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남자 친구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20
김일옥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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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파악 자아낸다. 할머니를 오토바이에 태우신 분은 분명 할아버지시겠지? 할머니의 남자친구시니 말이다. 손에 꽃을 한아름 안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과 할아버지의 찢어진 청바지가 환상의 조화를 이루어 책을 열기 전의 마음을 활짝 개이게 만든다. 

나는 이 동화집의 내용 중에서 <욕 좀 보소!>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이 <<완득이>>를 읽으면서 욕이 너무 많이 나온다면서 자꾸 책읽다 말고 내게 일러 주던데, 이 책 보면서도 한마디 하지 싶다. 욕이 빠져 버린다면  <<완득이>>라는 책이 얼마나 재미없어 졌을까 생각하면서 아이들에게 이야기 구성상 필요한 욕이니 거부감 갖지 말고 읽어라고 했다.  

"씨발......년들. 남의 점수를 가지고 지들이 왜 지랄이야? 아들한테 물어볼 게 점수밖에 없나, 미친......년 ." 아들 시험치는 날 시험감독 하러 갔다가 다른 엄마들이랑 밥먹고 나온 엄마가 공부 잘하는 아들을 추켜세워주는 주변 엄마들의 응원에 힘입어 아들의 시험결과를 물어 봤다가 다른 엄마들이 사라지기도 전에 아들이 내뱉은 이 말에 머리를 싸고 눕는 엄마. 사태를 파악한 아들은 예의바른 아들로 돌아와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후 "어머니도 저기 그러니까 새끼니 계집애니, 싸가지 없다는 말 쓰지 마세요. 들을 때 기분 나빠요." 하고 이야기한다. 새끼가 욕이냐고 말하는 어머니. 지랄, 미친년이 쉽게 나오고, '존나 짱나'는 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아이들. 사실, 요즘 아이들은 욕 속에 파묻혀 사는 것 같은데, 욕을 쓰지 말라고 하니 다행히 내 앞에서는 쓰지 않는 것 같으나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많이 쓴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어쨌든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런 심한 욕을 하는 이상한 집이라는 맘이 들기보다 묘한 대리만족이 느껴졌다면 이상한 걸까?  

표제작인 <할머니의 남자 친구>는 황혼기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연애담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재혼을 꿈꾸기 보다는 쿨하게 연애만 하기를 원하시는 오토바이를 탄 멋쟁이 할아버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다가 다치셔서 병원에 입원한 할머니 옆에는 남자 친구의 극진한 간호가 있다. 귀한 손자를 오토바이에 태웠다가 사고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가 있게 된 할아버지를 원망하며 할머니는 절교를 선언하시지만, 할아버지는  '전국 노래자랑'에 나오셔서 "미아동에 사시는 문희정 여사! 그래도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외치시는데... 두 분의 연애담이 읽는 내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나는 이 두 편의 이야기 만으로도 이 책이 무척 만족스럽다. 그렇다고 다른 이야기 내용이 긴장감이 떨어지느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도토리를 찾아라>는 자전거를 잃어버린 아이가 친구의 도움을 얻어 자신의 애마를 찾아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려 두었는데, 자전거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는 아이라면 감정이입이 파파박 되지 않을까 싶다. 울 조카 자전거 잃어버린 경험이 많은지라 조카 얼굴 잠시 떠올려 보았다.  

엄마가 집을 떠나 설움에 겨운 어린 광우는 산에 갔다가 찌르레기 새끼를 데려와서는 자기가 키우겠단다. 새끼를 찾아 우는 어미 소리가 들리지 않냐고 하는 할머니에게 "몰라. 다른 새끼 낳으라고 해. 이건 내 거야. 돌려주라고 하면 할머니하고 말 안 할 거야." 한다. 결국 새끼를 산에 묻으면서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까지 묻어두는데. 그리고는 할머니에게도 자꾸 가슴 아프니 이제 그만 엄마를 묻어 버리라고 이야기 한다. 이렇게 아빠랑 할머니랑 우리 잘 살고 있으니 말이다. 찌르레기 새끼가 광우라 생각하니 가슴이 저린다. 

<낯선 사람>은 언젠가 어느 책에선가 읽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낯익다. 아마 다른 동화집에 한 번 소개 되었던 동화였나 보다.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고 읽을 때라 또, 이렇게 글을 쓰기 전에 읽었던 책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거리기는 하지만, 친구 아빠를 도둑으로 오인했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는 아이의 모습에서 덩달아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이 나는 인상깊은 동화였다. 잃어버린 형아를 그리는 <주머니칼>도 가슴을 아리게 한다.  

도서관에 책이 들어오던 날, 아이들은 사서 도우미 어머니들에게 가서 다자고짜 <욕 좀 보소!>라는 책 있냐고 물었단다. 어머니들 눈만 둥그레~  

"얘들아, 이 책 이름은 <욕 좀 보소!>가 아니라 <<할머니의 남자친구>>란다. <욕 좀 보소!>는 그 동화집 속에 들어가 있는 단편동화란 말이야." 이야기를 들려주니 아이들이 좋아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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