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궁궐 이야기 - 아이에게 알려주는 궁궐 안내판과 조선 역사
구완회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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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안 사는 사람으로서 크게 부럽진 않지만 정말 부러운 것이 있다면 서울에만 있는 것, 바로 궁궐이다. 우리 나라 역사에서 각 시대 별로 궁궐이 있었지만 대부분 사라지고 남은 것은 조선 시대 궁궐 뿐이다. 당연하게도 조선의 도성이었던 한양 즉 서울에 모든 궁궐이 있다. 


그런데 화나고 안타까운 것은 수 백 년의 세월을 버텨온 궁궐이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 의해서 사라지고 없어지고 왜곡된 것이 많다는 사실이다. 저 멀리는 임진 왜란때 왜군의 침략으로 경복궁이 불탔고 그 뒤에 중건된 경복궁조차도 일제에 의해서 강제로 헐리는 전각들이 많았다. 조선 최고 최대의 법궁이라는 경복궁이 그랬기에 다른 궁궐들의 처지는 더 험악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이제는 광복된지도 오래되었고 국력이 커지면서 파괴된 우리 궁궐의 많은 모습을 복원하고 있다. 단순히 복원한다고 궁궐이 그대로 가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궁궐을 찾고 알아가야 그 궁궐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궁궐에 대해서 소상히 설명하는 이 책이 참으로 뜻 깊다라고 하겠다.


사실 교과서에서 따로 궁궐에 대해서 배우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왕이 살던 곳, 일을 하던 곳 이런 가장 기본적인 개념만 알고 있는터라 각 궁궐에 대해서 많이 아는 사람이 드물다. 이 책은 관심은 있으나 관련된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딱 좋은 책이다. 가족이나 친구끼리 궁궐에 갈 때 거기에 있는 여러 안내판의 내용을 중심으로 각 궁궐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쉽게 잘 풀어내고 있다.


우선 조선의 첫번째 궁은 경복궁이다. 이른바 법궁. 임금이 거처하고 대신들과 정사를 논하는 오늘날로 치면 청와대같은 곳이겠다. 그런데 화재나 전쟁 같은 재난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서 제 2 법궁을 세웠는데 그것이 창덕궁이다. 여기에 창덕궁을 확장하면서 창경궁을 만들어서 두 궁궐을 합해서 동궐이라고 불렀다. 이에 비해서 경복궁은 북궐.


북궐과 동궐의 양궐 체제는 임진왜란때 궁궐들이 불타버리면서 붕괴되고 만다. 폐허가 된 경복궁대신 창덕궁을 재건하면서 광해군때 경희궁을 새롭게 짓는다. 이러다가 고종때 대원군에 의해서 경복궁이 원래보다 더 크게 중건이 된다. 그리고 대한제국때 고종이 임시 궁궐이었던 경운궁을 황궁에 버금가는 궁궐로 중건을 해서 오늘날에 이르게 된다. 원래부터 5개의 궁궐이 아니라 처음에 양궐 체제였다가 시대적인 배경으로 인해서 3개의 궁이 더 생겨난 것이다.


책은 각 궁궐에 대해서 소상이 설명하고 있는데 지금의 경복궁이 원래의 크기보다 많이 작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일제가 조선 왕실의 권위를 훼손하기 위해서 여러 전각들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조선총독부를 세워서 민족 정기를 억누르려고 했다. 원래는 약 500여개의 전각이 있었는데 일제때 많은 부분 없어졌고 광복후에 많이 복원한 것이 146동이라고 한다. 조선의 법궁인만큼 건물들도 많고 웅장한 궁이다. 책은 사정전, 강녕전, 경회루 등등 여러 건물들을 설명하면서 거기에 얽힌 여러 일화들을 소화하고 있다.


