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
고은우 외 지음, 따돌림사회연구모임 기획 / 양철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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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표지의 그림이 재미있다. 뽀개진 '력'자를 보면서 찬이가 "엄마, 폭력은 나쁜 거니까 없애버려야 한다는 뜻이지요?" 한다.  

어리버리 초년 교사 시절 나는 빨리 제자를 갖고 싶어서 6학년을 자진해서 맡겠노라 이야기 했다. 아이들을 잘 다루지 못해 눈물도 많이 뿌렸지만, 그들의 특별한 사랑을 담뿍 받았던 거 같다.  

그 때 새학년 첫날 아이들에게 우리 반에서 누가 가장 싸움을 잘하냐고 물었다. 의외로 덩치가 큰 남학생보다도 중간 정도의 키인 한 아이를 친구들이 지목했다. 이전 해에 중간발령을 받아 간 교실에서는 내 통제의 힘이 닿지 않은 아이들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다. 날마다 싸우는 아이들(유독 한 아이가 매일 시비가 붙어서 싸움을 했는데... 거기에 대응하는 나의 능력이 너무나도 미숙했다는 생각이 든다.)과 나름 힘을 과시하는 아이들은 4학년이었지만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힘을 평정하는 것이 참 중요할 거라는 생각에 짱이라는 그 아이를 우리 반의 '보디 가드'로 임명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들을 잘 도와달라고 부탁했더랬다. 6학년 정도가 되면 나름 힘의 순위가 매겨져 있어 싸움이 오히려 적게 일어난다. 이전에는 힘겨루기를 하느라 싸우던 아이들도 나름의 순위에 저항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머리가 커서 내 이야기를 잘 알아 들었는지, 싸우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내 부탁을 일 년 동안 정말 잘 들어 주었고, 밖에서 축구를 하다가 크게 싸웠던 날도 "선생님에게는 절대 말하지 말라. 속상해 하신다."고 말해 가끔 싸우기도 했다는 사실(그 때 제법 크게 싸웠다는데...)을 졸업 후 한참 지나서 알게 되었다.  

초등 교사들의 커뮤니티에서 고민의 글을 읽을 때면 감당하기 힘든 아이들의 일탈행동 때문에 고민하는 교사들, 아이들의 잘못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치거나 아프거나, 다른 길을 모색해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는 교사들을 만나곤 하는데, 그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참으로 복잡하다.  

교사로서 받는 끝없는 도전은 고민하게 하고, 연구하게도 하지만, 어려운 아이들을 만나 내 무능을 실감하는 것 보다 좋은 아이들을 만나서 힘들지 않게 지내는 행운을 바라는 나약한 마음도 무럭무럭 자라게 한다. 감당할 영역을 벗어난 아이들을 대하는 것은 참으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아이의 문제행동은 그 아이 전체를 이해해야 하는 일인데, 그 문제가 가정환경에서 부터 비롯되었다면 해결은 쉽지 않기 때문에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이 책은 더 행복한 아이들을 만들기 위한 교사들의 연구의 결과물이다. 소설의 형식을 빌어 쓴 사실의 기록이다. 책을 통해 만난 다양한 폭력의 유형과 그것에 대처해 나가는 때로는 미숙하고 때로는 노련한 교사들의 이야기는 좋은 공부가 되었다.  

아이들의 센척하기와 얕보이지 않기 위해 때론 비겁하지만, 자신이 당한 것을 다른 아이들에게 보복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를 생각해 본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들과 소통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한 교실에서 폭력으로 인해 (그것이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마음을 다친 아이들의 상처는 치유된 듯하더라도 뿌리깊은 흉터를 남긴다. 이런 아이들이 없도록 도와주기 위해 교사는 안테나를 뻗어 교실을 돌보아야 할 것이다. 함께 하루종일 생활하는 아이들의 마음도 참 읽기가 어려운데, 중등학교의 생활지도는 정말이지 어렵겠다.  

개인적으로 가장 멋진 이야기는 <나이팅게일의 일기>였다. 동시에 참 재미있게 본 일드 <여왕의 교실>이 생각난다. 카리스마 넘치는 그 선생님은 정말 멋졌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의 갈등을 대화의 영역으로 끌어내 화해시켜야 할 책임이 교사에게 있음을 다시 한 번 더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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