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서양 편 - 지리로 ‘역사 아는 척하기’ 시리즈
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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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단순하게 있었던 일을 나열만 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왜 그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그냥 평면적으로 보면 이상할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럴 때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는 지리를 알아야 하는데 지도를 같이 보면서 역사적 사실을 맞춰가면 쉽게 알 수 있을 때가 많다. 이 책은 그런 지리와 접목해서 역사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게 하고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 세계 지도를 보는 것을 즐겨했다. 그때 여기가 어디고 여기에 무엇이 있고 그러면서 지리를 알아가는 재미를 느꼈을 것이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일 재미있는 교과서가 사회부도라 답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렇게 그림을 통해서 이해하면 좋았을 것인데 그 뒤로는 글자만 적혀있는 역사 교과서만 보니 흥미가 날 리가 없다. 그래서 이 책과 같이 지도와 그림을 통해서 지리 역사 수업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책은 먼저 중동을 이야기한다. 중동은 유럽의 기준에서 봤을 때 유럽 대륙의 동쪽에 위치했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우리 입장에서는 서쪽 아시아인데 말이다. 역시 유럽 시각에서 우리는 극동 아시아에 속한다. 그런데 중동이 또 명확하게 지리적인 영역이 있는 것은 아니다. 좁게는 이란이나 이라크가 있는 지역을 말하고 좀 더 넓게 잡으면 북아프리카까지 영역이 잡힌다. 아주 넓게는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지역까지 말하기도 한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중동은 이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반도의 여러 나라들 그 정도 지역이다. 


이 지역은 4대 문명의 하나가 발생했는데 이른바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다.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이 만나는 메소포타미아 평원이 비옥한 토지를 가졌기에 사람들이 살기 좋았고 그래서 거기에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지역은 현재 분란의 땅이다. 이슬람권과 이스라엘의 대립으로 인해서 평화가 깨져있다. 이렇게 된 것은 이 지역을 관리했던 영국의 술책으로 이스라엘 민족과 팔레스타인 민족간의 분쟁이 일어났고 이것이 종교적으로 대립하면서 여러 번의 전쟁을 거쳐서 지금도 불안한 상황에 있다. 


종교는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슬람교고 민족적으로는 아랍인지만 이란과 터키는 각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사막이나 고원지대가 많지만 막대한 석유로 오늘날에도 중요한 지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 최강대국으로 군림하는 미국은 처음에는 그리 땅이 넓지 않았다. 동부 13개 주 정도로 시작했는데 영국의 식민지로 있다가 영국에 대항해서 독립 전쟁을 벌인 끝에 새로운 나라를 세우게 되는데 그 이후로도 전쟁이나 협상 등을 통해서 땅을 넓혀 갔다. 특히 서부 개척을 통해서 수많은 아메리카 원주민을 학살했는데 그들의 피눈물을 통해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커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국은 전쟁과 학살을 통해서 땅을 넓혀갔지만 횡재를 한 것도 있다. 바로 프랑스와 러시아로부터 광대한 땅을 산 것이다. 이것은 전쟁을 한 것도 아니고 외교적인 압박을 한 것도 아니고 상대의 제안에 유리한 협상으로 광대한 영토를 얻은 경우다. 프랑스로부터는 오늘날의 미국 중부의 큰 땅을 싼 가격에 샀고 러시아로부터는 알래스카를 샀다. 당시는 미국이 밑지는 장사라고 했지만 오늘날에는 두 나라가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프랑스나 러시아가 국내 사정상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미국이 운이 좋다고 볼 수 있다.

책은 지도를 통해서 미국 북동부와 남부, 중서부와 서부를 나누면서 전체적으로 미대륙을 설명하고 있다.