창덕궁은 임진왜란 이후 조선의 법궁으로 오랫동안 이어왔다. 조선 왕들이 가장 오래 머문 공간이다. 조선 전기에도 왕자의 난이 있었던 경복궁보다는 창덕궁을 더 선호했다고 한다. 창덕궁에서 가장 먼저 눈여겨봐야 할 곳은 후원이다. 옛날에 비원이라고 불렸던 곳으로 이곳은 자연과 어우러져서 극치의 아름다움을 조화롭게 이룩한 궁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기도 하다. 몇 가지 전각들이 눈에 띄는데 먼저 희정당을 보면 조선의 마지막 빛이라고 할 수 있는 효명세자가 짧은 기간 개혁을 시작했다가 급서한 곳이다. 그의 죽음으로 조선은 망국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대조전은 경술국치가 이루어진 곳이고 낙선재는 조선의 마지막 남은 왕실 여인들이 살던 곳이다. 


임진왜란 때 임금이 머무른 작은 행궁이었던 경운궁(오늘날의 덕수궁)은 고종때 황제가 거처하는

 궁으로써의 위상을 가지게 되었다. 경복궁보다는 작아도 일국의 궁으로서 위엄은 가질 정도는 되었지만 일제 이후로 엄청나게 축소된다. 사실 덕수궁에 가면 금방 한 바퀴 돌면 끝이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모습은 원래의 3분의 1밖에 안된다고 하고 원래 있던 전각들은 다 사라지고 10% 정도만 남아 있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다. 고종이 황제의 위에 오른 환구단과 대한문, 대한 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지었지만 망국의 한이 돼버린 석조전 등을 잘 설명하고 있다.


책은 경희궁을 끝으로 궁궐의 역사를 마무리한다. 경희궁은 근처에 지은 아파트 이름으로 더 유명한 곳인데 서울에 남은 궁궐중에서 가장 유적이 적은 곳이다. 궁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남은 것이 없다. 그래서 안내판에도 궁궐'지'라고 되어 있다. 옛날에 궁궐이 있었던 곳이라는 표시다. 책은 몇가지 건물과 궁의 흔적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쉽고 재미있게 잘 쓰여진 책이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 궁궐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안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지식을 잘 전개한 내용이다. 부모용 역사참고서라고 하는데 그냥 역사와 궁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조선 궁궐의 전체적인 내용을 어렵지 않게 알아가게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관련 사진도 많고 편집도 짜임새 있게 잘 짜여져서 지루하지 않다. 책을 덮으면 바로 달려가서 내용을 확인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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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1-09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궐과 전통정원들에 대한 책 조금 많이(?) 읽어봤는데 이 책 궁금하네요~
책 소개 감사합니다

살리에르 2021-11-09 22:41   좋아요 0 | URL
아주 전문적인건 아니지만 핵심적인 내용을 짜임새 있게 잘 전달하는 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글도 어렵지 않게 쓰여져서 초심자들에게 괜찮은 책 같습니다..^^
 
뇌 과학의 모든 역사 - 인간의 가장 깊은 비밀, 뇌를 이해하기 위한 눈부신 시도들
매튜 코브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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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탄생한 이래로 인간의 뇌는 점점 더 발달했고 그것에 의해 문명이 생기고 지구를 지배할 종이 되어갔다. 대체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과 어떤 차이점이 있기에 그렇게 발달을 했을까? 아마 인류 역사의 초기 시대부터 그런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인간의 뇌는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고 어떻게 작동을 하게 되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그 의문에 답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뇌 구조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어떠한 추정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세기에 걸쳐서 천천히 알아갔던 뇌에 관한 지식이 바탕이 되어서 드디어 근대적인 뇌과학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으니 그것이 1665년 덴마크의 해부학자 니콜라우스 스테노가 강연을 한 이 비공식적인 모임이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여기의 모임이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의 시초이자 현대적인 뇌 연구법이 처음으로 제시된 순간이라고 한다. 스테노는 뇌를 하나의 기계로 바라보며 각 영역을 뜯어보아야 뇌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이것이 이후로 뇌과학의 시금석이 되었다. 


