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빛깔을 담은 우리 옷과 장신구 한눈에 펼쳐 보는 전통문화 8
정재은 지음, 이국희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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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폼생폼사 이야기

 

자연의 빛깔을 담은 우리 옷과 장신구라니 과연 어떤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까?

옷의 경우 남녀별, 연령별, 신분별, 상황별, 계절별로 구분되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장신구라 함은 목걸이, 귀고리, 비녀, 노리개, 가락지 등이 나오겠지! 조선시대니 삼국시대의 유물로 자주 등장하는 금관이나 허리띠 등은 나오지 않겠구나! 정도로 상상하면서 책을 펼쳐들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지식을 주려고 하는 책이니 무언가 익혀야 할 것이 많겠거니 생각하며 조금은 부담스러운 마음까지 준비했다.

그런데, 설명 위주의 다른 전통 문화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덕순이를 중심으로 그의 동생 덕배, 언니 덕례, 그리고 종로 제일의 바느질쟁이인 안동댁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 옛 것을 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무척 매력적인 책이었다.

기생 명월이가 안동댁에게 옷을 맞추러 오는 이야기를 통해 조선 시대 저고리의 새로운 유행에 대해서 만날 수 있었다. 솔기가 터지도록 몸에 끼고, 섶이 다 여며지지 않을 정도로 짧은 저고리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유행했다고 하니 치마와 바지를 줄여 입는 중학생들의 모습이 묘하게 겹쳐지면서 웃음이 나왔다. 이러한 유행이 다시 1930년대에 넘어오면서 활동이 편한 저고리로 돌아왔다고 하니 멋보다도 실용성이 먼저라는 결론이 나온다.

덕배를 업고서도 뛰어노느라 바쁜 덕례. 그 동생이 돌이 되었다. 태어나서 배냇저고리를 입었던 덕배가 엄마가 만들어주신 까치두루마기와 전복을 입고 덕례누나가 만들어 준 복건과 돌띠, 수놓아진 타래버선을 신고 돌상을 받게 된다.

멋쟁이 윤생원은 안동댁의 단골손님이다. 그의 친구 순평군과 함께 옷을 맞추러 오는 두 사람을 보고 덕순이는 빨래터에서 들은 흉흉한 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 임금의 친동생인 순평군을 밀어내고 사촌인 정인군을 왕으로 세우고 싶은 윤판서측의 움직임 때문에 순평군이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덕순이가 알게 된 것. 그런데, 이러한 사건 사고들 속에 옷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윤생원의 할아버지인 윤판서가 돌아가시자 안동댁은 윤판서의 수의를 짓고 윤생원에게 거친 삼베로 상복을 지어준다. 또 친구의 위험을 알게 된 윤생원이 순평군을 피신하게 도와 준 덕에 순평군이 무사히 왕이 될 수 있었고 안동댁은 임금이 입는 옷인 곤룡포까지 지을 수 있게 된다. 시집가는 언니의 혼례식 장면을 통해서 혼례복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나게 만나보면서 조선시대의 우리 옷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해 볼 수 있다.

장신구 이야기는 귀고리, 부채, 가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선비들도 귀를 뚫어 귀고리를 했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다. 후기로 갈수록 귀고리를 많이 하지는 않았고 귀를 뚫기보다는 귓바퀴에 거는 귀고리로 변모했다고 하는데, 조선시대 멋쟁이 선비의 귀고리 모습과 요즘 남자들의 모습이 또 묘하게 연결된다. 집 보다 비싼 가체의 이야기도 읽는 재미가 있었다.

책의 말미에는 한눈에 펼쳐 보는 전통문화라는 부록을 두어 읽은 책의 내용을 하나하나 다시 정리해 볼 기회까지 마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책의 중간중간에는 만화풍으로 그려진 재미있는 그림이 책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아, 이런 책이라면 역사나 전통은 어려운 것이라는 부담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겠구나 싶다. 중학년 아이부터 이 책을 즐거운 마음으로 맞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한 권의 책 덕에 내게도 아이들에게 전해 줄 지식이 조금 더 쌓여 기분이 좋아진다. 책 덕분에 또 하루의 행복한 날을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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