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인의 위대한 패배자들 - 한니발부터 닉슨까지, 패배자로 기록된 리더의 이면
장크리스토프 뷔송.에마뉘엘 에슈트 지음, 류재화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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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모든 것이 승자의 위치에서 쓰여지기 때문에 사실이 왜곡되고 진실을 다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의 이면까지 들여다봐야 진실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그런데 사실 패자의 역사를 알기란 쉽지 않다. 패자의 입장에서 쓴 기록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패자라고 해도 '명망'이 있어서 그 흔적을 지우기 힘든 경우는 어느 정도 기록이 남기에 그들을 통해서 실체에 접근할 수가 있다.


이번에 나온 책은 비록 패자라고 해도 드높은 '이름'을 날린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 뒷면에 담겨진 역사적인 일들을 알 수 있게 한다. 첫번째로는 '한니발'을 소개하는데 정말 이름값을 하는 사람이다. 로마가 제국으로 발돋음하기 전 최대의 적이었다. 로마와 지중해를 두고 패권을 다투던 카르타고의 명장이었는데 기발한 전술과 전략으로 로마를 궁지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역사상 최초로 알프스산을 넘었다고도 하는데 그것이 최초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그만큼 생각지도 않은 전술을 구사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의 조국은 이 명장을 뒷바침할 능력이 되지 않았던 것에 있다. 막대한 패배를 당했어도 다시 전력을 충원한 로마에 비해서 한니발의 카르타고는 한번의 승리 이후에 로마를 뿌리뽑을만한 지원을 하지 못했다. 한니발은 자국 영토에서 싸운 것이 아니라 로마의 영토에서 싸웠기에 더욱더 지원이 필요했으나 결국 배신을 당한다. 그러고 여러나라를 전전하면서 도피를 하지만 이 명장의 가치를 알고 있는 것은 카르타고가 아니라 로마였다. 언제 다시 로마의 후환이 될까 싶어서 끝까지 추적해서 죽게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를 패배시켰던 로마의 명장 '스키피오'도 반강제로 은퇴당했다는 것이다. 일생을 배신 당했던 한니발은 과연 누구를 위해서 전쟁을 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클레오파트라는 미녀의 대명사로 독사에 물려 죽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녀가 단순히 미녀라는 것만 알려졌지 자신의 조국을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한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녀는 이집트의 지배자였고 로마의 침략에 맞서서 이집트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서 로마를 이용했던 것이다. 그녀는 안토니우스까지는 성공했지만 훗날 로마의 초대 황제가 되는 옥타비아누스는 실패했다. 그래서 그녀는 저속한 매춘부라는 악명을 얻었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능력있고 가치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미국 남북 전쟁의 남부군 총사령관 로버트 리는 패배자임에도 위대한 미국 장군의 반열에 오른 특이한 사람이다. 사실 그의 성향으로봐서는 노예제를 옹호하는 남부보다는 노예 해방을 주장하는 북부에 더 어울렸던 사람이다. 실제로 북부군 지휘관으로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신념보다도 고향을 더 끔찍하게 여겼던 사람이다. 고향을 위해서 남부군을 맡았고 모든 면에서 열세였던 군대를 잘 지휘해서 북부군을 몰아붙였다. 그는 남부가 북부를 이기기라고 여기진않았다. 그저 승기를 잡아서 북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북부는 결코 질 생각이 없었고 압도적인 능력의 북부군에 결국 패배한다. 하지만 그는 남부군 총사령관으로써 예우를 받았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대학 총장을 하면서 여생을 평화롭게 보낸다. 그 이후에도 미국 최고의 군인의 대우를 받는다. 그가 그의 신념대로 북부를 택했다면, 최소한 남부군을 맡지않고 중립이라도 했다면 전쟁에 희생당한 사람이 적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그의 선택이 아쉽기만 하다.


