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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 치는 밤에 - 가부와 메이 이야기 하나 ㅣ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22
키무라 유이치 지음, 아베 히로시 그림, 김정화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5년 5월
평점 :
도덕 선생님이셨던 중 3 담임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세상을 살아가면서 진정한 친구 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생은 성공한 것이라 말씀해 주셨다. 친구가 이렇게나 많은데, 꼴랑 3명이라니!!! 하고 웃고 말았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말의 의미를 새기게 된다. 지나쳐 온 많은 친구들에 대해 새삼스럽게 그 소중함을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연락을 해 보거나, 아주 가끔이지만 얼굴을 보려 노력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나를 발견하고, 내가 나이 들어감을 느끼곤 한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어느 책에서인지 어느 강연회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책 제목을 소개받은 듯하다. 내용을 알지 못하지만, 참 좋은 책이라는 정도는 접한 것 같아서 책을 조심스럽게 펼쳐 들었다.
가부는 늑대, 메이는 염소다. 둘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목숨을 내 놓고 서로를 지켜주고 싶은 그런 소중한 친구다. 어떻게 해서 늑대와 염소가 친구가 되었더란 말인가?
폭풍우 치는 밤 속으로 들어가 보자.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던 한밤중에 염소 메이는 비를 피하기 위해 작은 오두막으로 기어들어간다. 그 곳에서 다리를 다친 늑대 가부를 만난다. 주변은 칠흑같은 어둠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그 둘은 서로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 게다가 감기까지 걸려서 냄새도 맡을 수 없으니 서로는 상대가 같은 동물일거라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산들산들 산의 말랑말랑한 골짜기 근처로 먹이를 구하러 가는 가부와 메이. 물론 메이는 야들야들한 풀을 구하러 가지만 가부는 야들야들한 염소 고기를 구하러 가는 것. 번개가 번쩍 치는 순간 서로를 알아보게 될 거고, 메이는 가부에게 잡아먹히겠구나 하고 바짝 긴장하였지만 둘은 깜짝 놀라는 바람에 눈을 감아 버렸기에 서로의 모습을 알지 못한 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하나가 되어 간다. 끔찍한 천둥 소리는 둘을 더욱 밀착하게 만들어 주고.
"아이, 죄송해요. 이 소리에 놀라서 그만..."
"후, 나도 그렇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네."
"우리는 정말 닮은 구석이 많아요. 그렇지요?"
"나도 막 '우리는 참 잘 맞는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아! 어때요? 날씨가 좋아지면 우리 언제 식사라도 같이 해요."
"거 좋습니다. 엄청난 폭풍우를 만나 정말 운 나쁜 밤이라고 생각했는데, 좋은 친구를 만났으니 오히려 좋은 밤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어머, 밖을 좀 보세요. 이제 폭풍우가 그쳤나 봐요.'
"어? 정말이네."
별이 구름 사이로 작은 얼굴을 살짝 내밀고 있었습니다.
"그럼, 내일 낮에 만날까요?"
"좋아요. 폭풍우가 친 다음 날은 날씨가 쨍하니 좋대요."
"어디서 만날까요?"
"음, 이 오두막 앞은 어때요?"
"좋아요. 그렇지만 우리는 서로 얼굴도 모르잖아요."
"그럼, 내가 '폭풍우 치는 밤에 친구가 됐어요.'라고 말할게요."
"'폭풍우 치는 밤에'만 말해도 알아요."
"그럼, 우리 암호를 '폭풍우 치는 밤에'로 하지요."
"그럼, 조심하세요. '폭풍우 치는 밤에'."
"잘가요. '폭풍우 치는 밤에'."
이 글을 읽으면서 <고녀석 맛있겠다>를 만났을 때와 비슷한 감동을 느꼈다.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과연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지 않은가?
모두 6권으로 구성된 이야기 중, 2, 3 권을 아직 읽지 못했지만, 마지막 권까지 주욱 읽으면서 이렇게 좋은 책을 많이많이 알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폭풍우 치는 밤에 그들의 마음은 하나가 되었고, 그들은 친구가 되었다.
친구라면 그들처럼...
참, 멋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