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어제 방학을 했다. 방학을 하면 긴긴 시간 동학년 선생님들과 헤어져 있어야 하니 나름 찐한(?) 이별을 한다.
제법 컸다고 희망이랑 찬이가 자기들끼리 밥을 챙겨 먹어 줘서 너무 고맙게도 맘 편히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영화도 보고, 이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엄마는 왜 방학식마다 늦게 오냐고 하는 희망찬 아이들. 원래 그런 거야!)
한 학교에 옮겨 가면 3, 4년을 같이 생활하게 되는데,
첫 해 동학년을 한 인연이 올해로 3년간 주욱 이어진 두 선배님! 인생의 조언자로서 참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했는데, 마지막해인 내년에는 서로 각자의 길을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 곧 새 학년 배정을 할 것이고, 새로운 아이들을 만날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로 인해 이런저런 갈등으로 마음이 심란하기도 하다.
"샘아, 내년에 또 1학년 하고 싶나?" 하고 물으시는 선생님.
음...
1학년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가 무서워서 그 동안 못했는데, 해 보고 나니, 교직에 대한 자신감도 더욱 생기고 좀 더 전문가적인 자질도 갖춘 것 같아서 내게는 무척 은혜로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도 더 잘해낸 것도 같고(어머님들이 고맙다 하시니 나는 곧이곧대로 믿고 그런 줄 안다.)
다시 한다면 시행착오를 조금 더 줄일 수도 있을 것도 같고....
하지만, 1학년만이 가지는 특수성이라는 것이 무척 어렵고 조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1학년 아이들은 가소성이 크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잘 인도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의 첫 단추와도 같은 시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것을 부모님과 같이 오해없이 풀어나가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전문 상담가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 보니 내가 전하고자 하는 뜻이 때로는 왜곡되기도 하여 오해를 낳는 것도 같고, 내가 한 말을 아이들이 잘못 이해하고 잘못 전달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고, 그리고 조금만 꾸중해도 어느 새 나쁜 사람이 되어 있는 것도 같고.... 아이를 돕고 싶어 부모님과 상담을 하는데, 혹시 내 아이만을 미워하는 것은 아닌가 오해를 하시는 것 같아 말을 풀어내기도 이만저만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어린 이 아이들의 복잡한 심리가 때로는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어 고민스러울 때도 많았다. 또한 몰라서 저지르는 실수들도 많아 그것을 하나하나 짚어 가르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좀 더 덜 계산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주는 아이들에게 그만큼 충분한 사랑을 베풀지 못한 것 같아 그것 또한 부족함을 느낀다.
한없이 자상한 엄마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지나고 나니 아쉬움이 남는다.
하긴, 어느 학년 어느 해든 어렵지 않은 해가 있었던가?
때론 힘들고, 때론 즐거운 이 일을 좀 더 잘 하기 위해 새로 시작된 방학 알차게 나를 가꾸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