리처드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재임중 탄핵당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악명을 갖고 있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한 행동은 분명 잘못되었고 불법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빼고 나면 어느 대통령보다 능력있는 사람이었다. 그 이후의 진보적인 대통령보다 더 진보적이었고 베트남 전쟁의 수렁에서 벗어날려고 했으며 중국과 외교 정상화를 하면서 평화를 구축했다. 그 사건이 없었다면 그가 당선이 되었을까. 그리고 미국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고 거기에 우리의 역사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장제스는 수 억의 중국인을 책임진 총통의 자리에 올랐지만 너무 큰 옷을 입은 장군이었다고 평하는데 일견 수긍이 간다. 국민당의 파벌과 부패에 좀 더 집중을 했다면 중국 농민들의 마음이 그렇게 달아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국공합작 후 공산당보다 더 열심히 일제에 항거했던 것을 과소평가한것은 아닌가도 싶다. 


이밖에도 여러 인물들의 알려진 평에 비해서 속에 숨은 능력과 잘못된 사실들에 대해서 잘 이야기해주고 있다. 장단점을 잘 설명하면서 이쪽과 저쪽에서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해서 더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한다. 무엇보다 지은이가 아주 흡입력있게 글을 잘 쓰고 있다. 사실과 평을 적절하게 잘 섞어서 재미있게 잘 읽을 수 있게 한다. 이 책을 읽는다면 역사는 위대한 승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빛나는 패자'도 있음을 잘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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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의 역사 - 홀연히 사라진 4천 년 역사의 위대한 문명도시를 다시 만나다 더숲히스토리 1
카렌 라드너 지음, 서경의 옮김, 유흥태 감수 / 더숲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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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뭔가 신비스러우면서도 위험한 느낌이 든다. 사실 고대에 큰 나라를 이루었던 지역인데 기독교 성경에서 부정적으로 기술한 것만 기억에 있고 예술의 여러 분야에서 악의 제국으로 묘사한 것도 있고 해서 음험한 기운까지 있었다. 하지만 바빌론은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위대한 곳이다.


바빌론은 오늘날의 이라크 지역에 있었던 고대 왕국이다. 왕국의 수도가 바빌론이었기에 도시 이름이기도 하고 지역 이름이기도 하고 왕국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는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지만 이미 수 천년전에 바빌론이라는 강력한 나라가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서구 문명에 많은 영향을 끼친 지역라고도 볼 수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많이 소개되지가 않았던 것 같다. 단편적인 사실만을 기술했는 것이 전부인데 이제 바빌론이 어떤 곳이고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 개괄적이나마 알 수 있는 책이 발간이 되었다.


책은 바빌론의 시초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그 유명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일어난 유크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근처에서 일어났다. 이 지역은 사람이 살기에 적당하면서 농경하기에 좋았기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여러 나라들이 일어났다. 바빌론은 그 틈바구니에서 큰 나라가 된 것이다. 비옥한 땅과 그 땅의 중요성 때문에 많은 이합집산이 있었고 그 중심에 바빌론이 있었다. 바빌론이 메소포타미아의 패자가 된 것은 함무라비 왕이다. 그 유명한 함무라비 법전을 만든 그 왕. 그는 탁월한 영도력으로 주위를 제압해서 바빌론이 우뚝서게 만들었다.


바빌론의 최고의 영광은 네부카드네자르 2세때였다. 그는 명실상부하게 제국을 만들었고 바빌론의 영향력으로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큰 성장을 했던때였다. 그 이후에 여러 나라들과의 경쟁속에서 때론 패배하고 때론 승리하면서 2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메소포타미아의 중요한 도시로 이어져왔다. 그러다가 알렉산더 대왕때 제국의 수도로 번영할 수 있었지만 그의 급서로 그 지위가 오래가지 못했고 그 후계들에서는 큰 관심을 갖지 못하고 점점 빛을 잃어하게 되었다.


