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밖 국어여행
강혜원 외 지음 / 사계절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시나요?"라는 질문에 딱히 할 말이 없었는데, 이제 답 하나를 찾은 것 같다. "저는 좋은 책 읽으면서 풉니다." 독서의 즐거움은 이렇게 가끔씩 나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 주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읽는 내내 기분을 좋게해서 내게 즐거움을 선사해 준 책이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과목은 생물이었고(그래서 생물 교사가 되고 싶었다. 사범대 생물교육학과 지원에서 미끄러지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생물 선생님이 되어 있었을까? 내 입학 후 바로 임용고사가 생겼으니 어쩜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2지망에 걸린 자연대에서 교직이수를 했지만, 영 적성도 아니고, 전망도 불투명하여 과감하게 휴학, 자퇴하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어쩜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참 잘 된 일인 것도 같다.) 그 다음 과목이 국어였다. 내가 국어를 좋아한 이유는 국어를 너무너무 좋아하던 언니로 인해 국어는 참 재미있는 과목이라는 세뇌가 확실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언니도 서른 나이에 늦은 대학을 가서 지금은 고등학교 국어교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국어 시간에 선생님께서 국어과목을 정말 흥미롭게 가르쳐 주지는 않으셨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나 개인의 흥미 때문에 국어시간을 즐거워했을 뿐이다. 물론 진도 때문이었겠지만, 교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지도하려 한다면 무척 재미난 이야기와 함께 아이들의 관심을 쏙 쥐고 수업을 할 수 있는 과목이 국어, 역사, 과학 등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있는 중등학교 교사라면 반드시 읽어보면 좋겠다. (아마, 다들 이 정도의 지식은 다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주제넘게스리...) 아니, 중딩, 고딩들이 공부만 하지말고 이런 책 한 권 뚝딱 읽기를 바란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읽히고 싶지만, 아직 걔네들은 이 책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 할 것 같다. 굉장히 재미있는 예화가 있길래 귀신 이야기 해 준다며 하나를 들려 주었더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고, 똑똑한 녀석 몇이만 알겠다 하는 걸로 봐서 이 책은 초딩 수준은 아닌 게 확실하다.  

모두 넷째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문학작품에 대한 이해, 작가들의 문학과 삶에 대한 이해...등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어느 새 책의 페이지가 넘어갔는지 모르며 술술 읽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이 나온 지가 20년이 다 되어 간다는데 나는 이제서야 이 책을 만났다. 늦게 만난 게 억울해서 이 책을 좀 홍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애들에게도 너희들이 조금 더 크게 된다면 이 책을 꼭 읽기 바란다고 이야기는 일단 해 주었다.) 

춘향전에 얽힌 에피소드 한 편을 옮겨 보자. 일본에 사는 우리 동포 하나가 서점에 갔다가 일본어로 번역 된 우리 춘향전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한 권을 사서 읽었는데 사랑놀음의 농도가 너무 진하여 낯이 뜨거워졌더란다. 민족의 절개 춘향을 바람기 많은 음탕한 여자로 묘사 해 놓은 것을 읽으며 민족적 분노를 느낀 동포는 고국의 유력한 일간지 ㅈ신문에다가 이 사실을 알리고 그 내용은 그 신문사에서 기사로 실려 나갔다. 무지한 자들은 책을 번역한 사람이 아니라 한 번도 우리 고전 '춘향전'을 제대로 읽지 않았던 이들라는 것이 곧 밝혀져 망신을 당했더라는 이야기를 읽으면 우리 고전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나도 춘향전을 제대로 한 번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독자는 하게 될 것 같다. 일제 강점기 시대의 시대상을 반영했던 많은 작가들과 더불어 교과서에 많은 글이 실려 너무나도 유명했던 우리 나라 대표작가들의 친일행각을 알려주는 구체적인 글들을 만나면서 나는 어렴풋이 알던 것들이 정리가 되었고, 그 작가들에게 또 우리가 읽었던 교과서를 집필했던 집필위원들에게 속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지금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는 교과서는 많이 달라졌을까? 

이 한 권의 책의 감동과 재미를 짧은 글로는 도저히 대신할 수 없기에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해보며 이만 총총 줄여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