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중국해, 힘과 힘이 맞서다 - 교역의 중심, 동·남중국해를 둘러싼 패권 전쟁 메디치 WEA 총서 10
마이클 타이 지음, 한승동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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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독도를 두고 오랫동안 일본과 갈등을 빚어오고 있다. 역사적으로나 법적으로 명백한 우리의 영토를 일본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한일강제병합이 있기 직전 우리의 주권이 약할때 아무도 모르게 자기들 영토로 편입했는데 그것으로 자기들의 영토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오늘날 일본과 이성적인 관계를 가질 수 없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독도 문제이다. 우리가 일본의 야욕을 깨부술려면 우리 자신도 알아야겠지만 일본이라는 나라도 알아야 한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일본이 독도에 욕심을 내는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일본과의 갈등보다는 약하지만 우리는 중국과도 민감한 문제가 있다. 바로 이어도다. 국제법상 암초로 구분되어 영토문제보다는 바다의 영토 즉 EEZ영유권 문제가 상존해 있다. 크게 문제 될만한 부분이 아니라서 아직 표면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그 보다는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 분쟁에 더 치중하고 있다. 


중국은 이렇듯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갈등이 있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중국 보다는 일본의 도발에 더 큰 신경을 써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중국이 동북아시아쪽에만 갈등이 있을까. 아니다 중국의 남중국해에도 영토 분쟁과 관련해서 많은 갈등이 있다.


사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아시아 여러 나라에 많은 영향을 끼친 나라다. 중국 자체로 큰 문명을 발달 시켰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주위 국가를 침략하기도 했고 문화를 전수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생각하면 수천년동안 중국과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나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런관계를 동남중국해 쪽에서도 일어났던 것이다.


이 책은 현재 영토 영해 분쟁을 일으키는 중국 동-남중국해의 여러나라들과의 역사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그 연원을 찾아가게 하는 내용이다. 일본, 유구,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등의 나라가 나오는데 이들나라와 중국과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간단하게 짚어보고 있어서 오늘날 분쟁이 어떤 식으로 거쳐왔는가를 가늠해보는 기회를 준다.


처음에 일본이 나오는데 일본과는 센카쿠 영토 분쟁이 있다. 일본이 중국과 역사적으로 어떻게 교류를 해왔나를 각 시대별로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일본의 발전은 중국과 직교류도 물론 있겠지만 그보다는 한반도에서 많은 문물을 수입한 결과인데 그것은 안 나왔다. 간단하게 이렇게 저렇게 교류를 했다는 정도만 알면될듯하다.


흥미로왔던 것은 그 외의 동남아 국가들과의 교류사다.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말레이시아와는 우리가 잘 몰랐던 교류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중국 화교의 발전이 이채롭다. 여러가지 이유로 중국 본토를 벗어난 화교가 전세계로 뻗어나갔는데 그 중에서 특히 중국의 앞마당이라고 할 동남아시아로 진출을 해서 오늘날에는 각 나라의 중추적인 경제 세력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찌보면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여러 나라와 동남중국해에서 영토 영해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중국의 힘이 그만큼 쎄 졌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 수십년동안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울 만큼 경제적 성장을 한 중국은 그것을 바탕으로 수천년 중화 제국의 위용을 현재에 재현할려고 한다. 그러나 민주국가가 아닌 공산 국가로써 그것은 미국을 비롯한 자유 진영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자신들의 패권에 공공연하게 도전하는 것으로 여기고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래서 그것을 이용해서 중국과 분쟁중인 국가들은 적절하게 두 국가 사이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는 경제적으로, 미국과는 안보 사회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로써는 이들 국가의 전략과 결과를 잘 알아갈 필요가 있다. 어차피 국제 사회라는 것이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로 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만큼 우리도 우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나라들끼리의 분쟁과 조정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잘 몰랐던 동-남중국해의 여러 나라들과 중국과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짧게 나마 알 수 있게 하고 우리는 어떠한 대처를 해야 하는 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정부의 신남방정책으로 이들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도 더 밀접해 지는 이때에 유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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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공동정부 - 메이지 후예들의 야욕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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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제시대 징용 문제와 관련해서 일본이 치졸한 복수를 한 이래로 한일 관계가 어느때보다 냉랭한 상태다. 거기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한일간의 교류도 전에 비해서 많이 축소되어 있는데 이 상황이 언제 풀릴지 모른다. 일본이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반일 감정을 이용한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일제시대 친일파가 하는 말이나 다름없다. 잘못은 일본이 저지르고 그것에 우리는 언제까지 당하고 있어야 하는가. 백번 양보해서 지금의 정부가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과의 협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해도 그것이 일본의 잘못보다 더 클 수는 없다. 그냥 모든 것은 일본의 잘못이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의식은 어떻게 형성이 되었을까. 이런 의식이 남아있는데 진정한 일제 청산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지난 시절 일본과 가까웠던 정권이 잘못된 인식을 청산하지 못해서 오늘날의 이런 갈등을 일으키게 된 과정을 잘 알려주고 있다. 제목 한일공동정부라는 것은 진짜로 한국과 일본이 한 나라가 된 것이 아니다. 일본이 교묘하게 한국 정치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고 일본의 입김을 정권 유지에 이용하였기 때문에 한일공동정부나 다름없었다는 것이다.