바빌론에서는 특이한 것이 있는데 바빌론의 주신인 마르두크 신앙이다. 왕은 세습되는 것이 아니라 마르두크 신이 점지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빌론을 얻으려는 자는 꼭 마르두크신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러면 그가 바빌론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신앙은 바빌론와 동일시할만큼 중요했다. 여러 지배자들이 마르두크 신전에 들러서 자신이 마르두크 신에게서 바빌론을 집할 허락을 받았음을 알려야 했다. 수 천 년 전 이런 제의식을 통해서 권위를 확장한 것이다. 


책은 바빌론이 어디에서 일어나서 어떻게 발전을 했고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잘 알려주고 있다. 오늘날 바그다드를 가리켜 바빌론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바빌론은 알렉산더 이후로 사라졌던 것이다. 그 이후에 전설로 남은 바빌론에 대해서 사람들은 관심을 버리지 않았다. 로마 황제 조차도 바빌론을 보고 싶어 했고 근대에 들어와서 고고학의 발달로 활발한 유물 유적의 발굴이 이루어졌다. 아쉽게도 바빌론 당대의 건축물은 남아 있지 않다. 많은 전쟁을 통해서 무너졌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때는 건축 재료가 흙이었기 때문에 오래 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바빌론이 수 천년 동안 이어져 온 것은 단순히 군사적으로 강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문화적 과학적으로 큰 발전이 있었기에 살아남아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메소포타미아는 비옥하지만 홍수가 잘 일어나서 그것을 막기 위한 여러가지 수리 시설이나 건물을 지어야 했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수학이 발달했고 이것이 그리스의 천문학과 결합해서 더 크게 발달했다고 한다. 그밖에도 여러가지 학문과 기술이 발달해서 이것이 결국 서양의 문물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바빌론에 대해서 크게 아는 것이 없었는데 이 책 덕분에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을것 같았다.이 지역은 명성에 비해서 아직도 다 알려지지 않았다. 그 당시를 기록한 것이 쐐기문자인데 이것을 해독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유물 유적도 아직 다 발굴되지 못했다.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지역이라서 갈길이 멀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지역이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고대 중동의 역사에 대해서 그리고 바벨탑으로 상징되는 바빌론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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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히스토리 -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의 대응 방식
세르히 플로히 지음, 허승철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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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 소련의 체르노빌이라는 곳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해서 수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고 방사능에 오염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그때는 나이도 어렸고 방사능이 얼만큼 무서운 것인지를 실감하지 못했다. 그때는 공산국가 소련이라서 그런일이 일어났고 원자력은 원래 안전하다는 정부의 말에 그려려니 하고 살았다. 무신경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이 원자력 발전소가 늘 안전하지는 않다는 것과 이곳에서 사고가 나면 얼마나 큰 일이 일어나는지 이웃 일본에서 일어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붕괴사건에서 뼈져리게 느끼게 되었다.


정확히는 지진으로 인해서 발전소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지만 이미 설계단계에서 그 정도 지진은 견디게 만들어졌고 여러 위험한 상황에도 대처할수 있게 했다고 했지만 그것이 무너진 것이다. 문제는 원자력 발전소가 고장이 나면서 흘러나온 방사능때문에 많은 사상자가 생기고 그 일대는 사람 한 명 살지 못하는 땅이 되었다. 그것이 일어난 후쿠시마는 방사능 오염 지역이라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여기에서 만들어진 모든 식음료는 먹지 못하는 것으로 기피 대상이 되었다. 그 상황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데 사실 언제 자연상태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바로 이웃인 우리에게 크나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오랫동안 선진국인 일본도 그 사고 이후 대처도 제대로 못하고 사실을 정확히 알리지 않았는데 과거 공산국가였던 소련은 말해서 뭐하겠는가. 수십년동안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상황은 어떠했는지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하지만 그 사건은 소련만이 아니라 전유럽 아니 전지구적으로 영향을 끼쳤고 아직도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다니 보통 문제가 아닌 것이다.