이밖에 유럽과 아프리카도 지도를 통해서 지역을 구분하고 있다. 사실 유럽과 아프리카는 나라도 많고 민족도 많아서 한번에 다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지도를 여러 번 보고 내용도 여러 번 읽어야 전체적으로 눈에 들어온다. 특히 유럽은 여러 나라들이 서로 얽히고 섥히고 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좀 복잡하다. 대략적으로 어떻게 영토가 바뀌었는지를 알면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본 책이다. 그동안 단편적으로 알던 역사적 지식들을 지도를 통해서 지리에 대입 시키니까 좀 더 입체적으로 역사를 바라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글도 어렵지 않고 쉽게 잘 쓰여져서 역사에 큰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아쉬운 건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긴 하겠지만 지도가 대략적으로 그려진 것이다. 그 정도만 해도 위치 파악하는데 나쁘진 않지만 그래도 좀 더 자세한 지도로 설명을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러나 어쨌든 전체적인 세계사를 두루 살피는데 알맞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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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인문학 - 동해·서해·남해·제주도에서 건져 올린 바닷물고기 이야기
김준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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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사에서 인구 수 대비 가장 많은 생선을 먹는 나라가 우리 나라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실 물고기는 인류가 탄생한 이래로 가장 중요한 생존 자원인데 특히 한국, 중국, 일본의 동아시아에서 많이 먹는다. 우리 나라는 근해에서 잡힌 물고기가 내륙까지 운송되면서 소비가 되었는데 경제가 발달하고 생선에 대한 인식이 더 넓어지면서 소비가 더욱더 커졌다.


우리 나라는 바닷 물고기뿐만 아니라 내륙의 강에서 사는 물고기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그만큼 어족 자원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그런데 이런 물고기에 대해서 과연 얼마나 알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물고기와 관련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이 순간 우리 식탁에 있는 물고기가 과연 어디에서 잡히고 그 연원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알기 어려운데 이 책은 그런 우리의 물고기에 대해서 잘 이야기해주고 있다.


지리적으로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여 있기에 다양한 생선이 많다. 그리고 주위 바다의 해류가 다양하게 흐르고 있어서 그만큼 자원이 풍부한 편이다. 그래서 동해, 서해, 남해, 그리고 제주도 인근해까지 주요 생선이 다르다. 우리는 그만큼 다양한 맛의 물고기를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은 동해와 서해, 남해, 제주도 바다를 대표하는 바닷 물고기를 소개하면서 우리의 삶을 함께 조명한다. 해안과 수온, 수심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각 바다는 다르다. 그래서 거기에 맞게 사는 다양한 생물들이 있는데 그 자원을 잡기 위해서 어부들의 삶도 달라지게 된다.


우선 동해의 어족을 살펴본다. 대표적인 수종으로는 명태, 가자미, 청어, 고등어, 도루묵을 이야기하는데 도루묵은 잘 접하지 못한 생선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짱 도루묵'이라고 할 때 그 도루묵이다. 이 말은 '아무 소득이 없이 헛된 일이나 헛수고를 속되게 이르는 말' 이라고 한다. 옛날 난리를 피해서 동해안을 지나던 왕이 도루묵을 접하고 맛이 뛰어나서 기억했다가 나중에 평화로울때 다시 먹으니 그 맛이 안 난다고 '도로 물려라' 라고 해서 도루묵이 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아무튼 이 도루묵이 옛날에는 생산량은 많고 사람들은 잘 찾지 않아서 어부들도 크게 반지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없어서 못 먹을 정도다. 일본으로 수출도 많이 하고 조림이나 구이, 탕, 식해로 많이 찾는다. 도루묵 식해는 생소한데 맛이 궁금하다. 


서해는 수심이 얕고 대륙붕이 발달하고 서해로 흐르는 강도 많으며 갯벌과 섬이 많다. 그래서 다양한 어족 자원을 만날 수가 있는데 강과 바다 모두에서 사는 물고기로 웅어가 대표적이다. 웅어는 바다에 살다가 봄이면 하루로 올라와 알을 낳고 가을에 다시 바다로 가서 겨울은 난다고 한다. 그래서 강에 올라올때 잡힌 웅어가 맛이 좋다고 한다. 웅어는 조선 초기부터 임금의 수라상에 올라서 진상 상품이었다. 양반들도 많이 찾아서 그만큼 수요가 많았다고 한다. 그 좋은 웅어가 요즘에는 많이 잡히지 않는다. 강과 바다를 자유로이 왔다 갔다 하는 어종인데 웅어가 즐겨 찾던 물길이 막혀서 순환이 안되는 것이다. 조선 시대 임금에까지 진상되었던 이 물고기가 이제는 빛을 잃고 있다.


