시아 각국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여러가지 자료나 표가 있어서 책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하게 하고 여러 개의 노트를 통해서 좀 더 깊이 있는 설명을 볼 수 있었다. 


동아시아는 유럽처럼 바로 옆에 붙어있는 나라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서로 주고받은 것이 많이 있는 밀접한 국가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불안한 상황은 큰 관점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가는 것을 잘 알려주는 책이다. 책 끝의 참고 도서 소개가 친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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