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1
천효정 지음, 강경수 그림 / 비룡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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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것은 제목이었는지, 그림이었는지...

<<거짓말 같은 이야기>>의 강경수 작가가 그려주신 그림은 이 책을 반짝반짝 빛나게 한다.

그림만 휘리릭 살펴봐도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활활 타오르리라.

아무리 그림이 좋아도, 글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알맹이, 내용이 아니겠는가!

이 책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부러움을 가득 안고 읽었다.

이 책을 쓴 작가가 초등 교사이기 때문에 부러워하는 마음이 더욱 커진다.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아이들 마음을 홀딱 빼앗아 버릴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더더 드나 보다.

이 책은 아이들 마음을 홀딱 빼앗아 버릴 그런 책이었던 것.

비룡소 스토리킹 심사위원의 예리한 눈에 쏙 든 작품으로 뽑혔단다.

이 책의 주 독자층인 학생들이 직접 작품을 심사한 것인데 거기서 최고의 작품으로 뽑혔다니 대단하다.

나이는 나보다 열 살도 더 어린 그녀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하나같이 산뜻하고 생기발랄하다. 

그녀는 마르지 않는 이야기 샘을 하나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그 이야기 샘은 바로 독서라고 그녀는 작가의 말에서 살짝 말한다.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문자 중독으로 힘들었다는 그녀의 고백이 그렇다고 이야기 해 준다.

 

이 책의 주인공인 건방이의 원래 이름은 건이다.

건이와 오방도사의 운명적인 만남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방도사는 건이의 이름을 건방이라 새로이 붙여준다. (튼튼할 건 대신 하늘 건, 방위 방 을 쓰라신다.)

할머니랑 살았던 아이인 건이는 일 년 동안 앓아 누우셨던 할머니의 장례절차가 끝나면 보육원에 가야 한다.

초등 2학년 아이, 돌보아 줄 가족 하나 없는 아이, 애틋하고 불쌍한 마음으로 쳐다 보아야 할 아이!

그런데, 작가는 그 아이를 굉장히 멋지게 키워낸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무협지를 좀 많이 읽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무협지를 많이 읽어 그런 종류의 책에 일가견이 있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무협지라고는 단 한 편도 읽지 않은 내게

무협지의 향을 느끼게 하다니! ㅎㅎ~ 정말이지 대단하다.

건방이가 돌을 단칼에 베어 버리고, 지붕 위를 휙휙 날아다니고...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이게 말이 된다.

이야기가 앞뒤 아귀도 딱딱 맞고, 현실감도 팍팍 느껴진다.

생활감각 떨어지는 오방도사를 대신하여 살림을 하는 건방이가

미래를 위해 돈을 떼어서 적금을 붓는 모습을 보면서 깊기만 한 건방이의 주부 내공을 느낄 수도 있다. 

아줌마들처럼 마트 세일하는 시간에 맞추어 장을 보러 가는 것도 우습다.

3시부터 5시까지 있는 왕창세일에서 '1+1 고등어'나 '반값 삼결살'을 사기 위해 발을 바삐 놀리고 있는 건방이.

현실에 발을 딛고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황당무계하지만 억지스럽지 않고,

악당들을 팍팍팍팍 물리쳐주니 통쾌한 대리만족도 느껴진다.

깡패들로부터 위협받는 아이들을 구해주고, 수고비를 받는 머니맨이 되어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모습도 우습다.

"머니맨 도와줘요~~~" 하면

어디선가 M자가 적힌 모자를 푹 눌러쓴 머니맨이 나타나서 파바바박~ 끝! 하고 해결해 준다.

(사건을 처리해주고 한 명당 얼마... 하고 돈을 받는다. 스승님께 걸려 혼난대요, 혼난대요~~~)

머니맨은 누구? ㅎㅎ~ 다들 아시겠지?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예사롭지 않다.

검법의 달인 설화당주의 막내 제자인 초아는 연검(부드러운 검)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건방이의 반으로 전학 온 초아와 초아를 반기는 회장 면상이, 면상이의 얼굴에서 언뜻 비친 노인의 얼굴...

학교에서 자신의 무술 실력을 숨기고 조용히 살고 있는 건방이에게 일대 광풍이 휘몰아 치리라는 복선이 깔린다.

건방이의 수련은 뭐~

아주 어릴 때 읽었던, 아니면 보았던? 만화였던가, 머털 도사 같은 TV 만화 영화였던가?

하여튼...

그런 것에서 본 것처럼 오방도사가 수련은 시키지 않고, 청소, 빨래, 밥, 안마... 를 시킨다.

그리고는 안마를 하는 동안 손의 힘을 키워주고 기를 전해주었다나 어쨌다나.

오방구결을 달달 외운 것도 큰힘을 발휘하다니!

우주의 중심인 흙의 기운, 즉 나 자신을 믿는 '신'의 마음가짐이라면 못할 일이 없다

작가는 어린 독자들에게 살짝 이야기 해 준다.

이것은 안 되는 일도 되게 하는 비밀스러운 비법이니 새겨 들을 것.

아이들과 미술 시간에 오방색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는데, 작가는 이런 내용들을 잘 살려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오방도사의 첫 제자였지만 잘못된 길로 들어서서 대도(큰도둑) 도꼬마리가 되었던

면상이의 비밀이 파헤쳐지는 대목도 재미있다.  

개과천선한 면상이와 다시 돌아 온 머니맨이 나쁜 '엉아'들을 물리치는 것을 먼 발치에서 내려다 보는 이들이 있었으니!

오지랖 넓은 같은 반 친구 오지만과 그의 스승이라는 또 다른 도사님이다.

앞으로 그들이 펼쳐 주리라 예상되는 그 다음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우리의 주인공, 건방이는 그 다음 편에서도 우릴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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