남해는 대구, 멸치, 전어, 삼치, 서대, 우럭이 유명하다. 이중에서 서대는 전남 여수 최고의 생선이다. 여수 사람들은 서대를 지극히 사랑해서 '1년 열두 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라고 한단다. 서대는 가자미목에 속하는데 서해와 남해에 많이 서식하고 어획량을 보면 여수, 목포 등 전남이 절반을 차지한다. 지금은 냉동 보관시설이 좋지만 그렇지 않았던 옛날에는 말려서 구이나 조림을 했다. 그외에 회무침이나 찜, 매운탕에 다양하게 요리할 수 있다. 서대의 장점은 손질이 간단하고 보관하기 좋다는 것이다. 내장을 꺼내기도 좋고 비린내도 심하지 않아서 보관해뒀다가 그때 그때 쓰기에 알맞다. 이런 좋은 생선이 또한 요즘에 귀하다고 한다.


제주 바다는 그냥 남해가 아니다. 제주도 라는 큰 섬의 구조때문에 생태 환경이 다르다. 그래서 여느 남해 바다가 아니라 제주 바다다. 방어, 갈치, 자리돔, 옥돔이 대표적인 어종이다. 요즘에 제주산 갈치가 각광을 받지만 원래부터 제주표 생선은 돔이었다. 돔의 종류는 참돔, 감성돔, 옥돔, 벵에돔, 돌돔, 범돔, 자리돔까지 다양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튼튼한 가시지느러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중에서 옥돔은 과히 제주도 대표 생선이라고 할 수 있다. 대형 옥돔은 8~9년 이상 자란다고 하는데 가을과 겨울에 맛이 좋다고 한다. 이 크기도 크고 맛도 좋은 옥돔은 잡기가 어려워서 그만큼 비싸다. 제주도에서도 제사나 명절 등 특별한 날에만 구경 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그만큼 특별한 생선이라고 해서 신에게 바치는 생선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 이 귀한 옥돔을 먹어봤는데 뭐라고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맛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책은 우리의 바다와 그 바다에 사는 우리 물고기, 그리고 물고기에 얽혀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풍부한 물고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적어도 여기 실린 22종의 물고기에 대해서는 어떤 내용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에 나오는 이 생선들만 해도 환경 오염과 남획 등으로 인해서 쉽게 접하기 힘든 것이 대부분이다. 멸종의 위기에 있는 것들도 있다. 우리가 환경에 눈을 돌리지 않으면 이 귀한 생선들을 다 잃게 될지도 모른다. 바다가 풍요로워져야 인간도 풍요로워진다는 단순한 논리를 새삼 확인할 기회였다. 인간과 바다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되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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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평전 - 호랑이를 탄 군주
박현모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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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에 대해서 많이 모르는 사람도 '이방원' 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많다. 그동안  많은 문학 작품이나 방송 작품의 주요 인물로 나왔고 그 드라마틱한 일생이 흥미롭게 진행이 되었기에 이름이 잘 알려진 위인에 속한다. 그런데 이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이 더 우세하지 않나 싶다. 그것은 방송 드라마에서 고려말부터 조선초까지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인물로 그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조선이 세워지는 과정에서 악역을 담당했다. 시대의 위인인 정몽주와 정도전의 그의 손에서 죽었고 왕자의 난을 통해서 이복 동생들까지 죽였다. 조선의 건국 과정에서 아마 가장 손에 피를 많이 묻힌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누가 하더라도 해야 할 일이었다. 새로운 왕조를 개창하는데 평화롭게 얻을 수는 없다. 누군가는 꼭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개국 군주인 태조는 오히려 소극적이었고 이방원이 적극적으로 나섰기에 조선이 태어날 수 있었다.


