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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 ㅣ 창비아동문고 217
김중미 외 지음, 윤정주 그림,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창비 / 2004년 12월
평점 :
그림책 <<나 안 할래>>(안미란 글, 박수지 그림)가 떠오른다.
사슴, 너구리, 다람쥐가 모여 숨바꼭질을 하는데, 사슴이 자꾸 지니까 자기는 술래를 하지 않겠다고 우기기 시작한다. 자기는 주먹만 낼 테니, 다른 동물들보고는 가위를 내라고도 한다.
그런게 어딨어?
그러나 잠깐만 생각해 보면 사슴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주먹밖에 낼 수 없는 사슴의 마음이 어떠할까...
프레스 기계 앞에서 졸다가 손가락이 날아가 버린 블루시아 아저씨와 손놀이를 하려면 가위바위보가 아닌 바위보만 해야 한다는데, 바위와 보만으로는 승부를 내기 어려우니 다른 방법을 연구해 보길 권함. ^^ 가위를 낼 수 없는 블루시아, 가위만큼 손해보면서 살아야하는 블루시아를 위해 우리가 그의 가위가 되어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온 이주 노동자와 그 아이들이 겪는 마음의 고초들을 들여다 볼 수 있게한다. 다문화가정이 우리 학교에는 한 가정도 없지만, 이제 이러한 가정은 흔히 볼 수 있는 경우가 되었다. <다문화 교육의 이해>라는 연수는 교사들이 의무로 들어야 할 연수중 하나이기도 하다.
6학년 아이들은 요즘 인권에 대해서 배운다. 소수자의 인권 중 우리나라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나 그들의 자녀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모두 5편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이 책은 앞 부분에 이야기에 대한 간단한 줄거리를 만화로 풀어두어 내용을 짐작해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반 두비>
무슬림이라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방글라데시아 친구 디이나를 이해해 주는 민영이 있기에 디이나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민영은 디이나의 반 두비(여자 친구).
<아주 특별한 하루>
남보기에는 친절한 듯한 사람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된다. 몽골 소년 바왜는 같은 반 친구 수진이의 행동들이 당황스럽다. 남들앞에서는 끝없이 친절한척 하지만, 사실은 그러하지 않기 때문. 수진의 이런 행동의 그의 아버지와도 닮았다. 위하는 척 하면서 직원들의 월급도 제때 주지 않는 악덕 사장님. 힘들고 어려운 개인 사정이 있을지는 몰라도 말과 행동에서 상대의 인권을 무시하고, 결국 그들의 꿈을 담보로 하여 부당하게 일만 시켰으니... 실제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애쓰는 분들도 많지만, 수진이 아빠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면 별 상관없는 내가 다 미안해진다.
<혼자 먹는 밥>
축구를 잘하는 베트남 소년 티안은 라이벌 의식을 느낀 경준이의 특별한 미움을 받는다. 불법체류자 단속에 걸린 부모님이 잡혀가는 바람에 혼자 밥을 먹으면서 눈물을 흘리는데... 티안은 어떡하면 좋을까?
<마, 마미, 엄마>
수연이는 한국인 아빠와 베트남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코시안이다. 그래도 수연이네는 주인집이니까 사는 것이 그런대로 괜찮은 집일테고, 다른 집들에 비해 차별이 심하지는 않겠지만, 주변의 불편한 시선을 물리치며 살아야하는 것은 소수인이기 때문에 겪어야할 고통이다.
단일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논하기에는 이제 우리 나라에도 많은 문화가 들어와 있다. 혈연으로 많이 얽혀있기도 하다. 몇 안 되는 우리 성당 친구들 중에서도 외국 남자랑 결혼한 이가 둘이나 있다. 그들이 한국에 오면 국제적인 모임이 된다. 일본말에, 영어에, 한국말에! 친구들도 살면서 블루시아와 같은 차별을 받으면 어쩌나 조마조마하다. 다들 별일없기를 바란다. (다행히 잘들 살고 있는 것 같다.)
인권.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고 배운다. 이 당연한 권리가 무시되거나 차별되어서는 안 되겠다. 나의 인권이 중요한만큼 남의 인권도 존중해줄 줄 아는 성숙한 이로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