우선 우리는 첫 단추부터 일제 청산에 실패했던 사실이 있다. 바로 반민족 행위 특별 조사 위원회의 와해다. 이 위원회의 시작부터 부정적이었던 이승만은 위원회의 활동에 갖은 훼방을 놓아서 결국 무산시키고 말았다. 그 뒤로 친일파가 면죄부를 얻어서 기고만장했던것은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어쨌든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은 독립운동가 출신이었고 일본과의 국교가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의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본격적으로 일본이 다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의 3공화국 이후부터다. 박정희의 이력중에서 만주 군관 학교를 나와서 일본 육사를 거쳐서 일본군 장교를 한 것이 있다. 그때 만주에서의 여러 인맥들이 그대로 독립한 한국에서의 인맥으로 성장했고 일본쪽의 만주 인맥도 그의 정권에 협력하는 중요한 자산이 된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기시 노부스케다. 일제 시대 만주국 정부에서 산업부 차관을 하다가 일본 귀국후에 상공 차관이 되었는데 전범인데도 풀려나서 그 뒤로 승승장구하다가 결국 일본 총리의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기시 노부스케는 총리 시절 당시 일본 평화 헌법을 고쳐서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려다가 격렬한 반대에 부딛쳐서 결국 실패하고 사임한다. 어디서 많이 비슷한 문구지 않는가. 바로 최근까지 총리를 했던 아베의 전쟁 가능한 국가와 비슷한 정책이다. 정책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피가 이어진 사이다. 바로 아베의 외할아버지가 기시 노부스케인 것이다. 하는 짓이 똑같은 것을 보면 혈연은 혈연이다란 생각이 든다.


기시 노부스케가 추진한 정상 국가는 정상적으로 군대를 가지고 국방력을 가질 수 있는 국가를 말하는 것인데 일본의 과거의 야욕을 버리고 평화를 추구한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정책이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식민 지배를 사과하지도 않고 자기들이 우리를 잘 살게 해줬다는 소리를 해대는 것이 일본 우익의 실정이고 그것의 우두머리가 기시 노부스케라고 할 수 있다. 진정성이 없는데 어떻게 그들을 믿을 수가 있을까.


