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게임 마니또 푸른숲 어린이 문학 36
선자은 지음, 고상미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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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제목을 보면서 갑자기 마음이 두근거렸다.

이 두근거림은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라기 보다는 무언가 모를 불안함이었다.

아마도 그림의 분위기가 그러한 불안함을 만들어내는데 한몫 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이 유난히 끌린 것은 얼마 전 찬이의 교실에서 마니또 게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여학생들에게 썩 호의적이지 않은(?) 찬이가

어느 한 여학생의 마니또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작년에 우리 반에서 이 놀이를 했을 때 많은 아이들이 좋아라 했지만,

유난히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이끼리 마니또가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기도 했다.

다시 바꾸어 주자니 서로 사이좋게 지내도록 만들기 위한 놀이의 취지가 퇴색되는 것 같고,

그대로 두자니 서로 마음이 불편할 것 같고.

다행히 그 카드를 뽑은 아이가 잘해보겠다고 해서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노력해 보자고 했지만,

영 개운하지만은 않았다.

대학 때 나는 과학과 심화과정을 했었는데, 과학과에는 4개의 분과가 있었고

그 중 지구과학 분과장이었던 나는 선후배간의 돈독한 관계를 위하여 이 놀이를 제안하면서 서로 편지도 써 주고,

선물도 주고받자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마니또 발표를 하는 날 끝내 한 후배를 울리고 말았다.

이제 갓 대학에 와서 이런 저런 기대에 부풀었던 후배는 자신이 마니또로서 정성을 들였던 시간과 달리

자신을 챙겨주어야 할 상대였던 선배가 한 통의 편지도, 선물도 챙겨주지 않고

급기야 발표일에 그 장소에 나타나지도 않자 섭섭한 마음이 커서 눈물을 흘려 버린 것이다. 

그 때의 미안한 마음은 아직까지 남아있고, 그 후배에게도 그 기억은 좋지 않게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반응은

1. 우리 찬이는 화자가 지율, 모모로 왔다갔다 하니까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이 책이 별로 흥미롭지 않다고 했다.

2. 찬이네 반 친구들은 이 책을 찬이가 읽고 있는 것을 보고 무조건 빌려달라더란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겠다는 대기자가 줄을 섰고, 찬이가 읽고 있는 중에 빼앗아(?) 가 버렸다고 한다.

엄마가 서평 써야 하니 좀 가져다 달라 해라 했더니 그 친구가 진짜 재밌다고 했다 하면서 뭐가 재미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3. 결근한 선생님 반에 갔다가 그 반의 진도가 빠르길래 이 책을 들고 가서 한 시간 동안 읽어 주었다.

쭉 읽어주었더니 1/4정도 진도가 나갔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진 아이들은 당장 도서실에 달려가서 빌려 오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우리 도서관에 없다고 해서 주문해 놓고 왔다면서 내게 와 보고까지 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범인이 도대체 누구일지 추측해 보면서 두근두근거리면서 읽었다.

이 책은 꽤 흥미진진했고,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많은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겠다는 촉이 서는 그런 책이었다.

 

마니또 게임이 시작되면서 '지율'이는 마니또로 추정되는 누군가의 공격을 받는다.

'김지율 죽어라. / 진짜 재수없어.'

'김지율 착한 척 하지 마. / 구역질 나.'

'가식쟁이, 김지율! 넌 벌레만도 못해!'

와 같은 쪽지를 받게 된다.

지율이의 마니또인 모모는 이러한 모든 상황을 지켜보다가 자신이 나중에 의심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들을 하나하나 관찰하기 시작한다.

범인은 매사 완벽한 모범생인 반장 은석이일까?

지율의 단짝 친구인 아름이일까?

아니면 유난히 마니또의 선물을 많이 받았던 예쁜 시현이일까?

이야기를 하나하나 따라가면 용의자(?)가 이 아이에서 저 아이로 바뀌기도 한다.

 

중학교 1학년 때 마니또 놀이와 같은 수호천사 놀이를 성탄절 즈음해서 성당에서 했는데 

그 때 여드름이 가득했던 한 소년이 들고 있던 책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진짜 그 책을 내가 받았다. 그 아이가 나의 수호천사였던 것.

그 책은 내게는 너무 어려운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의 명시였고,

그 시들은 아직도 내게는 어려워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소년은 속표지에 쓴 헌정 글귀를 무슨 색깔 사인펜으로 썼는지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그 말을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들었을 때 오도도돌 소름(?) 돋았다. 

그 소년은 지금 내 옆에 산다.

내가 마니또 게임을 후배에게 하자고 한 것도, 아이들에게 하자고 한 것도 이 놀이가 내게는 무척 특별했기 때문이었지만

이야기를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앞으로 당분간 마니또 게임은 하지 못할 것 같다는 거.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면 이 게임이 썩 좋은 게임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들 일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끌어다 동화를 만들어내는 작가들의 마법같은 힘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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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5-10-25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바이런 시집을 선물한 마니또 소년이 곁에 계시다니,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 같아요!!♥

희망찬샘 2015-10-25 07:27   좋아요 0 | URL
ㅋ~ 동화처럼 살아야 할 텐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