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별이 아닌 별이 나오는 진짜 이야기
오카다 준 글, 윤정주 그림, 이경옥 옮김 / 보림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그림책이라고 하기 보다는 창작 동화책에 가깝지만, 굳이 그림책으로 분류 하고 싶은 까닭은 그림이 내 눈을 콱 사로잡기 때문이다.  

교사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어떤 분(그 분은 날 잘 모르시겠지만)은 참 좋은 책을 참 재미나게 소개 해 주신다. 그 선생님이 이 책에 대해 쓰신 리뷰를 읽고 나는 표지와 제목을 한동안 맘에 담아 두었더랬다. 내가 어린이책에 관심을 가지고 발을 들여 놓기 시작한 계기가 된 책이 황선미의 <<나쁜 어린이표>>였는데, 그 선생님이 이 책은 일본판 '나쁜 어린이표'라고 했다. 도대체 얼마나 비슷하고, 얼마나 다를까??? 무척 궁금했다. 그러던 중 보림에서 12월 리퍼브도서 50% 할인전이 있어서(http://www.borimpress.com/shop/borimevent_finish.asp) 저렴하게 구입하게 되었다.  

표지부터 독특하다. 별이 잔뜩 그려진 책 표지는 책등과 높이를 같이 하지 않고 도드라져 있다.   

우리가 대학 졸업할 때는 임용상황이 좋지 않아 적은 수를 뽑았건만 1년 동안 그 인원 중 한 명도 발령이 나지 못했다. 그래서 나와 동기들은 기간제 교사를 해야 했는데, 그 기간제 교사도 반 년 동안 한 자리도 나지 않았다. 마침 경기도에 먼저 발령을 받은 동기가 출산 휴가 들어가는 선생님이 계신데 그곳에서 두 달간 기간제 교사를 해 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다. 그래서 2개월간 처음으로 선생님이라는 이름을 달고 시골 학교 아이들이랑 함께 생활 한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종이로 별을 접어서 수학을 가장 먼저 정확하게 푼 친구들에게 별을 따 가라며 칠판에 붙여 두었었다. 순진한 3학년 꼬맹이들은 그 별을 따기 위해 정말이지 열심히 공부했다. 그 때도, 그리고 지금도 나는 별을 따며 좋아라했던 아이들의 얼굴만 기억했지 별을 따지 못해 안타까워 했을 아이들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했다. 이 책은 그런 나와 같은 어정쩡한 교사에게 참교사가 되라고 가르쳐 준다.  

삼 학년이 된 마코는 야구모자를 쓰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붙여 준 별 스티커를 야구 모자에 붙이는 것이 마코네 반의 새로운 유행이다. 선생님은 시험에서 100점 받은 친구들에게 "훌륭해, 잘했어."하시며 별스티커를 주신다.  마코는 18개의 별을 달았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수! 

마코네 모둠은 4명, 스티커 1, 2 등을 다투는 요시코, 아주 쉬운 시험에서는 100점을 받기도 하는 잇페이, 그리고 한 번도 100점을 받은 적이 없어 스티커를 받지 못한 유일한 친구 신!  

그런데, 선생님의 스티커 주기 규칙이 갑자기 바뀌어 버렸다. 100점을 받더라도 같은 모둠에 빵점을 받은 친구가 있으면 스티커를 주지 않겠다는 것. 서로 도와야 한다는 선생님의 취지는 무척 훌륭했지만, 그 일은 100점을 받고도 스티커를 받지 못해 요시코를 억울하게 했고, 요시코로 하여금 빵점 받은 신이를 미워하게 했고, 요시코에게 신이가 한없이 미안해 해야 할 분위기를 만들어 버린다.  

신! 공부는 못 하지만 순수한 아이다.  

잇페이와 마코는 착한 신이가 요시코의 눈총을 받게 하고 싶지 않아서 어느 날 방과 후에 신이의 공부를 도와 주려 한다. 열심히 숙제를 잘 해 가면 선생님이 훌륭하다시며 별 스티커를 줄 지도 모를 일이니. 삐뚤빼뚤한 신이의 글자를 고쳐 주려고 선생님 책상을 뒤지다가 그만 그 책상 서랍에서 너무너무 많은 별 스티커를 보고 만다. 한 장에 100개의 별 스티커가 붙어 있다. 열심히 해서 스티커를 받지 못 하는 친구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은 잇페이에게 선생님 스티커를 슬쩍 하게 만들고 그것을 신이에게 주는데... 붙이고 싶은 곳에 붙이라는 잇페이의 말에 신이는 그 스티커를 화장실 변기에 붙여 준다. 신이의 행동에 당황한 잇페이! 화장실에서 들리는 소란스러운 소리를 따라 나타난 마코는 신이 손에 들린 스티커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너, 그러면 안 돼!" 

"너하곤 상관 없잖아." 

"잇페이, 넌 선생님 스티커를 훔친 거야." 

"너랑은 상관 없다고 말했지." 

"뭐가 상관없어! 이럴 거면 무엇 때문에 숙제 하러 왔니? 너희는 바보야." 

"그래, 맞아! 우리는 바보야! 네가 우리 같은 애들 마음을 어떻게 알겠냐? 너같이 대충대충 해도 스티커를 받고 우쭐대는 애가 우리 기분을 알 수 있겠어?" 

"난 우쭐댄 적 없어!" 

"우쭐대지 않는 애가 보란 듯이 모자에 별을 붙이고 다녀!" 

"우쭐댄 적 없다고!"  

마코 눈에서 커다란 눈물방울이 툭툭 떨어졌다.  

잇페이는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화가 난 마코는 모자에서 스티커를 떼서 신이처럼 변기에 붙이고... 그리고 결국은 잇페이도 울고 만다.  

화장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세 아이가 바라보는 화장실은 별이 반짝이는 근사한 곳이다.  

이제 남은 것은 잇페이의 스티커 3개! 신이는 잇페이에게서 그 스티커를 받아서 친구들에게 하나씩 준다.  선생님이 주신 스티커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귀한 것이다.  

후지 마사코(마코)-훌륭해, 잘 했다.-나(신)한테 공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나카니시 잇페이-훌륭해, 잘 했다.-나한테 스티커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별은? 

교육적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하는 많은 활동들이 때로는 어떤 이들에게 아픔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한 번 더 느끼게 해 주는 동화였다. 태몽 알아오기, 부모님 발 그려오기 등의 숙제를 받아 들고 당황스러운 조부모 가정의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대한 교육적 배려와 아울러 항상 느리고 부족한 아이들에게 대한 배려 또한 반드시 필요하리라.  

아, 나도 이 작가처럼 이렇게 근사한 동화 한 편 적어 보고 죽고 싶다. (죽기 전에 멋진 동화 한 편 적고 싶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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