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얘들아, 학교 가자! - 초등학교 선생님 ㅣ 일과 사람 8
강승숙 지음, 신민재 그림 / 사계절 / 2012년 5월
평점 :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초등학교 5학년 교실, 때는 1981년 5월 4일?
많은 학부모들이 교실에 오셨다. 크고 작은 선물들을 들고 말이다.
가난했던 우리 엄마도 부반장이었던 딸의 낯을 세워주고 싶으셨던지 연필 한 자루 정도 들고 오셨던 것 같다.
선생님께서는 엄마들을 일일이 소개해 주셨고, 그리고 엄마들 앞에서 우리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게 하셨다.
"저는 우리 선생님처럼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치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던 그 순간은 지금도 정지화면으로 생생히 떠오른다.
이전 학년 때 부자집 딸이었던 친구를 특별히 사랑하시는 것 같던 선생님에게서 상처 아닌 상처를 받았던 나는 아빠 같은 우리 선생님께서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베풀어 주셨던 큰 사랑을 잊지 못한다. 나를 특히 예뻐해 주셔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모두를 예뻐 해 주셔서 기억하는 것. 우리에게 화를 낸 적이 한 번도 없으시고, 공부도 얼마나 잘 가르쳐 주셨는지, 선생님의 설명 하나하나가 지금도 떠오를 정도다. 미술, 음악 어느 것 하나 빈틈 없으셨던 우리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문집을 만들어 주셨고 졸업식 송사도 각 반 담임 추천으로 아이들을 모아 시험을 거쳐 대표를 뽑는 민주적인 방법을 도입하셨다. 그렇게 해서 학교 대표로 송사를 했을 때 우리 선생님께서는 너무 잘했다며 조그만 꼬마였던 나를 친구들 보는 앞에서 번쩍 들어 올려 주셨다. 그 선생님께서 우리가 6학년이 되었을 때 병휴직을 하셨다. 폐암진단을 받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세상을 달리 하셨다는 소식을 친구에게서 듣고 참 많이 슬펐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우리 선생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우리 선생님은 우리를 너무 사랑해 주셨다고,
화도 내지 않으셨다고,
그러니까 아이들이 내게 말한다.
"선생님도 우리한테 화 내지 마세요." (아이들과 말할 때는 이렇게 가끔 핀트가 어긋나기도 한다.)
내가 교사를 하는 매 순간 나를 이끄는 정신적인 지주는 5학년 때 선생님이셨던 서영관선생님이시다.
그 때 어린 나이에 선생님 이름 석자에 내 이름 두 글자가 들어가 있어서 더욱 좋았던 기억이 난다.
나는 우리 선생님 같은 그런 멋진 선생님이 되고 싶다.
강승숙 선생님
강승숙 선생님이 쓰신 책이 나왔다. 사계절 일과 사람 시리즈는 많은 이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중 선생님 편 이야기를 강승숙 선생님이 쓰신 거다.
내 마음 속 정신적 지주이신 우리 선생님, 그 선생님을 닮기 위해 날마다 노력하지만 그 발꿈치에도 이르지 못한 나는 또 한 분의 우러러 볼 선배 교사를 만났다. 선생님이 쓰신 여러 책들을 읽고 받은 감동도 컸지만, 아침독서학교에서 만난 선생님의 강연은 내게 참 많은 영양분이 되어 주었다.
아이들과 책읽는 것을 즐겨 하시는 선생님, 선생님이 소개해 주신 많은 책들은 내 교직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해 주었다.
아이들과 살아있는 글쓰기를 하시는 모습도 감동적이었고, 자그마한 수첩에 깨알같이 적어 둔 옛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하게 했다. 이야기 중간 중간 곁들여지는 장구 가락은 그렇게 구수할 수가 없었다. 책으로 일구는 학급 경영은 나의 학급경영과도 통하였다. 나보다 먼저 시작하셨기에 더 많은 이야기를 가지셨고, 그 이야기들을 넋을 놓고 들었던 기억이 어제의 일만 같다.
