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뱅이를 아시나요 파랑새 사과문고 1
김향이 지음, 김재홍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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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동화가 있다는 정보에 이 책을 사 보았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두었을까? 

표지에 보면 두 여자 아이가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는데, 한 아이의 머리 색깔이 노랗다.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 

<너무너무 사랑하니까>에서는 얼굴에 난 커다란 점 때문에 아이들이랑 어울리지 못하는 한 여자 아이가 나온다. 점순이라고 놀리는 친구들에게 날카롭게 대들어도 보고, 동생이 자신을 창피해 할까봐 등교도 같이 하지 않는 아이의 아픔이 하나하나 전해져 온다. 아이의 유치원 때 선생님은 "홍점이 얼굴에는 예쁜 이름표가 있어요. 엄마를 잏어버려도 금방 찾을 수 있지요." 하시며 짝꿍 이마에 빨간 사과를 그려 주신다. 너도나도 토마토, 앵두, 해님을 그리면서 홍점이를 친구로 받아 들인다. 홍점이에게 이런 추억이 있다는 게 상처난 마음을 치료 해 줄 수 있는 연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 무척 다행스럽다. 그 홍점이가 이웃 아저씨를 만나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이웃 아저씨? 다정한 아저씨가 아니라 경계해야 할 인물 아닐까?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되는 것이 씁쓸하다. 사고로 가족을 잃고 자신도 다리를 잃고 목발에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아저씨는 자신의 재활을 도와 준 호두알 2개를 홍점이에게 준다. 단단한 껍질을 뚫고 나오는 연한 싹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하느님의 사랑의 표시를 받은 두 사람이 세상을 잘 살아가리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멋진 동화.  

<소리하는 참새>는 새로운 둥지를 찾아 행복해 하는 참새들이 새터를 잡은 곳이 근세 판소리 부흥의 대가 동리 신재효 선생의 고가여서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새 터전 또한 좋은 보금자리가 아님을 생각하다가, 그 곳의 의미를 알고는 소리하는 참새가 되어 보자고 제안하는 아빠 참새. 은근히 판소리에 대한 이해를 아이들이 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다.  

<쌀뱅이를 아시나요>는 41세의 사진작가인 미국 입양 혼혈인이 고향을 찾고자 하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신문기사를 읽은 '나'는 얼굴이 쌀처럼 하얗다고 해서 쌀뱅이라고 불렸던 꼬마 아이와의 추억이 담긴 고향을 떠올리고 고향을 이미 잊은 쌀뱅이의 고향을 찾아주게 된다.  

<막둥이 삼촌>을 읽으며 나는 슬펐다. 할머니는 덩치만 어른이지 정신은 아이인 정신박약 막내 삼촌을 키우느라 그 흔하디 흔한 여행 한 번 다녀 오지 못하신다. 엄마와 아빠도 막둥이 삼촌의 일로 늘상 다투신다. 나는 막둥이 삼촌을 노리개감으로 놀려먹고 데리고 놀기만 했다. 그런 막둥이 삼촌을 두고 할머니가 갑자기, 정말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장애아를 둔 엄마들은 가장 큰 걱정이 "나 죽으면 저 아이를 누가 돌봐주나?"하는 거라고 한다. 이제 막둥이 삼촌은 어떻해야 하나? 가족 회의를 통해 장남이 아버지가 삼촌을 맡기로 했다. 자신 없어 하는 어머니. 하지만, 동우는 삼촌을 이해하면서 좀 더 잘 지낼 자신이 생겼다. 이제 많이 컸다는 뜻이 되겠다. 그런데,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많은 손님이 오가 가는 것을 보느라 연신 신나하는 삼촌이 아버지의 차에 할머니가 타지 않은 것을 보고 할머니를 태우고 가자고 울부짖는다. "이 담에 저 세상 가면 저하고 나하고 바꾸자더라. 에미 발에 흙 안 묻히게 날마다 업고 댕긴다더라."하셨던 할머니를 떠 올리며 동우는 할머니 대신 삼촌을 돌보리라 다짐한다.  

<마음이 담긴 그릇>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있는 작품이다. (새 교과서에서는 어떻게 될지 아직은 모르겠다.) 장인 정신에 대한 이야기로 간단히 정리해 둔다. 

<버버리 할아버지>는 고향을 벗어나 도시에 살면서 말을 잃고 만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노인 문제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묻어나 있다. 양로원으로 옮기면 처지가 비슷한 노인분들과 벗 하면서 더 잘 지내시리라 여겼지만, 할아버지의 병세는 차도가 없다. 할아버지가 예전처럼 흙을 밟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면 다시 건강해지실까?  할아버지를 위한 보리싹을 학교 실습지에서 하나 훔쳐내면서 동준이는 할아버지의 건강을 기원한다.  