처음에 뇌는 그 속을 알 수가 없었기에 마음이 곧 심장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이 아픈건 심장이 아픈거니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생각의 근원이 심장에 있다고 했고 뇌는 크게 중요시하지 않았다. 이러면서 여러 철학적인 사유들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러던 것이 해부를 통해서 뇌와 신경계에 대해서 알아가게 되었고 여러 실험을 통해서 뇌의 중요성이 점점 더해가게 되었다.


르네상스와 과학 혁명은 의학적인 발달을 가져오게 되었고 뇌 과학은 더 진전하게 되었다. 1630년데 데카르트는 동물의 몸이 기계처럼 작동하고 여기에 뇌가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고 여겼고 동물 기제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이 되는 것은 작은 구조물인 송과선이 있다는 것을 주장했다. 이것이 다른 동물들에게도 발견이 되어서 그의 주장은 빛을 바랬지만 심장이 아닌 뇌에 대한 지식을 알아가는데 중요한 단서를 주었다고 볼 수 있다.


18세기에는 동물 전기 실험을 통해서 뇌 신호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고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뇌는 수 많은 신경계로 이어져 있고 각각의 신호에 대한 역할이 다르고 그것이 손상이 될 때 예기치 않은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전기 자극에 의해서 여러 감각이 달라진 수 있음을 잘 이야기하고 있다.


19세기에 와서 뇌 과학은 더 크게 발전이 된다. 이때 이룩한 가장 위대한 과학적 업적 중 하나는 모든 유기체가 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포는 오직 다른 세포를 통해서만 생성될 수 있으므로 생명체의 자연 발생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힌 세포 이론의 수립이다. 생물을 이루는 기본 입자를 찾아낸 것인데 이것에서 소구체 및 섬유들이 신경세포의 일부라는 사실과 함께 뇌도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1950년대에 만성 측두엽 뇌전증 증세를 완화시키려고 수 많은 뇌 수술이 진행이 되었다. 뇌전증을 고치기 위해서 였지만 지금에서 보면 끔찍한 실수였다. 1950년에 시행된 헨리 몰레이슨의 뇌엽절리술은 기억에 극심한 손상이 오게 했다. 뇌의 여러 부분은 연결되어 있고 각 신경에서 하는일이 다르기에 한쪽이 손상이 오면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예상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 많은 신경계 지도를 다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요즘에는 상상도 못하겠지만 당시에도 그것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가 대두 되었다고 한다. 


선사 시대부터 인간의 가장 큰 지적인 호기심중의 하나였던 뇌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불과 수 백 년 사이에 많은 발전이 있어왔다. 현미경이나 컴퓨터 단층 촬영 기기 같은 세밀한 기계의 등장은 뇌를 더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도구가 되었다. 하지만 전보다 많이 알게 되었다고 해도 인간의 뇌는 모르는 부분이 훨씬 많다. 신이 존재하는 이유로 인간의 뇌를 들 정도로 인간 뇌는 상상을 초월하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은 뇌 과학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주요 인물들의 주장을 이야기하면서 여러 뇌 이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어느 정도 생물학적인 해석 능력이 있다면 읽기에 어렵지 않게 잘 쓰여졌고 번역도 좋다. 뇌에 대한 여러가지 관점의 지식을 종합적으로 알아갈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의 본질은 무엇일까. 인간이 선사 시대부터 오랫동안 갖고 온 이 의문점은 아직 명확히 답을 하지 못한다. 뇌는 전기적 신호의 단순한 복합체인가. 그렇다면 마음도 그냥 허상일 뿐일까.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서도 아직 뇌는 모르는 부분이 더 많다. 책은 뇌 과학의 역사를 말함과 동시에 앞으로 뇌 과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이야기 한다. 언젠가는 좀 더 의미 있는 많은 과학적인 발견을 하지 않을까. 근래 보기 드문 고급스럽고 수준 높은 과학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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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대사 - 혁명국가에서 경제대국으로
이영옥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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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제외하고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나라는 어디냐고 물으면 첫 대답이 일본이다. 일제가 조선을 침략한 이래로 부동의 1위다. 해방 후에 우리의 국력이 많이 커져서 이제 일본이 우리를 함부로 하지 못하지만 언제나 우리의 뒷통수를 칠 나라다. 그런 일본을 경계하고 대비해도 모자라는데 또 다른 나라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오랫동안 우리에게 선진 문화를 전해주는 우호국이면서 내정간섭을 하거나 침략을 해온 세력이다. 중국의 마지막 나라인 청이 망하고 난 뒤에 공산국가가 되어서 그전같이 침략적인 모습을 보이진 않았지만 경제 대국이 된 이제 중국은 그동안 숨겨놓았던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일단은 미국과 대립하는 형세지만 중국과 막대한 무역 이익을 얻고 있는 우리로써는 언젠가 결단을 요구받을지도 모른다.