태조 이성계와 더불어 창업 군주라고 할 중요한 인물이 태종인데 위에서 말한대로 드라마상의 잔혹한 인물로 그려진 것이 다이다. 이 중요 인물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가 많지가 않다. 어쩌면 그의 아들인 세종의 그늘에 가려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종에 버금가는 인물인 태종을 알아야 이후 조선의 치세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 나온 책은 시의적절 하다고 보겠다.


사실 고려 최후의 충신인 정몽주를 죽인 장본인이 이방원인데 유교적인 사상으로 보면 나쁜놈이긴 하다. 이성계도 정몽주를 죽이는 것을 반대했는데 이방원이 단독으로 결행한 것이다. 정몽주는 고려의 마지막 남은 힘이라고 할 수 있었기에 그의 죽음으로 고려는 끝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몽주를 죽이지 않고 조선을 건국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긴 든다. 민심을 수습하는데 정몽주만한 인물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몽주를 죽임으로써 고려는 망하게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인 가족이었던 이성계 가문에서 과거에 급제한 인물은 의외로 이방원이다. 아버지의 무인 기질을 물려받았던 그가 머리도 쓸 줄 알았던 것이다. 당대의 석학인 정몽주와 정도전 모두에게 사숙을 한 그는 이성계 형제들 중에서 가장 냉정하면서도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랬기에 혼란한 고려말 아버지를 새로운 왕조의 왕으로 옹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왕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했다. 사실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이기도 했으니 그가 왕이 된다고 해도 어쩔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세자는 아직 어린 이복 동생이었던 방석이었다.만일 태조가 가장 맏이를 세자로 삼았더라면 이방원이 왕이 되는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계 형제들이 배제된 것에 분노한 그는 왕자의 난을 일으켜 세자와 함께 그의 후견인인 정도전까지 제거한다. 그리고 2차 왕자의 난을 거쳐서 명실상부한 국왕의 위치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가 '거사'를 일으킬때는 나름의 위기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지 망설이고 있을때 그는 과감하게 상대를 죽임으로써 아예 분란의 씨앗을 자라지 못하게 했다. 그의 방식이 비난을 받을수는 있겠지만 새 왕조 개창이라는 엄청난 상화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도 볼 수가 있다.


드디어 왕의 자리에 오른 태종 이방원. 태종의 능력은 왕이었을때 빛을 발한다. 그는 우선 약간 느슨해진 왕권을 강화한다. 육조직계제를 통해서 권부을 직접 통제하면서 국정을 장악했다. 그리고 왕권을 약화시킬 외척을 제거한다. 태종이 왕위에 오르는데 큰 공을 세운 민씨 형제를 유배보내고 그 세력을 꺾는다. 나중에는 세종의 장인 집안까지 박살을 내버린다. 이로써 왕권에 위협이 되는 세력은 없어졌고 그 바탕위에서 태종과 세종의 치세가 이어질수 있었던 것이다.


태종은 왕권 강화에만 그친것이 아니라 내치도 탄탄하게 운영했다. 양전을 실시하여 전국의 곳간을 튼튼하게 채워놨고 각종 제도를 정비해서 합리적으로 운영되게 했다. 오늘날 조선의 제도라는 것이 이때에 확립된 것이 많다. 그리고 명나라와의 외교문제도 처해진 상황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포착해서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고 우호적으로 이어지게 했다. 세워진지 얼마 안되는 신생 왕조로써 명과의 관계는 큰 문제였는데 이것을 잘 해결한 것이다.


