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보다 이쁜 아이 동심원 23
정진아 지음, 강나래 그림 / 푸른책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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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보다 이쁘다니! 사랑에 눈을 떴나 보다.

얼마 전, 좋아하는 아이가 생겼는데 이걸 꼭 비밀로 해 달라는 아이의 이야기.

다른 반 선생님에게도 절대 말하지 말란다.

세상에~ 누군지도 모르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말하나?

 단지 "00야, 너처럼 잘 생기고 키도 크면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겠다. 그런데, 여학생들은 책 잘 읽고 똑똑한 사람 좋아하니까 책도 부지런히 읽어라. 화이팅!!!" 이라고 적어주면서 이 다 큰 아가야가 귀여워 나혼자 키득키득 웃었더랬다.

 

이 시집에 나오는 김수철 어린이는 할머니집에 살러 온 다연이라는 이웃 여자 아이를 마음에 담게 된다. 시골에서 친구없이 자라는 심심한 생활에 단짝 동무가 생길 좋은 기회가 생겼다. 게다가 여자 친구라니 말이다.

이 시집은 한 권의 시집을 다 읽으면 이야기 한 편이 완성된다는 점에서 조금 특별하다. 그냥 한 편 한 편 따로 국밥이 아니라 제대로 된 비빔밥인셈.

넉넉하지 않은 시골 살림이지만 할머니와 함께 열심히 농사지어 '안아 줄게' 선생님께 가져다 드리는 모습에서 넉넉한 시골인심을 읽는다. 풍성한 계절에 선생님 생신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수철이. 여기서 잠깐 '안아 줄게' 선생님을 만나 보자.

 

'안아 줄게' 선생님

 

선생님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안아 줄게."

 

우리 반 싸움 대장

경태에게

"친구와 사이좋게 놀렴. 안아 줄게."

 

골라 먹기 대장

연우에게

"고루고루 잘 먹으렴. 안아 줄게."

 

할머니랑 단둘이 사는

나에게

"머리 자주 감으렴. 안아 줄게."

 

경태도 안아 주고

유진이도 안아 주고

나도 안아 주고

 

다연이도 안아 주었지

전학 온지 얼마 되지 않아

혼자 노는 다연이.

가만히 안아 준 '안아 줄게' 선생님.

 

급식 먹다 말고 급식실로 들어오는 날 보면 벌떡 일어나 달려와서는 포옥 안기는 아이가 있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그 동안 안아주지 못하고 야단만 치면서 가르쳤구나~ 하며 볼 때마다 미안한 우리 꼬맹이들. '안아 줄게' 선생님을 읽으니 그 꼬맹이들이 생각난다.

 

넉넉하지 못한 시골 살림이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은 넉넉하게 자란다.

자연 간식 주머니인 벚나무!

까맣게 까맣게 익은 버찌를 따서 좋아하는 다연이에게 건네준다. (18쪽)

 

부모님이랑 떨어져 할머니랑 사는 수철이는 참으로 의젓한 아이다.

마음 안 맞는 친구와 같은 조 되어 그 친구가 하는 실수를 보고도 싫은 말 하고 싶은 걸 꾹꾹 참고 그런 자기에게 스스로 많이 컸다고 토닥토닥~

온통 가지로 장식 된 가지뿐인 밥상에 투정 부리려는 순간 "우리 수철이 뭐든 복시럽게 잘 먹는당께."하시는 할머니 말씀에 반찬 투정 쏙 물릴 줄도 아는 어른스러운 마음까지!

수철이의 마음 따라 읽는 이야기 한 편.

시로 쓰였으니 절제된 언어의 맛을 느낄 수 있고, 행간의 의미를 읽으며 나름의 추측도 해 볼 수 있곘다. 다연이의 가정사, 수철이의 가정사를 말이다.

 

짠한 그 무엇을 느껴볼 수도 있는 참 이쁜 동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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