이런 일제의 잔재를 중요한 인맥으로 삼으려고 했던 것이 박정희다. 기시로써는 과거 만주국의 장교가 독립된 한국의 대통령이 되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박정희를 발판으로 다시 한반도로 진출할려는 야욕을 갖고 있었을 텐데 박정희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경제 개발을 도와달라는 손을 내민 것이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를 일으키기 위해서 일본에 손을 내민 것 까지는 그럴수도 있다고 본다. 뭐를 하더라고 돈이 필요할 때 일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을 나무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써 너무나 굴욕적인 처사를 보였다. 일본에게 무엇이든 배운다는 것은 좋았지만 일본에 너무 고개를 숙였다. 일본 메이지 유신의 지사가 된 심정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말들을 한 것을 보면 그에게 일제 청산은 요원해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정신을 강조할 정도로 국교정상화에 큰 힘을 들였고 결국 일본과 수교를 하고 한일청구권 협상을 통해서 일본 자금을 받게 된다. 이 돈이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기시를 통해서 정치자금을 만든 것도 사실이고 이것이 공화국을 점점 부패하게 만든 것이다. 기시를 중심으로 한 일본 세력은 대통령부터 말단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전방위로 돈이라는 기름을 칠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책은 기시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서부터 한일 국교 정상화와 그 뒤를 이은 한일 협상, 그리고 차관이 들어와서 어떻게 쓰이고 그 돈이 일부가 한일 정치가들에게 불법 정치 자금으로 전달이 되었는지를 소상히 밝히고 있다. 아무리 어두웠던 시절이고 지금에 비해서 정치 자금 규제에 허술했던 시절이긴 하지만 이것이 뇌물의 수단으로 정권 유지를 위한 정치 자금으로 만들어지고 쓰였다는 것은 참 한심한 일이다. 책은 기시가 어떤식으로 한국에 영향을 끼쳤는가를 이 '돈'을 매개로 자세히 설명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선 무궁화가 우리의 국화가 아님을 주장한다. 전부터 무궁화의 지위에 대해서 여러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지금 무궁화는 우리 나라에서 우리의 것을 뜻하는 여러 상징으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무궁화는 한반도에 자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무궁화가 대대적으로 보급이 된 것은 박정희 정권때고 그것이 다시 공적인 지위까지 얻게 된 것은 박근혜 정권때라고 한다. 


지은이는 이 무궁화 자체가 일제가 우리에게 강제로 심은 것이고 한국의 국화로 만들기 위해서 무척 노력했다고 한다. 이때까지 무궁화가 우리의 고유 품종이고 무궁화가 고난을 끝내 이겨내는 능력이 있기에 우리를 상징하는 꽃으로 딱 적당하다고 봤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니. 책에서는 무궁화가 어떻게 우리나라의 꽃으로 되었는지 설명하고 있는데 설득력이 있다. 무궁화가 비공식적 나라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에 대한 실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책은 현대사 지식이 조금 있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지난 시절 일본이 다시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얼마나 큰 힘을 기울였는지를 잘 알 수 있었고 거기에 부화뇌동한 정권을 보면서 한숨이 나왔다. 이것이 완화된 것은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고 부터다. 해방 후 50년이 흐른 뒤다. 그 동안에 일본은 정부뿐만 아니라 정치계 경제계 학계등 우리나라 여러 분야의 구석구석에 발을 들여놨다. 일본과의 징용 문제로 갈등을 일으킬때도 우리 정부를 편드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논리와 비슷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야말로 토착왜구인 것이다. 수십년에 걸쳐서 일본 논리를 기름칠 해온 것이 이렇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일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정부가 들어섰고 무엇보다 우리의 힘이 일본에 해 볼만한 상태가 되었다. 징용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에 복수하기 위해서 중요 부품의 수출금지 이후로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그 난관을 극복했고 더욱 더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제는 일본에 꿀리지 않는 국력을 가진 것이다. 경제력도 그렇고 국방력도 세계적이다. 인터넷이 활성화되어서 과거와 같은 일방적인 정보 왜곡의 시대도 아니다. 


우리의 능력은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서 세계에서 모범적인 방역 국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한일공동정부에서 벗어나서 진정한 자주 국가가 될 때다. 우리의 판단으로 우리가 자주적으로 결단을 내리고 일본이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지 않게 해야 한다. 이 책은 과거에 일본 극우와 우리 독재 정권이 어떻게 야합을 했고 그 결과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잘 이야기해주면서 앞으로 이 모든 적폐의 사슬을 끊고 실질적인 일제 청산으로 새롭게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잘 느끼게 해준다. 숨겨있지만 집요한 한일 야합을 깨뜨릴 수 있는 기회임도 잘 알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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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이야기 2 - 진보 혹은 퇴보의 시대 일본인 이야기 2
김시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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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후 부강한 나라가 된 일본의 근간이 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있었기에 동양의 나라중 유일하게 세계 열강의 지위에 오르고 감히 미국과 전쟁까지 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전국시대에 있다. 오랫동안 이어진 일본 전국 시대는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던 시기였다. 그래서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방법이라면 어떤 것이든 동원이 되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서양 기술의 도입이다. 이미 서양과의 교류가 있었지만 전쟁이 길어지면서 더 효과적인 무기를 얻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서양과의 접촉이 시작되었다.


