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야기 - 동시인.동화작가.그림작가 65명이 모여 쓰고 그린
한뼘작가들 지음 / 별숲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그들을 위해 나는 어떤 일을 했는가?

기사를 열심히 읽고, 아픔에 공감하는 척하기?

서명하면서 아픔에 동참하는 척하기?

아픔을 함께하지 않는 이들에게 대해 안 보이는 곳에서 분노하기?

그렇게 모든 것은 나의 밖이 아닌 안에서 이루어졌고,

나의 이런 모습은 그들에게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했음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여기 이 부끄러움을 가슴 깊이 느껴보게 하는 한 권의 책이 있다.

동시인, 동화작가, 그림작가 65명이 모여 쓰고 그린 <<세월호 이야기>>!

기사로 만났던 이야기들이 한 편의 시와 그림으로 다시 태어났다.

아이들이 가진 사연들을 이곳에서 다시 만나면서 눈물 흘리는 것 밖에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 중 하나가 그 날을 '잊지 않기'라는 것을 이 책은 이야기 한다.

 

정주식 글, 서종훈 그림의 <남의 일일까요?>를 옮겨 본다.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유족들이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사고 난 지 100일이 지났건만 진상 규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런 유족들 앞에 한 때의 시위대가 나타나 피켓을 들어 올렸다.

 

나라 위해 바친 목숨도 아닌데, 의사자라니요

세월호 때문에 국가 경제 다 망가진다

 

유족인 고길동(48, 남)씨는 차라리 슬픔도 분노도 없었다.

그저 허탈한 눈으로 피켓 든 사람들 너머 검은 비구름이 몰려드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시위대 안에 섰던 김명자(57세, 여)씨는 피켓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초췌한 유족들을 마주 보자니 마음이 불편했다.

얼른 끝나고 친구 말대로 맛있는 밥이나 먹으러 갔으면 싶다.

그때, 김명자 씨의 휴대폰이 발악하든 울어 댔다.

"여보, 우리 진호가, 진호가......"

남편은 말을 잇지 못하고 울었다. 김명자 씨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텔레비전과 라디오는 긴급 속보를 내보내고 있었다.

"영동선 열차, 점검 부실에 따른 기관 고장으로 정면충돌! 현재 사망 57명, 부상 230명!"

김명자 씨의 아들 진호(21세, 대학생)는 사망자 명단에 들어 있었다.

김명자 씨는 손에 든 피켓을 떨어뜨리고 땅으로 무너져 내렸다.

의식을 잃은 김명자 씨의 얼굴 위로 기어코 빗물이 쏟아져 내렸다.

비는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16쪽)

 

이 내용이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름과 나이까지 있어서 사실 기사인 듯 하지만,

기사 검색을 해 보면 영동선 충돌(7/22)로 1명이 사망했다는 기사가 뜨는 걸로 봐서

가상으로 꾸며 썼을 가능성도 있는 것 같다.

이름과 나이는 사실감을 높여서 독자들에게 충격 요법으로 다가가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이 이야기는 세월호 이야기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한 번 더 이야기 한다.

세월호 희생자들이 남의 집 아이가 아니라, 바로 우리 집 아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 거다.

지금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다른 사건 사고에 묻혀서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가는 이 일을 잊지 않는 것!

소극적인 이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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