책은 스웨덴 스톡홀름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평소와 다름없다고 여겼던 날인데 방사능 수치가 보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방사능 수치가 엄청나게 나왔고 이들은 발전소에 사고가 나거나 원자 폭탄이 폭발했다고 여겼다. 그러나 그런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그런 현상은 스웨덴 뿐만 아니라 노르웨이 핀란드 등 다른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일어났다. 


조사끝에 이것은 소련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소련은 자기들에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면서 끝내 입을 닫고 만다. 당시는 냉전이 한창이던 시기여서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어디 한 나라만의 문제인가. 그때의 은폐와 조작은 수십년이 지나도록 진실을 덮었던 것이다. 이 문제가 전 유럽으로 확산되고 나서야 부분적인 사실을 말했지만 그 뿐이었다. 자신도 감당하지 못할 엄청난 일이 일어났는데 그 자체를 숨겼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사실 이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수도 있었다. 천재지변을 제외하고 이런일은 꼭 인간의 부주의로일어나는데 이미 소련에서는 몇번이나 유사한 일들이 있었다고 한다. 1975년 레닌그라드 원전에서 원자로의 결함으로 가동 중지 이후에도 핵분열 반응이 일어난 결과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때 이 결함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고 그 이후 사고에 대한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그냥 쉬쉬하면서 덮었던 것이다. 그것이 11년후 체르노빌 원자로 4호기에서 똑같은 양상으로, 그러나 불행히도 더 엄청난 규모로 일어난 것이었다.


철의 장막에 가려져 있던 소련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이미 전조가 있었던것도 있지만 소련 당국의 무능함으로 더 큰 사건이 되었다. 어쩌면 피해를 줄일 수가 있었는데 인간같지 않았던 그들 때문에 아직도 체르노빌은 죽음의 땅이 된 것이다. 지은이는 당시 원전 근처의 강 중류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그 엄청난 비극의 한 가운데에 있었던 것이다.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얼마나 큰 고통과 혼란을 겪었는지 생생한 증언자라고 할 수 있다. 훗날 비밀 문서가 해제되고 진실에 좀 더 접근할수 있게 되었을때 체르노빌이 어떻게 일어났고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낱낱이 밝히게 된다.


지은이가 진단한 사고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무능한 소련 정부에 있었다. 원전의 관리도 허술했고 사고 이후 수습도 못했으며 심지어 은폐하고 조작까지 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핵과 방사능에 대한 무지와 절대 그럴리 없다는 과학 기술에 대한 맹신도 작용했다. 원자력 발전이 적은 원료로 큰 전기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큰 발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수 많은 기술의 집합체인 원자력 발전이 잘못될리가 없다는 오만이 이 사건을 키운 것이다. 이런 엄청난 일이 일어났는데도 거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은 어찌보면 예견된 일이다. 직접적인 것은 아니라고 해도 그런 의식이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사건까지 이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체르노빌 사태는 이후 소련이 붕괴되는 하나의 매개체가 된다. 수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은폐와 방관만 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은 우크라이나 주민들을 일깨우게 된다. 그들은 관련 정보를 밝히라는 운동을 하게 되고 끝내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하게 된다. 독립 열망은 도미노처럼 번져서 결국 소련이 무너진다. 소련은 이미 체르노빌 사건에서부터 금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책은 불가능한 경제 정책과 거기에 수반되어 결함이 고쳐지지 않은 채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되고 그 과정에 일어난 많은 부조리, 그리고 사건이 일어나고 난 뒤에 소련 당국의 무능과 부패 등이 세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 가운데 재난에서 사람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수없이 희생한 많은 영웅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과학자,소방관,경찰관,광부,노동자들은 어쩌면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방사능이 누출된 체르노빌로 가게 된다. 어찌되었던 고장난 발전소에는 사람이 들어가서 고칠수밖에 없었기에 이들은 그야말로 목숨바쳐 임무를 완수했던 것이다.


