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괴물은 정말 싫어! 작은도서관 31
문선이 글.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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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싫어하는 시험, 거기다 그 싫은 시험을 적당히 컨닝할 수 있는 투시기!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 읽으면서 살짝 시시하다 생각하며 정말 기대없이 주루룩 넘겼다. 그래도 작가는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양파의 왕따 일기>>를 썼던 대단한 분인데, 너무 식상한 소재를 들고 와 이렇게 나를 실망시키는구나!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야, 이거!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겠다 싶은 감이 팍 온다.  

일단 작품의 소재가 저희를 온통 지배하고 있는 공부, 시험이다. 주인공은 공부를 무척 잘 하는 아이가 아니라, 시험 성적으로 엄마에게 끊임없는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우리네 보통 모습이다. 거기다 공부 잘 하는 아이(서현)가 가지는 나름의 고뇌까지 잘 풀어 두었다.  

엄친딸인 서현이와 비교 당하느라 힘들고, 학교에서는 나쁜 성적으로 선생님에게 꾸중듣고 나머지 공부를 해야 해서 힘든 준석이에게 어느 날 꿈같은 일이 생긴다. 이상한 시계를 주운 것이다. 그것이 왜 이상한가 하면 과거로, 미래로 왔다 갔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과거, 미래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미래를 가 보고 싶어 하지 않겠는가! 과거는 점쟁이도 맞추지만 미래는 그렇지 못하다 하니! 준석이가 선택한 미래는 시험지를 미리 보는 거였다. 단짝 친구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살짝 가르쳐 주면서 미리 공부를 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그리하여 뿌듯해 졌더란다. 그런데, 준석이네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까지 시험을 잘 쳐서 선생님의 의심의 날을 서게 만들고 마는데. 시험을 잘 치는 녀석들이 선생님이 내 준 문제는 제대로 못 푼다며 선생님은 단체 컨닝을 의심하기도 한다. 의심을 사면 안 되니까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느낀 그들은 함께 모여 열공하는데... 문제는 간단한 것 아닌가? 시험을 잘 치려면 열공하면 되잖아. 그런데, 그 와중에 항상 100점 받는 서현이가 마지막에 살짝 답안을 고치는 것을 보고 마는데! 1등을 해도 100점을 받지 못했다고 더 큰 물에서 더 많은 이들과 경쟁 하려면 틀리면 안 된다고 야단치는 부모들이 간혹 있는 것 같다. 서현이처럼 말이다. 인생은 장거리 경주라는데, 단거리에서 아이 힘을 이렇게 쪼옥 빼면 안 되는데... 어른들도 이 책 읽고 함께 반성 해 보면 좋겠다 싶은 맘이 든다.  

그런데로 일은 잘 풀려 가는 것 같다. 미리 시험문제를 알고 하는 공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되었고 그 덕에 좋은 성적을 얻게 되었으니.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시간 경찰관 아저씨 때문에 시간 투시기를 함부로 사용한 죄로 모두들 미래 감옥에 갇혀야 할지도 모를 처지에 놓인다. 그런데, 준석이와 그의 친구들만이 아닌 그 학급의 모든 아이들이 다 죄가 있다는 거다. 우리끼리만 알자는 비밀은 너만 알고 있어! 라는 말과 함께, 한 아이 두 아이 입을 건너 우리 반 아이 모두가 알게 되었던 것.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너희 입을 벗어난 순간 세상에 비밀은 없단다 하고 이야기 해 준다. 가끔 아이들이 저 좋아하는 여자 친구 이름을 말했는데,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소문 냈다고 막 열 내며 싸우는 장면을 본다. 내게도 선생님만 아세요~ 하면서 이야기 하고는 정작 본인이 오만 아이들에게 떠벌리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면서 우스운 장면이다.) 

아이들이 서로 도와가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본 시간 경찰 아저씨는 자신이 옷을 벗을 각오를 하면서까지 아이들에게 지금처럼 친구들끼리 서로 도와 가면서 열심히 공부하면 성적은 저절로 좋아질 것이고, 굳이 미래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되겠다고 이야기 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질끈 눈감아 주어야 할 일도 있다는 아저씨 말씀~ 와 닿는다. 그런데, 감옥에 가기를 두려워 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시험 감옥에 갇히나 미래 감옥에 갇히나 뭐 그게 그거 아니냐며, 자신들이 없어져봐야 엄마들이 자기들 귀한 줄 안다면서 자신들도 제발 데려가 달라고 한다. 아이들이 단체로 환호성과 함께 없어져 버리고 마는데... 

세상이 이렇게 밝은 것은 즐거운 노래로 가득찬 것은 집집마다 어린해가 자라고 있어서다. 그 해가 노래이기 때문이다. ♬ 

아이들에게 책을 왜 읽냐고 물으니 어떤 아이가 즐겁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 책 또한 그런 즐거움까지 함께 안겨 주는데, 준석이의 엉터리 답과 함께, 항상 준석이에게 공부 하라는 소리만 했던 엄마의 어린 시절 엉터리 답이 닮은 꼴이라는 데에서 묘한 안도감이 느껴진다.   

준석이 시험지 : 거북선을 만든 사람은? / 죽었다. // 옆집 아줌마가 사과를 주셨을 때 뭐라고 해야 할까요? / 뭐 이런 걸 다. //엄마를 도와드리면 엄마가 뭐라고 할까요? / 난 네가 들어가 노는 게 도와 주는 거야.  
엄마의 시험지 : 한글을 만든 임금님은? / 돌아가셨다. // 옆집 아줌마가 떡을 가져왔어요. 어떻게 인사 하나요? / 떡 안 사요. // 조선시대 신분 중 가장 낮은 것은? / 쇤네 // 개미를 삼등분하면? / 죽는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가 부모들의 마음에도 쏙 들 것이다.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얻어진다는 것을 아이들이 유쾌한 책읽기를 통해 느낄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말이다. 엄마의 잔소리와는 질이 다른 공부 권하기라~  

이 책을 잡은 아이는 아마 책을 놓지 못하고 끝까지 읽고 싶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어서 권해 봐야겠다.  

덧붙임)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을 보는 재미도 짱이다. 그림작가만 해도 괜찮을 멋진 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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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텔레비전에서 본 건 다 기억하면서 수업 내용은 다 잊어버릴까?
    from 도서출판 부키 2011-07-22 13:18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지과학자이자 버지니아대학교 교수인 대니얼 윌링햄이 오랫동안 계속해 온 뇌와 학습, 기억에 관한 연구를 교육 현장에 연결한 소중한 성과물이 바로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입니다.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시험에 꼭 필요한 기술은 어떻게 익힐 수 있을까? 반복은 유용한 학습 방법인가? 학생들이 과학자나 수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