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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스캔들 ㅣ 창비청소년문학 1
이현 지음 / 창비 / 2007년 5월
평점 :
흥미진진한 소재다.
아이들이 쉬지않고 쭈욱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반 아이가 책을 잡아들자 말자 계속 읽었다고,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었다고, 태권도 학원에까지 들고가서 읽었다고 (틀림없이 길 가면서도 읽었으리라 상상이 된다. 위험하다고 어머님이 걱정하시는 부분. 급식실에도 책을 들고 가서 읽는 아이니...) 하면서 내게 읽어보았냐고 묻는다.
책 제목도 알겠고, 책 표지도 알겠고, 그런데 읽었는지는 모르겠다. 살펴보니 읽어야지, 맘만 먹고 읽지 않았던 책이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빌려서 읽고 내일까지 돌려주기로 했다. (학교 도서관 책 반납날짜를 나 때문에 어기면 안 되니까.)
나도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가슴이 무겁다.
그 이유는 이런 일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고,
그리고 내가 그 일이 일어나는 곳에 몸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선생님께 "씨발"이라고 하는데 꼭지가 돌지 않을 교사가 몇이나 될런지...
물론 그렇다고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였지만...
얼마 전 전담실에 다녀 온 아이들 중, 하나가 들어오면서 "뭔데, 씨발~" 하는 거다.
책 정리 하느라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나를 못 보고, (그러니까 교실은 텅 비어 있었던 상태. 아이가 보기엔 말이다.)
알림장을 잔뜩 적어 두었다고 짜증난다는 거였다.
앉아 있던 나는 벌떡 일어나서
"야, 니 방금 뭐라했노? 다시 말해봐라." 했더라는...
그렇지만, 평정심을 잃어서는 안 돼!!!! 하면서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 노력을 했다.
잔뜩 적힌 알림장을 보는 순간, 많은 숙제가 짜증났던 거지, 내게 짜증낸 것은 절대 아닐거야, 아닐거야, 아닐거야...
이 장면이 화악 스치고 지나간다. 이런 점에서 아주 잘못한 교사일지라도 그에게 동정의 마음이 가는 것은 작가의 의도는 분명 아닐텐데 나는 엉뚱한 방향의 사색도 하고 말았다.
여튼, 그렇게 해서 아이들을 두드려 패고, 그리고 누군가에게 찍힌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일어나게 되는 일은 이미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한 우리로서는 그 결과를 예측해 볼 수도 있다.
교사라는 권력으로 아이들에게 행사하는 폭력은 말이든 행동이든 정당하지 못하지만, 마음 약한 교사들은 또한 도를 넘는 학생들의 폭언에 시달리는 것 또한 슬픈 일이긴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집중해야 할 문제는 학생과 교사간의 이런 불합리한 관계보다도, 그 속에서 작은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고 있는 학생들의 생각과 문화를 엿보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는 그러지 못했지만, 내 아이는 그런 아이로 자라도록 도와 주고 싶었던 한 가지를 이 책에서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옳지 않은 일은 옳지 않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용기, 부당한 것은 거절할 수 있는 용기!'
청소년들이 그 용기를 품고 자라면 좋겠다.
선생님 나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