책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일어났고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 그 전반에 대해서 생동감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지은이가 직접 겪은 사실에 비밀에서 해제된 기밀 문서를 물 흐르듯 잘 결합해서 역작으로 만들었다. 체르노빌 사건의 전후는 이 책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입체적이고 세밀하게 잘 그려졌다.


핵은 핵폭탄만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같이 살아가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가 잠재적인 무서움이다. 비록 소련과 지금은 다르다고 해도 핵이 붕괴되는 사건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일단 사건이 일어나면 아무리 뛰어난 정부라고 해도 속수무책이다. 사실 어쩌할 도리가 없다. 그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는 것이 원전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원전과 관련해서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찬성파라고 해서 원전의 위험함을 모르지는 않지만 대안이 없는 원전 축소에 반대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 이미 고에너지 소비 사회가 되었는데 원자력을 쓰지 않고 전기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더 있어야 한다. 원자력 자체는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 없어져야 하겠지만 어떻게 없앨것인가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아직도 원전이 위험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도 이 책을 보면 좋겠다. 원전이 잘못 되었을때 어떠한 댓가를 치뤄야 하는지 이 책을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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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자기 여행 : 북유럽 편 - 개정증보판 유럽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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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 블루'라는 색깔은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파란색'이지만 사실 파란색으로 표기하기에는 그 빛의 느낌을 다 담아낼 수 없다. 같은 바다 색깔이라고 해도 동해와 남해 서해의 색깔이 그냥 파랗다고 말하기는 느낌이 다르지 않겠는가. 코발트 블루는 그 낱말에서 느끼듯이 우리나라보다는 외국에서 느끼는 색깔이다. 파란색과는 또 다른 푸른색. 우리에게 있는 비취색이 단순 녹색이 아닌것과 같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조용준 작가의 유럽 도자기 여행 북유럽편의 중요한 화두도 '코발트 블루' 다. 우리나라 고려 청자의 그 오묘한 색깔은 우리 도자기만의 독특함을 나타내는 색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북유럽 도자기의 특성을 나타내는 색은 이 코발트 블루인 것이다. 이 색은 도자기가 나는 지역의 특정 광물과 여러가지 물질을 섞어서 내는 터라 그만큼의 특별한 희소성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골동품으로써의 가치가 시대를 초월해서 내려오고 있다.


전작에서 독일 경질자기 마이슨에 대해서 소개를 했는데 이번 책에서는 그 기법이 북유럽으로 흘러들어간 이야기를 한다. 독일의 그 비법을 서유럽보다 북유럽에서 먼저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 선두주자가 스웨덴이다. 그리고 덴마크, 네덜란드, 핀란드 러시아 등의 도자기를 소개하고 있는데 북유럽 도자기의 특성은 거친 자연환경과 관련해서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면이 있다. 오늘날의 관점에선는 미니멀리즘 적인 모습인데 우리로 생각하면 조선의 막사발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단순한 미에서 느끼는 안정감과 소박함이 참 멋있다. 몇 백년 전 서민용으로 만든 도자기가 오늘날에는 멋진 디자인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단순한 도자기만 만든 것은 아니다. 서민들이 쓰려고 만든 자기는 단순한 무늬를 갖고 있지만 왕실이나 귀족이 쓰기 위해 만든 것은 화려하고 고급스러웠다. 당시에는 도자기 선물이 외교적인 매개체로 활용되었기 때문에 아름다운 도자기의 가치는 그만큼 높았다고 한다. 사실 코발트 블루 색깔의 고급 도자기가 나오게 된 것은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던 도자기가 끊기고 그 막대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 모방해서 만든것이었다. 중국 도자기가 일본 아리타 도자기로 대체되어서 한때 일본 도자기가 각광을 받았지만 이내 스스로의 힘으로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중국의 청화백자의 그 푸른빛을 흉내내기 위해서 청금석을 수입해서 만든 자기가 그 유명한 '델프트 블루 자기'다. 책에서는 다양한 무늬의 블루 자기를 소개하고 있는데 색상이 아름다우면서도 고급스런 느낌을 주고 있다. 그밖에 오늘날에도 이름을 떨치는 여러 도자기 브랜드와 디자이너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들의 역사가 곧 북유럽 도자기 역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러시아는 핀란드에 이어서 도자기가 발전하게 되는데 그것에는 당시 러시아 황제의 공이 컸다. 특히 예카테리나 2세가 큰 몫을 차지한다. 그녀는 총명하면서 대담한 기질을 가진 여장부 스타일이었는데 그래서 황제의 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무능하고 아이같은 남편과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지내지 못했다. 그 허전하고 쓸쓸한 것을 위로해준 것이 도자기였던 것이다. 이 여제는 궁전안에 도자기방을 만들어서 원없이 감상을 했다. 더불어 그녀의 여름 궁전을 중국에서 수입한 각종 도자기로 장식한 '중국 궁전'으로 만들기도 했다. 책에서는 아름답고 화려한 이 궁전의 모습을 잘 설명하고 있다.