태종의 업적은 많지만 가장 큰 업적은 세자를 바꾼 것이다. 장자승계라는 대원칙은 건국이래 지켜지지 않았는데 태종 자신도 다섯번째 왕자로에서 왕이 된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대에서는 장자 승계를 하고 싶었는데 세자도 능력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갈수록 세자의 치부가 드러나고 여러가지 일들을 저지르는 등 세자의 위치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다른 왕이었다면 그냥 그렇게 왕권을 물려줬을지도 모르지만 태종은 세자를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바로 오늘날의 세종 이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글자는 한글이고 이 한글을 만든 사람은 세종 대왕이다. 태종의 셋째 아들이었던 세종은 원래대로라면 왕위와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세종의 능력을 꿰뚫어보고 조선의 미래를 생각한 태종은 세종에게 보위를 물려준다. 한글이 탄생하게 한 원초적인 기초를 태종이 마련해 준 것이다. 그거 한 가지만으로도 태종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책은 어렵지 않게 태종의 치세를 이야기하고 있다. 드라마에 나온 냉혹한 이방원의 모습이 아닌 다채로운 모습의 태종을 잘 설명하고 있다. 세종 못지 않게 나라를 튼튼하게 하고 여러 업적을 세운 중요한 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종의 엄청난 업적도 태종이 밑바탕을 세밀하면서도 튼튼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만일 세종이 태종이 한 여러가지 기초 작업을 하면서 다른 일을 했다면 오늘날에 알려진 그 많은 업적의 반은 없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별로 티도 안 나고 지루한 기초 작업을 잘 해놨기에 맘 편하게 여러 사업을 벌일 수 있었고 그것이 조선 왕조 500년을 반석에 올려놓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다면 세종의 뒷편에는 태종이 있었고 여러가지 냉정한 면도 있었지만 결국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준 태종 대왕의 진면목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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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타의 딸들 - 사라 처칠, 애나 루스벨트, 캐슬린 해리먼의 이야기
캐서린 그레이스 카츠 지음, 허승철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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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한 사람의 눈으로만 읽으면 사실이 왜곡 될 수가 있다. 한쪽 방향이 아닌 여러 방향에서 봐야 좀 더 사실에 가깝게 알 수가 있다. 입체적으로 봐야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나온 책은 얄타 회담을 좀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회담의 공식적인 주인공들이 아닌 그 주인공들의 딸들이 보는 얄타의 모습이 잘 그려지고 있다. 이들은 공식적인 사절단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주된 지도자들의 가까운 혈육이기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까지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다.


얄타 회담은 2차 세계 대전의 막바지인 1945년 2월 4일부터 11일까지 8일동안 전후 세계 질서를 논의 한 중요한 회담이다. 미국 영국 소련의 각각 수뇌부가 다 모인 이 회담은 여러 나라들의 전후 문제를 정했는데 우리에게는 분단이 불씨를 안게 한 회담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결정된 신탁 통치안이 좌와 우를 극렬하게 갈라놓았고 그것은 훗날 분단의 단초가 되었다. 


사실 얄타 회담에서 당시 조선의 위치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우선 순위에 들만큼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우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기에 그냥 하나의 방법으로 신탁 통치안을 제안한 수준밖에 안되었다. 지금에서야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그리 받아들이지 못할 것은 아닌데 당시에는 일제의 침략을 수십년 받은 그때 또 다른 침략을 받는걸로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신탁 찬반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던 당시 우익 세력의 선동이 컸긴 했지만 남들에게 지배받는 것을 더 하고 싶지 않았던 국민들의 열망이 컸기도 하다.


우리의 염원과는 달리 조선의 독립은 얄타의 주요 의제가 아니었고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태평양 지역에서 일본과의 전쟁에 소련의 참전을 바라는 미국의 입장이었다. 유럽과 아시아 두 곳에서 동시 전쟁을 치르던 미국은 적지 않은 희생이 나던 일본전에 소련이 참전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면 소련과의 협력이 필수라고 여기고 있어서 소련의 요구 사항을 될수 있으면 들어주면서 소련을 대일전에 참전시킨다. 하지만 당시 영국 수상 처칠은 소련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고 소련 주재 미국 대사 해리먼은 소련의 본모습을 끊임없이 경고를 했다.


