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천재 열전 -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인문적 세계를 설계한 개혁가들
신정일 지음 / 파람북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선은 500년을 이어온 나라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많은 인재가 나왔다. 하지만 그 인재들이 다 천재는 아니다. 천재는 그 누가봐도 아 하고 감탄을 할 정도로 똑똑한 사람을 말하는데 이 책은 그런 인재중의 인재인 천재들의 이야기이다.


우선 매월당 김시습에 대해서 소개한다. 최초의 한문 소설인 '금오신화'를 지은 김시습은 당대 최고의 천재라고 할 만했다. 세종 대왕이 그의 능력을 보고 훗날에 크게 쓰일것이라 칭찬할 정도였다. 그러나 시대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수양 대군의 단종 폐위에 크게 반발해서 그의 치세에서는 절대 벼슬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평생 그 의지를 지킨다. 수양의 정변이 아니었다면 정말 크게 쓰일 천재였는데 참 안타까운 사람이다. 


10만 양병설로 유명한 율곡 이이도 전형적인 천재라 할 수 있다. 당시 한번 붙기도 힘들다는 과거를 9번이나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그는 또한 성리학을 조선만의 성리학의 위치에 올려놓는데 큰 역할을 했다. 퇴계 이황과 동시대에 살면서 치열한 논쟁을 통해서 성리학의 수준을 훌쩍 올려놓았다.하지만 그런 천재도 붕당의 씨앗을 없애지는 못했다. 그 자신이 동인보다는 서인에 가까왔고 그래서 훗날 붕당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누구에게나 충실했고 무엇보다 나라와 백성을 생각했다. 그가 주장한 10만 양병설은 사실 당시의 경제력으로는 이루기 힘든 일이었지만 충분히 경고가 될 수 있었다. 다만 그의 능력을 충분히 펼치기 전에 일찍 죽었고 그의 진가는 임진왜란이 일어나서야 사람들이 알 수 있었다.


이산해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임진왜란의 영웅이라고 할 유성룡과 동시대의 인물인데 그 유명한 토정 이지함의 조카다. 아주 어린 나이때부터 글을 읽고 쓰고 지었고 그 능력을 인정 받아서 일찍 출사했고 늘 공평하면서 청탁을 들어주지 않는 청렴함을 보였다고 한다. 유성룡과는 같은 동인이었고 동인의 영수였지만 서인과도 그리 척을 지지 않는 처세를 보였다. 


조선 후기의 최고 천재라면 당연하게 정약용을 들 수 있다. 한때 지폐에 들어갈 위인으로도 꼽을 정도로 인기있는데 삶 자체가 참 드라마틱하다. 총애하던 정조 대왕 시대에 많은 일들을 했는데 정작 그의 가장 큰 저작물은 오랜 유배 생활을 통해서 생산해냈다. 목민심서를 비롯한 그의 탁월하면서 방대한 글들은 조선 후기의 빛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수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이 천재가 정조의 죽음과 함께 능력이 사장되었다는 사실이다. 정조 사후 유배만 18년. 비록 그 시절 엄청난 저술을 했지만 그 이후에 쓰이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사라져갔다. 정조가 죽음으로써 조선은 망국의 길로 들어갔고 그의 신하였던 정약용도 그 이후 쓰이지를 못했다.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능력을 펼치지 못했으니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책은 전체적으로 편하게 읽을만하다. 각 인물들의 일생을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장단점을 균형있게 서술했고 각 인물 말미에 당대의 평가를 여러 방향에서 조감하고 있어서 인물을 입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한다. 다만 지은이가 말하는 천재의 기준이 무엇인지 몰라서 어떻게 선정이 된 것인지 모르겠고 조선의 천재치고는 수가 적은 것이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