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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해 줘, 캣봇 ㅣ 푸른숲 그림책 9
강혜숙 글.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4월
평점 :
캣봇이 뭐게? 물으니 고양이 로봇이라고 아이들이 답한다.
로봇 연구학교를 2년째 하고 있는 우리 학교에서 나는 로봇 관련 도서들이 뭐가 있을까 사명감(?)을 가지고 찾아본다. 뭐, 찾아본다기보다 눈에 띄면 얼른 기억해 두는 정도지만.
이 책은 우연찮게 푸른숲주니어 담당자분께서 교사들에게 도서를 조금 지원해주시겠다고 희망하면 말해달라해서 손을 들었더니 신간이 나올 때마다 보내주셔서 유용하게 받아보게 된 것이 인연이 되어 만났다.
그림은 화려하고 재미나다.
검은색 면지에는 하얀 물고기가 가득하고 고양이들도 보이고, 다양한 숫자들도 보이고... 그리고 캣봇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종이공작까지 들어있어 아이들이 무척 반길 책이라 여겨진다.
뭐든지 만들기를 좋아하는 고양이 뽀글 박사님은 깜장이와 얼룩이의 요청에 따라 물고기를 잡아주는 캣봇을 만든다. 힘들이지 않고 먹이를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고양이들을 대신하여 물고기를 잡아 줄 캣봇의 성공은 그들에게 어떤 즐거움을 선사해 줄까?
캣봇이 잡아다 주는 물고기를 먹으며 행복해진 고양이들. 고양이들은 이제 물고기를 잡는 대신 물고기를 잡아 줄 캣봇을 날이면 날마다 만드느라 시간을 보낸다. 널린 먹이 덕에 날이면 날마다 뚱뚱해지고, 게을러지는 고양이들.
물고기는 점점 사라졌고, 생선 쓰레기와 고장난 캣봇들만 가득한 곳. 먼 바다로 물고기를 잡으러 떠난 캣봇들은 돌아오지도 않는다.
생태계의 균형이 깨졌다. 먹이가 줄었다. 먹이 전쟁이 시작된다. 약육강식, 적자생존이다.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섬을 버리고 떠나는 깜장이와 얼룩이. 고양이 섬에는 부서지고 망가진 쓰레기들만 남았다.
그리고 그렇게 세월은 흘러흘러...
얼룩이와 깜장이가 다시 섬으로 돌아오고, 새끼고양이가 뛰어논다. 섬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난지도가 살아났어요>>라는 책이 떠올랐다.
요즘 세상은 인간이 해야 할 많은 일들을 로봇에게 맡겨 버린다. 인간은 사회라는 커다란 기계를 돌아가게 하는 부속품이고 그 부속품은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가차없이 퇴물 취급을 받게 되는데... 인간 위에 서 있는 기계들을 보면서 씁쓸할 때가 많다.
이 책은 환경문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지, 로봇 책으로 분류해야 할지, 자기의 일을 스스로 하지 않으면 결국 파멸로 이른다는 교훈을 담은 책으로 분류해야 할지 잘 가려지진 않지만 하여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읽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