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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실수 ㅣ 신나는 책읽기 27
황선미 지음, 김진화 그림 / 창비 / 2010년 8월
평점 :
제목이랑 이야기랑 좀 안 어울리는 감은 있다. 좀 더 근사한 제목을 지어주고 싶은 책이지만, 뭐 나라고 별 수는 없다.
제목에 대한 아쉬움은 있으나 이 책은 그 아쉬움을 뒤로 할 만큼 재미있게 읽힌다.
책을 고를 때 나의 기준 중 하나는 작가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책 혹은 책소개가 호기심을 유발하는 책을 고르기도 하지만, 모든 기준 가운데서도 작가가 우선일 때가 많다. 그런 면에서 작가들은 이전 책만 못하네... 하는 말들이 참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이 책은 내가 몰랐던 황선미 작가의 책. 역시나!!!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이 있다. 그 문제상황으로 들어가서 일을 해결해 보려고 해도 아이들은 좀체로 자기 잘못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무조건 나의 잘못 된 행동의 원인도 친구 때문이고, 나 보다도 친구가 더 나빴다고 이야기 할 때가 많다.
며칠 전 학부모 공개수업에서 참관등록부에 '응가'라는 글이 적혀있고 사인이 되어 있었다. 레이더망에 걸린 한 아이 보고 이거 니가 했냐고 하니까 자기가 안 했고 다른 아이가 했다고 일러준다. 그러고 옆줄을 보니 비슷한 낙서가 3칸이나 차지하고 있다. 그 아이가 지적한 녀석을 불러 야단을 치고 있는데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한 칸은 자기가 했지만, 옆의 3칸은 내가 처음에 짚었던 바로 그 아이가 했던 것. 이런 상황이라면 "이건 제가 안 했어요."가 아닌 무조건 "죄송합니다."가 먼저여야하지 않았을까? 흥분해 있는데 옆반은 우리 반보다 사태가 심각하다. 누가 그랬냐고 하니 처음부터 죄송하다며 일어서는 아이도 있었지만, 끝까지 버티다가 친구들 입을 통해서 이름이 거론되어 밝혀진 아이도 있었고, 증거가 불충분하여 심증만 가지고 함부로 말할 수 없었던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교육청 가야 할 공식 서류를 함부로 훼손시켰다고 뻥을 좀 치고 반성문을 받고 종이를 오려 다른 종이에 붙여서 제출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지만,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사건이었다.
생각없이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 잘못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사과를 하는 것은 이렇게 고학년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아니, 어른들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아주 괜찮은 아이가 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자기 잘못을 숨기려다 평생 마음의 찜찜함을 느끼는 댓가를 치뤄야할 수도 있다는 것.
대성이네 교실에는 반장 영일이의 어머니가 사다 넣어 준 수족관이 있다. 그 안에는 이름 모를 예쁜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닌다. 하지만, 물고기에게 밥을 주는 일을 시킬 수 있는 것은 영일이가 가진 권한이다. 그런데, 이 영일이라는 아이가 조금 치사한 녀석이다. 자기 마음에 맞지 않으면 출석번호대로 시켜 주겠다던 약속도 엎어버리니까.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보미는 반에서 그림자 같은 아이, 보미가 밥을 줄 차롄데, 손이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거절 당한다. 물어뜯은 손톱에 난 상처가 물고기에 병을 옮길 수 있다나, 어쨌다나! 몰래 먹이통을 들고 있던 보미를 보고 영일이가 화를 내며 보미의 몸을 잡고 흔드는 사이 먹이통이 떨어졌고, 대성이는 그걸 얼른 숨키게 된다. 집에 와서 먹이를 버리고 세제와 다른 것들을 적당히 섞어서 다시 학교에 들고가서는 영일이를 골려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일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선생님은 수족관의 비누거품이 왜 생겼는지, 물고기는 왜 죽게 되었는지, 누군가 잘못을 했다면 그 잘못을 고백하고 사과하라고 이야기 하신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사과가 쉽겠는가.
아이들은 죄없는 보미를 의심하고 보미는 학교에 나오지 않고, 안 보이는 사이에도 보미에 대한 미움을 키워만 간다.
대성이가 용기를 내야 할 때다.
대성이는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아이다운 해결방안이 멋지고, 이런 아이가 있다면 나도 정말 넌 괜찮은 아이라고 많이많이 칭찬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밉상 영일이에게 날린 민희의 한마디는 통쾌하다.
"난 2학기 때, 절대로 너 반장으로 안 찍어."
이 책은 잘못했을 때 그것을 해결해야하는 것도 바로 자신의 몫임을 이야기 해 준다.
아이들은 잘못하면서 자라는 것. 그 잘못하는 중에도 교훈을 얻을 수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고 용기 한움큼 쥘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