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댁(남편의 외삼촌댁)의 제사가 있어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아름다운 이를 만났다.

시댁에는 우리 아이들에게 잘해 주는 참으로 어여쁜 사촌 고모가 두 분이 있는데,

두 분은 사람이 너무 좋아서 그저 마주 하고 있으면 기분 좋은 이들이다.

그곳에서 내가 하는 일이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오는 일 뿐이어서,

바쁜데 오느라 힘들었재? 물으시는 외숙모님께 그저 죄송할 뿐이지만 워낙 일을 못하게 하셔서 이제는 그게 몸에 배여 버렸다.

큰시누는 서울에서 좋은 직장을 다니다가 육아 때문에 쉬고 있고,

작은 시누는 공부를 겁나 잘해서 한의대를 6년 장학생으로 다니고 지금은 대학병원 레지던트로 있는데,

작은 시누의 친구라는 한 사람이 집에 초대되어 왔다.

그녀의 이름은 사라.

아이들 보고 영어로 물어보라고 하니 우리 아이들 엉덩이만 뒤로 쑥 뺐다.

이름이 뭐예요?

몇 살이에요?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그런 거 물어봐라 했더니 희망이는 묻고 답하기 정도는 했다는...

어떻게 만난 친구일까?

작은 시누가 유럽 배낭 여행 갔을 때 들고 있는 여행 가이드북을 보고 한국인임을 알고 다가와서 사라양이 말을 걸었단다.

한류에 빠져서 한국어를 2년  배웠다는 그녀는 한국말을 다 알아 듣고 어른들과 기본 의사소통을 한국어로 다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말을 잘 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아가씨랑 계속 연락을 하다가 방학 때 부모님 허락을 받고 처음 한국에 왔고, 지금은 대학생인데, 한국 오려고 열심히 아이 돌보는 아르바이트 해서 경비 마련해서 이렇게 다시 나왔단다. 두 아가씨랑은 영어로도 의사소통이 되니까 무척 사이도 좋아진 듯.

한국의 문화가 너무 좋아서 한국 공부를 많이 했고,

서울에 있었는데, 오늘 제사라고 하니 한국의 제사를 어떻게 지내는지 너무 궁금하다며 부산을 따라 왔다고 한다.

그리고 제사에서는 옷을 얌전하게 입어야한다고 백화점에 가서 얌전한 원피스를 사서 입고 오기까지.

김치가 너무 맛있다면서 구워주는 고기 보다도 김치를 더 잘 먹었다.

실제로 벨기에인인 사라는 그곳에서 김치를 담아 먹겠다고 재료를 사서 직접 담아보기도 했다고 한다.

찬이를 보고 잘생겼다는 말을 해 줘서 기뻤는데,

돌아가는 길에

너무 잘 생겨서 이 다음에 자라면 'bad boy' 될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단다. 이 말의 뜻은 여자들을 많이 울릴 것 같다는 의미라는데... 너무 점수를 후하게 주더라는.

게스트 하우스에 간다고 나서는데 찬이가 너무 궁금한지 내게 묻는다.

"엄마, 근데 입에 쇠는 왜 붙였어요?"

직접 물어보라고 하니 "그런데요..." 하면서 묻는다. 기쁘게 우리 말로 대답해주는 사라.

찬이는 피어싱을 처음 봐서 너무 궁금했는데 말을 못 붙여 보았던 것. 아프지 않냐고 물으니 하나도 아프지 않고 장식이라고 이야기 해 주며 문을 나섰던 사라.

우리 아이들이 자라 20살이 되었을 때 사라 이모처럼 할 수 있을까?

어머님은 혼자 이렇게 다니다가 나쁜 사람들 만나면 어쩌냐고 걱정하셨지만, 나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이외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사라는 좋은 친구를 잘 찍었던 것 같다.

친절한 두 한국 여인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현재는 큰시누의 집에 머물면서 아이들이랑 재미있게 놀고 있다고 하는데, 한국의 좋은 모습들을 더 많이 보고 돌아가면 좋겠다.

큰시누가 한 말 : 한류의 힘은 정말이지 대단한 것 같아요. (정말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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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2012-07-19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보다 희망이랑 찬이 신선한 충격이었겠네요..일반 외국인이야 영어학원에서도 보고 대화(?)할 수 있지만 친척댁에서, 그것도 근접한 거리에서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함께 지냈다니^^

처음처럼 2012-07-19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방학 건강히 잘 보내십시요^^..재충전 많이 하셔야 2학기에도 머리도, 몸도 산만한 아이들과 잘 생활하실 수 있지 않으시겠습니까ㅋㅋ

희망찬샘 2012-07-21 10:3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은샘이 '어린왕자'를 읽고는 정말 기똥차던걸요.
주제와 내용을 꿰뚫고 있는 것이 누가 이걸 2학년이 썼다고 하겠습니까!
어머님 공들이신 흔적이 반짝반짝 빛이 났습니다. 그리고 은샘양이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사진도 어찌나 깜찍한지...
미모 또한 여전히 빛났습니다. ㅎㅎ~
방학 재미있게 보내셔요.

2012-07-21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찬샘 2012-07-22 06:56   좋아요 0 | URL
훌륭하게 자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