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구 맺어요~ 라는 쪽지가 카카오톡에서 며칠 새 여러 건 날아왔다.

이건 또 뭔고? 하면서 눌러보니 로그인도 해야하고, 계정도 만들어야 하고 앱을 다운 받아야 하고... 나름 복잡해 보인다.

음... 뭔지도 모르겠고 시간도 아깝고, 그래서 그냥 말자~하며 접었는데...

너무나도 바빠서 잠잘 시간도 없다는 대학병원에 있는 아이들의 사촌고모가 친구 신청을 한 것은 도저히 모른 척 할 수가 없어서 새로운 세계에 발을 담궈 보았다.

그 동안 친구 신청 했던 제자들의 요청을 모두 수락하고, 그리고 새 세계의 탐색에 들어갔다.

여러 SNS 중 가장 쉽게 느껴졌고, 그 덕에 제일 잘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팍 온다.

이거라면 지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어느 정도 파악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묘한 찜찜함이 남는다.

아이들이랑 친구를 맺다 보니 그들이 남긴 글과 그들의 친구들이 남긴 댓글이 보인다.

몇 년 전, 내게 날아 온 단체 쪽지 내용에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참으로 귀여웠던 4학년 아이가 자라서 6학년이 되었고, 친구들한테 전체 쪽지를 보낸다는 것이 내게까지 보내버린 쪽지의 내용은...

어느 한 친구에 대한 입에 담지 못할 욕설들, 그리고 가족에 대한 치명적인 끌어내림(?) 그에 맞서는 욕으로 도배된 맞대응!

나는 심각하게 고민했고, 아이에게 진지한 글 한 편을 남겼다.

아이는 같은 아파트에 살았는데, 다음에 만났을 때 내 눈을 맞추기 힘들어 했었다. 그렇게 인사를 밝게 잘했던 아이의 인사를 받을 수 없게 되어 속상했었다.

그런데, 카카오 스토리에 남겨진 중딩이 된 제자의 글을 보니, "기가 선생님 울었다며?" (아이들이 결국 울렸겠지!!!) 이어지는 폭언들...

아, 알고 싶지 않은 그들의 세계를 날것으로 만난 기분은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그들과의 친구맺기를 끊고 싶은데... 이 방법은 잘 모르겠다. (연구해 봐야겠다.) 서로 모르고 지내는 것이 더 좋은 경우도 있을 것 같은 생각. 내 일상도 그들이 다 아는 것은 별로일 것 같은 생각. 아이들과 학부모와의 친구 맺기는 신중을 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적당한 거리 유지가 필요한 사이!!! 그게 우리 사이여야 할 것도 같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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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4-09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다른이들 하는 거 보니까, 친구로 등록돼 있으면 여과없이 다 보게 되니까 좀 문제겠다 싶더라고요.ㅠ
더구나 학부모나 제자들에게 모든 게 보여진다면 그것도 문제고...
너무 가까우면 데일까 걱정이고 너무 멀면 추울까 걱정되는 것처럼.

희망찬샘 2012-04-10 06:21   좋아요 0 | URL
찾아서 친구관계를 다 끊었어요. 끊자마자 다시 같은 아이에게서 친구요청이 들어오다니!!! 그것도 오만 욕으로 도배가 된 페이지를 떠억 올려놓고... <<욕전쟁>>다시 생각났어요. 그것도 이해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걸 읽으니 제가 기분이 안 좋아져서 끊는게 좋을 것 같았어요. 학교에 가서 아이들에게 서로에게 몰라도 좋은 세상이 있는 것 같다고 그래서 친구관계를 끊었으니 섭섭해 말라고 이야기 해 주었어요. 그런데, 친구도 맺지 않은 아이까지 들어와서 댓글을 달았더군요. 재미있는 아이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