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탁샘 - 탁동철 선생과 아이들의 산골 학교 이야기
탁동철 지음 / 양철북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법 두꺼운 책을 천천히 읽었다.

읽는 내도록 나의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그저 꾸며 쓴 가짜 이야기가 아니기에 마음 속으로 이야기들이 성큼 다가왔다.

나도 이 땅의 교산데,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나름 노력한다고 생각헀는데,

탁샘은 그런 나를 참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 아이들은 나보다 어리고 자제력이 없음을 알지만,

어느새 아이들의 작은 말에 상처 입고,

그들을 미워하고,

그리고 또 어떤 때는 "나도 너 싫거든~" 하면서 똑같은 수준에서 유치하게 싸우고 있는 나.

탁샘의 글을 읽으며 위로 받았다.

선생님도 나처럼 아이들이랑 싸우고 속상해하고, 미안해 하고 있었다.

책을 덮으면서 지인들이 탁샘에 대해 한마디씩 얹어 둔 글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임선경님 글 중에서 따오자면 (448쪽)

내 바람은 탁의 말을 잘 알아듣고 싶은 건데 그건 어렵고, 탁이 또 말을 너무 청산유수로 한다면 그건 또 이상하고. 나도 탁동철만큼은 아이들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새 아이들이 하도 미워서 내 자신도 미워지고. 나도 다른 분들처럼 탁동철의 학생이 되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다가도. 분명 나같이 말썽도 안 부리고 하라는 대로 잘 따라 하는 아이는 탁의 관심을 받지 못할 테니, 그게 서러워서 탁의 제자가 되고 싶지 않고.

 

어쩜 이리도 내 맘과 똑같은지.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리뷰 제목은 위와 같이 정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후배가

"저도 선생님 반 학생 하고 싶어요." 하길래

"우리 아이들 나 그리 안 좋아 하는데..." 하면서도 무지 기분 좋았던 날,

이 기분 좋은 말을 탁샘께 드리고 싶었다.

나이는... 나보다 조금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책 내용을 보니 그렇다.

교직 경력은 비슷할 것도 같다.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자기 아버지가 다니던 학교를 다녔고,

다시 그곳에서 친구들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선생님.

복 받은 아이들의 이야기는 부러움이었다.

나는 아이들을 이리 가르치지 못하는데,

누군가 아이들을 이리 가르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놓이고 안심이 된다.

이상적인 교육상, 이상적인 교육자가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 사실에 묘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 읽기 시작하면서,

나도 시골 학교 교사 하면 이렇게 근사한 글 쓸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흉내내지 못할 일이라 맘 접었다.

나는 내가 있는 곳에서 나의 빛깔로 최선을 다하련다.

동화작가 박기범이 친구라 하니, 그것도 부럽고, 글쓰기회 선후배간의 돈독함도 부럽다.

이제 방학이다.

나태해진 나를 채찍질하며 무언가 공부가 되는 방학을 보내야겠다.

그 시작이 탁동철샘의 책읽기여서 시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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