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내 이를 빼앗아 간대요 그림책은 내 친구 24
앨리슨 맥기 지음, 안민희 옮김, 해리 블리스 그림 / 논장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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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는 책에 열광한다.

앞니 빠진 개우지가 많은 1학년 교실에서 이 책을 읽어주면 참 좋겠다.

주인공 아이처럼 이제 갓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에게라면 더 호응이 좋을 듯.

 

학교에 처음 가는 일 학년 동생에게 이 학년 언니가 알려 준 놀라운 사실.

 

일 학년 선생님이 삼백 살이나 먹은 외계인인데,

아이들 이를 훔쳐 간다지 뭐예요.

 

"혀가 보라색이야. 지구 아이들 이를 노리고 있지."

"이를 마구 모아서 자기네 별로 돌아가야 하거든."

"선생님 귀고리를 잘 봐." (선생님 귀고리는 아이들의 이? ㅋㅋ)

"선생님 '과자 상자'도 똑똑히 보고. 그 안에 이를 모아 두거든. 그렇게만 알고 있어."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입을 꾹 다물고 절대로 벌리지 말아야겠어. 일 학년 끝날 때까지 절대로! 이 학년 언니가 가르쳐 줘서 진짜 다행이야.'

 

언니는 계속계속 겁을 준다.

 

"쉿, 일 학년 때 이가 안 빠진 애는 나밖에 없다니까. 다른 애들은 몽땅 '과자 상자'로 끌려가야 했지. 아 참, 선생님 '진주' 목걸이도 잘 봐. 알겠지?"

 

유치원 선생님은 혀도 분홍색이고, 신발 끈 묶는 법도 친절히 가르쳐 주시고, 유치원에 인형을 가지고 와도 된다고 했는데,

초등학교 선생님은 마귀할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아이는 얼마나 두려울까?

사실 1학년 담임을 할 때 나는 그게 가장 걱정이 되었다.

많은 아이들을 가르치면 야단 칠 일도 많은데,

한없이 친절하셨던 유치원 선생님을 생각해 보니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될 자신이 없더라는.

그런데, 해 보니까 뭐,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아이들의 순진한 정신 세계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당시에는 많이 힘들었는데, 즐겁고 좋았던 일만 떠올려보니 그렇다.

 

선생님은 내가 아는 것만 질문하시는데, 나는 절대 입을 벌릴 수 없다.

나는 말없는 얌전한 아이가 되어 버렸다.

너처럼 얌전한 일 학년 애는 처음 본다는 선생님.

 

이가 빠지면 선생님이 과자 상자에서 과자를 꺼내 준다고 하신다.

정말 맛있는 과자를 말이다.

과자 상자를 들고 내게 다가오시는 선생님.

무서움에 떨면서도 몸은 벌써 과자 상자 쪽으로 점점 다가간다. 하하~

이 학년 언니가 했던 온갖 말이 동시에 떠올랐을 터~

아아아아아~ 안 돼! 하고 외치는 순간 톡~

 

길고 길것만 같았던 일 학년 생활이 멋지게 열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스쿨 버스에서 이 학년 언니가 나의 첫날에 대해 열심히 묻는데,

나는 (빠진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으면서

선생님 과자 상자에서 얻은 '20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커다란 막대 사탕을 흔들어 보여준다.

1학년 선생님들께 권해 봐야겠다.

아이들에게 줄 과자 정도는 준비해 두시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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