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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ㅣ 일공일삼 94
황선미 지음, 신지수 그림 / 비룡소 / 2014년 9월
평점 :
'주경 M2'
주경이에게 날아온 문자 한 통.
어떻게 하다가 주경이는 혜수같은 애들에게 찍힌 걸까?
자기에게 거스르는 행동을 (모르고) 했다는 이유로 (실수에 대한 무수한 사과에도 불구하고) 주경이는 혜수의 요구대로 M초콜릿을 사다 바친다. 더 이상 눈 밖에 나지 않고 아이들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내성적인 주경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자기보다 먼저 당했던 정아가 혜수 편에서 자기를 바라보는 것에서 묘한 배신감을 느끼지만, 그래도 정아보다 긴 시간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전학 온 명인이가 혜수의 새로운 먹잇감이 되리라는 생각은 명인이와 힘을 합쳐 혜수를 이겨내리라는 마음 보다는 혜수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는 안도감을 선사한다는 슬픈 현실.
혜수와 미진이가 전학 온 명인이의 신발 한 짝을 주경이에게 창문 밖으로 던지라고 한다. 자신들이 하는 나쁜 일에 주경이를 공범으로 끌어들인 거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도덕성이 뛰어난 35%의 사람이라는 영상을 보여 주었을 때 우리 반 친구들은 그 35%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책은 65%에 놓여 있는 혜수와 미진이의 행동이 옳지 않음을 아이들에게 다시 한 번 더 가르쳐 준다. 모르고 한 일이지만 상대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미안한 것’이라는 걸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다. 친구는 울고 있는데, 울린 녀석은 ‘모르고 했기 때문에’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 한다. 하긴, 작정하고 한 나쁜 일에 대해서도 ‘미안해 할 줄 모르는’ 아이들에게 이것을 가르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나의 이런 고민을 함께 해 주어 더욱 고맙다.
주경이는 혜수가 시켜서 하긴 했지만, 명인이의 구두에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고 더욱 미안해 졌다. 주경이가 용기를 내어 쓴 진심어린 사과 편지를 통해 속상했던 독자들의 마음도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그들이 결성한 ‘깜짝팀’이 학예회 무대 위에서 더욱 빛날 것이라고 기대되는 것은 진심어린 사과와 용서로 서로 마음이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황선미님은 어느 화가에게서 들었던 구두에 얽힌 슬픈 이야기를 이렇게 글로 적어서 그 때 일을 용서하지 못하고 상처로 가지고 계신 그 분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으셨다고 한다.
사과하고 싶은 일을 편지로 쓰거나 시로 표현하는 공부를 하고 있었던 우리 반 친구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었다. 민성이는 “나도 신발을 잃어버린 적 있는데 그 화가의 마음이 이해된다. 그래서 당장이라도 달려가 위로해 드리고 싶다.”고 했다. 태석이는 “저 세상에 먼저 가신 엄마의 선물이었던 구두를 잃어버린 명인이를 생각해 보면 안쓰럽고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만약에 내가 명인이라면 아무리 혜수가 시켜서 했더라도 주경이를 용서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주경이를 용서한 명인이를 보면 마음이 참 넓은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요원이는 “눈깔들(혜수와 미진이)에게 M초콜릿을 사 주던 주경이가 없던 친구를 사귀고 같이 학예회의 무대를 준비하며 웃게 되고 마음을 열게 되어 정말 기뻤다. 이 책은 나의 친구 관계를 돌아볼 수 있게 도와주었다.”고 했다.
이 책이 싫은 것을 싫다 못 하는 주경이와 같은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기를...
이 책이 명인이처럼 소중한 것을 잃고도 사과 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이 책이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할 줄 모르는 혜수와 같은 아이들에게 함께 쓰는 반성문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덧붙여)학예회를 준비하던 주경이가 깜짝팀과 함께 준비하던 노래, 엄마가 자장가처럼 불러주시던 노래, 돌아가신 아빠를 기억나게 해서 슬퍼 끝까지 부르지 못했던 노래, 그 노래를 한 번 찾아 보았다.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282(등불 노래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