과거 왕조 시대의 중국과 현대화된 중국은 확연히 다르다. 경제와 안보면에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중국이 야심을 가질수록 우리에게는 큰 경계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의 중국보다는 현재의 중국을 많이 알아야 한다. 현재 중국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발전했는지 그 근원을 알아야 앞으로 일어날 일을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 중국은 공산당의 역사다. 공산국가니까 당연하다고 볼 수 있는데 사실 중국 공산당이 대륙을 차지하게 된것은 쉽지 않았다. 신해혁명을 통해서 진정한 국민 국가를 건설한 중국은 처음에 서구식 민주 국가가 될 것 같았다. 쑨원과 장제스의 국민당이 분열된 중국을 거의 통일할것이라고 생각 했던 것이다. 1921년에 창당된 중국 공산당은 처음에 그리 세력이 크지도 않았고 장제스의 북벌에 의해 거의 망하기 직전까지 갔었다. 그 유명한 대장정이 여기에 나온다. 공산당은 그야말로 끊임없이 도망치고 도망쳤다. 중국 대륙이 넓은 탓에 그들의 대장정은 성공했고 그것이 재기의 발판이 되었던 것이다.


중국 공산당을 되살린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제의 침략이다. 일제도 물리쳐야하지만 공산당도 토벌해야 한다는 장제스의 주장은 힘을 합쳐서 일본을 물리쳐야 한다는 대의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이른바 국공 합작이다. 공산당으로 향했던 총부리가 일본으로 돌아서고 공산당도 대일 항쟁에 뛰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 농민들의 지지를 받게 되었다.


결국 일본을 몰아낸 두 세력은 바로 내전에 돌입했다. 공산당이 세력을 키웠다고는 하나 자산이나 병력이 월등하고 미국의 지원을 받은 국민당의 힘이 더 쎘지만 전략의 실패, 부정부패에 대한 민심의 악화, 경제 실정 등의 이유로 결국 공산당이 최후의 승리를 가지게 된다. 한마디로 국민의 지지가 국민당에서 멀어진 것이 공산당의 승리를 가지고 오게 된 것이다.


청조가 무너진 후 수십년동안 각종 군벌이 난립하고 일본의 침략까지 받으면서 만신창이가 된 중국을 다시 통일한 것은 공산당이었고 이들은 과거의 구중국과 단절을 선언하고 신중국이 태어났다고 선언했다. 바로 중화인민공화국이다. 이들은 당- 국가 체제 속에서 신속하게 나라를 재건하기 시작했다. 국가와 지방 조직을 잘 정비하고 경제를 일으키려고 했다. 몇 년 동안의 경제 계획이 좋은 성과를 이루자 중국 공산당의 지도자 마오쩌둥은 자신감을 가졌고 곧 과도기를 단축하고 농업 사회에서 공산주의 사회로 빠른 도약을 시도하려고 했다.


바로 대약진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일시적인 경제 실적에 고무되었기도 했지만 냉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력 갱생으로 선진국을 넘어서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 성급하고 급진적인 정책들은 결국 실패로 돌아가게 되고 중국은 커다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이 굶어 죽고 경제는 망하기 일보 직전까지 추락하자 이 운동을 추진했던 마오는 권위에 큰 손상을 입게 된다. 모택동 대신에 이 사태를 수습한 류사오치가 경제를 안정시키고 대약진운동에 대한 비판에 나서자 자신의 권력이 약화되었다고 여긴 마오쩌둥이 엄청난 것을 몰고 온다.