그 접촉의 결과로 가장 선진적인 무기가 나타났으니 그것은 조총이다. 전국 시대도 결국 이 조총의 등장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고 이 무기는 곧바로 조선으로 향해서 7년의 전란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일본의 조총은 계량을 거듭해서 유럽에서도 그 성능을 인정받기에 이르렀고 당시 조선도 기존의 화살과 창, 방패의 무기가 아니라 점차 총을 쓰게 되었다. 그것이 나선 정벌때 효과적으로 쓰이기도 했다.


이렇게 일본은 전국 시대부터 적극적인 서양과의 개방 정책으로 많은 새로운 문물을 도입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그대로 이어졌다면 일본은 더 강력한 나라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국 시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시대를 거쳐서 끝내 살아남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막부 시대를 열면서 기존의 전면적인 개방을 대폭 축소해서 일정한 지역에서만 교류를 하는 쇄국 정책으로 전환하게 된다. 이것을 지은이는 퇴보라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이후 전쟁이 없던 평화 시기에 각 지역별로 삶의 경쟁을 통해서 전체적인 일본의 국력이 더 커졌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지은이는 오히려 퇴보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전의 전면적인 교류에 비해서 거의 쇄국이나 다름 없이 문을 닫아 걸었던 것이다.


그러나 완전한 퇴보라고 하기는 무리가 있다. 일본의 발전이 200년 늦어졌다고 해서 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가는 거였다. 분명 쇄국 정책이었지만 나가사키의 데지마와 에도에서 네덜란드와 교류가 있었고 그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도 당시 조선에 비해서 엄청난 문물을 수입했던 것이다. 그래서 당대 일본인의 시각은 조선보다 더 앞섰고 그런 저변 위에 근대 유신을 통해 군국주의 국가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것이기에 완전 퇴보가 아니라 아주 느린 진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찌보면 이 때 일본이 쇄국을 하지 않고 계속 개방으로 나아가서 더 빠르게 발전을 했다면 조선은 속수무책으로 더 센 침략을 당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동시기 조선은 임진왜란의 교훈도 잊고 방비를 게을리해서 병자호란을 겪던 때라서 일본의 침략에 어떻게 대응했을지 아찔한 마음이 든다.


이 시대 네덜란드를 통해서 서양 학문이 수입이 되었는데 그것을 난학이라고 부른다. 그중에서 특히 핵심이 되는 것은 의학이었는데 바로 난의학이다. 그러나 난의학은 실체가 뚜렷하지 않았다. 그것은 서양 의학은 기존 동양 의학과 크게 차이가 나는데 서양 의학의 책은 들여왔지만 그것을 실습할 환경이 안되었던 것이다. 서양 의학은 기본적으로 해부가 기본이 되어야 하지만 동양 의학은 유교 사상때문에 그것일 발전이 안 되었었다. 그래서 난의학은 한계가 있었고 당시 일본에 있던 한의학과 융합하면서 발전을 하게 된다. 당시 난의학의 도입으로 성과를 거둔 것은 돌림병인 천연두밖에 없다는 소리까지 듣게 될 정도로 큰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도입이 되면서 천천히 발전하게 되고 그것이 수백년이 흘러 경쟁력있는 학문으로 발전하게 되었던 것을 보면 실패라고 보기는 힘든 것이 아닌가 싶다.


당시 일본은 지배층은 부유하고 나라 전체적으로는 경제적으로 부강했을지는 모르나 전 국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통 백성들의 삶은 힘들었다. 비록 전쟁중이었지만 전국 시대에는 있었던 여러 복지 혜택들이 이 시대에는 없어지거나 퇴보하고 오직 권력층만을 위한 정책이 되버렸기에 지은이도 이 시대를 퇴보했다고 여기는 지도 모르겠다.


