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수염 쑥쑥문고 11
마해송 지음 / 우리교육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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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나리와 아기별>~ 교과서에서 만났던 이야기로 기억한다. 맘에 드는 그림책으로 하나 사려고 한 것이 제법 두꺼운 동화집으로 사는 바람에 학급문고에서 아이들 사랑을 제대로 못 받은 채 분실되었던 것 같다. 그 이야기를 포함한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딱 좋은 단편 동화로 묶여진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이야기에는 여러 편의 동화가 나오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어리석은 자들이 나오는 이야기 몇 편이 밟힌다.  

첫째는 집에 비가 새는데 그걸 해결 해 보려고는 안 하고 "왜 그렇지, 왜 그렇지?..." 하면서 생각(만)하는 아버지요, 둘째는 어른 호랑이가 무서워 하는 곶감(사실은 여우)의 정체를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그들의 굴에 온갖 먹이를 갖다 바치는 호랑이들 이야기(호랑이 곶감)요, 셋째는 계속 성을 쌓으라고 외치다 나갈 구멍도 없이 높이높이 올라만 가서 결국 그 안에서 굶어 죽었다는 학자 토끼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학자들이 지은 집>이다.  

표제작인 <성난 수염>도 그 생각이 기발하다. 감때 사납기로 유명한 감때 영감의 코 아래 붙어 있는 왼편 아홉 가닥, 오른 편 열 가닥의 침으로 배배꼬아 바짝 치겨 세운 수염들. 사람이고 동물이고 가리지 않고 사납게 대하는 감때 영감에게 화가 나서 어느 날 왼편 수염 아홉형제는 감때 영감을 떠나기로 맘 먹는다. 한쪽 수염이 몽창 달아닌 그 모습을 상상하여 보라. 아무리 심술맞은 감때 영감의 얼굴을 대하는 사람들이라도 그 모습에서는 웃지 않을 수 없고 웃는 모습 앞에서 성낼 수 없어 그도 힘없이 히죽히죽 웃고 말았더란다. 감때 영감이 웃으니 동물들도 신이 난다. "웃는다. 우리 집 영감이 웃는다. 메에...."

 짠한 이야기들도 여러 편 만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천사가 지켜 준 아이>가 기억에 남는다.  

어제 저녁 일기예보에서 "내일은 날이 건조하니 불조심을 하셔야겠습니다."하니 옆에서 찬이는 당장 불이 나는 것도 아닌데, 불이 날 수도 있는 거냐면서 무섭다고 눈물을 쭈룩쭈룩 흘린다. 조심하지 않으면 나는 거라고 아무리 이야기 해 줘도 "불 나면 어떡해?" 하면서 우는데 난감! 천사들 와서 찬이 주변에서 지켜 달라 하자며 손 잡고 같이 기도하자고 이야기 해 주면서, 토닥토닥 달래서 겨우 재웠다. (다른 집은 이런 일 없겠지? 우리 집은 종종 있는 풍경이다.) 엄마의 기도로 하루를 마쳤던 옥이는 유괴 당해서도 더 어린 동생들을 돌보면서 그들을 위로하면서 기도를 했고, 결국 기도 덕에 천사들이 내 보내는 불빛이 밖으로 새어 나가 그 장소를 의심한 경찰들에 의해 나쁜 맘을 먹었던 아주머니들이 잡혔다는 어찌 보면 도저히 이해 안 되는 황당한 이 이야기는 나는 왠지 짠 하면서 맘에 남는다. 내 아이도 위험에서 천사의 보호를 받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리라.  

하느님께서 이 세상의 아이들을 다 돌보아 주지 못 하셔서 그 일을 대신할 사람으로 엄마를 세상에 함께 보냈다고는 하지만... 넘쳐 나는 이러한 온갖 위험 속에서 내 아이가 무사하기 위해 많은 천사들이 내 아이의 주변에서 지켜 주기를 간절히 기도하게 하는 그런 동화였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동화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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