문화대혁명. 진시황의 분서갱유는 저리가라고 할 정도로 모든 것이 파괴된 시대다. 이른바 홍위병에 의해서 사회주의적인 것이 아니면 과거든 현재든 모두 파괴하고 말살했다. 우경적인 사고뿐만 아니라 같은 공산당원도 무조건적인 비판을 가했다. 이때는 반혁명적이라면 모조리 말살되는 시기였다. 마오쩌둥은 이것을 교묘히 조장하고 지원했으며 이것을 통해서 중국 제1의 지도자는 자신임을 확인시키게 된다.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은 사상자도 엄청났지만 중국 사회를 수십년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엉망진창으로 흘러가던 중국은 마오가 죽자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마오 이후에 중국의 권력을 쥐게 된 덩샤오핑은 피폐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개혁 개방을 내세웠다. 자본주의 방식도 도입하면서 경제를 재건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때 우리나라도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게 되었고 다른 서방 국가들과도 전향적인 외교를 하게 되었다. 중국이 자본주의적인 경제를 도입하면 결국 정치도 민주적으로 발전하리라는 생각에 미국도 많은 지원을 하게 되었고 여러가지 원인과 덩샤오핑의 지도력으로 중국 경제는 계속해서 발전하게 되었다.


경제가 발전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오게 되는 민주화의 요구를 덩샤오핑은 천안문 사태를 통해서 박살을 내버렸다. 이때 중국의 민주화 열망은 확 꺾이게 되었고 수십년이 흘러도 다시 복원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의 공산당 일당 독재와 시진핑으로 대표되는 최고 권력자의 지위는 더욱더 공고해졌다. 다만 경제는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급속한 발전을 이루게 된다. 이른바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세계에 대한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중국은 경제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돈으로 팽창 정책을 쓰게 되고 이것이 미국과 마찰을 빚게 되면서 미중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게 되는 것이 현재이다. 


책은 어렵지 않게 쓰여졌다. 각 장 별로 시대적인 내용을 잘 다루고 있어서 필요한 부분을 읽어도 된다. 각 사건에 대해서 아주 상세히 적힌 것은 아니라서 관련해서는 따로 내용을 알아봐야 하겠지만 중국 현대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아는데는 좋다. 치우침이나 기울어짐이 없고 비교적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어서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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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왜 사라졌는가 - 도시 멸망 탐사 르포르타주
애널리 뉴위츠 지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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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한 지역에서 조선 시대때 만들어진 금속 활자가 무더기로 발견된 적이 있다. 그 밖에도 천문 기계 부품들도 출토가 되었다고 한다. 이 유물들이 발견된 곳은 종로 일대인데 여기는 조선 시대 육조 거리였다고 한다. 육조 거리는 여러 관청들이 있던 곳인데 유물과 관련된 건물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왜 유물들이 나온 것일까. 서울은 조선 건국 이래로 지금까지 우리 나라 최고의 도시로 이어져 왔는데 허물어진 유적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유는 당시의 공사 기법이 오늘날과 달랐기 때문이란다. 보통은 새롭게 건물을 올리려면 다 허물고 짓는데 그때는 흙으로 덮어 묻고 그 위에 새로운 건물을 올렸다고 한다. 그러니 수 백년의 세월이 흐르면 여러 시대의 유물이 출토될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순간적으로 보고 신기해하지만 그 속에는 오랜 시간의 흐름이 쌓여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에서의 예와 같이 도시는 오랜 시간 성장하고 쇠퇴하고 소멸하면서 언제 있었느냐는 듯이 잊혀지기도 하고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책은 과거에 번성했던 도시가 왜 사라졌는지 왜 후대 사람들이 몰랐는지를 섬세하게 풀어주는 내용이다. 사실 인구 감소로 번성했던 동네가 유령 마을이 되는 경우를 우리는 주위에서 본다. 사람들이 도시로 떠난 농촌의 모습에서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이 준다고 해서 건물을 평탄하게 하고 가는 경우는 없는 것이다. 살던 집들이 그대로 폐가가 되고 그 마을 전체가 아무도 살지 않게 될 때 나중에는 흔적 조차 알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책에서는 4개의 도시를 이야기하면서 그 명멸의 과정을 이야기 한다. 책에 나온 큰 도시도 결국 그런 과정을 통해서 사라진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첫번째는 터키 중부 신석기 유적지인 '차탈회웍'을 보여준다. 여기는 이미 9000년 전에 건설된 도시인데 인구는 최대 2만에 달했다. 여기는 특이하게 통로나 길이 없고 집의 지붕에 뚫은 구멍을 통해서 사다리를 타고 집을 드나들었다고 한다. 이런 구조의 집들은 어떤 위계를 느낄 수 없는 평등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책은 이 도시가 어떻게 번성했고 사람들은 어떻게 도시에서 살았는가를 실제 본 듯이 설명한다. 신석기라는 고대 시대의 사람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신선했다.