책은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농민과 의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인 일본인 이야기에서 보듯 단순히 일본의 정치사를 이야기 하기 보다는 당대 일본인들은 어떤 삶은 살았고 어떻게 죽어갔는지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농민은 앞의 시대에 비해서 여러 가지면에서 착취의 삶을 살았고 그랬기에 여러 곳에서 반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막부로 인해서 정치는 안정되었지만 경제는 불안했는데 그것은 세금이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농민 인구가 늘지도 않고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도 있었고 먹고 살기 힏들어서 유랑 인구가 늘었으며 아이를 고의적으로 살해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당시는 도쿠가와 막부만 잘 살았고 일본 대다수의 농민 계층은 정말 죽을 고생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농민에 이어서 의사의 이야기를 한다. 의사도 농민보다는 나았지만 역시 같은 피지배층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의사들 중에서 우리의 허준 처럼 농민속으로 들어가서 가난한 백성들을 치료한 의사들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당대 의학이 어떻게 발전을 하게 되었는지 상세하게 설명하는데 전국 시대에 도입이 되었던 서양 의학이 도쿠가와 막부에 의해서 이어지지 않게 된 이후로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무려 200여년이 흐른 뒤라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었다. 분명 그 맥은 이어지고 있었을 것이나 일본으로서는 더 빨리 의학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었다. 책은 그러면서도 일본 한의학과 융합해서 발전하는 일본 의학의 모습을 잘 알려주고 있다.


책은 아주 흥미롭다. 오늘날의 일본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것을 실제적으로 알아가게 되는 기회도 되었고 기존에 알고 있던 학설에 반하는 지은이의 주장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일본인에 대해서 좀 더 입체적으로 알아갈 수 있는 내용이다. 책은 그리 어렵지 않고 쉽게 잘 쓰여졌지만 일본의 시대에 대해서 대략이라도 알아야 이해가 가는 책이기에 최소한 시대적으로 간략한 배경을 공부하고 읽으면 더 풍부하게 알아 갈 수 있는 책이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8777)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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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읽는 조선사 - 아홉 가지 키워드로 보는 조선의 낯선 모습
표학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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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무려 500여년동안 존속해온 왕조다. 세계적으로 봐도 장수한 나라에 속한다. 500년이란 시간은 같은 조선이라고 해도 여러 모습으로 해석될 수가 있다. 막 건국했을때의 조선과 일본에 망하기 직전의 조선은 다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을 뭉뚱거려 하나의 조선으로 생각한다. 여러가지 상황이 다른데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은 틀린 것이다. 역사는 생물처럼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조선을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본다. 기존에 있는 통설의 이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낯설다는 느낌도 들게 한다.


시간순으로 내용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아홉 가지 주제를 두고 그것에 맞게 전개가 되기 때문에 어느 편을 먼저 봐도 된다. 많이 알려진 해석이 아니라 다른식으로 해석하는 부분이 있어서 어느 정도 조선사를 아는 사람이 보면 좋을 듯 하다.


