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을 잡으면 그리고 싶어요 - 이호철 선생님반 아이들이 그린 살아있는 그림 보리 어린이 6
덕산초등학교 5학년 1반 글,그림, 이호철 지도 / 보리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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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실 이 책을 사서 책꽂이에서 일 년을 썩히고 이제서야 읽었는데, 정말 잘못했다 싶은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에게 좋은 그림을 그리게 하는 요령을 적어 둔 책인 줄 알고 샀습니다. 그런데 책 내용을 훑어보니 아이들이 쓸 글과 그린 그림이 두 페이지에 걸쳐 있고 그 느낌들도 비슷해서 팽겨쳐 두었더랬습니다.  

그런데 맘 잡고 읽어보니 책이 참 좋습니다.  

아이들의 입말이 그대로 살아있는, 구수한 사투리를 그대로 느끼게 하는 글들은 그림과 어우러져 무척 정감 있습니다. 아, 이런 것이 살아있는 글쓰기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글쓰기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생활에서 일어난 일들을 자기가 친구들에게 이야기 하듯이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은 참 좋은 일, 아니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깃줄에 앉아 시끄럽게 짹짹거리는 참새들을 보며 "너거들 꿉어묵어 뿌까."하니 후다닥 날아가서 "절마들 진짜 꿉어묵어 뿌까 겁은 디게 많네."라고 이야기 하는 박욱태 학생의 글은 그대로 살아있는 느낌이 듭니다. 아이들의 입말이 우리 동네 쪽이다 보니 굳이 '주'를 읽지 않아도 해석에 어려움도 없습니다.  

술주정하는 아저씨들, 거지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그들을 업신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면서 불쌍하게 여길 줄 아는 것은 어린이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호철 선생님이 아이들을 따뜻하게 참 잘 가르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니, 아이들의 성향 자체가 그런 거겠지요?) 

글 제목 밑에는 아이 이름과 쓴 날짜가 표시 되어 있는데 지도를 받을수록 더욱 나아지는 글솜씨와 그림 솜씨를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두 아이의 그림이 눈에 띄게 인상적이었는데, '우리가 그렸어요' 부분을 보니 작품 수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월등히 많네요. 만약 책을 읽게 된다면 어느 아이의 그림이 인상적인지 한 번 짚어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윤영웅과 오효석의 그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책은 시골 생활을 해 보지 못 한 도시의 아이들에게 시골생활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리라 생각됩니다. 따옴표를 살려 글 쓰는 맛 또한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희망이에게도 읽어 보라고 권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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