책 속에는 사진 속 장면들이 그림으로 변하여 나타나 있다. 책 속 내용 하나하나는 실제 선생님이 하고 계시는 일들이며 꾸며쓰거나 과장되지 않았음을 책을 보니 알겠다. 우리에게 이야기 해 주셨던 교실 이야기가 고스란히 이 안에 담겨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어주시는 선생님
아이의 마음 하나하나 헤아리시는 선생님
아이들이랑 데이트 하시는 선생님
글쓰기 공부를 중시하는 선생님
학급 마무리 잔치도 잊지 않으시는 선생님
...
그런 강승숙 선생님을 나혼자만의 짝사랑일지라도 알게 되어 참으로 기쁘다.
그리고 나, 희망찬샘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우리 선생님 발뒤꿈치도 못 따라 가고 강승숙 선생님 흉내만 겨우 내지만, 그래도 나름 아이들의 인생에 기억 될, '점' 하나 정도는 되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책이고, 책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밭을 가꾸고, 아이들의 글쓰기 실력, 말하기 실력을 키워주려 노력 중이다.
안녕? 선생님 이름은
오영경입니다. 반가워요.
오늘은 앉고 싶은 자리에
앉으 (3쪽)
라고 적고 있는 오영경 선생님처럼 올 2월 아이들을 만날 준비를 하면서 나는 참으로 여러 가지 일을 했다.
먼저 많고많은 책짐을 옮기느라 처음으로 용달차를 불러 보았다.
그리고 교실 대청소를 하였고,
아이들의 책상을 뽀드득뽀드득 매직폼으로 닦았고,
사물함을 하나하나 열어서 걸레로 또 깨끗이 닦았더랬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첫 날 줄 사랑의 말을 가득담은 책갈피를 만들면서
새학년 첫날을 기쁘게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외우면서 첫 날 오리엔테이션 준비를 하였다.
한 학기를 돌아보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일이 무엇이냐 물었더니
첫날 친구 소개할 때 빙고게임 한 거라는 이야기를 여러 명이 해 주어 준비한 보람을 살짝 느꼈다.
책 속 오영경선생님처럼(실제로는 강승숙 선생님처럼) 교실을 작은 도서관으로 꾸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책 속의 오영경 선생님이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한 준비들이
나의 모습과도 상당히 닮아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 뿌듯했다.
첫 발령 때 3월 2일에 학급발표를 하던 때와 달리
요즘은 2월 봄방학 때 일찍 학급 배정을 하고 교육과정을 짜기 때문에
2월에는 방학없이 학교에 출근해서 아이들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첫 시작이 좋아야 아이들과 함께 할 일 년이 편안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이 시간에 공을 들인다고 보면 된다.
오영경 선생님이 선배교사인 강선생님을 찾아 여러 조언을 구하듯이
우리도 선후배가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동학년이라는 이름으로 일 년을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교사를 힘들게 하는 아이들은 교직 생활에 대한 도전이지만
그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그 아이들이 변화할 때 느끼는 보람은 참으로 크다.
이런 보람이 바로 교직의 매력이리라.
교사란 적성에 맞지 않으면 참으로 고된 일일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이 땅의 선생님들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선생님
올해 새롭게 참여하게 된, '책으로 학급을 경영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인 책벌레 모임에서 나는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운다. 나보다 훨씬 노련하신 선배 교사들의 교실 이야기는 나를 되돌아 보게 해 주었다. 책으로 가꾸는 학급경영을 내가 먼저 시작했기에 참여하게 된 모임인데, 선생님들께서 되돌려 주시는 이야기는 하나하나 보물같다. 우리는 좋은 독서 연수가 있으면 함께 듣기도 하고, 좋은 책들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 하면서 의욕충만상태다.
교사의 어깨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달려 있는가를 생각한다면 우리가 하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사명감을 가지고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하자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선생님! 나는 이 일이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