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쪽지편지 - 도시락편지의 작가 조양희 선생님이 들려주는 사랑의 편지 쪽지편지 시리즈
조양희 지음, 김주명 그림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아쉬운 점이 많은 책이다.  

초등 5학년을 가르치면서 교과서 본문에서 이 글을 만났을 때 요즘 아이들이랑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글일까 하는 의문을 가졌더랬다. 그러던 중 서평 도서로 신청할 기회가 있어 교과서 원문을 항상 만나고 싶은 맘이 있었던지라, 그 때 가졌던 고리타분한 느낌을 어떻게 일신할 수 없을까 하는 마음과 온 국민의 존경을 받았던(아닌가?) 고 김수환 추기경님이 유일하게 추천한 책이라는 말에 또 혹해서 서평도서 신청을 했더랬다.  

쪽지편지니 길이는 짧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방학이 되어도 겨우 메일 보내는 아이 한 둘!(부끄럽게도 아이들이 예의가 없는 것인지, 내가 잘 못 가르친 것인지, 인기가 없는 것인지, 방학이 즐거운 것인지... 범생 어린이 한 둘만이 내 생각을 하더라.)만이 있을 뿐인 요즘은 10년 전의 아이들의 모습과 또 다르기에 요즘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라고 하는 그 말 부터 씨도 먹히지 않을 내용이 아닐까 싶은 마음도 솔직히 든다.  

더군다나 이 글이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도 애매모호하다.  

먼저, 엄마들에게 자녀에게 쪽지 편지를 통해 그나마 소통의 물꼬를 트라고 이야기 하는 듯하지만, 책의 디자인이나 구성은 마치 초등학생들이 읽기를 권하는 형식이다. 저자가 쓴 쪽지 편지를 넘어서면, '엄마들만 살짝 보세요'라는 부분이 있는데 엄마의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아이와의 오해를 풀어보라는 말이 있다. (암, 참 좋은 일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쪽지편지에 쓰면 좋을 예문들이 있는데 이 부분은 어쩜 사족이 아닐까 싶다. 사실 엄마의 지나친 잔소리는 아이를 일깨우기 보다 아이를 질리게 한다. 그럴 때 쪽지 편지가 오히려 마음 속에 오래도록 무언가를 남기면서 더 깊은 생각을 하게 하고 아이를 변화시킬 확률이 크다는 것에 나는 생각을 같이 하며 조금만 더 부지런해서 아이에게 쪽지 편지를 쓸 수 있다면 더 큰 마음이 오고갈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바이다. 그럴 경우 굳이 예문을 보지 않더라도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정말이지 넘치고도 넘친다.  

한 가지,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안심이 되었던 것은 엄마가 이래라 저래라 하면 "네, 엄마! 알겠어요."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아이는 아이의 목소리를 내는 나름의 자기 세계를 주장하고 있다는 거다. 엄마의 편지에 아이들의 답장이 있는데, 거짓으로 꾸몄다기 보다는 부모-자녀 세대간의 단절 될 법한 어떤 정신적인 부분들이 이 쪽지 편지를 통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설 수 있음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급식을 하지 않았던 시절, 엄마의 정성이 담긴 도시락을 먹으면서 엄마가 넣어두신 쪽지 편지를 읽은 아이들은 "도시락 싸기 힘들어 죽겠다."를 외치는 엄마를 가진 아이들 보다 확실히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냈으리라. 그리고 표현하지 않은 엄마의 사랑을 느끼긴 힘들어도 표현된 엄마의 진한 사랑은 쉽게 느낄 수 있었으리라.

내가 학번을 3개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대학을 세 번 졸업한 것은 아니다.) 편지의 덕이었다. 대학 2학년 때 다른 공부를 해야겠다는 맘이 들었들 때 아버지께 다른 공부를 해 보겠노라는 말씀을 드리기 어려워 길고 긴 편지를 쓴 적이 있다. 안 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두 말 없이 그렇게 해 보라고 하셨다. 교대에서도 1학년을 마치고 전과를 하려 할 때 지도교수님이 무슨 일이 있어도 허락할 수 없다 하시더니 긴긴 편지를 써서 드렸더니 두 말없이 그러라 하셨다. 이처럼 편지는 말보다도 더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간혹 내가 애용하는 방법이다.  

편지란 그런 잇점이 있기에 나도 한 번 도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말처럼 많은 이들이 그런 생각을 하지만, 꾸준히 실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이렇게 책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꾸준함 때문이 아니었겠는가! 

책의 내용은 시대 감각에 뒤떨어지는 감이 있지만, (아마, 이 책은 예전에 나왔던 책이었는데, 새롭게 옷을 입은 것 같다.) 그래도 자녀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귀한 도구를 알려주는 좋은 가르침 하나는 확실하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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