당시의 주역인 미국 루스벨트, 영국 처칠, 소련 스탈린의 이야기는 여러 책과 매체를 통해서 알려져 있어서 얄타 회담 자체가 비밀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회담의 밑바탕에 어떤 기류가 르흐고 있었고 회담장 분위기가 어떠했는지 전체적으로 조망 할 수 있는 것은 아무나 할 수가 없다. 이것을 한 것이 루스벨트와 처질 그리고 해리먼의 딸들인 것이다. 공식적인 회담 이외에서 이들이 보고 겪은 것은 훗날 여러 방법으로 공개되어 역사적 사실을 더 풍성하게 하고 있다.


이들은 회담장 안팎의 분위기를 빠짐없이 전하고 있고 회담의 실제 내용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잘 전달하고 있다. 결과만 아는 우리로써는 그 복잡한 과정을 알게 될 기회가 된 것이다. 회담은 요즘 유명한 소련 크림 반도의 얄타에서 열렸는데 이곳은 러시아 황실의 별장 같은 곳이었다. 스탈린은 최대한 자신의 영토에서 열기를 바랐고 그 고집에 미국과 영국은 동의하고 말았다. 소련 주재 미국 대사였던 해리먼은 이 역사적인 회담을 위해서 큰 노력을 해야 했는데 그의 딸인 캐슬린이 그 준비를 하는데 온 힘을 쏟게 된다. 해리먼에게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이 그의 딸이었고 캐슬린은 회담 준비에 철저하게 임한다.


한편 미국 루스벨트는 그 때쯤 죽어가고 있었다. 안 그래도 전쟁 때문에 격무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얄타까지 오는데 또 힘을 소비하고 있었다. 그의 부족한 체력을 보충하고 그것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한 것이 그의 딸 애나였다. 사실 루스벨트는 이미 뇌경색이 왔었고 그 이후라서 얼굴이 편하게 보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애나에게 부친의 건강에 대해서 염려했고 애나는 별 일 없다고 답했다. 국가 최고 지도자의 건강은 그때나 지금이나 1급 비밀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애나는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책은 이 세 명의 딸들을 통해서 당시 얄타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여러 논쟁과 겨루기, 그리고 분위기등을 잘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이 어떤 목적이 있어서 임무를 부여받고 갔던 것이 아니기에 그때의 일을 적은 내용이 더 객관적이고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겉으로 나왔던 여러 회담 결과들이 속으로는 큰 암투가 자리잡고 있었고 이런 여러가지 사정들이 모여서 하나의 결과가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책은 어떻게 보면 그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논문처럼 딱딱한 것이 아닌 관찰자의 입장에서 쓰고 있어서 술술 잘 읽힌다. 얄타 회담의 주 동선에서 약간 비껴서 봄으로써 현장감이 더 잘 느껴져서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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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인류 - 인류의 위대한 여정, 글로벌 해양사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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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드넓은 우주에서 생명이 있을까 하는 물음은 전문 과학자가 아닌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갖게 되는 의문이다. 그리고 그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물이 있나 없나 에 따라서 정해진다. 생명은 물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은 확고한 전제 조건이다. 그만큼 생명체에게는 물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물이 인류에게는 어떠한 의미인가. 일단 눈앞에 보이는 물만 장악해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으니 절대적인 존재다. 그런데 그런 물이 모여서 만든 바다는 인류에게 공포와 경외의 대상이자 기회였다. 바다를 어떻게 지배 하는가에 따라서 엄청난 결과가 있었던 것이다.


역사를 봐도 바다를 극복해서 지리상의 발견을 한 나라들은 큰 식민지와 많은 부를 축적했고 오늘날까지도 그 유산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세계 최강의 해군을 갖고 있던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의 제국으로 성장했고 그 뒤를 이어서 바다를 제패한 미국은 아직까지도 세계 최강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단순히 군사적인것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많은 먹을꺼리를 제공하는 것이 바다다. 과거 바다를 적극적으로 경영할 기술이 없던 시대에 비해서 오늘날에는 바다와 관련된 산업이 발달하고 있기에 바다를 어떻게 이용하느냐는 그 나라의 존망과도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바다는 그냥 물고기 잡고 해수욕을 즐기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적극적으로 공략 해야 하는 자원의 보고다. 그래서 이 바다를 인류가 어떻게 이용해 왔는지를 안다면 우리의 바다에 대한 인식도 더 넓어질 것인데 거기에 딱 맞는 것이 이 책이다. 지은이는 이미 여러 권의 책을 통해서 바다를 통한 인류 문명사를 살펴왔는데 이번에 나온 책은 그것을 집대성한 책이라고 하겠다.