미국 미시시피 강변의 카호키아는 유럽인들이 미국에 오기 전 가장 큰 도시였다고 한다. 일단 북미대륙이 유럽 사람들에게 '발견'되었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의 무식을 깨게 한다. 여기도 사람이 살고 있었고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카호키아 사람들은 흙으로 피라미드를 쌓았고 여러 시설을 건설해서 나름의 사회를 만들어 살고 있었다. 책은 카호키아 사람들이 어떻게 도시를 만들고 부흥하고 결국 쇠락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앙코르와 폼페이는 많이 들어보고 아는 도시다. 수세기 동안 유적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앙코르는 사실 버려진 다음에 다시 수도의 기능을 하기도 했고 거기 살던 사람들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주위에 그대로 살고 있었다. 이 경우 도시가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도 싶다. 

폼페이는 사실 화산 폭발로 도시 전체가 순식간에 사라진 경우긴 하다. 하지만 주민들을 응징하기 위해서 갑자기 화산이 폭발한 것이 아니라 그전부터 징조는 계속 있어왔고 그 규모를 짐작하지 못했을 뿐이다. 도시가 그렇게 되고 난 뒤에 생존자들은 도시 근처에서 그대로 살았다고 하니 이 역시 폼페이가 사라졌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대로 옮긴거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책 제목은 사라짐에 대한 이야기지만 깊숙히 들어가면 사라지지 않은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버려지고 사라졌다는 개념은 외부자들의 시선이었고 거기 살던 사람들은 그대로 살았고 다만 오랜 시간에 걸쳐 도시의 모습이 바뀌었을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이 좋다. 네 도시의 모습에서 각 도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고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갔는지 또 어떻게 쇠락했는지 등을 실제로 보는 듯이 잘 그려내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다. 도시의 흥망성쇠는 비단 옛 도시들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게 한다. 고급스런 르포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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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과 문명의 경계에서 바라본 세계사
에발트 프리 지음, 소피아 마르티네크 그림, 손희주 옮김 / 동아엠앤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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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은 동양과 서양 모두에서 발달했지만 대중적으로 많은 저술이 이루어진 곳은 상대적으로 서양이었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로 서양이 동양을 압도하게 되면서 '인류의 역사'는 서양부터 시작되는 것이 당연한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사실 역사는 지구 곳곳에서 만들어졌고 어느 역사가 우위에 있다고 할수는 없다. 그런데도 세계사라고 하면 서양사 위주로 이야기하다가 뒤에 가서 동양사 조금 넣는 식이었다. 이제는 그렇게 노골적인 책은 잘 없다고 하지만 아직도 많은 책들이 서양사 위주인 것이 많아서 균형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데 불편함을 준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편향된 것이 아니라 비교적 균형적으로 역사를 바라보게 하고 서술 자체가 기존의 통사식이 아닌 도시와 관련된 역사를 통해서 세계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 신선한 느낌을 준다. 책을 펼치면 공간과 시간을 통해서 역사를 보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시간 표기법이 어떻게 통일이 되는지 그것을 바탕으로 어떻게 역사를 이해하는지 등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색다르게 기준을 정한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본격적인 역사 이야기는 아프리카에서부터 시작된다. 사실 인류 원인은 아프리카에서 출현해서 전 세계로 퍼졌다는 것이 정설이긴한데 이것을 가볍게 넘어가는 경우가 제법 있는데 여기에서는 중하게 잘 서술하고 있다. 3장 바빌론에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다룬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라는 지역의 특성과 함께 여기에 왜 인류가 살게 되는지를 설명해준다. 비옥한 땅이면서 교통하기가 쉽고 또 재해가 있기에 많은 역사가 이루어졌다. 그래서 여러 문명과 문화가 발달하고 중첩되고 경쟁했던 것이다. 책은 그런 과정을 쉽고 어렵지 않게 잘 설명하고 있다.