책은 내용이 방대하다. 북유럽 각국의 유명 도자기 브랜드를 소개하면서 각 브랜드의 역사와 중요한 특성등을 설명하면서 많은 사진 자료도 수록했기에 책이 두껍다. 그러나 글로 된 설명과 실제 사진을 함께 보면서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게 읽어내려갈수 있다. 그동안 몰랐던 북유럽의 도자기가 이런 아름다움을 갖고 있구나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도자기는 수 백년동안 동서양에서 최첨단 상품이었다. 오늘날로 치면 반도체라고나 할까. 도자기의 시초는 중국이지만 이것이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새롭게 발전하고 뒤늦게 유럽으로 진출해서 또 다른 명품을 낳아가는 과정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양에서 꽃 피우다가 서양으로 넘어가서 이제는 서양이 도자기의 역사를 주도한다는 느낌이다. 지난 시절 우리 나라도 명도자기를 생산했었지만 산업적으로 크게 발전한 것은 아닌데 이제 우리에게도 우럽에서와 같은 기회가 왔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다.


시리즈가 참 좋다. 책을 읽다보면 도자기를 통한 세계사을 알 수 있게 한다. 원래 나왔던 책을 내용을 보강해서 개정증보판으로 나왔는데 내용이 더 충실해져서 가치가 있다. 앞으로 나올 서유럽편은 더 두꺼운 내용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우리에게 도자기는 고려 청자나 조선 백자 같이 유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도자기가 현재진행형인 아주 고급스런 상품임을 느끼게 해준다.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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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제 - 중국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요시카와 고지로 지음, 장원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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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라는 나라는 역사도 오래되고 땅도 넓고 우리와 이웃해 있으면서 긴 세월 동안 큰 영향을 미친 나라다. 그런 나라가 언제부터 그렇게 커졌는지 언제부터 발전을 하게 되었는지 의문이 들 법도 하다. 사실 고대 문명으로써의 중국은 작은 나라들의 연합체였기에 오늘날 관점에서 '국가' 라는 말에 어울릴 정도의 큰 나라는 아니었다. 그것이 진시황이 춘추 전국시대를 통일하고 하나의 나라가 되면서 오늘날 중국의 판도의 기본을 닦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진나라는 중국을 통일하기는 했지만 오래되지 않아 멸망을 했기에 통일이라는 큰 일을 해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의 정체성을 확립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중국'이라는 나라를 하나의 완전한 나라로 만들고 중국의 기본을 쌓은 인물이 바로 한나라의 무제다. 무제는 중국의 판도를 넓혔을뿐만 아니라 모든 문물과 제도, 문화 등을 '중국화'한 사람이다. 중국 역사에서는 정말 중요한 사람인 것이다. 이때의 중국은 세계 최강의 대제국이었고 이때 완성된 기본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토대를 이룩한 사람이다. 중국 역사에서 많은 위인들이 있지만 중국의 건설자이자 완성가로써의 한 무제의 위치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그런 한 무제가 어떻게 삶을 살았는지 시대별로 이야기하는 책인데 지은이의 평이 들어간 평전 형식이다. 우선 무제는 그리 쉽게 황위에 올랐는 것은 아니었다. 정상적으로 황제가 된 것이 아니라 관도 장공주라는 당시 황실의 실력자에게 '선택'이 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즉위 초에는 뜻대로 정사를 펼칠 수가 없었다. 장공주도 장공주지만 태후인 두 태후도 그에게는 쉽지 않은 상대였고 황후조차도 마냥 우호적이진 않았다.


