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우리말 우리글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지음 / 나라말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전교조의 전국초등학교국어교과모임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안교과서가 나왔다고 한다. 전교조 회원을 위한 5000원 특별할인이 있다는 글을 보고 급관심이 생겨 동지를 모아(3권 이상 무료 배송이라길래) 출판사에 연락했더니 "선생님 혹시 글 작성 기간을 보셨나요? 작년에 한 달 동안 한시적으로 했던 행산데..." 한다. 그러면서 회원이라면 20%는 가능하다고 해서 또 다시 동지들에게 연락해서 주문 넣었는데, 온라인 회원 중 또 다시 일정 회비를 내고 있는 회원들에 대한 특별 혜택이란다... 콰당! 결국 아무 혜택이 없길래 적립금 주는 알라딘을 선택! 

교과서 하면 재미없고 딱딱하다는 말이 자동 연상 되기에 이 책에 대한 기대를 무척 많이 했다.  

오랜 연구 기간을 거쳤다고 하지(말을 들어보니 교과서 만드는 시기는 무척 급박하다 하던데...), <우리들은 1학년>에서 한 달 만에 끝내는 한글 자모에 대한 공부를 일 년에 걸쳐서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들어 졌다고 하지, 쓰기 공책도 부록으로 달려 있다고 하지, 3권의 국어책을 한 권으로 묶어 두었다 하지, 어떤 분은 한글을 모르고 1학년에 들어 와 고생하고 있는 아이의 한글학습교재용으로 쓴다하지... 

그래서 나 또한 우리 찬이의 한글 공부의 완성을 위하여 이 책을 선택하였던 것이다.  

받아보니, 

책은 교과서 느낌이 덜 나고 아주 종이 질도 좋다.(하긴 요즘 교과서 종이 질은 정말이지 끝내주니, 더 좋다는 말은 할 수 없겠다.) 그런데, 크기가 무척 큰데다가 두께가 엄청나다. (무겁다.) 그도 그럴 것이 3권, 1, 2학기 합쳐 모두 6권의 분량을, 아니 '우리들은 1학년'까지 합치면 7권의 분량을 한 권에 모두 담았으니 그럴 법도 하겠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은 아이들이 들고 다니기엔 부적합하다. 

뭐 책이 아무리 무겁더라도 내용만 괜찮다면 다른 모든 것은 용서할 수 있다.  

사실, 개정 교육과정이 항상 그렇듯, 개정하는 쪽에서는 무척 쉽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가르쳐 보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이번 개정 교과서는 아이들의 수준을 무척 높이 잡은 것 같다는 말을 하는 분들(가르쳤던 선생님, 혹은 수업을 참관한 선생님들 말씀이)이 있는 걸로 봐서 가르쳐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다. 하긴 아이들이 워낙 학교 들어오기 전부터 많은 것 들을 배우고 오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국정 교과서를 뛰어넘는 또 다른 교과서를 꿈꿨습니다."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선생님들이 10년의 연구와 집필 끝에 만든 국어교과서! 

라는 선전 문구처럼 이 책은 대충 살펴 보아도 연구의 흔적이 느껴진다. (얼마나 많이들 모이고 회의를 많이 했을까? 그것도 순수한 교육의 목적으로 말이다.) 

ㅏ, ㅑ 부터 시작해서 글자를 쓰는 순서, 몸으로 만들어 보는 글자, 그림으로 그러한 모음글자를 포함하는 글자 찾아 보기, 그리고 본문 중에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익히는 '우리들은 1학년' 교과 내용들을 자연스럽게 숨겨 놓은 점, '마당'이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되짚어 준 점 등이 눈에 띈다.  

교과서는 하나의 도구다. 결국 그것을 알맞게 양념하여 아이들 입에 넣어주는 것은 교사의 몫인데, 그 교과서가 교사의 머리를 좀 더 자극할 수 있는 구성이면 더욱 좋겠다. 그런 점에서도 이 교과서는 괜찮아 보인다.  

희망이 교과서를 보니, 읽기 내용을 바탕으로 본문의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질문하고 답하게 하는 형식의 문제들이 많이 보였는데, 이러한 형식의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본문은 아이들이 글자를 더 잘 익히게 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은 특별하다.  

예전 우리 어릴 때 교과서에는 아이들 이름이 철수, 영희, 순희... 하는 식으로 몇 명이 고정되어 등장 한 것에 비하면 요즘 교과서에는 정말이지 안 나오는 이름이 없을 정도다. 굉장히 다양한 이름이 전 교과에 걸쳐 나오고, 심지어는 흔하지 않은 이름으로 이름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지금껏 살아 온 내 이름 조차도 보이는 걸 보면 (이름 좋다는 소문이 많이 났는지 요즘 어린 아이들은 내 이름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지만) 교과서 집필 하면서 이름에 대한 신경도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이 교과서는 거기에 비하면 '보미'라는 아이가 끝까지 이야기를 일관되게 이끌어 가고 있는 점도 특이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좀 더 친숙함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1학년 아이들에게 국어 문제집 한 권 풀게 하는 것 보다 어쩌면 이런 대안 교과서 한 권으로 접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기도 하고, 학교를 들어가기 전의 아이들에게 이 책으로 예습을 준비 해 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나는 찬이랑 이 책으로 일 년 동안 공부를 해 볼 생각인데, 직접 해 보면 아이의 반응을 제대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확실한 것은 교과서보다는 아이가 재미있어 할 것 같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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