책은 아직 서양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이어서 인도양의 바리가자를 소개한다. 열차 이전의 세계의 주 교통로는 물길이었는데 다양한 물길을 통해서 물건을 싣고 나르면서 교역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책은 서기 1세기 인도양의 교역망을 설명하면서 왜 인도양에서 이른 시기에 거대한 물길이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6세기 인도양 지도를 보면 인도양의 물길이 얼마나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 확연하게 이해가 된다. 인도양은 인도와 함께 거대한 제국인 중국 사이의 교역로가 되었다. 물론 이 두 나라 사이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여러 물건들이 빠짐없이 이 교역로를 통해서 교환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기 2000년의 인더스 문명은 갠지스강을 통해서 펼쳐진다. 인더스강의 하류에 모헨조다로 왕국이 번성했다는 것을 비롯해서 이 지역에 문명이 발달하고 또 멸망한 것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여러 왕조들을 통해서 인도의 역사를 알아가게 한다.


인도에 이어서 또 다른 동양의 큰 문명인 중국을 소개한다. 장안은 7-8세기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 당시의 왕조 당은 막강 국력을 가졌고 장안의 인구는 1백만이 넘었다. 세계 유일의 도시였다. 이 장안에는 세계에서 모인 각양 각생의 사람들이 살았던 초국제도시였다. 이 도시가 다른 나라 특히 동아시아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책은 7세기 100만 도시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있다.


이제 본격적인 서양사가 전개가 된다. 그 유명한 로마 제국. 책은 서양의 중국이라고 표현하는데 우리에게는 쉬우면서도 신선한 비유법이다. 지중해를 두고 여러 나라가 패권을 겨뤘고 결국 로마가 승리하면서 수백년 제국의 기반을 쌓게 된다. 책은 로마의 시초부터 최전성기, 그리고 비잔티움제국으로 이어지는 로마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로마가 서양의 원류를 이루는 제국이기에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책은 그 뒤로 중앙아시아 유목 민족을 소개하면서 징기스칸을 보여주고 이어서 아메리카 대륙의 모습도 살핀다. 아프리카 왕국과 인도 무굴 제국을 통과하면서 중세와 근세의 역사를 이해하게 하고 있고 베를린과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통해서 독일 제국과 사회주의 공화국의 도시 모습을 이야기 한다. 훗카이도를 통해서 일본이 제국으로 나아가면서 그 지역의 지배자가 어떻게 바뀌는가를 알아가는 것도 흥미로왔다. 책은 현대의 도시까지 보여주면서 전체적인 역사의 발전상을 보여주고 있다.


책은 두껍다. 하지만 재미있다. 여러 세계사 책을 봤지만 신선하면서 색다른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게 하는 책이라서 좋았다. 책 한권에 인류의 역사를 다 넣은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좀 더 세밀하게 더 많은 나라와 도시를 다루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수십 장의 컬러 도판과 책 곳곳에 적당하게 제시하는 상세한 지도는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리 어렵지 않고 쉽게 재미있게 쓰여졌기에 역사에 관심 있는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추천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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