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장 자크 상뻬 지음, 김호영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울 희망이 태어나서 며칠이 지나니까 오른쪽 뺨에 빨간 점이 도드라진다. 그러더니 아이가 살이 오르면서 이 점도 동시에 통통히 솟아 오르면서 빨갛게 부풀어 오르는데... 생후 첫 병원 나들이(퇴원 후)에서 의사 선생님은 "에고, 딸기 혈관종이 생겼네. 이거 네댓살 되면 없어집니다. 안 없어지면 레이저로 시술하면 깨끗이 없어지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셨지만, 바깥 나들이 중에 많은 어른들이 우리 아이를 안쓰럽게 쳐다 보시면서 엄마가 잘못해서 아이가 다친 거냐? 모기에 물린 거냐? 이건 뭐냐??? 하고 자꾸 물으셔서 은근 신경이 많이 쓰였었다.  

왼쪽 뺨의 예쁜 보조개와 대조적으로 오른쪽 뺨을 바라보는 마음이 껄쩍지근하더니만, 정말이지 의사선생님 말씀처럼 흔적없이 사라졌다. 아니다, 아주 작은 흔적은 남았네. 빨간색은 다 사라졌지만, 그래도 자세히 보면 아주 조금 볼록하게 솟아 있다. 그래도 그 자리도 웃으면 살짝 보조개가 잡혀 주어서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좋을 상태에 이르러서 휴~ 다행! 

어제 친구를 만났는데, 5살 아이가 목 뒷부분에 커다란 반점이 있다. 원래 있었냐고 물으니, 어디서 그랬는데, 아이에게 큰 점이 있을 건데, 만약 그 점이 없다면 10살 전에 큰 일을 겪을 거니까 그 점이 괜찮은 점이라고 이야기 했다 한다. (보지 않고도 아이가 가진 큰 점을 맞추다니 정말 대단하다.) 그러면서 아이가 학교 들어가면 친구들이 저걸 가지고 놀릴까? 걱정을 한다.  

이 책은 이유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 그래서 어디서나 튀는 아이, 그 때문에 다른 아이들로부터 점점 고립되어 가는 마르슬랭이 나오는데 그를 보는 마음이 짠하다. 외부의 환경에 대항할만큼 강하기란 어린 아이들에게는 힘든 일이고 이런 경우 대부분의 아이들은 마르슬랭이 그런 것처럼 움츠러들 것 같다. 다행스러운 것은 마르슬랭은 혼자 즐기는 법에 익숙해졌고, 그것이 <그렇까지> 불행하지는 않다고 느낀다는 거다.  

그러던 그에게 감기에 걸리지 않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재채기를 해 대는 '르네 라토'라는 친구가 생기게 된다. 각자의 아픔은 상대의 아픔을 이해하는 힘이 되었고, 그로 인해 둘은 더 깊은 관계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 둘의 친밀감은 남들 보다도 더 강력했다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마르슬랭이 일 주일 동안 할아버지댁에서 방학을 보내고 돌아와 보니 르네 가족이 이사를 가 버렸다. 엉엉 울면서 집으로 오니 엄마가 르네가 편지와 새 주소를 남기고 떠났다고 하신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부모들이란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부모들은 항상 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고, 항상 시간에 쫓긴다. (뜨끔~) - 74쪽

엄마도, 아빠도 찾아봐 주겠노라고 이야기만 하면서 결국은 르네의 편지를 찾아주지 않으셨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그렇게 추억이 묻히면서 마르슬랭은 새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르네 덕에 마르슬랭이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봐야겠지. 르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언제나 잊지 않았던 친구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으니 다시 만났을 때의 기쁨이 얼마나 컸을까?! 자신들을 똑 닮은 두 아이가 당시의 그들처럼 서로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아름답다.  

사실, 아이들의 친구 사귀기를 바라보는 것은 참으로 조마조마하다.  

성격이 원만하여 두루두루 친구들이 좋아하거나 외모가 호감형이라서 친구들의 관심을 받거나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신체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거나 성격이 내성적인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지 못해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할 수도 있다. 매사 서툰 그들을 응원해 줄만한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책이 그런 아이들의 마음에 연고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