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가면 선생님이 웃었다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동화동무씨동무 선정, 2017 아침독서신문 선정, 2017 오픈키드 좋은 어린이책 추천 바람어린이책 5
윤여림 지음, 김유대 그림 / 천개의바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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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학교에 나와 아이들과 좌충우돌 할 때, ‘나는 언제 아이들 때문에 속앓이를 하지 않고 멋지고 근사하고, 폼나게(!) 가르치게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 내게 선배 교사는 10년 정도 지나고 나니 이제 뭘 좀 알겠더라 했고, 나는 그 10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10년을 기다리는 동안 선배님들이 준 가르침 중 하나는 아이들 앞에서 절대 웃지 말라는 거였다. 특히 3월에는 절대로! 아이들에게 처음에 방실방실 웃고 친절히 대하면 아이들이 선생님 말을 안 듣는다고. 처음에는 엄하게 대하다가 나중에 친절한 선생님이 되면 우리 선생님 참 좋다는 말을 듣지만 처음에 친절히 대하다 말 안 듣는 아이들 잡느라고 아이들에게 화내고 그러면 우리 선생님은 만날 화만 낸다는 말을 듣는다는 것이다. ‘, 그렇구나!’하고 그 말을 좇아 무뚝뚝한 선생님이 되기로 했다. 그런데, 아이들과 지내다 보니 웃고, 화내고, 울 일이 얼마나 많은지... ‘세상에 불변의 진리란 없으니 나는 내 방식대로 하자!’고 마음먹었다. 3월 초지만 아이들을 위해 환하게 웃어 주었고, 야단 칠 일이 있으면 헐크로 변해서 혼내겠노라 협박(?)도 하면서 열심히 달려왔다. 1학년 우리 반 아이들은 선생님이 전근 가는 학교로 전학 갈 거라 이야기 하고, 6학년 제자들은 짬짬이 교실에 들러서 동생들도 보살펴 주고, 급식판도 밀어준다. 선생님이 무섭고 안 무섭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통하나 안 통하나가 중요하다는 것을 교사 생활 20년을 달려오면서 느끼게 된다.

얼굴이 콩처럼 작고 까마니까 콩, 가면을 쓴 것처럼 웃지도 울지도 않으니까 가면, 그러니까 콩가면 선생님! 이런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을까? 책을 펼치면서 살짝 걱정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선생님도 언젠가는 웃는 날 있을 테니 기다려 보라 하더니만, 말썽꾸러기 녀석들 보지 않게 되어 좋다면서 여름방학식날 활짝 웃는다. 아니, 이 무슨... 그런데, 잠시 생각해 보니 콩가면 선생님반 아이들이 선생님이랑 지내는 동안 눈치 채지는 못했겠지만 선생님의 세심한 손길은 곳곳에 숨어있었다. 숙제만 하려고 하면 엉덩이가 간질간질 거려 숙제를 하지 못하는 숙제병에 걸린 동구가 숙제를 해 온 것도, 물려받은 옷만 입는다고 잔디에게 놀림받은 아린이의 의류 리폼 솜씨를 칭찬해서 당당하게 어깨 펴게 한 것도, 미녀와 야수라는 별명이 듣기 싫었던 가빈이가 덩치 크고 바보같은 지국이랑 앉기 싫다고 짝꿍 바꾸어 달라 부탁할 때 모른 척 한 것도, 꼬집기 여왕 차은솔, 태권 소녀 김여경이 준혁, 지훈, 예준 삼총사와 하나 되어 비밀 탐사대를 만들기로 한 것도... 모두모두 콩가면 선생님의 표 나지 않은 관심이 스며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모두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는 말썽꾸러기 강성인의 마음을 빼앗은 걸 보면 콩가면 선생님은 무섭도록 놀라운 고수 선생님이 분명하다. 잔디와 아린이가 서로 화해한 것도, 지국이의 따뜻한 마음을 가빈이가 눈치 챈 것도, 친구가 없었던 슬하가 그림 잘 그리는 세영이랑, 고모네에 살고 있어 주눅들어 있던 서연이랑 친구 하기로 한 것도 콩가면 선생님의 교실이어서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선생님이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다독거려 줄 수 있을까 했던 나의 처음 걱정과 달리 콩가면 선생님은 딱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을 이해하고 보듬어 줄 줄 아는 아이들의 친구같은 선생님이었다.

초동 초등학교 3학년 나반 친구들과 콩가면 김신형 선생님이 펼치는 이야기는 모두 여덟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도 비밀 탐사대의 탄생은 깜깜한 밤에 읽었는데, 순진한 우리 친구들이 읽노라면 제법 가슴 콩닥거릴 이야기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 큰 어른인 나도 긴장하면서 읽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콩가면 선생님이 방학식날 말고 다른 날도 조금 더 웃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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