그래도 이 여인들이 황제를 압박하고 아주 허수아비로 만든 것은 아니었지만 무제는 참고 기다리면서 때를 기다렸다. 마침내 두 태후와 장공주가 차례로 세상을 뜨면서 황실의 모든 권력은 무제가 갖게 되었다. 비로서 그의 완전한 친정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내실을 다지면서도 외부로 시선을 돌린다. 한의 북방, 남방, 서방, 동방을 정벌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그 중에서 흉노 정벌은 그의 역점 사업이었다.


다른 지역의 세력은 한나라를 위협하지는 않았지만 흉노는 이미 전대에부터 중국을 괴롭혀왔다. 중국을 통일한 그 진시황 조차 흉노를 어쩌지 못해서 침입을 막기 위한 장성 쌓는 걸로 세월을 보낼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은 큰 도움이 안되었고 무제가 즉위하기까지 굴욕적인 협상을 통해서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정도였다. 그것이 무제에게는 맘에 안 들었던 것이다. 무제는 준비를 철저히 한 다음 흉노를 정벌하기로 한다. 여기서 위청과 곽거병이라는 큰 장수가 등장한다. 그들은 무제의 두번째 황후인 위황후의 일족인데 이들의 활약으로 흉노에 큰 승리를 이룬다.


그리고 흉노에 같이 고생하던 월지국에 협공을 제안하기 위해서 장건을 파견한다. 장건은 흉노에 오랫동안 억류되어 있다가 탈출해서 기어코 월지에 다다르지만 이때 그들은 원거주지에서 더 서쪽으로 옮긴 터였다. 협공에 대한 소득은 별로 없었으나 서방의 여러 나라를 알게 되었고 서양과 동양을 잇는 교류의 장을 열게 되었다. 장건이 개척한 서역은 동과 서를 연결하는 중요한 길이 되었던 것이다.


무제가 오랫동안 군사를 일으켜서 호전적인 인물로만 보는데 사실 그는 유학을 크게 일으킨 유학자였다. 유학이 가진 이념이 중국을 다스리는데 중요하다고 본 그는 유학자를 가까이하고 많은 유학자를 관리로 등용을 했다. 그래서 국가의 체계를 더 짜임새있게 만들고 정치,문화,사상등에서 큰 발전을 이룩하게 된다. 이때의 틀이 계속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는 흉노정벌등 해외 원정이 오랫동안 성사된 것은 이렇게 내치가 탄탄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게 영명하던 무제도 나이가 드니까 총기가 흐려지게 된다. 큰 토목공사를 벌이고 신비주의에 빠져서 정사를 게을리하고 결국 자신이 만든 황태자를 죽게 만든다. 흉노와의 평화 시절에 선대 황제들이 쌓아 놓은 막대한 재정도 전쟁과 토목공사를 통해서 다 달려버려서 그것을 충당하기 위해서 많은 세금을 부과하게 되고 따라서 백성들의 원성도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책은 무제의 일생을 중요한 사건순으로 어렵지 않게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이면 무제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대략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다. 다만 이 책을 지은 지가 오래되어서 최신의 관점이 아니고 다른 나라를 침략한 것이 정의라는 등의 중국중심적인 기술이 있어서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한무제란 인물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내용이어서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권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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