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달인 돌개바람 32
유타루 지음, 김윤주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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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많이 사용하면 머리가 좋아진대요. 젓가락질은 손가락으로 하는 거니까, 젓가락질을 잘하면 당연히 머리가 좋아지겠죠?"(p5) 라는 말과 함께 스티커와 문화상품권을 걸고 아이들의 젓가락 대회를 준비하시는 선생님이 계시다.

나무젓가락으로 삼십 초 안에 바둑알을 다섯 개 옮기면 초급, 일곱 개 옮기면 중급, 쇠젓가락으로 삼십 초 안에 콩 일곱 개를 옮기면 고수가 된다. 젓가락 달인이 되려면 삼십 초 안에 콩을 열 개 이상 옮겨야 한다는데... 젓가락질이 서툰 2학년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겠다.

성규의 '농게 집게발 젓가락 권법', 민지의 '악어 입 탁탁 젓가락 권법'이 등장하면서 교실은 젓가락 연습으로 시끌벅적하다.

우봉이는 할아버지의 은젓가락으로 집기 어려운 반찬을 집어가면서 맹연습을 했고, 성규와 민지처럼 멋진 이름도 생각해 냈다. 우봉이의 '구리구리 딱따구리 권법'이 멋진 한 판 승을 이끌어 내어 달인 중의 달인이 될 수 있을까?

우봉이는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어설펐던 젓가락질을 고쳐 나가면서, 제대로 된 방법으로 젓가락질을 해야 젓가락 달인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처음에는 어색하고 힘들어도 모든 일은 순서와 절차를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덤으로 배우게 된다.

손자를 보고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는 할아버지와 달리 할아버지에게서 나는 냄새와 할아버지의 틀니가 괴물 이빨 같기만 해서 할아버지와의 시간이 달갑지만은 않던 우봉이는 젓가락질을 통해 할아버지와 가까워진다. 젓가락질은 세대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 주었다.

이 책은 젓가락질을 매개로 한 세대간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에 덧붙여 다문화에 관한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

김해 김씨임을 유난히 강조하던 전학생 주은이는 친구들 앞에서 말하지는 않았지만 엄마가 라오스 사람이다. 라오스 사람들은 '카오리아오'라는 찐 찹쌀을 손으로 조물락거려서 먹는다고 한다. 손으로 밥을 먹는 엄마가 한없이 창피했던 주은이는 엄마의 야채 가게 일을 도와주면서 젓가락으로 마늘도 집고 콩도 집어서 비닐 포장을 하면서 젓가락 대회를 준비한다. 달인이 되어서 젓가락과 예쁜 머리핀이 사고 싶다고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젓가락질 잘 하는 한국인으로 인정받고 싶었던 것 아닐까?

지난 여름 방학 동안 가족과 함께 우리나라 곳곳을 돌아보았다. 우리가 잠시 머물렀던 ‘한삶의집’은 다문화 아이들과 새터민들의 정착을 돕는 곳이었는데, 그곳에서는 수녀님들과 봉사자들이 방과후의 아이들을 보살피고 계셨다.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학교생활에서 주눅 든 아이들이 이곳에서 마음의 위로를 받고 있는 듯하여 안심이 되기도 하였지만, 수녀님께서 전해주시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우리의 역할에 더욱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기 위해 아이들이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해 살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수녀님의 바람은 이 책의 주은이의 삶의 모습과 통한다. 해내고야 말겠다는 주은이의 노력이 빛나기를 응원한다.

이 책의 다문화 이야기는 심각하고 무겁지 않아 읽는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이 책 속의 우봉이가 주은이를 대하는 것처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 좋겠다.

젓가락 대회는 주은이를 라오스 엄마를 둔 다문화 아이가 아닌, 같은 생각을 하고 자라는 또래 친구로 받아들이게 하는 징검다리가 되어 주었다. 친구를 이기는 것 보다 더 좋은 것이 있다는 할아버지 말씀을 생각하면서 주은이의 '쏙쏙 족집게 수법'에게 희망을 양보할 준비를 하는 우봉이가 멋지다.

우봉이네 반 친구들의 젓가락 달인 도전기는 세상을 만나는 이야기다. 경쟁보다 소중한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갈 아이들이 습득해야 할 과업이다.

 

>>>>고쳐야 할 부분이 있네요.

84:3 숟가락과 머리핀 사야지!

87:1 젓가락과 머리핀을 사고 싶다던...

114:4 상품권을 타서 젓가락과 머리핀을 사고 싶다던...

글의 내용상 84쪽의 숟가락을 젓가락으로 고쳐 써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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