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동화집 (문고판) - 완역본 네버엔딩스토리 30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이옥용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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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푸른책들에서 네버엔딩스토리로 저렴한 가격의 양질의 도서를 꾸준히 내 주심에 감사 드린다. (사)행복한아침독서의 한상수 이사장님도 제안하신 바 있지만, 학급문고용 저가 도서 내지는 문고판 도서 등으로 도서구입의 부담을 낮추어 우리 아이들이 좋은 책을 저렴하게 볼 수 있도록 출판업계가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이 출판사에서는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참으로 반갑다. 이미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이름난 책들이 이 시리즈로 다시 나오고 있는데,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저렴하고 가벼워서 좋긴 하지만, 글자가 작아서 읽기가 조금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 그 정도만 감수할 수 있다면 현재 31권까지 나왔고 앞으로도 계속 나올 이 도서의 시리즈를 모두 갖추는 일도 근사하리라 생각된다.   

어린 아이들도 다 아는 동화작가 안데르센. 우리는 또한 그의 작품을 아주 많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내가 언제 그의 책을 제대로 읽은 적이 있었던가 말이다.  

어린 시절 무수하게 읽어 왔던 <벌거벗은 임금님>, <엄지 공주>, <미운 오리 새끼>, <성냥팔이 소녀>, <인어 공주>, 그리고 최근에 다양한 버전으로 여러 권을 접한 <눈의 여왕>, 내게는 처음 만나는 이야기인 <밤꾀꼬리>까지!  

음악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사람은 지휘자가 누구인가를 따지고, 다른 지휘자가 지휘한 곡은 같은 곡이라도 다르게 받아들이듯이, 외국 작품은 번역을 얼마나 충실히 했는가도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요즘 들어 생각한다.  

우리가 어린 시절 읽은 책들은 제대로 된 번역서가 아니라 새롭게 줄이거나 아이들의 입맛에 맞게 조미료를 듬뿍 친 그런 책들은 아니었는지. 때로는 그 결말마저도 마음대로 왜곡시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덕에 아이들이 알고 있는 안데르센동화는 원작과는 상당히 달라져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안데르센 동화의 원작이 지닌 향기와 의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애써서 우리말로 옮겼다(이옥용 옮김)고 한다.(펴낸이의 말에서) 

각 이야기의 제목부터 낯설게 번역되어 있지만, 읽는 내도록 아름다운 묘사들로 동화의 분위기를 한층 업그레이드 된 상태로 느낄 수 있어 참으로 좋다.  

<황제님의 새 옷>에서는 허영에 들떠 있는, 가식적인 어른들의 세계를 잘 꼬집어 주어서 통쾌하다.  

<꼬마 엄지둥이> 이야기에서 엄지둥이의 모험에 가슴 졸이기도 하면서, 선행의 아름다운 되갚음이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이끌어 주어 다행이라 여긴다.  

<못생긴 아기 오리>에서 아기 오리는 안데르센의 분신과 같은 존재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언젠가는 비상하리라는 생각은 삶의 고통을 이기게 해 줄 것이며 고난을 극복한 뒤의 행복을 달콤하게 맛 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근사한 일이다.  

<성냥팔이 소녀>에서 불쌍한 소녀의 하늘나라 여행길이 더 이상 슬프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 내리고,  

<막내 인어 공주>에서는 목소리를 마녀에게 주고 두 다리를 얻어 사랑하는 왕자님을 찾아간 막내 공주 보다도 동생을 위해 머리카락을 마녀에게 바치고 시간을 벌어 온 언니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해가 뜨기 전에 이 칼을 왕자의 심장에 찔러야 해. 왕자의 뜨거운 피가 튀어 네 두 발을 적시면, 다리가 붙어서 물고기 꼬리가 될 거야. 그러면 너는 다시 인어가 되어 바닷속에 있는 우리에게 돌아와서 소금기가 있고 죽어 버린 물거품으로 변할 때까지 300년을 살 수 있어. 어서 서둘러! 해가 뜨기 전에 왕자든 너든 누군가 한 명은 죽어야 해!" 자기 목숨보다도 더 사랑한 왕자를 위해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막내공주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어떤 여운으로 남아있게 될지. 더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처음으로 접하는 이야기라 낯설지만, 착한 일을 계속하면 300년 뒤에 불멸의 영혼을 갖게 되지만, 마음이 예쁜 아이들을 만나 빙긋이 웃게 되면 300년 중 일 년이 줄어들 수 있다 하니 세상 어린이들이여, 물거품이 된 막내 공주를 위하여 착하게 살지어다.  

<밤꾀꼬리>는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만난 이야기인데,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밤꾀꼬리와 그 노래를 자기만의 것으로 가지려 했던 황제의 이야기였다. 진정한 주인은 어떤 사람인지, 참된 아름다움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밤꾀꼬리의 노래에 감동한 황제의 눈물 한 방울이 이 다음 죽음의 문턱에 선 황제의 손을 잡아 준 따뜻한 명약이 되었다. 다시 날아가지 말고 늘 곁에 있어 달라는 황제의 부탁을 받은 밤꾀꼬리는 황제가 가지려 했기 때문에 잃어버렸음을 가르쳐 준다. 자랑하려 하지 말것. 자신만의 비밀로, 둘의 관계는 둘만의 비밀로 간직하자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눈의 여왕>! 이 동화도 어린 시절을 넘어 어른이 되어서야 만날 수 있었다. 모두 일곱 가지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큰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첫째 이야기를 보면 인간의 나약하거나 사악한 마음들이 왜 비롯되었는지 이해가 된다. 오만한 악마의 잔혹한 장난이 빗어낸 아픈 상처들. 선하거나 아름다운 것을 비추면 사악하거나 추하게 보이는 거울을 만든 악마들은 그것을 들고 하느님과 천사들에게 다가간다. 거울은 요동치며 악마의 손을 벗어나 산산이 부서져 인간들의 눈에, 심장에 콕콕 박히게 되는데... 그 중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게어다'와 '카이'의 마을까지 가서 카이의 심장과 눈에 박히어 곱고 고운 소년을 나쁜 아이로 변화 시킨다. 눈의 여왕을 따라 사라진 카이를 찾아 나서는 '게어다'의 모험이 여러 편의 이야기에 걸쳐 펼쳐진다.  

다 아는 이야기라고 우습게 보지 말 것. 동화를 원작자의 솜씨대로 맛 보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임을 이 책을 통해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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