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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의 바보 온달 - 화가 박수근이 그린 고구려 이야기 ㅣ 사계절 그림책
박수근 그림, 박인숙 글 / 사계절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박수근이 그렸다고? 그것만으로도 호기심이 무럭무럭 피어 오른다.
바보온달 이야기야 특별할 것이 없겠지만, 그린 이와 이 책이 이떤 관계일까 생각해보니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모두 세 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데, 이야기는 잘 알려진 것들이라 특별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아이들에게는 권해보고 싶은 내용들이다. 이런 이야기 모르고 있는 아이들도 많을 테니 말이다.
찬이에게 읽어줄까? 물으니 도리도리... 그래도 무시하고 읽어주면서 "재미있지?" 물으니 끄덕끄덕~

요즘 한창 눈물바람으로 울보 소리를 듣는 찬이. 울보라는 말에 자존심 상해 또 운다. 그리고선 자기도 안 울려고 하는데 자꾸 눈물이 나온다며 훌쩍훌쩍~ 울보 평강공주 이야기를 들으며 눈을 반짝인다.
지혜로운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을 멋진 장군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
따지고 들자면야, 몇 가지 의문들도 생기지만, 이런 이야기는 따지고 해석하는 것보다는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어 바보 소리 들었지만, 그에 맞는 교육을 받고 갖추어 나가니 더 이상 바보가 아니다. 고구려의 훌륭한 장군이 된 온달의 이야기를 통해 인내하고 견디면서 자신을 갈고 닦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되새겨 보면 좋겠다.

고구려 세운 고주몽(동명성왕)의 아들인 유리 소년이 아버지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아버지가 아이가 자라면 찾아 오라고 하던 물건은 소나무 아래 일곱 모가 난 돌에 있다는데. 유리 소년은 그 돌을 찾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러던 중 드디어 마루를 받치고 있는 주춧돌과 주춧돌 위로 자라는 소나무를 보며 아버지가 남기신 물건을 찾아낸다. 아비 없는 아이라 놀림받던 아이가 이렇게 하여 고구려의 2대 왕인 유리왕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인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의 이야기. 이야기의 결말이 비극이어서 짠한 무엇이 남는다. 어릴 때 TV 인형극으로 보면서 빠져 들었던 이 이야기. 사랑에 눈멀어 고국을 저버린 낙랑공주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사랑이라는 이름을 걸고 더 큰 욕심을 채우려 한 고구려의 호동왕자가 원망스럽다.
이 이야기들은 아버지 박수근이 자녀들을 위해 손수 그림을 그려 만들었던 고구려 이야기 일곱 편 중 세 편을 가려 뽑아 만든 책이라고 한다. 생전에 큰 빛을 보지 못했던 화가였지만 자녀들에게는 참으로 다정하신 분이었으며 이 좋은 기억만으로도 남은 가족들은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다. 박수근이 남긴 그림책은 현재 박수근 미술관(강원도 양구)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아버지의 사랑을 가득 담은 그림책이 딸이 다시 쓴 이야기와 함께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는 소식은 참으로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