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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디락스 : 간격 - 전라남도립국악단 북앨범
전라남도립국악단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9월
평점 :
북앨범은 일반적인 책에 음악을 곁들인 형식의 창작물이다. 책이 주가 될 수도 있고 앨범 즉 음악이 주가 될 수도 있는데 서로 밀접하게 내용이 이어져있는 것이 특징이다. 내용을 잘 연결해야 하기에 구성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리 자주 나오는 형식은 아닌데 이번에 전라남도 도립 국악단에서 음악과 여러 글들을 엮은 책을 펴냈다.
제목인 골디락스는 영국의 전래동화 '곰 세 마리'에 나오는 금발머리 소녀 골디락스라는 이름에서 유래했는데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최적의 간격' 이라는 뜻에서 지었다고 한다. 제목이 좀 낯선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책 속에 소개되는 여러 글들이 '적당하게' 소개된다는 점에서 뜻풀이가 이해가기도 한다.
우선 책의 내용부터 보면 시, 산문, 그림 등 여러 형식의 글들이 실려있는데 부담없이 선선하게 읽히는 내용들이다. 그중에서 안도현 시인의 글과 최일도 목사의 글이 눈에 띈다. 안도현 시인은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이 글을 쓸 무렵에 귀향을 했다고 한다. 고향 예천의 산골짜기 외딴 곳에 밭을 매입하고 집 하나 지어서 외로운 귀향인이 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글만 써서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데다가 주위에 도움 줄 사람도 없어서 겪게 되는 작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산골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동식물이 반갑고 생각도 안 한 씨앗이 자라서 제법 있는 테가 나는 식물로 자라는게 대견해 보일 것이다. 봄을 기다리는 시인의 이야기에서 막 겨울로 접어든 지금 나도 봄을 기다려본다.
최일도 목사는 밥퍼 목사로 유명한데 무료 급식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의 말씀을 밥 주는 걸로 실천하는 사람인데 오랫동안 끊어지지 않고 이어왔던 무료 급식이 코로나 사태로 중단되었을때의 아픔과 안타까움을 잘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는 도시락으로 대체했는데 따뜻한 급식과 달리 도시락은 시간이 지나면 식는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따뜻한 식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금방 끓이거나 데운 국을 함께 준다는 자원 봉사자들의 이야기가 참으로 따스하다. 얼른 이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길 같이 빌어본다.
사실 이 책을 보려는 주된 목적은 좋은 글들도 좋지만 음악을 듣고 싶은 것이 우선이었다. 국악의본향인 전남의 도립 국악단은 전부터 충실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앨범으로 나와서 그 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음악 CD가 동봉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서 mp3 음악 파일로 제공되어서 좋았다.
요즘 국악은 그냥 전통만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변주되어서 여러 장르에서 쓰이고 있는데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음악극이나 뮤직비디오로 발표한 춤곡으로 쓰였고 실내악 연주곡으로 쓰인 것들도 많다고 한다. 음원으로 제공하기에 편리하게 여러 다양한 요즘 기기들로 감상 할수 있고 QR코드를 제공해서 관련해서 동영상도 감상할 수 있게 한 것이 좋다.
음악들은 다 좋다. 피아노나 기타 같은 우리 국악에 잘 어울리는 서양 악기를 곁들여서 더 완성도 있는 음악으로 만든 것 같다. 여러 곡들이 좋은데 '점아 점아 콩점아'가 귀에 쏙 들어온다. 원래 이 곡은 구전으로 전해 온 전래 놀이 노랫 가락인데 적절하게 개사하고 편곡해서 근사하게 재창조했다. 아련하면서 슬픈 목소리의 김근희의 독창이 참 듣기 좋았다.
연주곡 중에서 피리 독주 '나무가 있는 언덕' 이 특히 맘에 들었다. 피리는 값이 싼 악기지만 소리의 풍부함은 어느 악기에 뒤지지 않는다. 부드러움으면서도 포근한 느낌의 연주가 돋보인 곡이었다. 피리 독주자 윤정아의 깊이가 남다르다.
해금 독주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은 이미 알고 있는 해금 연주곡인데 이 앨범에서의 연주도 색달랐다. 김지향 해금 독주자의 연주가 좋았고 기타와 신디로 배경을 이어주니까 더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은근한 김근희의 구음도 잘 어울린다.
이 북앨범의 편집자라고 할 류형선 국악단 예술 감독은 국악단 단원들의 실력을 은근하게 자랑하는 것 같은데 자랑 할만 하다. 곡들도 좋고 연주도 다 좋다. 여러 장르에서 적절하게 잘 쓰이는 음악들이라는 느낌이 든다. 골라서 낸 것이 이 정도고 다른 좋은 곡들도 많다고 하니 그 얼개가 궁금해진다. 북앨범도 좋고 그냥 앨범도 좋고 다음편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