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백중 명중이, 무관을 꿈꾸다 - 조선 전기 사계절 역사 일기 7
박상률 지음 / 사계절 / 201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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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 1570년 여름 어느 날,

곳 : 경상도의 어느 마을

등장인물 : 말순이와 그의 친구와 가족

 

6월 6일 하늘은 맑았다

[신나는 단오]

오늘은 음력 5월 5일. 야호~ 기다리고, 기다리던 단오다. 그네뛰기에서 나도 많이 높이 올라갔지만, 숙영이가 더 높이 뛰었다고 인정받았다. 내가 인정받지 못해서 서운했지만, 너~무 재미있었다. 창포물에 머리도 감았다. 올 여름 더위는 다~ 날아 간 것 같다.

오빠가 씨름 대회에서 이겨서 황소를 데리고 왔다. 오빠가 정말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잘난 척은 조금만 했으면 좋겠다.

수리취떡도 먹고, 앵두화채도 먹었다. 난 수리취떡이 더 맛있었는데, 오빠는 새콤달콤한 앵두화채가 더 맛있다고 했다. 난 너무 셔서 앵두화채가 싫은데…….

매일, 매일 단오면 참 좋겠다.

 

 

6월12일 아주, 덥고, 맑음. 해가 화가 났나 보다.

[흉년]

아이고, 배고파. 일기 쓸 힘도 없다. 올해는 흉년이 크게 들었다.

나물도 먹기 싫다. 풀 말고는 구경을 못 하니 날마다 배고프다.

이웃집 영미 아씨는 양반집 딸이라서 정말 좋겠다. 자기는 양반집 딸이라 충분히 먹으니 나에게도 먹을 것을 나누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리 먹고 싶어서 군침을 흘리고 있어도 먹을 걸 나눠 주지 않는다.

우리 같은 천민은 도토리, 칡뿌리, 오디, 밤, 대추, 솔잎, 솔방울, 나무껍질 등을 먹어야 겨우 하루를 견딜 수 있다. 지금은 눈물 없이는 살 수 없는 보릿고개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하나같이 다 맛이 없다.

다행히 집 앞에 큰 소나무가 있어서 솔방울을 구하러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다른 것을 구하려면 고개를 여섯 개나 넘어야 한다.

아이고, 관아에서는 이렇게 힘들게 백성들이 살아가고 있는데, 거들떠보지도 않고, 세금은 2배로 늘려서 걷는다. 어서 빨리 이 가뭄, 흉년에서 벗어나고 싶다.

"뱃속의 거지야~ 나가거라."

 

 

6월20일 해님이 창피해서 구름 뒤에 숨었다.

[장례식]

며칠 전의 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시끌벅적했다. 엄마께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아, 눈앞에 별이 핑핑 돌며 캄캄해 졌다. 누구보다 나를 더 많이 아껴 주신 할머닌데...

밥 태우고 그릇 깨트려서 혼나고 울고 있을 때 따뜻하게 감싸주신 할머니....

오후에 아저씨들이 상여를 매고서는 상여소리를 부르며 시신을 묻었다.

난 마음속으로 빌었다. '할머니, 사랑해요. 극락에 가셔서 행복하게 사시면서 제 생각 많이 해 주세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자식은 죄인이라 거친 삼베옷을 입어야 한다.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슬퍼 보인다. 하지만 나만큼 슬프지 않을 거다. 가슴에 못이 박힌 것 같다.

 

 

6월 22일 더위가 기승을 부리려나 보다.

[혼례식]

숙영이가 혼례를 치른다. 아, 동무야, 언제 다시 또 놀까?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마음에 못이 박혔는데 그 옆에 못이 하나 더 박혔다.

우리는 둘도 없는 단짝이었는데 이제 숙영이도 우리 엄마처럼 댕기 풀고 올림머리를 했다. 머리를 땋고 댕기를 하는 게 훨씬 더 예쁜데....

숙영이가 입은 옷은 너무 고와서 선녀님 같다. 왕비님이 우리 마을에 오신 것만 같다.

숙영이와 언제나 함께 했는데 이제는 옛날처럼 놀 수 없겠지? 하지만 빨래터에서 만나면 된다.

난 노처녀로 살 거다. 숙영이는 나보다 남자가 좋은가 보다. 숙영이 미워~

난 친구도 떠났으니 언문 공부나 열심히 해서 할머니가 들려주셨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언문으로 옮겨 적어보아야겠다. 친구가 생각나는 밤에 그걸 꺼내서 한 번씩 읽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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