책은 처음에 인류의 시작과 함께 바다와 관련된 고대 제국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문명은 보통 강에서 시작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티그리스 유프라데스강에서 발원을 했는데 여기서 바다와 연결이 되면서 다른 문명과도 이어지는 것이다. 작은 바다라고 할 '지중해'를 누가 지배하느냐에 따라서 각 나라들이 흥망성쇠를 이루었다. 강력한 페니키아와 로마, 그리고 에게해 문명을 일으켰던 그리스와 그 그리스를 침략했던 페르시아 등 고대 국가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동남아시아의 바다 교류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적극적이었고 또 역사가 오래되었다. 지금의 말레이반도에서 필리핀 그리고 더 동쪽으로 한반도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영역이 바다로 이어졌다. 우리에게는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가 가야의 시조 수로왕과 결혼해서 허황후가 된 사실이 바다를 통한 연결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신라때는 이슬람 상인과의 교류도 빈번했다고 한다. 이 지역에서 중요한 나라는 중국이다. 이미 당나라때 세계 최대의 국가였고 그 번영은 바다를 통한 외국과의 교류를 활발하게 하는 작용을 했다.


송나라와 원나라 시대를 통해서 바닷길을 이용한 무역은 활발해졌다. 그래서 그 뒤를 이은 명은 그 유산을 적절히 이용해서 명나라 초에 정화의 대원정을 일으켰다. 수백척의 대함대가 오늘날의 아프리카까지 갔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고 하겠다. 그런데 명은 그 축적된 해양 교류의 역사를 단절시킨다. 해상을 이용한 이어짐을 포기한 것이다. 물론 그때까지도 명은 세계 최대의 제국이었다. 그러나 바다를 포기하는 순간 중국은 더 크게 될 기회를 잃게 되었다.


서양은 고대 문명 시절부터 강과 바다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있었다. 그것이 15세기 들어서 항해술의 발달로 해상으로 나아가기가 쉽게 되었고 결국 대항해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약탈과 식민지 경영으로 이어지고 그것의 바탕 위에서 산업화 혁명도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세계는 서양이 패권을 쥐게 되고 오늘날까지 그 강세는 이어지게 된다.


사실 우리는 로마 제국의 이탈리아와 비슷한 반도 국가다. 해양으로 뻗어나가기에 좋은 위치에 있었다. 백제가 대륙으로 진출하게 된 것도 결국 서해를 통한 해양 경영을 잘 한 탓이다. 신라는 이미 장보고때 동아시아 바다를 지배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바다를 통제하고 이용하는 것이 이어지지 않았고 그때 그때 잠시 활기를 띄었을 뿐이다. 중국 세력의 침략을 막기에 급급해서였을까. 좀 더 바다를 경략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특히 조선은 처음부터 개항 할때까지 쇄국으로만 일관해서 바다를 통한 교류를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있은 결과 망국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이제 우리의 입장에서 분단으로 대륙이 막혀있는 상태인데 오히려 더 해양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경제도 강국이 되었고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실력도 있다. 통일이 되어서 대륙으로도 진출해야 하겠지만 거대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존재를 생각한다면 더 크고 웅대한 바다로 나아가는 것이 맞다.


책은 제목 처럼 바다 인류의 흥망사에 관한 내용이다. 인류가 바다를 어떻게 이용했고 그 결과로 어떠한 나라를 이루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거의 10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이지만 어렵지 않게 쓰여졌고 특히 여러 지도와 그림, 사진이 풍부하게 실려있어서 이해를 쉽게 한다. 세계사는 결국 바다를 통해서 큰 진보를 이루게 되었고 여러가지 문제점과 한계에 다다른 이때 바다야말로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해양의 역사에 대해서 눈을 띄게 하는 결정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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