우선 왕을 살펴본다. 4명의 왕을 통해서 어떤 왕이 통치를 잘했는지 어떤 왕이 망하게 했는지를 알려주고 있는데 우선 조선의 왕은 강력한 왕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그 자신이 대단한 능력자여야 했다는 것이다. 훈민정음을 창제한 위대한 세종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그 방대한 공부량으로 당대 선비들을 '가르쳤다'. 아마 그 시대에 세종보다 더 똑똑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왕자시절부터 열심히 공부했는데 당시에는 세자가 아닌 왕자가 그렇게 공부하는 것을 좋게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왕권에 관해서 관심이 있다는 표시라고 할 수 있었고 공부를 게을리 한 세자를 제치고 왕이 될 수 있었다. 준비되지 않았다면 결코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반면에 왕권 수호를 위해서 쿠데타를 일으켜서 어린 조카를 죽이고 왕권을 움켜진 세조는 아버지에 비해서 공부량이 부족했기에 정작 나라를 경영할 포부나 지식은 부족했던 것이다. 그의 형이자 선왕인 문종이 아버지 세종 못지 않은 공부벌레에 능력자였음을 생각하면 세조는 너무 부족했다. 그랬기에 공신에 휘둘렸고 제대로된 정사를 펼치지 못했다. 어찌보면 왕권과 신권이 조화된 건강한 권력 체제는 문종때 끝났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영웅편에서 지은이는 유성룡이 간신이 아닌가 하는 물음을 한다. 이순신과 더불어 임진왜란의 실질적인 수습을 했던 유성룡이 간신이라고? 실제로 명나라의 사서에는 유성룡이 간신이라는 평을 남겼다고 한다.사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에는 그의 처세가 당당하지 못한 면도 있었다. 정여립의 난에 자신과 같은 당 사람들을 적극 구하지 못했고 임금에게 직언보다 좋은말만 했으며 세자 책봉문제에서도 약속과 달리 앞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난이 일어나자 그 누구보다 능력있게 정국을 주도했으며 난을 수습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사실 유성룡에게 간신이라는 소리를 하는 것은 너무 한 것인지 모른다. 다만 인물 자체는 또 다른 면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병자호란은 단순히 인조반정으로 집권한 세력이 광해군의 중립외교를 철폐하고 친명배금을 한 결과로 일어났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때는 친명배금이 안정적이면서도 상식적인 정책이었다. 당시 후금이 강하게 일어났지만 역사적으로 만주에서 일어난 나라가 중국 대륙을 전부 정복한 적이 없었다. 고려시대때 금도 중국의 화북 지역만 차지했을 뿐 중국 전체를 지배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명이 당시 기운이 떨어지고 있긴 했어도 전력면에서 후금에게 쉽게 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광해군도 중립외교라기 보다는 친명정책이 1순위고 후금과도 나쁘지 않게 지내는 것이었다. 당시 상황은 인조 세력도 알고 있었는데 문제는 후금이 조선을 침략 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묘호란까지는 어떻게 넘어 갈 수 있어도 이미 명의 국운이 저물고 후금이 청이 되면서 더 강력한 세력이 되었으면 혹시 모를 것에 대한 대비가 있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것이 되지 않았기에 결국 삼전도의 치욕을 겪게 되었고 허울뿐인 북벌론으로 국력을 소모하게 된 것이다. 책은 친명배금정책이 당시로서는 꼭 나쁘다고 볼 수는 없었고 다만 나중에 닥칠지도 모르는 전쟁을 대비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고 있다. 임진왜란의 교훈이 있었는데도 준비를 못 한 것이다.


책은 재미있다. 여러 주제별로 각 시대의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기존의 알고 있던 단순 상식을 좀 더 확장시키는 해석이 돋보였다. 일부는 부정적인 느낌도 들기도 했지만 좀 더 유연한 해석이 설득력있는 부분도 많았다. 사실 사람도 여러가지 면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500년을 이어온 조선의 모습이 단순하게 이렇다라고 할 수 있을까. 조선사를 더 다양한 시각에서 다채롭게 알 수 있게 하는 내용이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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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 - 학살과 파괴, 새로운 질서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세계대전 2
A. J. P. 테일러 지음, 유영수 옮김 / 페이퍼로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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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나라가 전쟁에 휘말린 대전은 제2차 세계 대전이라고 할 수 있다. 1차 세계 대전도 있지만 그것은 주로 대서양 유럽쪽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2차 대전은 유럽과 미대륙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장소에서 일어났기에 역사상 진정한 세계 대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 전쟁이 이후에 역사에 끼친 영향은 엄청나고 특히 우리는 2차 대전의 결과가 광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맞은 만큼 중요한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전쟁에 관련된 책도 많은데 이번에 나온 책은 좀 더 정치적인 상황면에서 전쟁이 어떻게 일어나고 전개되었는가를 알 수 있게 하는 책이라서 이채롭다.


전쟁의 원흉은 물론 독일이다. 독일은 1차와 2차 모든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런데 1차는 몰라도 2차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것은 1차의 결과로 독일이 재무장해서 2차로 이어진 것이다. 독일이 재무장한다? 1차 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은 군사력이 엄격하게 통제되었다. 겨우 국방 자위 수준이었지 전쟁할 만한 수준의 군대를 보유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배상금을 물게 되고 그것을 당시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은 감당할 능력이 없었다. 거기에 미국발 대공황이 세계를 휩쓸게 되면서 독일 사회는 극단적인 주장이 난무하게 되었다. 그 중에 히틀러가 있었던 것이다. 