마지막 작품인 <부처님 일어나세요>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작품이다. 당시 학생 운동을 하던 외삼촌의 행방을 알길 없는 할머니는 밥집을 여시면서 식당 이름도 '박우천 밥집'이라고 정하고 식당 여기저기 삼촌의 사진을 붙여 둔다. 살아있다면 삼촌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지금은 절에서 부처님께 빌러 가셨고, 그래서 순임이는 할머니를 뵈러 절로 심부름 간다. 가는 길에 차가 멎자 운전사 아저씨의 입을 빌어 작가는 귀신들의 장난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아따, 너릿재에 원통하게 죽은 귀신들이 한둘이다요? 옛날 고릿적에는 산적들이 득시글거려서 목숨 내놓고 넘어 댕겼다잖어요. 동학난 때도 농민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얘기 못 들어 보셨소? 인공 때는 빨치산들이 겁나게 지랄들 했제. 5*18 난리 때는 공수부대 총질에 아까운 목숨 때거리로 죽었잖이요. 참말로 그 때 생각하믄 복장이 터져뿔라고 혀요. 그렁께 억울하게 죽은 귀신들이 쎄뿌렀을 거 아니요. 여그만 지나갈라믄 껄적지근 허당게요."  

그 당시 사람들을 죽이는 악역을 맡은 군인들도 그 괴로움은 크리라. 작가는 그들에 대한 마음을 동냥치 스님을 빌어 표현한다. "꿈과 야망에 들뜬 한 청년이 있었지. 그도 남들처럼 군인이 되어 나라를 위하고 부모 형제를 지키고자 훈련을 받았단다. 훈련을 마친 다음 청년은 폭도들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받았어. 폭도들이란 민주화 운동에 나선 학생과 시민들이었다. 군인들은 그들을 향해 총보리를 겨누고 마구 쏘아댔어. 그도 정신없이 총질을 해댔다. 나중에 제정신이 돌아온 그는 붉은 꽃잎처럼 스러진 사람들을 보고 자기 가슴을 할퀴어 뜯었어. '난 위에서 시키는 대로 명령에 따랐을 뿐이야. 어쩔 수 없었어. 내 잚소이 나야.' 그 끔찍한 악몽을 떨쳐내려 몸부림쳤지만 소용없었어. 밤마다 원귀들이 달려 들어 그의 목을 조이고 가슴을 짓눌렀지. 차라리 자기도 한 점 선홍빛 꽃잎으로 지고 싶었다. 하지만 겁쟁이었어. 그 겁쟁이는 용서를 빌지도 못 했고, 용서 받을 수 있는 방법도 몰랐지. 그 후로 그 겁쟁이는 자기 가슴에 응어리진 상처 때문에 떠돌이가 되었고, 문득문득 상처가 쓰리고 아파서 속으로 운다고 하더라."  

동냥치 스님은 와불이 일어나는 날 세상이 바뀐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순임이는 낙상하여 누워계신 할머니의 건강을 위해, 또 평생을 간절히 바라시는 할머니의 소원(외삼촌 찾는 일)을 위해 와불이 일어나기를 간절히간절히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막둥이 삼촌>에서 울컥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빠지는 작품이 없다. <부처님 일어나세요>도 의미있는 동화다. 만족스러운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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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8-13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읽은지가 10년은 되다 보니 5.18 이야기가 나오는 거 잊고 있었네요.ㅜㅜ
마음을 담은 그릇,은 5학년 1학기 읽기에 실렸는데~
5학년은 아직 개정교과서 아니고 내년에 개정교과서가 나오는 거로 알아요.
한해에 두 학년씩~ 작년엔 1,2학년, 올해는 3,4학년까지 나왔으니까.

희망찬샘 2010-08-14 07:33   좋아요 0 | URL
그래도 제가 학교에 있는데, 당연히 5학년 개정 교과서가 내년에 나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요. 저는 내년 개정 교과서 기준으로 말씀 드린 거예요. 헤헤~ 실렸던을 '실려 있는'로 고쳐야 혼동이 없겠군요. 수정 들어갈게요.

순오기 2010-08-14 20:1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요런 걸 보고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았다'고 해야겠군요. 죄송~ ^^

희망찬샘 2010-08-15 07:28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을요! 순오기님이 글을 무척 꼼꼼히 읽으시는 분이구나, 감탄 또 감탄 할 뿐이지요. 항상 감사합니다. 작은 지적을 하실 때는 꼭 비밀 댓글 남겨 주시는 배려에도 깊이 감사 드려요. (진짜예요)

순오기 2010-08-15 13:05   좋아요 0 | URL
제가 제대로 안 읽은 글에는 댓글을 안 달아요.
간혹 바쁜 분들이, 제대로 안 읽고 단 댓글을 보면 썩 좋아보이지 않아서요.^^
그리고 제 글에도 실수가 있으면 비밀글로 알려주시는 분들이 있어 고맙게 생각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