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 그림책 읽어요 - 강승숙 선생님의 그림책 수업 일기 살아있는 교육 21
강승숙 지음, 노익상 그림 / 보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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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강승숙 선생님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이해가 조금 되었다.  

그림책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한 걸음 다가 가시는 선생님은 '고수'다. 심리 치료자로서도, 선생님으로서도,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어 나가는 참교사로서도 고수다.  

좋은 그림책을 만나면 나 또한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고, 그 책을 읽은 후의 아이들 반응에 감동한다. 그런데 이런 나의 모습과 선생님의 모습은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 가장 큰 것은!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전에 많은 준비를 하시는 것 같다. 어느 그림책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까를 따져 보시는데, 간혹 그것이 예상했던 바와 다른 반응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그들의 상처 받은 마음을 치료하고 성숙하게 해 준다. 아이들에게 읽어 주고 싶어서 마음의 몸살을 하기도 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그리고 아이들의 반응을 예상해 보면서 가슴이 콩닥거리기도 한다는 선생님.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독서치료라는 말의 의미가 어렴풋이 와 닿는다.  

'독서치료' 사실, 나는 이 단어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독서 치료가 필요한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 책을 읽는 것을 싫어 할 확률이 높다. 독서치료란 일단 책을 매개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야 하는데,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책의 즐거움을 알게 해 주는 일을 먼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때문에 시작된 의문이다. 하지만 선생님 덕분에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되고 있다.

교실에서 문제가 많은 아이들이란 집중을 못 하고 개구지거나 공부를 못 하거나 남을 귀찮게 하거나 그래서 친구들로 부터 사랑을 받지 못 하는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의 속을 들여다 보면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문제가 아이의 주변을 둘러싼 환경에서부터 시작된다. 안타깝지만, 우리가 손 써 줄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럴 때 보통의 우리들은 그저 '안타깝다. 안 됐다.' 하고 생각하고는 거기서 그친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 아이들에게 다가가 "선생님이랑 그림책 읽을까?" 한다는 거다. 그 아이가 우리 반 아이가 아니라도 말이다.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저 아이는 심각한 ADHD 라서 내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병이니까 말이야." 로 간단히 결론 내어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선생님은 그렇지 않으셨다. 물론 나 또한 누군가에게 펼쳐 이야기 할 만한 무용담(?) 같은  '꺼리'들은 있다. 교사 생활 15년을 바라보는데 그런 이야기 하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는가. 가령, 이전 학년도의 선생님들을 속끓게 만들었던 아이들-끊임없이 운다거나 친구들과 이기지도 못 하면서 반복해서 싸운다거나-을 다른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게 했던 기억들 말이다. 하지만, 선생님을 따라가려면 많이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이들 마음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고 이해해 주고 위로해 주지 못했다. 그것이 그 아이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일 수도 있다는 판단하에서 굳이 아이들의 사생활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선생님 글을 읽어보니 아이들은 그렇게 자기의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은 책을 매개로 놀랍게도 아이들을 다독여 주고 계셨다.  

그림책을 이용한 부진아 지도, 그림책을 이용한 마음 열기, 그림책을 이용한 친구 사귀기... 그림책을 이용해서 교실해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놀랍도록 많다는 것을 선생님으로부터 배웠다.  

이번 아침독서학교 그림책 집중 연수 강사로 만난 선생님은 책 속의 이야기와 더불어 또 다른 이야기를 많이 들려 주셨다.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부분은 마지막 장인 '환상 속에서 위로받는 아이들' 편이었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를 깊이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책 속에 풀어져 있는 자세한 이야기는 이 곳에 담을 수 없다. 그것은 책으로 만나야 하리라. 대신 선생님이 추천하신 책들을 리스트에 담아 두어야겠다.  

http://blog.aladin.co.kr/san3337010/4007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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