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아침
프랑크 파블로프 글, 레오니트 시멜코프 그림,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휴먼어린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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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반대말은?

평화가 아니라 일상이란다. 일상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평화이기 때문에.

추천의 글을 쓰신 박상률 작가의 글을 읽으면 이 책의 내용이 잘 정리된다. 

 

그가 추천한 나치 치하의 신학자 마르틴 니묄러의 시를 만나보자.

 

나치가 유대인을 잡아갈 때 / 나는 유대인이 아니어서 모른 체했고

나치가 가톨릭을 박해할 때 / 나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어서 모른 체했고

나치가 공산주의자를 가둘 때 / 나는 당원이 아니어서 모른 체했고

나치가 노동조합원을 잡아갈 때 / 나는 조합원이 아니어서 모른 체했지

그들이 막상 내 집 문 앞에 들이닥쳤을 때 / 나를 위해 말해주는 사람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갈색법이 지배하는 정부 하에서 사람들은 갈색 개를 키울 것을 또, 갈색 고양이를 키울 것을 강요 받는다.

정부가 원하는 일이기에 사랑하는 검은 색 개와 얼룩 고양이를 안락사 시켜야 하다니!

갈색 경마에 돈을 걸어 돈을 따자 갈색법이 좋은 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정책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동안

보고도 보지 못하고, 듣고도 듣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 주어 씁쓸하다.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냥 귀찮아서 법에 따라 가는데... 

갈색법이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거리일보는 폐간되고,

반대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세상은 온통 갈색으로 가득 찬다.

갈색 충성을 다하는 주인공들에게 어느 날 또 다른 위기가 닥친다.

예전에 갈색이 아닌 개와 고양이를 키웠던 사람들을 '국가 반역죄'로 몰아 버린 것.

정부는 자신들의 입장에 순응하고는 있지만

예전에 갈색이 아닌 것들과의 추억이 있는 이들의 마음까지 온전히 지배할 수 없기에

그들의 모든 것을 빼앗기로 마음 먹었다는 것.

이 한 권의 그림책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며,

이웃의 아픔에 눈감아 버리면서 모른척하는 나의 모습인 듯도 하여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가득찬 이 그림책을 보면서 나는 왜 이리 죄책감이 드는지.

갈색이 가득한 그림책은 우울한 우리의 현 주소를 보는 듯하여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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