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 전쟁 - 절제편 마음이 자라는 가치동화 5
최형미 글, 장정오 그림 / 을파소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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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첫 발령지에서 근무할 무렵 있었던 일이다. 당시 포켓몬스터라는 만화가 유행했고(지금도 우리 아이들은 좋아하지만) 그 만화 속 포켓몬 캐릭터가 실린 주인공들(이 주인공들은 멋지게 진화까지 한다.)의 스티커가 들어 있는 빵이 대유행한 적이 있다. 그 빵이 나의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었던 이유는 빵맛이 아니다. (나는 그 빵을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당시 뉴스에서는 아이들이 스티커 때문에 빵을 사고 스티커만 가지고 빵을 버린다고 기사가 났다. 기가 찰 노릇이다.  

그리고 그 일은 잠잠해졌다. 아주 가끔 그 때처럼 스티커를 모으고, 그리고 스티커 전용북에 그걸 붙이면서 자신의 보물 몇호 정도로 두고 애지중지 하는 아이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것은 아이들을 유혹하는 많은 취미 중 하나일 뿐이고 그 때처럼 교실을 휩쓸정도의 대유행은 아닌 것 같다.  

이 이야기는 바로 이 내용에서부터 출발한다. 멋진 스티커가 갖고 싶은 선호는 스티커 때문에 빵을 버리기도 하고 준비물 살 돈으로 스티커를 사서 학교에서 벌을 서기도 하고 나중에는 친구의 스티커를 손 대는 일까지 저지르게 된다. 선호의 이런 마음은 이사 온 미영이네 언니의 쇼핑중독과 맞물려 중독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이들에게 이야기 하고 있다. 쓰지 않는 샤프, 문구 팬시 때문에 용돈의 대부분을 쓰는 아이, 남의 물건에 손을 대기도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깝던 나의 마음은 어느 새 책 속으로 빠져든다.

얼마 전 다마고찌라는 것을 아이들이 가지고 놀면서 다마고찌를 넣는 미니 지갑을 어떤 아이가 다른 친구들에게 선물하면서 자기 편을 만든 일이 있었다. 아주 예쁜 하얀색 지갑을 가진 아이들은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리고 그 유행은 아주 짧은 시간에 시시하게 끝나 버렸다. 그로부터 며칠 후 휴지통에서 두 개의 하얀 동전 지갑이 나왔다. 하나는 리본이 달린 채로. 하나는 리본이 떨어진 채로. 누가 버렸는지 알만한 아이들은 다 알고 있는데... 그거 주워다 씻어서 희망이 줬는데 너무 예쁘고 멀쩡한 것을 버리는 아이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어머니께 용돈을 조금 적게 줬으면 좋겠고, 용돈 관리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다.  

여학생들의 마음을 화려한 문구팬시들, 사실 따지고 보면 별 필요도 없으나 온통 마음을 빼앗아 가는 그것들에 대한 고민을 해 보게 하는 참 멋진 책이었다. 좋은 가르침을 재미난 이야기를 통해 얻을 수 있다니 신나는 일 아닌가? 중독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하고 있던 아이들에게 새로운 고민을 던져주는 이 책은 벌써 대기자가 여럿이다. 책을 통해 아이들이 많은 생각을 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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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10-11-13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저의 책, 문구 수집벽이 생각나면서 ... 뜨끔했어요. ^^;;

희망찬샘 2010-11-14 05:5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마음 잘 이해하는 한 사람입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