히틀러는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한 가지 비상한 능력이 있었으니 그것은 선동력이었다. 피폐해지고 자존감이 무너진 독일 국민들을 달콤한 말로 선동하면서 점차 히틀러와 나치만을 추종하게 만들었다. 군대를 재무장시키고 일사분란한 파시즘 국가로 보이게 한 것은 주위 나라들을 겁먹게 하기에 충분했다. 당시 1차 대전의 산물로 국제 연맹이란 기구가 만들어졌는데 이곳을 통해서 긴장 완화를 하려고 했지만 히틀러는 가볍게 무시를 했다. 그러던 중에 히틀러는 잃어버린 영토를 돌려달라고 협박을 했고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 영국과 프랑스는 그것을 들어주게 된다.


사실 히틀러가 체코의 영토를 빼앗을때만 해도 그들의 전력이 영국이나 프랑스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의 전력은 비효율적으로 분산되어 있었고 특히 프랑스는 마지노선에 의지하고 있은 반면 독일은 전력을 모았고 적절하게 구사를 했다. 히틀러는 평화를 원한다는 사탕발림으로 유럽의 평화세력을 기만하고 뒷통수를 거하게 때린 것이다.


히틀러는 나폴레옹도 못한 속도와 힘으로 전 유럽을 석권했다. 여러지역을 보호령으로 두고 직접통치하기도 하고 프랑스처럼 괴뢰정부를 세우거나 총독을 보내기도 하면서 유럽을 독일 제국 아래에 무릎 끓였다. 그가 그 정도에서 욕심을 거두었으면 유럽이 자유를 되찾는데 더 큰 시간과 희생을 치루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나폴레옹과 똑같은 욕심을 부렸으니 그것은 동쪽의 러시아였다. 러시아를 굴복 시킬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당시 소련과 불가침 조약을 맺었는데도. 물론 러시아는 지고 지고 또 졌다. 하지만 히틀러는 생각 못 했다. 소련의 영토는 광대했고 스탈린은 자신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수백만 인민의 목숨을 치룰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 못 했던 것이다.


후퇴만 하던 소련이 연합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서서히 반격을 하고 미국이 물자 지원에서 참전으로 돌아서면서 독일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독일에 점령당한 각 나라도 저항을 하면서 점차 전쟁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고 결국 히틀러는 파멸에 이르게 된다.


책은 각 나라의 정치적인 사정과 함께 복잡하게 얽힌 이해들을 전체적으로 이야기하면서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 해 주고 있다. 독일이 전쟁 초기의 영리한 정책을 전쟁 후반까지 가져갔다면 전쟁은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반면에 영국이나 프랑스도 전력을 효율적으로 썼다면 어쩌면 히틀러의 준동 자체를 막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2차 대전의 결과는 독일의 패망과 함께 미국과 소련이 세계를 양분하는 세력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두 대국이 세계사에 전면으로 나서게 되는데 그들이 만든 냉전이 끝나기는 반세기가 더 흘러야했다. 우리는 2차 대전에서 한편에 붙은 독일과 일본이 망하면서 긴 식민지를 청산하게 되었지만 냉전의 최전선에 몰리면서 동족 상잔의 전쟁과 함께 남북 분단으로 오늘날까지 고통받게 된 것을 보면 이 전쟁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이 크다.


책은 많은 지도나 사진을 실고 있어서 이해하기 쉽게 잘 쓰여졌다. 전쟁의 기원과 전개 과정이 잘 나타나 있고 주된 전쟁 국가 뿐만 아니라 영향을 받은 여러 나라들의 상황도 잘 알려주고 있어서 이해를 돕고 있다. 아쉬운 것은 글 자체는 어렵게 번역이 된 것은 아니지만 전문 번역가가 아니어서 그런지 딱딱한 느낌이 든다. 전투 하나 하나를 설명하는 아주 세밀한 전쟁사는 아니지만 2차 세계 대전이 어떻게 흘러가고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전체적으로 알기에는 이 한 권으로 괜찮은 생각이 든다.


본 서평은 부흥 까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7891)에 응모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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